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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경영 선도기업(2) KB금융그룹] 금융사 유일 ESG 평가 ALL A+ 받은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마법 

‘그린 리더십’으로 ‘세상을 바꾸는 금융’ 실현한다 

탄소 배출 25% 감축, ESG 비용 50조원으로 확대하는 ‘KB Green Way 2030’ 발표
회장 주재 회의에 서류 없이 태블릿 PC만… 금융지주 최초 여성 사외이사 2인 체제

환경(Environment)과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의미하는 ESG는 기업의 비재무적 성과와 지속가능성을 평가하는 기준으로서 글로벌 시장의 대세로 자리 잡았다. 과거에는 기업을 주로 정량적인 재무적 정보를 통해 평가했지만 해가 갈수록 ESG 요소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ESG 요소에 기반을 둔 경영, 즉 ESG 경영은 이제 기업의 미래를 좌우하는 요소가 된 것이다. ESG 경영은 정부 정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그린 뉴딜’ 정책도 ESG에 속한다. 지난해 정부가 ‘2050 탄소 중립’을 선언하면서 온실가스 배출이나 저탄소 등 환경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는데 이것 역시 글로벌 ESG 추세를 반영한 것이다. 월간중앙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 기업경영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일어나고 있는 지금, 대한민국 기업의 ESG 경영 현주소를 점검하는 기획을 시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 둘째 기업은 금융권 최초로 ‘탈석탄 금융’을 선언하고 ‘필(必) 환경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대한민국 리딩 금융그룹 KB금융그룹이다. [편집자 주]


▎2020년 1월 ‘KB금융지주 ESG 이행원칙’에 서명하고 기념촬영 중인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왼쪽에서 여섯째) 및 계열사 대표 이사진. / 사진:KB금융지주
"ESG의 기본은 지속가능성이며 과거에는 직원·주주·고객이 함께 협력하고 성장하는 것이었다면 지금의 ESG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사회와 환경까지 존중하고 배려해 동반 성장하는 것이므로 우리 함께 힘을 모아 노력해나가자.”

지난해 12월, 윤종규 KB금융그룹(이하 KB금융) 회장이 직원들과의 ‘e-타운홀 미팅’ 중 ESG 경영에 대한 질문을 받자 내놓은 답변이었다.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도모하는 동시에 사회와 환경의 ‘동반성장’을 추구한다.” ESG 경영에 대한 윤 회장의 철학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2021년 들어 기업경영의 화두가 된 ESG이지만 윤 회장을 중심으로 한 KB금융은 이미 멀찌감치 앞서가는 형국이다. 윤 회장은 지난해 1월 ‘그룹 경영진 워크숍’에서 2020년 주요 경영전략으로 ‘ESG 기반 지속가능경영 선도’를 내건 바 있다. 2019년 전문 컨설팅을 바탕으로 한 ESG 전략 방향 수립, 사회공헌문화부의 ESG 전략부 개편 등은 그 신호탄이었다. 2020년 들어 ESG 경영 체제로의 전환은 더욱 가속화됐다. 지난해 3월, 국내 금융사 최초로 이사회 내 윤 회장을 포함한 사내이사 및 사외이사 전원이 참여하는 ESG 위원회를 신설하며 ESG 경영 확산을 위한 기틀을 마련했다. 지난 8월에는 중장기 로드맵인 ‘KB Green Way 2030’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그룹의 탄소배출량을 2017년 대비 25% 감축 및 현재 약 20조원 규모인 ESG 상품·투자·대출을 50조원까지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9월에는 금융권 최초로 ‘탈석탄 금융’을 선언했다. 국내외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위한 신규 프로젝트 파이낸싱과 채권 인수에 대한 사업 참여를 전면 중단한 것이다.

