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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 정국 ‘태풍의 눈’ 된 윤석열의 진로 

당분간 제3지대서 활동… 범야권 선거 도우미로 깜짝 등장할 수도 

부족한 ‘정무 감각’ 보완 위해 양정철 같은 핵심 참모 절실
공무원 마인드는 한계… 비문 인사와 정계개편 나설지 관심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3월 4일, 직원들과 인사를 나눈 뒤 꽃다발을 들고 대검찰청 청사를 나서고 있다.
'윤석열 돌풍’이 거세다. 바람은 이유 없이 불지 않는다. 왜 윤석열일까? 실망감이 켜켜이 쌓인 탓이다. 과거 어떤 정권보다 기대감이 컸던 터다. 촛불 혁명으로 만들어진 정권인 까닭이다. 국민은 문재인 정부를 자신의 분신이라 생각했다. 촛불 혁명 기간 가장 많이 인용된 것이 바로 헌법 제1조2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도 2017년 4월 3일 민주당 대선후보 수락 연설문에서 이렇게 외쳤다. “국민이 집권해야 정권교체다! 국민의 삶이 달라져야 새로운 대한민국이다! 시대를 바꿔라! 정치를 바꿔라! 경제를 바꿔라! 문재인, 그 명령을 받들어 국민대통령 시대를 열겠습니다.(중략) 이제, 정치의 주류는 국민이어야 합니다. 권력의 주류는 시민이어야 합니다. 그래서 국민이 대통령입니다. 대한민국은 헌법 제1조의 정신으로 가야 합니다.” 문 대통령이 ‘국민대통령 시대’를 열었다면, 윤석열은 절대 뜨지 않았을 것이다.

검찰총장 사퇴 직후인 지난 3월 5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실시한 차기 대권주자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윤 전 총장은 32.4%로 1위를 차지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24.1%로 2위,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14.9%로 3위였다(이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응답률은 6.1%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와 한국사회여론연구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3월 6~7일 리얼미터가 [문화일보] 의뢰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윤 전 총장은 28.3%로 1위를 기록했다. 여기에서도 이재명 지사는 22.4%로 2위, 이낙연 대표는 13.8%로 3위였다(이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응답률은 4.7%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와 리얼미터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3월 6~8일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윤 전 총장은 29.0%로 1위를 차지했다. 이재명 지사는 24.6%로 2위, 이낙연 대표는 13.9%로 3위였다. 3개 여론조사 결과가 동일하다. 어쩌다 1위가 아니라는 뜻이다. 더욱이 3개 모두 2위를 오차범위 밖으로 따돌렸다.

“정무 감각 없다”는 尹, 오히려 국민이 선호할 수도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7월 청와대에서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윤 총장 부인 김건희 씨 등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이번 여론조사 결과는 하락했다가 재상승한 것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정치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확산하면서 한때 1위를 찍었던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은 2위 또는 3위로까지 떨어졌다. 그랬다가 총장직 사퇴로 차기 대선 출마 가능성이 커지면서 급상승했다. 바닥을 다지고 올라온 형국이다. 윤 전 총장이 공개적으로 ‘절대 불출마’를 선언하지 않는 한, 이 지지율은 쉽게 꺼지지 않을 것이다. 윤 전 총장이 본격적인 정치 행보에 나서면 오히려 더 상승할 가능성마저 없지 않다. 여전히 출마 여부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지지자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 지지율이 꺼질 경우는 단 2가지뿐이다. ‘불출마 선언’과 ‘결정적 악재’다. 윤 전 총장에게도 악재는 존재한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갈등을 벌였을 당시 민주당 쪽에서 집중적으로 제기한 부인과 장모 관련 의혹이 대표적이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 수사2부는 현재 윤 전 총장 부인 김건희씨가 대표로 있는 코바나컨텐츠의 불법 후원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이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는 지난해 12월 윤 총장의 장모가 연루된 경기 양주시 추모공원 사업권 의혹 사건과 관련해 경찰에 보완 수사를 요청한 상태다.

