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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2021 한국 자영업 ‘엑소더스' 

연명 치료식 지원 말고 고용시장으로 끌어들여야 

자영업자 “상가임대차보호법 이미 실효성 상실, 매년 임대료 5% 인상 우려돼”
코로나19로 의도치 않은 구조조정 … ‘자영업자 재취업 지원 협의체’ 구성 필요


▎서울 강남대로 일대 폐업한 상점에 임대 현수막이 걸려 있다.
"폐업하고 보니 보증금 3억원 가운데 손에 쥐어진 것은 달랑 2000만원이다. 지난해 임대료를 못 내 보증금의 절반가량인 1억5000만원이 까이고 원상복구 비용이 6000만~7000만원이었다. 기존 대출까지 갚고 보니 2000만원이 남더라. 그런데 폐업 지원금은 고작 50만원이다. 밤낮없이 일해 고용 창출해서 알바생들에게 인건비 주고 고용주에게 월세 주고 남은 건 폐업이다. 앞으로 자영업은 희망이 없다.” 최근 강남에서 폐업한 한 자영업자의 얘기다.

한국 자영업자들이 역대급 ‘고난의 행군’을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19는 자영업자에게 재앙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자영업의 위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 예견된 것이라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한 집 건너 치킨집, 편의점, 카페’라는 말처럼 생계형 창업이 포화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도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출범 이후 코로나19 확산 이전까지 여섯 차례에 걸쳐 관계부처 합동 대책을 내놓은 바 있다. 2017년 7월 중기부 단독으로 추진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소상공인 및 영세중소기업 지원대책’을 시작으로 ▷소상공인·영세중소기업 지원대책 이행상황 점검 및 보완대책(2018년 1월) ▷저소득층 일자리·소득지원 대책(2018년 7월)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대책(2018년 8월) ▷자영업 성장·혁신 종합대책(2018년 12월) ▷소상공인 자생력 강화 대책(2019년 9월) 등이다. 이 안에는 ▷일자리안정자금 ▷사회보험료 등 지원 ▷카드수수료 인하 ▷지역사랑상품권·온누리상품권 발행 확대 ▷상권 르네상스 사업 등 여러 대책이 동시에 진행됐다.

“상가임대차보호법, 환영하지만 골든타임 지났다”


▎2018년 8월,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대책 당정협의가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코로나19 이후에도 지원은 계속됐다.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정부가 선별 지급한 지원금의 총합은 14조1350억원(2차 3조2000억원+3차 4조1000억원+4차 6조7350억원)이나 된다. 막대한 재원을 들인 3차례 선별 지급에도 불구하고 논란과 불만이 반복되고 있는 건 자영업 문제의 핵심을 건드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임대료·인건비·재료비 등 날로 늘어나는 고정비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지 못한 채 ‘언 발에 오줌 누기’식 연명 치료형 대책만 쏟아낸 격이었다.

코로나19 이전에도, 그리고 이후에도 자영업자에게 가장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이 임대료다. 급격히 인상된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게 된 기존 소규모 상인들이 지역을 떠나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기도 했다. 이에 정치권은 2018년 9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하 상임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며 임대료 안정을 유도했다. 상임법 개정안에는 계약갱신청구권 기한을 기존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고,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 보호기간도 기존 ‘계약 종료 전 3개월’에서 ‘계약 종료 전 6개월’로 연장했다. 또한 권리금 보호 대상에 재래시장을 포함시켰고, 소유 건물을 5년 이상 장기 임차하는 임대사업자의 소득세·법인세를 5% 감면하는 등 건물주 권리를 보호하는 방안도 담겼다.

상임법 개정 당시 가장 뜨거운 감자는 ‘계약갱신청구권 연장(5년→10년)’이었지만 법 시행 이후 현장에서는 또 다른 문제가 일어나고 있었다. 바로 9%에서 5%로 낮아진 ‘상가임대료 인상률 상한’이다. 외식업 계통에서만 20년간 아르바이트생, 직원, 점장을 거쳐 프랜차이즈 본부를 창업한 이승현 ‘롱타임노씨’ 대표는 “상임법은 자영업자에게 꼭 필요했고, 통과된 것은 다행”이라면서도 “하지만 실효성을 따지기에는 골든타임이 너무 지났다”고 말한다. 이미 임대료 자체가 오를 만큼 오른 상태라 5% 상한선이 있어도 부담이 높다는 지적이다.

