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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이재명 질주에 10년 세월 친문(親文), 분화 시작되나 

현재 권력 수호자(新文)와 미래 권력 추종자(舊文)로 나뉜다 

4·7 보궐선거 결과와 민주당 전당대회 변수 통해 분명하게 드러날 것
열린우리당 트라우마가 결집 에너지로 작용하면 단일대오 유지할 수도


▎도종환 민주주의4.0연구원 이사장(앞줄 왼쪽 여섯째)과 참석 의원들이 지난해 11월 22일 서울 용산구 ‘백범 김구 기념관’에서 열린 민주주의4.0연구원 창립 총회 및 제1차 심포지엄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우리 속담에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이 문재인 정권을 창출한 ‘친문(친문재인)’에도 통할까? ‘친문’은 문재인 대통령 후보가 탄생한 2012년부터 한국 정치의 주류 세력으로 떠올랐다. 2012년 문재인 대통령이 ‘친노(친노무현)’의 선택을 받아 대통령 후보로 추대되면서 ‘친노의 친문화’가 진행됐다.

친문은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그리고 2018년 지방선거와 2020년 총선을 거치면서 최대 세력으로 성장했다. 그동안 친문은 열린우리당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단일대오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최근 추미애-윤석열 갈등 등 정국 현안과 관련해 미묘하게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분화(分化) 조짐을 보인다. 친문은 향후 예정된 대선후보 선출 전당대회(9월 이후 예정)와 차기 대선(2022년 3월 예정)에서 한목소리를 낼까, 아니면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될까?

권력의 속성에는 원심력과 구심력의 충돌과 분화가 있다. 원심력은 회전운동을 하는 물체가 중심으로부터 멀어지려는 관성이다. 이것은 중심 쪽으로 끌어당기는 힘인 구심력과 반대다. 현재 권력인 대통령과 청와대는 ‘구심력’을 추구하고 미래 권력인 대권주자들은 독자적인 행동으로 현 정권과의 차별화를 통해 ‘원심력’을 추구한다. 권력의 분화는 미래 권력과 현재 권력이 서로 충돌하고 갈리면서 시작되기 마련이다.

5년 단임 대통령제 아래에서 정권 재창출을 위해 신구세력이 교체되는 것을 반복하는 권력의 속성을 볼 때, 문재인 정권을 창출하고 지지기반을 뒷받침해온 친문의 분화도 예외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친문 균열과 해빙을 알리는 예비적 징후들


▎지난해 4월 12일 당시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많이 컸다. 양정철”이라는 글을 올렸다. / 사진:페이스북 캡처
최근 여권의 주변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보면 얼음처럼 단단한 동질성으로 결빙됐던 친문이 조금씩 금이 가면서 해빙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나꼼수)’ 출신 김용민·김어준·주진우씨의 분열, 손혜원 전 의원과 양정철 전 민주정책연구원장 간의 분열, 원조 친노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의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문재인 대통령 비판 등이라 할 수 있다.

‘나꼼수’ 멤버 출신인 김용민 평화나무 이사장은 지난해 12월 3일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주진우 기자의 해명을 기다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김 이사장은 “제 의혹 제기가 틀렸으면 좋겠다”면서도 “마침내 그를 ‘윤석열 패밀리’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뼈아픈 결론을 내리게 됐다”고 해서 발단이 됐다.

이에 대해 주씨는 12월 6일 자신이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김용민 이사장이 제기한 ‘윤석열-양정철’ 회동에 대해 “그런 자리가 없었다”고 부인했다. 주씨는 “양정철에게 윤석열 총장을 소개해주고, 충성 맹세를 시켰다? 충성 맹세, 건배, 존재하지 않는 장면, 존재하지 않는 말을 누가 보고 들었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민주당 의원을 지낸 손혜원 열린민주당 최고위원은 1월 13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손혜원TV]를 통해 ‘3철’(양정철·이호철·전해철)로 불리는 양정철 전 원장의 실상을 알아야 한다며 비난성 발언을 했다. 손 최고위원은 “대통령은 2017년 5월 양정철과의 연을 끊었다. 그 뒤로 한 번도 그를 곁에 두겠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은 거로 안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완전히 쳐낸 사람이다. 속으면 안 된다”며 양 전 원장을 비난했다.