윤 전 총장과 대립각을 세운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수사에는 아직 별 성과가 없는 것으로 알려진다. 추미애 전 장관은 지난해 10월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이들 사건을 윤 총장에게 보고하지 말고 서울중앙지검이 수사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향후 수사에 진전이 있거나 의외의 큰 건이 불거진다면 그것이 바로 ‘결정적 악재’일 것이다.

또 다른 ‘결정적 악재’는 정치활동 과정 중 발생할 돌발 사건이다. 윤 전 총장은 정치 경험이 전무하다. 2019년 10월 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에 출석해 스스로 정무적 감각이 없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경험도 없고 감각도 없다면 정치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반적 판단이다.

정무적 감각을 타고난 사람이 있긴 하다. 그런 경우를 제외하면 결국 만들어가야 하는데, 문제는 그것이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국민은 오히려 정무적 감각이 없는 윤석열을 선호할지도 모른다. 정치적으로 너무 때가 묻은 인물보다는 새로운 인물이 차라리 낫다고 여길 것이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문재인 대통령도 정무적 감각이 뛰어난 인물이 아니다. 이 경우에는 참모를 잘 둬야 한다. 윤석열에게도 양정철 같은 참모가 있다면, 대통령이 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이야기다. 그런 점에서 윤 전 총장이 향후 대선 캠프 핵심 참모를 어떻게 구성할지가 의외로 중요한 변수로 부상하게 될 것이다. 핵심 참모진을 잘못 선택해 경기를 제대로 뛰어보지도 못하고 중도 포기한 사례도 적지 않다. 윤 전 총장의 모델로 거론되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의 경우도 여기에 해당한다.

尹 동의만 하면 지지자 규합해 5월 창당도 가능?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2017년 1월 12일 인천공항 입국장에서 환영인파에 둘러싸여 있다.
윤석열 전 총장은 앞으로 어떤 경로를 택할까? 첫째, 기성 정당에 입당하는 길이다.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1차 대상은 국민의힘이다. 여기에도 난점(難點)이 없진 않다. 윤 전 총장도 원해야 하지만 국민의힘도 환영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 시절 악연 때문이다. 윤 전 총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3년 국가정보원 댓글 조작 사건을 원칙에 따라 수사했다가 여주지청장으로 좌천된 경험이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 패배 이후 일련의 혁신 과정을 통해 박근혜 정부는 물론 이명박 정부 시절의 과오와 단절을 시도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020년 12월 15일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이 사법처리된 것과 관련해서 공식적으로 대국민 사과를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당내 친박계와 친이계 정치인은 지난 정권과 인연을 쉽게 끊어내질 못한다. 두 전직 대통령을 대변하듯 사면 요구를 앞장서 제기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런 상황이라면 윤 전 총장으로서는 입당을 주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실제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3월 10일 한 방송에 출연해 이렇게 지적했다. “당 일각에서 박근혜·이명박 정권 때 있던 일을 적폐청산으로 무리하게 수사했다고 아주 강하게 비판하는 분들도 있다.” 윤 전 총장이 원하더라도 입당이 녹록지 않을 것임을 예고한 대목이다. 물론 입당할 때를 대비해 미리 견제구를 날린 것에 불과한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둘째, 제3지대에서 통합 신당을 창당하는 길이다. 국민의힘 입당을 미루고 일단 제3지대에서 활동하는 방안이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당시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가 택한 방안이기도 하다. 안 대표는 당시 시민후보를 자처한 박원순 전 시장에게 양보했다. 이후 박 전 시장은 박영선 민주당 후보, 노규엽 민주노동당 후보와 단일화 경선을 거쳐 범야권 단일후보로 최종 결정됐고 서울시장에 당선될 수 있었다.