과거에는 2~3년마다 계약을 하거나 때로는 자동갱신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상임법 통과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고 한다. 건물주 입장에서는 건물의 미래가치를 상승시키는 방법 중 하나가 임대 수익의 증가다. 그러려면 임대료를 올려야 하는데 상임법 개정 이후 최대 인상률이 5%로 제한돼 있기에 ‘5% 인상’을 당연하게 요구한다는 얘기다. 홍대 인근에서 매장을 운영하는 A씨는 “그나마 코로나19 때문에 자영업자가 힘들어하니 임대료 인상에 눈치 보고 있지만 진정 국면에 접어들면 매년 임대료를 5%씩 올리겠다는 곳이 우후죽순 나타날 것”이라며 “규모가 큰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자영업자의 경우 올라가는 임대료에 몇 년이나 더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한다.

여기에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상가 공실률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20년 4분기 전국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평균 12.7%를 기록했다. 전 년 같은 분기(11.7%) 대비 1.0%p 상승했다. 이태원 상권의 중대형 상가 공실률이 26.7%에 달했고, 외국인 관광객 급감 영향을 받은 명동이 22.3%, 주요 기업의 오피스가 몰려 있는 광화문이 15.3%로 높은 수준이었다.

높은 상가 임대료는 대기업도 고개를 내젓는다. 일명 ‘스세권(스타벅스+역세권)’이라 불렸던 곳에서 스타벅스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이승현 대표의 얘기다. “인근 지하철역 근처 메인 자리라고 불렸던 곳에 스타벅스가 2~3년 정도 운영하다 최근 재계약을 하지 않고 떠났다. 지금 나와 있는 시세가 보증금 3억원에 월세 2000만원이다. 유동인구가 많은 지하철역 주변이지만 대기업인 신세계 직영으로만 운영되는 스타벅스조차도 수익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한 것 아니겠는가. 대기업조차 혀를 내두르고 나가는 것이 지금 상가 임대료의 현실이다.”

임대료 5% 이상 못 올리게 했지만 사각지대 많아


사각지대에 놓인 자영업자도 있다. 복합쇼핑몰 입점 형태인 위탁경영 방식이나 전대차(轉貸借) 형식으로 계약을 맺은 자영업자는 상임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고액 임차인’의 경우에도 상임법은 그림의 떡이다. 상임법은 서울의 경우 환산보증금 9억원을 초과하는 ‘고액 임차인’은 5% 증액 제한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다. 월세가 1000만원인 임차인이 500만원 인상을 요구받더라도 손쓸 방도가 없다는 뜻이다. 지난해 9월 통과된 상임법을 통해 보장된 ‘차임감액청구권’도 9억원 초과 고액 임차인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대형 프랜차이즈 법무팀장 출신 박성채 변호사는 “복합쇼핑몰 상인들의 경우 상임법 적용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권리금 등을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임대료 법정 한도 이상 인상 시 제대로 된 제재방안이 없어 실효성이 낮다는 문제점이 있다”고 말한다.

청와대도 이러한 현실을 잘 알고 있다. 지난 2월, 청와대 국민청원 답변자로 나선 인태연 청와대 자영업비서관은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코로나19로 가장 큰 부담을 느끼고 있는 부분이 임대료”라며 “방역 조치로 가게 문을 닫았거나 매출이 크게 줄었는데도 임대료는 그대로 부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임대료 문제에 대해 정부는 적극적인 지원 정책을 추진해왔다. 공공기관이 솔선수범하여 임차 소상공인의 임대료를 인하하고, 소상공인 임대료를 인하한 임대인의 세금을 감액해주는 조치를 올해 6월까지 연장했다”고 밝혔다.

이에 더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소상공인이나 중소기업이 ‘집합금지’ 명령을 받을 경우 그 기간 임대인이 임대료를 청구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이른바 ‘임대료 멈춤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그러자 임대인과 임차인 간의 사적 계약에 국가가 개입할 경우 재산권 침해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박 변호사는 역시 “고정적인 임대료나 프랜차이즈의 경우 가맹본부에 지급하는 로열티 등을 줄일 수 있는 법적 제도나 지원이 있다면 도움이 되겠지만, 실질적으로 쉽지 않은 문제”라고 말한다.

자영업자에게 임대료 다음가는 부담은 인건비다. 최저임금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실시한 2018년 적용 최저임금 심의 당시 전년 대비 16.4% 인상이 결정되면서 가파른 오름세를 보였다. 그러나 그 뒤로 최저임금 인상률은 2019년 적용(10.9%), 2020년 적용(2.9%), 2021년 적용(1.5%) 순으로 낮아졌다. 올해 최저임금은 8720원이다.