환경과 지역사회 파급력 분석해 친환경 투자


▎2018년 12월, KB금융그룹과 교육부의 협약을 바탕으로 설치된 충남 홍성초등학교의 ‘제1호 초등돌봄교실’ 개관식에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왼쪽 셋째)과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오른쪽 셋째)이 참석했다. / 사진:KB금융그룹
KB금융의 ESG 경영 행보에 대해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윤 회장이 코로나19 이전 해외 투자설명회(IR)를 직접 돌며 외국 주주와 활발한 소통을 이어오고 일찌감치 ESG를 중시하는 흐름을 체감했었기에 속도감 있게 ESG 위원회 신설이나 탈석탄 금융 선언과 같은 행보를 진행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KB금융의 ESG를 향한 행보, 특히 환경 부문에서의 선도적 움직임은 오래전부터 시작됐다. KB금융은 지난 2007년부터 KB국민은행을 통해 태양광, 풍력, 고형폐기물 연료 등 다양한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의 금융자문 및 신디케이티드론 주선 역할을 활발히 수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업으로는 제주한림해상풍력, 해남 솔라시도 태양광발전, 영암 태양광발전사업 등이 있다.

신재생에너지라고 해서 무조건 투자에 나서는 것은 아니다. 영암 태양광발전사업의 경우 먼저 내외부 전문가를 통해 환경·사회 영향을 면밀히 파악하는 작업을 선행했다. 이후 화석에너지 사용 저감 및 신재생에너지 생산, 일자리 창출, 관광상품 개발 등에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통해 자금을 지원했다. ESG 기반 투자·대출 수행의 바람직한 모습이다.

지난해 6월 완공된 국내 최대 규모의 해남 솔라시도 태양광발전소도 비슷한 사례다. 총 사업비 3440억원이 투입된 이 프로젝트에 KB국민은행은 3260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신디케이티 트론과 KB 신재생에너지 펀드를 통해 투자했다. KB금융의 전폭적인 지원이 없었다면 축구장 190개 크기의 솔라시도 발전소를 3년 안에 완공하는 것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주민과 공유해 지역 경제에 이바지한다는 점도 KB금융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친환경 투자를 통해 깨끗한 에너지 생산과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일거양득 효과를 거두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환경을 고려하는 금융을 통해 우리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창출하고 있는 KB금융의 2019년 친환경 투자·대출 잔액은 7조1964억원, 친환경 상품까지 포함하면 약 11조원에 이른다.

KB금융은 내부적으로는 ESG 경영의 일환으로 ‘필(必) 환경 캠페인’을 실천하고 있다. ▷복사용지 줄이기 ▷플라스틱 없애기 ▷에너지 절약하기 등 3대 테마가 중심이며 특히 복사용지 줄이기가 캠페인의 핵심 추진 과제다.

‘필(必) 환경 캠페인’이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는 것은 KB금융 관계자들에게 확인할 수 있다. KB금융의 한 고위관계자는 “윤종규 KB금융 회장 주재 회의 때 두꺼운 수첩과 펜 대신 태블릿 PC만 들고 들어가는 것이 이젠 일상이 됐다. 메모해둔 것을 검색으로 쉽게 찾을 수 있고 무엇보다 직급 고 하를 떠나 그룹 전체가 ESG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는 기분”이라고 말한다.

일선 현장에서도 종이 사용을 최대한 자제하는 분위기다. 전자 보고와 결재는 기본이고 PC에서 프린트 출력 버튼을 누르면 ‘인쇄가 꼭 필요하신가요, 비대면 보고는 어떨까요, 양면/다면 인쇄는 설정하셨나요’라는 안내 문구가 뜨도록 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기도 했다.

