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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 인터뷰] 포퓰리즘에 맞서는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의 소명 

“다음 시대정신은 경제성장, 똑똑한 정부는 시장 활용해야” 

■ “내년 대선은 마지막 도전, 고통스러운 개혁 솔직히 국민에게 호소”
■ “갑자기 선거가 나타났다고 서울시장 출마하는 건 원칙과 안 맞아”
■ “탄핵에 대한 생각 바뀌지 않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야권후보”
■ “가덕도 신공항 결국 문제 될 것, 다음 정부에서 최적 해법 찾아야”


▎유승민 국민의힘 전 의원은 개혁보수의 성공을 정치의 과업으로 삼고 있다. 2021년 대선은 그 분수령이 될 것이다.
'강한 것이 옳은 것을 이긴다’는 한국 정치의 묵계다. 이 아수라장에서 유승민(63) 국민의힘 전 의원은 ‘옳은 것으로 강한 것이 되려고’ 하는 독특한 지향성을 드러내는 정치인이다. 2017년 대선에 출마하면서 그가 쓴 책의 제목은 [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다. 그에게 정치란 ‘국민이 보고 싶은 걸 보여주는 게 아니라 국민에게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보여주는’ 작업인 듯하다. 이를 축적하며 그는 개혁보수 진영의 유력 정치인이 됐지만, 내공과 지지율은 디커플링 상태다. 대선을 1년 앞둔 시점에서 유 전 의원 앞에는 ‘엘리트주의자 프레임에 빠지지 않으면서 포퓰리즘으로 규정한 진영과 싸우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소신을 관철하면서 TK(대구·경북) 정서 얻기’,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의 적절한 거리 설정’ 등의 과제가 놓여 있다. 해는 저물어가는 데 갈 길은 먼 상황에서, 유 전 의원도 발길을 재촉하기 시작했다.

3월 10일 여의도 대선 캠프 ‘희망 22’에서 유 전 의원과 만났다. 긴 침묵을 깨고 언론에 등장한 그는 고해성사와 같은 반성으로 말문을 열었다. 자기합리화보다 과오를 인정하는 토대에서 발을 딛고 현실을 헤쳐가려는 그의 가치관이 배어났다.

“돈 화끈하게 푸는 건 민주당이 더 잘해”

4년 전 바른정당 대선후보로 출마해 6.76%(220만8771표)를 얻었다.

“당시 공약에 대해 사과할 일이 하나 있다. ‘최저임금을 3년 안에 1만원으로 하겠다’고 했었다. 경기가 안 좋을 때 최저임금을 올리는 건 상당한 독약이다. 오히려 청년 단기일자리가 줄어들어 피해가 간다. 대선 이후 기회 있을 때마다 ‘잘못됐다. 속도조절 해야 한다’고 얘기했다. 이번 대선에서는 내가 못 지킬 공약, 국가가 위험해질 수 있는 공약은 싹 빼려고 한다.”

‘판타지’를 뺀 공약은 인기를 못 끌 텐데?

“마지막 (대선) 도전이다. 민주당 사람들의 악성 포퓰리즘에 대항해서 경제·복지·안보 등에 걸쳐서 고통스러운 개혁을 국민한테 솔직히 얘기하겠다.”

경제철학 면에서 문재인 대통령, 이재명 경기지사의 반대편에 위치하는 듯하다.

“여론조사를 보면, 전 국민 보편지급에 관해 ‘주니까 받는데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상당히 계신다. 경제성장(87년 체제 이전), 복지·분배(87년 체제 이후) 이후 (문 정부를 거치며 국민이 바라는 시대정신은) 다시 경제성장이 됐다. 성장을 통해서 양극화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 나의 주장이다. 전 국민에게 돈을 펑펑 주고, 국가 채무는 계속 늘어나고, 경제가 안 돌아 세금은 안 들어오니까 국채 찍어서 부채를 더 늘리고…, 문재인 정부 5년을 겪고도, 이재명 지사의 기본소득이나 이낙연 대표의 신복지로 5년을 더 하면…(잠시 침묵). 정부에서 받는 돈이 나의 세금, 우리 아들과 딸이 나중에 부담해야 할 빚이라는 것을 일깨울 것이다.”