자영업자들은 최저임금의 급속한 인상이 영업에 막대한 지장을 주고 있다고 성토한다. 강남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B씨의 얘기다. “업종 특성상 야간 영업은 필수적이라 밤 10시가 넘어가면 시급의 1.5배인 야근수당까지 챙겨줘야 한다. 그렇다면 알바생 한 명에게 시간당 1만3000~4000원을 줘야 한다. 하루에 6~7시간 일하는 알바생들은 10만원 가까이 벌고 한 달에 300만원도 가능하다.” B씨는 업종별 영업 시간대를 따져 야근수당 차등화 등 세세하게 기준을 나눠야 한다는 입장이다.

“수조원 지원? 주위에 대출받은 사람이 없다”


▎지난해 10월, 국회 본회의에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지난 3월 8일 발표한 ‘2020년 최저임금 미만율 분석결과’에서 지난해 최저임금을 받지 못한 노동자의 비중이 2019년(16.5%)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높은 15.6%(319만 명)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최저임금 수준이 높아 소상공인 등이 이를 감당하기 어려워한다는 취지다.

자영업자들은 골칫거리인 인건비 문제 해결을 위해 최저임금 동결은 당연하고 주휴수당 문제도 해결해 달라고 주장한다. 주휴수당은 주 15시간 이상 일하는 근로자가 주 5일 연속으로 일했을 때 근로자에게 하루 치 수당을 더 주는 제도로 전 세계에서 한국과 터키에만 존재한다. 현 최저임금에 20%를 더하는 효과가 있다. 이렇다 보니 소상공인들은 아르바이트 직원들의 근무 일자를 나누는 ‘알바 쪼개기’를 많이 하고 있다.

마포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C씨의 하소연이다. “주휴수당은 최저임금이 낮을 때 보전 개념으로 생겨난 것으로 알고 있다. 요즘 사장님들은 과거와 다르게 4대 보험에도 가입하는 걸 당연하게 여기고 퇴직금도 준비한다. 이런 상황에서 이제는 최저임금 자체가 적지 않기 때문에 주휴수당만은 없애줬으면 좋겠다.”

정부가 자영업자를 위한 다양한 대책을 내놓았지만 이를 체감하는 자영업자는 많지 않다.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에 대해 자영업자들은 탁상행정을 가장 큰 이유로 꼽는다. 이승현 ‘롱타임노씨’ 대표는 “자영업 정책을 수립하는 관료들이 현장을 모른다. 수차례 정부 정책이 나왔지만 공과금 등 전체 운영비의 5% 이내 비용을 지원하다 보니 살림살이가 나아진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강남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B씨는 정부의 지원 대책이 탁상행정이라는 것이 코로나19 국면에서 여실히 드러났다고 비판한다. 그는 “코로나19 전에도 5인 이상 직원을 두고 있으면 정부 지원이 많지 않았다. 월 임대료가 1000만원인데 100만~200만원 지원해준다고 도움이 되겠는가?”라고 반문한다. “정부에서 수조원을 풀었다고 하는데 주위에 대출받은 사람이 없다. 자영업자는 빚을 내겠다고 하는데 1000만~2000만원 대출받기도 힘들다. 지금 정치권에서 거론되는 손실보상까지도 바라지 않는다. 저리가 아니어도 괜찮다. 1억이든 2억이든 정부에서 장기 대출 보증을 서주면 버틸 수가 있다. 나중에 갚을 테니 대출이라도 여유 있게 해줬으면 한다. 그래야 이 시기를 버티고 재기할 수 있지 않겠나.”

수차례 소상공인·자영업자 종합대책이 나오고 수조원대의 지원책을 쏟아졌지만, 자영업자가 체감하지 못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자영업 규모가 워낙 방대하기 때문이다. 수조원이라는 큰 파이를 수백만 명에게 나눠줘야 하므로 파급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결국은 자영업의 절대적인 규모가 줄어야 정부 지원이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곧 자영업의 구조조정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는 얘기다.