그런가 하면 유인태 전 총장은 지난해 12월 2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서 “그간 추미애 장관의 거친 언행이 정권에 부담을 줬다”고 비판했다. “멋있게 금의환향하는 것도 아니고, 거의 망가지다시피 나오는 것이기에 당분간 조용히 쉬면서 앞날을 결정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또한 유 전 총장은 같은 날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추 전 장관을 비호하는 김남국·김용민·최강욱 의원 등이 주축인 ‘처럼회’의 검찰개혁 기자회견에 대해서도 “처럼회라는 말을 처음 들었다. 무슨 철없는 애들 모임인가”라고 꼬집었다.

이어 유 전 총장은 1월 3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 문재인 대통령이 언론 등과의 소통에 적극적이지 않은 이유에 대해 “민정수석 때 언론을 직접 상대하겠다는 노무현 대통령을 말리는 역할을 주로 해서 습관이 된 게 아닐까 싶다”고 에둘러서 지적했다. 또 유 전 총장은 “문 대통령이 민정수석 때 노 대통령은 너무 소통 과잉이라 참모들이 많이 말렸다”며 “노 전 대통령이 춘추관 가서 한 말씀 하시려고 하는 것을 말리는 역할을 주로 한 게 문재인 당시 민정수석이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분열을 본격적인 친문의 분화라고 보기는 어렵다. 아직 분화를 일으키는 균열의 축이 충분하게 성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친문의 분화가 어떤 계기를 통해 어떤 양상(방식·내용)으로 전개될까? 이는 여러 변수의 영향을 받는다. 후계 구도를 관리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리더십, 다가오는 4월 7일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의 결과, 경쟁하는 대권후보들의 승패를 결정하는 민주당 전당대회 변수를 통해 더 분명하게 드러날 것이다.

집권 5년 차를 맞이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고민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세 가지가 핵심일 듯하다. 첫째는 임기 말 레임덕(권력 누수 현상)을 조기에 차단하는 일이고, 둘째는 차기 정권 재창출을 위한 밑그림과 친문 적자로 후계 구도를 설계해 안정적으로 국정운영을 관리하는 일이다. 셋째는 후임자에게 권력을 이양하면서 성공한 대통령으로 남는 일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문 대통령의 고민은 어떻게 하면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의 갈등과 충돌을 막으면서 현재 권력의 구심력이 미래 권력의 원심력에 급격하게 무너지지 않도록 친문의 분화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퇴임까지 연착륙을 시도할 수 있겠는가로 좁혀질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이 이런 시나리오를 고민할 수밖에 없는 배경은 무엇일까. 그것은 참여정부 때 입은 트라우마가 크게 작동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는 참여정부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비서실장으로 일하면서 임기 말 레임덕에 허덕이며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노 대통령의 좌절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집권당인 열린우리당이 여러 개의 계파로 분화돼 해체되고, 노무현 정부와 차별화를 강조하기 위해 참여정부의 실정을 비판하는 정동영 후보를 중심으로 하는 미래 권력의 차가운 속성을 봤다. 노 대통령의 좌절과 죽음으로 트라우마를 입은 그가 정권 재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위해 후계 구도와 친문 관리에 신경 쓰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럽다.

그는 차기 대권을 향한 2인자 그룹의 경쟁이 친노의 분화를 가속했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다. 문 대통령 본인이 그랬듯이 그는 대통령이 국회의원들의 공천에 정치적 영향력을 미치면서 집권당의 권력 구도를 재편하는 권력자라는 것을 잘 안다. 그래서 그는 누가 자신의 후계자가 되는 것이 좋은지를 따질 수밖에 없는 처지다. 그는 후계 구도 관리에서 실패한 노 전 대통령과 달리, 친문의 현재 권력을 적절하게 유지하면서 점진적으로 미래 권력에 이양되는 것을 고려하기에 친문 분화의 균형점을 찾으려 할 것이다.