당시 안 대표가 양보하지 않았더라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안 대표가 서울시장에 당선됐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윤 전 총장은 이런 학습효과를 바탕으로 안철수와 같은 듯 다른 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끝까지 양보하지 않고 주도권을 쥐고 가는 방식이다. 안 대표가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범야권 단일후보로 결정되고 국민의당 기호 4번으로 출마해 당선된다면, 윤 전 총장의 입지는 훨씬 더 넓어진다. 차기 대선을 앞두고 범야권 정계개편 요구가 거세질 것이기 때문이다. 범야권 정계개편은 당연히 유력 대선후보를 중심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은 물론 국민의당까지 견인해 통합 신당 창당의 길로 이끌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다.

셋째, 독자 신당을 창당하는 길이다. 지지자들을 규합해 ‘윤석열당’을 만드는 방안이다. 이미 활동 중인 ‘윤사모(윤석열을 사랑하는 모임)’ 측은 회원이 2만 명이라고 주장한다. 벌써 각 지역구 책임자까지 정한 까닭에 윤 전 총장의 동의를 받으면 오는 5월 창당도 가능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윤 전 총장의 대중적 호응도를 고려하면, 비단 이 조직이 아니더라도 윤 전 총장 핵심 측근들이 주도하는 정당 조직 창설이 힘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 메시지 정치 통해 이슈 몰이 나설 듯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은 제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문재인 대선 캠프에서 비서관으로 일하면서 당선을 도운 ‘킹메이커’로 평가받는다. 왼쪽부터 양정철,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문재인 대통령. / 사진:양정철
최소한의 정당 운영자금을 후원금으로 확보하는 일도 어렵지 않아 보인다. 이 경우, 모델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현역 국회의원이 없는, 1년이 안 된 신생정당 ‘전진하는 공화국(La République En Marche)’ 출신으로 대선에서 승리했다. 이후 치러진 총선거에서 이 당은 ‘민주운동당(MoDem)’과 연합해 전체 577석 중 350석을 차지하는 대승을 거뒀다. 이 길로 나아간다면, ‘윤석열당’은 2022년 대선 승리 후 2024년 총선 압승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2022년 대선 전후에 국민의힘 또는 국민의당과 통합하는 방안도 열려 있는 길이다.

윤 전 총장이 사퇴 이후 한동안 상황을 관망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실제로 현재로서는 3~4월 중에 특별한 외부 활동을 할 계획이 없다는 측근의 말이 언론 보도를 타기도 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빨리 움직이는 모습이다. 문 대통령이 사표를 수리한 지 이틀 만인 3월 7일 최근 불거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투기 의혹과 관련해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언급하고 나섰다. “자체 조사로 시간을 끌고 증거 인멸하게 할 것이 아니라 즉각적이고 대대적인 수사를 해야 한다. 과거에는 이런 사안에서 즉각 수사를 개시하지 않았는가? 부정부패는 정부가 의도해서든 무능해서든 한두 번 막지 못하면 금방 전염되는 것이다. 이러면 정말 ‘부패완판’이 된다.”

윤 전 총장은 사퇴문 발표 하루 전인 지난 3월 3일 대구 고검·지검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검수완박)에 대해 같은 지적을 내놨다. “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하는 ‘부패완판’으로, 헌법 정신에 위배된다.” 3월 10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도 윤 전 총장은 쓴소리를 쏟아냈다. “성실함과 재능만으로 지금보다 나은 삶을 살아보려는 청년들에게 이번 LH 투기 사태는 게임 룰조차 조작되고 있어서 아예 승산이 없다는 걸 보여준 것이다. 이런 식이면 청년들은 절망하지 않을 수 없다.” 동일한 사안에 대한 언급이지만, 3월 7일 발언과 3월 10일 발언에는 질적 차이가 존재한다. 후자는 전직 검찰총장이 내놓을 만한 발언의 범주를 벗어난 것이다. 전자는 ‘수사’에 관한 언급이지만, 후자는 ‘청년’에 관한 언급이다. 3월 10일 발언은 명백한 정치적 행위인 것이다.