그렇다면 국가 재정은 어느 범위까지 투입돼야 타당한가?

“어려운 분들을 돕는 사회안전망은 확실히 해야 한다. 다만 이를 열심히 한다고 나라가 발전하는 건 아니다. 따뜻한 공동체를 위한 복지와 경제·안보의 문제 해결 능력은 별개다. 가령 대기업, 은행, 공기업에 있는 분들까지 국가가 세금으로 절실히 필요하지 않은 돈을 주는 건 불공정이라고 생각한다. 약자, 소외된 자, 차별받는 자에게 더 잘해줘서 사회가 수평이 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공정이다.”

그러나 국민의힘도 민주당과 큰 틀에선 비슷한 결을 띠었다.

“저쪽에서 100만원 준다니까 ‘우리는 200만원 주겠다’, 이렇게 지르는 경쟁을 하면 사람들이 우리를 찍어줄 것 같나? 우리 당은 ‘전 국민한테 그렇게 줄 돈 있으면, 어려운 사람들을 2~3번 돕자’고 해야 한다. (2020년 4월 총선 때) 황교안 대표, 김종인 선거대책위원장이 내 비판을 별로 안 좋아했다. 우리가 그때 못 막아서 (문 대통령의) ‘으쌰으쌰 위로금’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코로나가 끝나면 전 국민에게 위로금 주겠다는 나라가 세상에 어디 있나?”

적잖은 국민은 돈 주는 정부에 더 호의적인 듯하다.

“국가채무비율이 GDP 대비 굉장히 빨리 올라가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버티는 척하다가 항복한다. 우리는 미국, 일본, EU처럼 기축통화국이 아니다. 그럼에도 제1야당이 돈 퍼주기 경쟁에 같이 뛰어들면 이재명 지사, 이낙연 대표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나? 돈 화끈하게 푸는 건 민주당이 더 잘한다. 우리 당은 국민한테 다른 미래를 보여줘야 한다. 우리나라 국민의 이성이 옛날 고무신 선거, 막걸리 선거할 때와 같지 않다.”

그러나 현실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지사의 지지율은 견고하다.

“여론조사를 경시하진 않지만, 철석같이 믿을 일은 아니다. 내가 보기에는 내년 대선은 박빙이 될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잘못한 것만 생각하면 우리가 크게 이겨야 하지만, 국민의힘에 대한 국민의 따갑고 차가운 인식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도 영남 빼놓고 참패했다. 서울·인천·경기 합쳐서 16석밖에 못 얻었다. 2016년 국정농단 스캔들이 터진 이후 ‘문재인과 민주당이 싫지만, 국민의힘한테는 절대 손이 안 간다’는 채로 5년이 지나갔다. 이는 우리 책임이다. 과거의 낡은 보수의 정치 방식·태도·철학·정책·사람 등을 안 바꾸면 우리 쪽에 손이 안 온다. 이는 ‘제3지대’에 대한 동력 작용이 될 수 있다. 그런 동력이 생기기 전에 우리 당의 변화와 혁신이 강조돼야 한다.”

“합당 후 종로 총선 출마 결심했었다”


▎2017년 한 행사에서 유승민(오른쪽) 전 의원과 이재명 경기지사가 만났다. 둘은 경제철학 면에서 대척점에 서 있다.
내러티브의 시대다. 유 전 의원은 누구보다 험하게 정치를 했는데도 정작 그 내러티브가 국민에게 스며들진 않고 있는 듯하다.

“2016년 2월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됐다. (박근혜 청와대와 갈등 끝에) 딱 5개월 1주일 하고 물러났다. 그 이후에 험했다. 2016년 총선에서 나와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은 공천 학살을 당했고, 나는 무소속 출마했다. 그 후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검찰수사 결과를 보고 ‘박 대통령이 자진 사퇴를 안 하면 탄핵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힘들게 결심했다. 탄핵이 됐는데도 친박세력이 당을 장악해서 꼼짝도 안 했다. 당에 남아서 변화와 혁신을 끝까지 하고 싶었지만, 마지막으로 탈당했다. 바른정당은 일종의 벤처였다. 바른정당 후보로 대선에 출마했지만 졌다. 바른정당 창당 시 두 부류 세력이 있었다. 반기문 UN 사무총장을 후보로 영입할 줄 알고 왔던 사람, 그리고 내가 주장하는 개혁보수를 믿고 따라온 사람이었다. 그런데 반 총장이 며칠 만에 정치를 그만뒀다. 그러자 ‘자유한국당으로 돌아가고 싶다’며 탈당이 두 번이나 있었다. 끝까지 남은 (의원 신분의) 동지가 정운천, 하태경, 오신환, 유의동, 이혜훈, 지상욱, 정병국 등 7명이었다.”