현재 권력(新文)과 미래 권력(舊文)의 함수 관계


▎2018년 11월 1일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기 위해 국회에 도착한 문재인 대통령이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왼쪽)의 영접을 받고 있다.
그는 미래 권력이 급격하게 부상해 현재 권력을 밀어내면서 자신을 레임덕에 빠뜨리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만들어서 질서 있게 친문 분화를 유도하는 방안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이에 친문의 분화는 우선 문 대통령의 시나리오가 발현되는 조건에서 시작될 것이다. 그래서 친문은 현재 권력을 끝까지 수호하는 ‘신문’ 진영과 현재 권력을 더는 수호하지 않고 미래 후계자를 따라가거나 다른 길을 모색하는 ‘구문’ 진영으로 나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친문 분화는 양상은 조금 다르지만, 마지막 단계 친박(친박근혜)의 분화에서 유사점을 찾을 수 있다. 이명박 정부 후반기 친이계의 쇠퇴로 인해 친박계가 형성됐다. 정권 창출과 함께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친박계의 분화는 가속화됐다. 원박(원조 친박)·범박(범친박)·구박(舊朴)·신박(新朴)·복박(돌아온 친박)·홀박(홀대받는 친박)·종박(從朴)·월박(越朴)·멀박(멀어진 친박)·짤박(잘린 친박)·옹박(박근혜 옹위) 부대 등 분화된 친박을 칭하기 위해 다양한 용어가 등장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권력 말기에 자신을 끝까지 수호하는 진영을 ‘진박(진짜 친박)’으로 부르고 나머지를 ‘가박(가짜 친박)’으로 구별해 차등화했다.

문재인 정권의 출범부터 친문 좌장인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집권 20년론(論)’을 거론했을 정도로 친문의 권력 의지는 매우 강했다. 하지만 ‘친문 적자’로 꼽히던 김경수 경남지사가 드루킹 댓글 사건 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으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문재인 정부 시즌2’를 만들어 현 정권을 이어갈 수 있는 친문 적통 대선주자가 없다는 점은 친문의 핸디캡이자 걱정거리다.

그렇다면 친문은 이에 어떻게 대처할까? 그들은 일사불란한 조직 구성과 여러 전술로 대처하고 있다. 친문 성향의 의원 56명이 참여한 연구 모임인 ‘민주주의4.0연구원’이 2020년 11월 22일 출범했다. 이는 독자 후보를 가지지 못한 친문 진영이 ‘신문’의 결집을 시도한 첫 분화 사례로 볼 수 있다. 이런 ‘신문’의 형성은 역으로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를 ‘구문(舊文)’ 내지 ‘비문(非文)’으로 밀쳐내는 분화의 과정이라고도 하겠다.

‘민주주의4.0연구원’에는 홍영표·도종환·전해철·김종민·최인호·황희 의원 등 기존 ‘부엉이모임’ 멤버였던 재선 이상 의원 외에도 이용선·민형배·정태호·김영배·한준호·고민정 의원 등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초선 의원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 모임의 이사를 맡은 신문의 핵심인 4선의 홍영표 의원은 곧바로 ‘제3후보 등판론’을 꺼냈다.

그는 C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의 대선 구도가 그대로 유지돼서 거기에서 결정 날 거다, 이렇게 볼 수는 없을 것 같다”면서 “제2, 제3, 제4의 후보가 등장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다만 정계 복귀 의사가 없다고 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나 항소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김경수 경남지사는 아니다”라며 “정세균 국무총리와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이광재 의원 등은 자격과 능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 발언을 그대로 해석하면 현재 유력 대선주자로 꼽히는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 모두 아니라는 뜻으로 읽힌다.

신문(新文)의 선봉대 ‘민주주의4.0연구원’


▎2009년 4월 김해 봉하마을에서 자리를 함께한 김경수 현 경남지사(왼쪽)와 유시민 현 노무현재단 이사장.
민주주의4.0연구원’이 출범하자 곧바로 문재인 대통령도 이심전심 맞장구를 쳤다. 문 대통령은 ‘민주주의4.0연구원’ 회원인 전해철 의원을 행정안전부 장관으로, 황희 의원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권칠승 의원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발탁했다. 그리고 그는 이낙연 대표가 제기한 ‘이명박·박근혜 전직 대통령 사면론’이 시기상조라며 선을 그었다.

‘신문’은 ‘13룡 등판론’도 제기했다. 여권 잠룡을 모두 링 위에 올려 경선판을 키우자는 의도다. ‘13룡’으로는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지사, 정세균 총리,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김경수 경남지사, 이광재·김두관·박용진 의원,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김부겸 전 의원, 최문순 강원지사, 양승조 충남지사, 이인영 통일부 장관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또 신문은 ‘정당집권론’을 띄우고 있다. 정당집권론은 대통령 후보 캠프가 아닌 ‘내각제식 정당 정부 방식’으로 대선을 치르자는 구상이다. 신문에서 정당집권론을 꺼내든 것은 유력한 친문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권력의 견제와 분점을 꾀하려는 의도다. 경선에서 승리한 후보가 내각을 독식하지 않도록 ‘연합 내각 구상’을 도모하려는 발상이다.

