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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이 쓰는 생명의 비밀] 볼락의 참돔 뺨치는 감칠맛 비결은? 

 

알 아닌 새끼 낳는 난태생 어류… 서식지 수심 따라 몸 색깔 달라
주로 암초·바위에 서식… 겨울철 바다 낚시 선호 어종으로 인기


▎볼락은 기존 어류와 달리 알이 아닌 새끼를 낳는 난태생을 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 사진:getty images bank
사전을 두루 찾아보고서야 볼락과 우럭, 열기가 한통속의 바닷물고기들인 것임을 알았다. 경남 부산 지역에서 인기가 많은 볼락은 쏨뱅이목 양볼락과에 드는 대표적인 해산어류이다. 그런데 양볼락과에는 볼락과 생김새가 비슷한 불볼락·조피볼락·개볼락·띠볼락 등 여러 종이 있다. 게다가 볼락은 향어(鄕語, 지방 사투리)로 뽈락·뽈라구·꺽저구·열갱이·열기·볼낙·우럭·감성볼낙 따위로 불린다고 한다.

여기서 쏨뱅이란 보통 지느러미에 독가시를 가진 물고기를 일컫는데, 세계적으로 350여종이 있으며, 이 중 57종은 지느러미 독침이 있다 한다. 쏨뱅이의 ‘쏨’은 바늘 가시로 ‘쏜다’는 말의 ‘쏨’에다가 주로 좋지 않은 행동이나 성질을 나타내는 말인 ‘~뱅이’가 붙어서 만들어진 단어다. 영어권에서는 아프게 쏜다는 의미가 담긴 ‘전갈물고기(scorpionfish)’로 불린다.

볼락(Sebastesinermis )은 한국과 일본 연안(북서 태평양)이 원산지로 우리나라 남해, 동해 남부, 제주도 등지에 서식하고, 일본 북해도 이남에도 분포한다. 특히 경남 연안에 많이 서식하는데, 드디어 대규모로 바다양식이 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볼락은 서식지의 수심에 따라 체색이 조금씩 달라서 회갈색, 엷은 자주색, 검은 회색들을 나타낸다. 특히 어업 및 스포츠 산업에 중요한 어종으로 겨울철 바다 낚시(루어)로 인기가 있을뿐더러 스쿠버다이버들에게 훌륭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볼락(dark banded rockfish) 중에서 큰 것은 최장 35㎝, 체중 800g 남짓이고, 몸이 타원형으로 옆으로 납작하며, 주둥이는 뾰족하고, 아래턱이 윗턱보다 길다. 몸 옆구리에는 5~6줄의 갈색 가로띠가 있고, 등지느러미와 뒷지느러미에는 억센 가시가 돋아 있으며, 가시의 끝에는 독선(毒腺)이 있다. 육식성이라 비림이 덜한데, 갑각류와 갯지렁이, 잔물고기들을 잡아먹는다.

볼락의 가장 큰 특징은 야행성으로서 그것에 걸맞게 큰 눈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낮 시간대에는 암초(暗礁) 부근을 회유하거나 암초의 벽면을 따라 떠다닌다. 머리를 위로한 채 있다가 밤이 이슥해지면 활발하게 먹이활동을 벌이는데 바위 근방에 주로 산다 하여 영어로는 ‘락피쉬(rockfish)’라 부른다. 그리고 주로 얕은 해안의 해초 풀숲이 있는 암초 지대에 무리를 지어 사는데, 암초 사이나 물이 솟는 용천수(湧泉水)가 있는 곳을 좋아한다.

볼락 무리는 어류 중에서 매우 드물게 난생이 아닌 난태생을 한다. 동물의 생식 발생에는 3가지가 있다. 먼저 난생(卵生, oviparity)은 파충류, 어류, 조류 등이 알을 낳아 번식하는 것을 말한다. 알 속에는 알 막을 깨고 새끼가 나올 때까지 발생에 필요한 양분이 들어 있어 그것을 소비한다. 둘째, 태생(胎生, viviparity)은 사람·소·토끼 따위의 포유류에게서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짝짓기가 끝난 후 어미 뱃속에서 일정 기간 동안 어미로부터 태반(胎盤)을 통해 양분과 산소를 얻고 자란 후에 새끼로 태어난다. 새끼는 태어난 뒤에도 얼마 동안 어미의 젖을 먹고 보살핌을 받으며 자란다.