종이통장 안 만들면 우대 이율… 몽골에 숲 조성


▎KB금융그룹의 친환경 투자가 시행된 영암 풍력 및 태양광 발전시설. / 사진:KB금융그룹
친환경을 향한 KB금융의 노력은 임직원에게 국한되지 않는다. KB국민은행의 ‘필(必) 환경 캠페인’ 중 하나인 ‘그린 웨이브(Green Wave)’는 고객도 친환경 캠페인에 자연스럽게 참여하도록 유도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세먼지 저감 활동 차원에서 2019년 출시된 KB국민은행의 ‘KB맑은 하늘적금’의 경우 가입 시 종이통장 발행하지 않기, 비대면으로 가입하기, 대중교통 이용하기, 만기 전까지 미세먼지 관련 퀴즈 모두 맞히기 등 일상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맑은 하늘을 위한 4가지 미션’을 수행하면 최고 연 1.0%를 우대 이율로 제공한다. 환경을 보호하면서 우대이율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에 맑은하늘적금은 올 1월 말 기준 누적 64만8000좌를 기록했다. KB국민은행은 여기에 고객이 가입한 적금 한 계좌당 기부금 1000원을 조성했다. 이렇게 모인 기부금은 미세먼지 발원지인 몽골과 국내에 ‘KB 국민의 맑은하늘 숲’을 만드는 데 쓰였다.

‘KB맑은하늘’에 이어 2020년에는 ‘KB맑은바다’ 패키지도 선보였다. KB맑은바다 공익신탁은 상품에 가입하는 고객이 은행에 내는 신탁 보수의 10%를 고객 명의로 기부하는 상품이다. 두 달 만에 1억원이 조성됐고 KB국민은행도 고객의 기부금과 동일한 매칭 그랜트 방식으로 1억원을 기부해 기부금 총 2억원을 조성했다. KB맑은바다적금은 해양쓰레기 줄이기 활동 동참, 종이 통장 미발행 등 친환경을 실천하면 우대금리 혜택을 주는 특화상품이다. 적금 한 계좌당 5000원이 적립됐고 은행 기부금을 더해 기부금 1억원을 만들었다. 지난해 6월 출시 이후 올 1월 말 기준 누적 가입 2만7000좌를 기록했다.

KB국민은행은 KB맑은바다 금융상품으로 조성한 기부금 3억원을 지난해 12월, 세계자연기금(WWF)에 전달했다. 이 기부금은 해양쓰레기 수거, 제주도 양식장 환경개선 사업에 사용될 예정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친환경과 연계시킨 금융상품 개발에 그치지 않고 실적에 따라 기부금을 출원해 가시적인 환경 개선 활동에 나서는 모습은 금융권에서 단연 돋보이는 행보”라고 평가한다.

KB금융은 우리 사회가 지속가능한 발전을 하기 위해서는 미래 세대의 건강한 성장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미래 세대 육성’은 평소 윤종규 회장이 강조하는 ‘세상을 바꾸는 금융’과 크게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를 위해 KB금융은 2008년 지주회사 설립 이래로 아동과 청소년이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꾸준히 펼치고 있다. ‘온종일 돌봄 체계’ 구축이 대표적이다. KB금융은 2018년 교육부와 온종일 돌봄체계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KB금융이 2022년까지 초등돌봄교실과 국공립 유치원 신·증설 등에 매년 150억원씩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KB금융은 2018년 말 충남 홍성에 첫 돌봄교실을 열었다. 홍성초등학교 돌봄교실은 일반 교실 구성에서 벗어나 독서 공간과 놀이 공간 등 아이들의 창의력과 감성을 키울 수 있도록 구성됐다. 2019년 3월에는 서울 장위동에 장위초등학교 병설유치원을 개원했다. 최대 어린이 60여 명이 다닐 수 있는 이 유치원은 5~7세 반과 특수반 등 4개 학급으로 구성됐다. 지난 2년간 KB금융이 지원해 신규로 조성한 돌봄교실은 689개, 국공립 병설유치원은 287개에 이른다. 혜택을 본 어린이는 2만여 명에 이른다.

10여 년간 이어지고 있는 ‘KB굿잡’ 프로그램은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KB굿잡을 통해 제공된 일자리 정보는 6만3500여 건에 달하며, ‘KB굿잡 취업박람회’를 통해 연결된 일자리는 1만7400여 건이다. 명실상부 민간기업이 주관하는 국내 최대규모의 취업 박람회로 자리매김했다.