신문인 김종민 민주당 2020더혁신위원회 위원장은 1월 26일 ‘2차 혁신안’을 발표하면서 “후보 캠프가 대선 공약을 만들고 대통령직인수위가 국정 기획을 주도했던 관행을 ‘민주당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포부”라며 “9월 이후로 예상되는 대선후보 선출 전당대회와 정책 전당대회를 동시에 열어 의결하자는 제안”이라고 설명했다.

신문은 이낙연 대표의 지지율이 ‘이명박·박근혜 사면론’ 발언 이후 10%대 초반까지 하락한 데다, 이재명 지사 지지율도 박스권에 갇히자 이른바 ‘제3후보 등판론’과 ‘13룡 등 판론’을 제기하고 있다. 이는 이낙연-이재명 구도에 대한 신문의 강력한 견제구라 할 수 있다.

이런 신문의 견제구에 대해 이 대표와 이 지사는 아직 뚜렷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그들은 신문이 펴는 전술로 인해 자신들의 입지가 이전보다 결코 유리하지 않게 됐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들 모두는 오는 4월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 결과가 향후 후계 구도의 흐름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변곡점이 될 수 있음을 직감하고 있다.

4월 서울·부산 시장 보선에서 집권 여당이 승리한다면 이낙연과 이재명이 중심이 되는 종전의 후보 대결 구도가 유지될 것이다. 하지만 패배하게 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여야 전체의 대권 구도에 큰 지각 변동이 일어날 수 있다. 신문에서 ‘믿을 수 있고, 이길 수 있는 제3후보 등판론’이 본격적으로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제3후보 등판론’이 성공한다면 신문은 단일대오로 결집할 동력을 다시 찾을 것이고, 이에 따라 신문의 분화는 약해질 것이다.

각자도생할까, 대동단결할까?


▎2016년 8월 김해 봉하마을을 찾은 추미애 민주당 신임 대표가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참배 후 눈물을 훔치고 있다. 오른쪽은 전해철 민주당 의원.
물론 신문의 분화가 가속화할 것이란 시각도 가능하다. 신문이 권력 다툼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다양한 전략·전술을 구사하겠지만 상황이 뜻대로 전개되지 않고 계속해서 이 지사가 대선 레이스에서 우위를 점할 경우, 결국 이 지사와 손을 잡고 대선 승리 후 연합내각을 구성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근 호남 친문인 민형배 의원이 이재명 지사 지지를 선언한 것은 이런 시나리오에 올라탄 대표적인 사례로 신문 분화의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5년 단임 권력 구조에서 현재 권력이 과연 얼마나 오랫동안 미래 권력의 도전을 거부하며 신문의 분화를 관리할 수 있을까? 이런 질문에 대한 답으로 1991년의 민정계, 1997년의 상도동계, 2002년의 동교동계, 2007년의 친노계의 분화 사례를 보면 회의적이다. 결국 이런 시각에서 보면 신문은 단일한 대오결집보다는 분화 가능성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물론 속단은 이르다. 신문이 끝까지 단일한 목소리를 낼 수도 있다. 그들은 2004년 다수당이었던 열린우리당(민주당 전신)의 전철을 밟아선 안 된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기에 결집이 가능하다. 열린우리당은 2004년 총선에서 152석을 얻으며 과반 여당이 됐지만 대통령과 당 지도부 간 갈등, 계파 분열로 선거에서 참패를 거듭, 정권까지 내준 경험을 트라우마로 간직하고 있기에 그것을 신문 결집의 에너지로 사용할 수 있다.

아직은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되지 않았고 많은 변수가 남아 있기에, 신문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포함해 ‘제3의 후보’를 얼마든지 띄울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그들이 ‘제3 후보 등판론’을 쉽게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은 과거 노무현도 지지율이 높지 않았는데 대통령이 됐던 경험이 있고, 문재인도 대통령을 생각하지 않았는데 결국 대통령이 됐기 때문에 모든 게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다. 4월 보선 결과가 후계 구도 선택의 폭을 좁혀주기에 그 결과를 더 세심하게 지켜봐야 한다.

-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ccw7370@hanmail.net

202103호 (2021.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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