공급과잉에도 문 대통령 “구조조정은 틀린 얘기” 딴소리


▎부산 북구 덕천역 사거리 일대에 북부산상인회(가칭)가 준비한 임대료 인하 호소 현수막 80여 개가 내걸려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고 수준의 자영업 비율(25%)을 낮춰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자영업자의 성공 신화로 평가받는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는 2018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외식업을 중심으로 한 자영업 위기의 원인은 공급과잉에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말 죄송한 얘기지만 외식업 창업을 쉽게 할 수 없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자율적으로 사업을 접을 때까지는 뭔가 좋은 결말을 만들어줘야 하는 게 도리라고 생각하지만 한편으로는 쉽게 들어오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민주당의 외곽 싱크탱크인 더미래연구소가 지난해 5월 발표한 ‘2020 대한민국 자영업 보고서’에도 비슷한 내용이 나온다. “우리나라 자영업 중 특히 소매업이나 음식업 종사자는 지난 20년간 이미 구조적으로 몰락해오고 있다.(중략)영세 자영업자의 경우 유동성 지원을 받는다고 해도 현재 상황을 역전시키거나 이전 수준으로 매출을 회복할 수 있는 확률은 낮다. 따라서 초저금리 대출을 통해 사업을 이어간다고 해도 결국 빚을 갚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 정부의 자영업자 지원 대책이 오히려 신용불량자 양산을 초래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연명 치료식 지원은 오히려 영세 자영업자를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 수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해당 보고서에는 문재인 정부에서 금융감독원장을 지낸 김기식 더미래연구소 소장도 참여했다. 실제로 코로나19 이전부터 자영업자의 대출 문제는 꾸준히 제기돼왔다. 나이스(NICE) 리서치센터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10월 기준 개인사업자 대출 시장은 전년 대비 1% 증가율을 보였는데, 이는 4% 증가율을 보인 가계대출 시장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정반대 시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18년 12월 자영업자 종합대책 보고 때 문 대통령이 “자영업자가 과잉상태라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 것은 틀린 얘기”라고 말했다는 것이 뒤늦게 알려진 적이 있다. 당시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우리나라에 자영업자가 많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가 존재하고 그분들이 산업 발전을 시킨 측면이 많았는데, 인위적으로 구조조정을 한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과잉의 원인을 자영업자에게 온전히 돌릴 게 아니라 자영업 산업 전체의 과잉을 구조적으로 어떻게 보고, 산업 생태계의 균형을 어떻게 바로잡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라고도 했다.

직업훈련 등 자영업자 재취업 지원정책 강화해야


▎서울 종로구 소상공인 시장진흥공단 서울중부센터에서 직원들이 소상공인 버팀목 자금(3차 재난지원금) 신청을 돕고 있다. / 사진:뉴시스
그러나 의도치 않게 자영업은 이미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바로 코로나19 때문이다. 지난 2월 통계청이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연평균 자영업자 수는 총 553만1000명을 기록했다. 이는 1994년(537만6000명)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자영업자 수는 통계작성이 시작된 1960년대 이후 지속해서 증가하다 2002년(621만2000명) 정점을 찍은 후 하향세다. 지난해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자영업자가 7만5000명이나 줄었다. 2018년 4만4000명, 2019년 3만2000명에 이어 3년째 감소다.

자영업자 감소는 긍정적인 신호이지만 내용은 좋지 않다.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가 1년 전보다 16만5000명이 줄어든 137만2000명으로 기록됐기 때문이다. 이는 외환위기 당시였던 1998년 24만7000명 감소 이후 22년 만에 최대 감소다. 반면 고용원이 없는 1인 자영업자의 수는 9만 명 늘었다. 증가 규모로 따지면 2001년 10만2000명 이후 19년 만에 가장 많이 늘어난 수치다. 반면 대출은 대폭 늘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자영업자 대출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 386조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47조5000억원(12.3%) 늘었다. 결국 매출이 급감하는 상황에서 고용은 줄이고 대출로 버티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자영업자를 고용시장으로 끌어들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앞서 언급한 더미래연구소 보고서에서도 “자영업 대책 수립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전제돼야 할 점은 자영업 종사자들을 최대한 임금노동 시장으로 흡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자영업자 비율을 낮추지 않으면 문제가 될 것”이라며 “폐업 지원이나 이미 폐업한 자영업자에 대한 출구 전략이 없기 때문에 이들이 또다시 창업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한다. 윤 교수는 “기존 소상공인 폐업 지원 정책은 법·행정적 지원과 재창업 지원 중심”이라며 자영업자의 재취업 지원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소상공인지원센터 내 하위 부서 수준으로 존재하는 재기지원센터를 재취업센터로 확대해야 하고 관련 부처와 협회, 고용서비스 관계기관, 직업훈련기관, 인력 수요처 등이 참여하는 ‘재취업 지원 협의체’ 구성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그는 “단기적으로는 자영업자들을 정부에서 제공하는 공공 일자리 부분에 배치하고 중장기적으로 소상공인의 경험을 살릴 수 있는 중소기업, 비영리 단체, 공공기관 등 인력수요처를 발굴, 이직과 전직이 가능한 경로와 모델을 제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미래산업 수요를 고려해 성장 가능성이 있는 분야 중심으로 직업 훈련을 강화하는 식의 종합적인 일자리 창출이 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 허인회 월간중앙 기자 heo.inhoe@joongang.co.kr

202104호 (2021.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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