셋째로 난태생(卵胎生, ovoviviparity)이 있다. 수정란(受精卵)이 모체 안에서 부화해 새끼로 나오는 발생인데, 이때 모체에서 양분을 얻지 않고 알에 저장된 난황(卵黃)을 소비하면서 스스로 자란다. 볼락·논우렁이·살모사·상어·가오리 등이 이에 속한다.

볼락과 관계가 깊은 근연종(近緣種)인 우럭(조피볼락), 열기(불볼락), 개볼락들도 모두 난태생을 한다. 다시 말해서 볼락은 어류이면서도 교미를 한 다음 암컷이 뱃속에서 수정란을 부화시킨 후 새끼를 낳는다. 교미기에는 수컷 항문 바로 뒤에 교접기가 생겨나면서 암수가 몸을 바로 세운 상태로 배를 서로 붙이고 짝짓기를 한다. 정자는 일단 암컷 난소강(卵巢腔)에 저장됐다가 알이 성숙하는 것을 기다렸다가 수정한다.

참돔 수준의 감칠맛 비결은 이노신산

보통 11월 하순에서 12월 초순께 짝짓기를 하고, 교미 후 1개월 정도가 지난 이듬해 1~2월 즈음 4~5㎜ 되는 알에서 갓 깨어난 어린 새끼(자어, 仔魚)들이 태어난다. 주로 난바다(먼바다)에 나가 한꺼번에 새끼를 낳는데, 2년 된 물고기는 5000~9000마리를 낳고, 3년생 물고기는 3만여 마리를 낳는다.

새끼물고기가 4~6개월쯤 자라면 2~6㎝의 치어(稚魚)가 돼 해초가 많이 난 곳에 나타나 여름부터 가을에 걸쳐 바다 밑 생활을 한다. 겨울에는 몸길이가 6~11㎝가 되고, 원양의 암초 지역으로 이동한다. 저층에서 표층으로 갈수록 볼락의 크기는 점점 작아지고, 사는 장소에 따라 몸 색깔이 노란색·붉은색·검은색으로 변한다.

볼락과 열기, 우럭은 횟감으로 최고로 치는데, 제철은 3~4월이며, 이때 지방(기름기)이 매우 풍부해진다. 볼락은 감칠맛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노신산(inosinic acid)이 참돔만큼이나 많은 물고기다. 때문에 거의 참돔 수준의 강한 감칠맛을 느낄 수 있다. 살이 쫄깃하고 단단해 식감(食感)도 매우 좋다.

볼락 무리에는 다종다양한 종이 있다. ‘장문 볼락(long jawrockfish)’은 몸 빛깔이 전체적으로 붉은색이어서 흔히 ‘적어(赤魚)’라 불리는 물고기이다. 또 ‘불볼락’은 ‘열기’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져 있고, 전체적으로 붉은색을 띄며, 등에 4~5개의 짙은 갈색 무늬가 있어 쉽게 구별된다. 또한 ‘조피볼락’은 ‘우럭’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고, 볼락류 중에서 가장 큰 종으로 몸길이가 60㎝ 이상이다. 그 외에도 개볼락, 띠볼락들이 있다.

※ 권오길 - 1940년 경남 산청 출생. 진주고, 서울대 생물학과와 동 대학원 졸업. 수도여중고·경기고·서울사대부고 교사를 거쳐 강원대 생물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2005년 정년 퇴임했다. 현재 강원대 명예교수로 있다. 한국 간행물윤리상 저작상, 대한민국 과학문화상 등을 받았으며, 주요 저서로는 [꿈꾸는 달팽이] [인체기행] [달과 팽이] [흙에도 뭇 생명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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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호 (2021.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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