녹색금융 선도해 리딩 금융그룹 지위 되찾아


▎2020년 4월, KB금융 윤종규 회장(오른쪽 둘째)과 KB국민은행 허인 은행장이 점심 후 착한 소비 운동에 동참하고 있는 모습. / 사진:KB금융지주
코로나19가 휩쓸었던 지난해, KB금융의 사회적 역할이 두드러졌던 것은 가장 크게 타격을 입은 소상공인의 시름을 덜어준 부분이다. KB금융은 그룹 소유 건물 입주 소상공인에게 임대료를 감면해주는 ‘착한 임대인 운동’과 함께 소상공인의 물품과 서비스를 미리 결제하는 ‘착한 소비 운동’에 동참한 바 있다. KB국민은행 여의도 본점 인근 영세 식당을 대상으로 총 3억원 규모 선결제를 했던 것. 윤 회장은 지난해 4월 직접 ‘착한 소비 운동’에 함께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많은 기업이 ESG 경영에서 가장 애로점을 호소하는 부문이 바로 지배구조(Governance)지만 KB금융은 무풍지대다. KB금융은 견제와 균형을 통해 이사회의 안전성을 유지하고 있다. 이사회 9명 중 7명을 사외이사로 둬 경영진을 견제하는 역할을 맡기고 있다. 사외이사 7명은 재무, 회계, 경제, 소비자 분쟁 등 각각의 분야에서 전문가로 전문성과 다양성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권선주 전 기업은행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면서 이미 최명희 사외이사 1명을 두고 있는 KB금융지주는 국내 금융지주회사 중 최초로 여성 사외이사 2인을 보유하게 됐다. ESG 경영을 강조하면서 이사회 다양성 추구를 중요한 과제로 삼고 여성 사외이사 선임을 늘려온 결과였다.

이 같은 ESG에 대한 적극적인 책임 이행 노력을 국내외에서 높게 평가받고 있다는 것이 KB금융그룹 측의 설명이다. 실제 KB금융지주는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DJSI)’ 5년 연속 World 지수 편입, ‘2019 및 2020 블룸버그 양성평등지수’ 국내 기업 최초로 3년 연속 선정된 바 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국내 900여 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기업지배구조 및 사회적 책임에 대한 평가 등급을 부여하는 ESG 평가에서는 지난해 국내 금융사 중 유일하게 환경(E)·사회(S)·지배구조(G) 전 부문에서 등급을 받는 동시에 ESG 최우수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오윤진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 연구원은 “KB금융그룹의 ESG 위원회는 이사회 전원이 지속가능경영위원회의 구성원으로 참여해 활동하고 있고, 설치된 지 1년이 안 되는 짧은 위원회 운영 기간 동안 지속가능경영과 관련해 ‘탈석탄 금융’과 같은 선도적인 활동을 이행했다”면서 “최근 국내 상장기업 중에서 가장 적극적인 형태의 지속가능경영위원회 운영을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KB금융 관계자는 “이사회 내 ‘ESG 위원회’를 신설한 것은 KB금융의 ESG 경영이 단순 구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이고 강력한 실천 의지를 갖추고 있음을 의미한다”며 “이사회를 중심으로 모든 임직원이 한마음으로 노력해, 시장과 사회에서 인정받는 ESG 경영 선도 금융그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종규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글로벌 환경보호 캠페인 ‘RE100’의 선제적 가입을 통해 2050 탄소 중립을 실현해나가고, 친환경 상품·투자·대출 규모를 확대해 녹색 금융을 선도하는 등 금융 산업 내 그린 리더십을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KB금융은 2017년 이후 3년 만에 리딩 금융그룹의 지위를 되찾아왔다. 윤 회장의 ‘그린 리더십’을 바탕으로 ESG 경영을 발판 삼아 대한민국 금융을 선도하는 모습을 2021년에도 기대해본다.

- 허인회 월간중앙 기자 heo.inhoe@joongang.co.kr

202103호 (2021.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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