윤 전 총장은 당분간 이런 메시지 정치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SNS 계정도 개설하고 메시지 담당자도 조만간 선임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진다. 강연 활동을 벌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저비용 고효율 정치활동이다. 코로나19 시대에 적합한 방식이기도 하다. 메시지 정치의 목표는 결국 ‘이슈 몰이’다. 차기 대선후보로서 다른 후보와 차별화된 이슈, 대중 흡인력이 높은 이슈를 제기하는 데 성공한다면, 지지율은 더 상승할 것이다.

반면에 제대로 된 이슈 하나 던지지 못하는 맹탕 후보라는 것이 알려지면 지지율은 하락할 수밖에 없다. 윤 전 총장은 이미 고유할 뿐만 아니라 국민적 관심이 높은 이슈 하나는 선점한 상태다. ‘신적폐청산’, 곧 ‘법치주의 복원과 완성’이다. 이를 의식한 듯 머잖은 미래에 법치주의에 대해 종합적 입장을 밝힐 것이란 소식도 들린다. 사실 이것만으로도 차기 대통령으로서 기본자격은 갖춘 것으로 평가 내릴 수 있다.

변호사 출신 문 대통령도 ‘적폐청산’을 키워드로 집권했다고 봐야 한다. 국민 대다수는 촛불 혁명과 문재인 정부 탄생으로 완전한 민주공화국이 탄생했다고 믿었다. 하지만 그것이 아니어서 실망 중이다. 촛불 혁명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윤석열이 촛불 혁명을 완성해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긴 상황에서는, 그 기대감만으로도 윤 전 총장은 대통령 자격을 부여받고도 남는다. 이런 상황은 다른 누구도 아닌 문 대통령과 민주당이 만들어낸 것이다.

검찰 출신 중용하면 황교안·반기문 전철 되풀이


▎2017년 1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 중인 특별검사팀 윤석열 수사팀장이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출근하고 있다.
윤 전 총장은 향후 어떤 참모로 자신의 부족한 점을 메워갈까? 앞서도 지적했듯이 가장 중요한 것은 창업 멤버다. 대선 캠프의 핵심 구성원이다. 본인의 비전에 맞는, 곧 국민적 여망에 합당한 인물들이어야 한다. 윤석열과 함께 거센 바람에도 굴하지 않고 뚝심 있게 법치주의를 완성시켜나갈 수 있는 인물들이다. 그에 합당한 전문성과 참신성을 갖춘 원칙주의자들로 구성해야 지지자들은 물론 국민이 납득할 것이다.

문 대통령도 새정치민주연합 시절 가장 역점을 뒀던 것이 인재영입이다.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을 중심으로 이른바 ‘광흥창팀’을 만든 것도 자신이 부족한 점을 보완해야 할 필요성 때문이었다. 결과적으로 그 팀이 너무 정치투쟁 지향적이어서 집권 이후 국론분열과 투쟁지향 정국을 유발하게 됐지만, 선거 승리 맞춤형으로 구성된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국민은 윤 전 총장이 이보다는 개선된 팀을 만들기를 바랄 것이다. 윤 전 총장이 그런 면에서도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까? 검찰총장 시절 보여준 리더십과 사교성을 고려해보면 불가능해 보이지는 않는다.

2020년 12월 대검찰청 직원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직장인 익명 게시판 ‘블라인드’에 올린 글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그 직원은 “사소한 지시를 안 한다. ‘10초 보고’ 이런 말도 있는데 부·과장이 보고하면 ‘그래’, ‘오케이’, ‘알았다’ 이런 일이 많다”며 “같이 근무한 8급 수사관과 청소하는 여사님 다 챙김. 진심으로 챙김. 박찬호같이 말하는 거 좋아해서 정이 많은 스타일”이라며 ‘역대급 리더’로 평가했다. 윤 전 총장과 같은 검찰 특수부 출신인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 3월 5일 한 방송에 출연해 이렇게 평가했다.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보다는 정치 감각이 있다.” 이들의 평가가 사실이라면 정치를 하고도 남을 만하다는 생각이다.

