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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복거일 소설 ‘이승만’ | 물로 씌여진 이름(제1부 광복) 

제20장 아우슈비츠(6) 

독일의 점령지 주민 박해가 심해질수록 저항의 불꽃은 들불처럼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숨죽이고 살아왔던 유대인들에게도 저항 정신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1943년 유럽 최대 유대인 수용구역인 바르샤바 게토에서 유대인들은 압제자의 군대에 맞서 무력 투쟁의 깃발을 올렸다.
독일 정부가 군대와 경찰을 동원한 일제검거(roundup)를 통해서 점령지의 주민들을 강제 노역에 동원한 것은 독일의 점령 통치를 받는 사회들에 큰 충격을 주었다. 그래서 일제검거가 심했던 나라들에선 그런 일제검거를 가리키는 낱말이 나왔다 - 폴란드어의 łapanka, 러시아의 oblava, 프랑스어의 rafle/attrapage, 네덜란드어의 razzia, 체코어의 lapanka, 그리스어의 bloko, 그리고 세르비아어의 lapanje.



이런 사정은 독일 정부의 유대인 박해를 뜻하는 낱말이 따로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과 대비된다. 동유럽에서 전통적으로 유대인 학살을 가리킨 말인 pogrom과는 다른 말이 필요해지자, ‘번제(燔祭: burnt offering)’의 뜻을 지닌 holocaust가 미국에서 더러 쓰였을 따름이다. (holocaust는 1978년에 미국에서 동명의 텔레비전 연속극이 방영되면서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 자신들도 holocaust의 희생자라고 주장하는 비유대인 집단이 늘어나자, 유대인들은 holocaust 대신 ‘파괴’라는 뜻을 지닌 히브리어 shoah를 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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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호 (2021.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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