문제는 사교의 범위다. 주로 검찰 내부에 한정된 사교였다면 향후 인적 구성을 할 때 후배 검사들을 중용할 가능성이 높다. 그들을 중심으로 했을 때, 황교안 전 대표 또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같은 함정에 빠질 우려가 없지 않다. 공무원 마인드로는 험난한 정치공세를 돌파해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미 세상이 윤석열을 중심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정동영 전 민주평화당 대표(오른쪽 둘째), 정대철 전 민주당 고문(왼쪽 둘째),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맨 왼쪽).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3월 9일 페이스북에 이런 내용의 글을 올렸다. “윤석열과 김한길, 정동영의 친분은 2013년 국감 때 비롯됐다고 한다. 야당 당수 김철의 아들로, 정치권의 대표적 책사 김한길은 제도권 바깥에서 계파·정파·정당과 관계없이 여러 사람 목소리를 듣고 있다. ‘반문(反文)’이 고리다.(중략) 정대철과 윤석열의 인연은 박영수 특검과 무관치 않다. 박영수는 검사 시절부터 윤석열을 이끌어왔고, 정대철은 김대중 정부 때 ‘검사 박영수’를 대통령비서관으로 추천한 인연으로 만남을 이어오고 있다. 윤석열 사퇴 직후 정대철은 내게 ‘정동영과 통화해봐요. 윤석열과 아주 끈끈하니까’라고 했다. 지금은 당적 없는 정통민주당 출신 노(老)정객은 내게 ‘김한길 움직임을 잘 봐라. 윤석열과 문자 주고받는 걸 직접 여러 번 봤다’고 전했다. 윤석열의 검찰총장 사퇴로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다. 윤석열이 김한길, 정동영 등 비문 인사들과 접촉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계개편 가능성도 예상된다.”

정대철 전 의원은 2020년 4월 3일 민주당에 입당했다. 그 직후 실시된 총선에서는 이낙연 대표의 종로 선거를 지원했다. 이미 이낙연 서포터즈로 나선 정 전 의원으로서는 윤석열 서포터즈로 나설 형편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인지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에게 그 책임을 미루는 듯 보인다. 김 전 대표는 2017년 폐암 4기 선고를 받았다. 이후 건강을 회복했다고는 하지만 예전과 같은 활동성을 보여주긴 힘들 것이다. 더욱이 이들 올드보이와의 조합에 국민이 얼마나 환호할지 잘 모르겠다. 이들은 고문 그룹으로 남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좀 더 젊은 참모들이 필요해 보인다는 뜻이다.

임박한 4월 재보선에 윤 전 총장은 어떤 영향을 미칠까? 묵언 수행을 하더라도 범야권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이미 세상이 윤석열을 중심으로 돌아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적어도 중도와 보수 지지층 사이에서는 그렇다.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대표가 연일 윤 전 총장에게 구애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윤석열 후광 효과를 선점하려는 노력이다. 윤 전 총장이 당분간 제3지대에서 활동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안 대표에게 유리한 점이다. 반면에 국민의힘에 입당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점에서는 오세훈 후보가 유리하다. 안철수 대표는 아예 서울시장 선거에 동참을 요구하기도 했다. 지난 11일 이런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정권교체를 위해 야권이 넘어야 할 것이 이번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니 역할을 기대한다.” 윤 전 총장이 서울시장 선거 유세 지원에까지 나설지 여부는 아직 불확실하다. 하지만 조기에 정치활동을 개시하기로 마음먹는다면 또는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범야권 도우미로 나서는 것이 정치권 조기 안착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 내린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 이종훈 정치평론가 rheehoon@naver.com

202104호 (2021.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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