그리고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과 합당했다.

“정치를 21년 하면서 제일 후회하는 게 국민의당과의 합당이었다. 합당은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 했는데, 보수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데도 진보라고 하는 호남 중진의원들과 어울려버리니까 ‘짬뽕’이 됐다. 안철수 대표는 (2018년 6월 서울시장 선거 패배 후) 외국에 가고 없고…. 2017년 대선 이후부터 2020년 2월 자유한국당과 합당하기까지가 정치적으로 가장 괴로운 시간이었다. 죽음의 계곡이라고 표현했다. 작년 총선을 앞두고 동지들을 생각해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과 합당했다. 그러나 나는 불출마했다. 총선에서 살아남은 동지들이 초선의원들과 힘을 합쳐서 4월 보궐선거 이후 전당대회에서 당을 개혁적으로 바꿔줬으면 한다.”

비판론자들은 유 전 의원이 2017년 대선을 제외하면, 대구 밖에서 출마조차 한 적이 없는 걸 한계라고 지적한다.

“내가 대구에서 4선을 했다. 합당 안 하고 새로운 보수당으로 계속 갔으면 작년 총선에 대구 출마를 했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작은 정당의 후보로서 자유한국당 후보와 맞서게 되니 나한테 대구는 험지가 맞았다. 그러나 (자유한국당과) 합당한 순간, 대구는 험지가 아니게 되니(출마의) 의미가 없게 됐다. (합당 이후) 종로 출마를 상당히 고민했다. ‘황교안 대표가 종로 출마를 안 하면 내가 가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에 황 대표가 종로로 갔다. 그래서 불출마 백의종군 선언을 한 것이다. 이번에도 ‘서울시장 나가라’고 당에서 말이 많았다. 서울시장이 대통령보다 낮다는 생각은 절대 안 한다. 다만 불교 용어에 ‘초발심(初發心)’이 있다. 2000년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장으로 정치를 시작하며 나라의 두 기둥이라 생각한 경제·안보 쪽에서 전문성을 길러왔다. 나는 늘 ‘정치는 결국 정책’이라고 생각한 사람이다. 서울시장은 내가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자리였다. 갑자기 선거가 나타났다고 거기에 가는 건 내가 정치하는 원칙과 맞지 않았다.”

“시장을 우습게 보면 안 된다”


▎4·7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은 유승민 전 의원(오른쪽)이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를 격려하고 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전직 대통령 사면론을 꺼냈을 때, 유 전 의원은 찬성 입장을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에 대한 의식이 들어 있었나?

“사면권자는 이 대표가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이다. (여권의 정치적 셈법을 짐작하면서도) 이전부터 나는 기회 있을 때마다 이명박·박근혜 대통령 사면에 찬성했다. 전직 대통령 두 분이 감옥에 있는 나라의 품격이나 국격은 문제가 있지 않은가. 이래서 무슨 국민통합이 되겠나. 박근혜 대통령이나 친박한테 잘 보이려고, 대구·경북 보수적 유권자의 오해를 풀려고 하는 건 전혀 없다. 박 대통령 밑에서 자리를 해본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분이 2005년 당대표를 할 때 비서실장을 맡은 게 임명직으로 유일하다. 사람들은 내가 박 대통령 밑에서 대단한 호사를 누린 것처럼 얘기하는데, 한 번도 자리를 요구해본 적 없다. 개인적으로는 (박 대통령이) 인간적으로 너무 안됐다고 생각한다. 박정희 대통령의 따님으로 영남과 보수의 열광적 지지를 받아서 대통령이 됐지만, 결국 탄핵받고 처벌까지 갔다. 탄핵하면서 엄청나게 고통스러운 표결에 참여했다. 나는 박근혜 대통령과 같이 일했던 사람 중 굉장히 특이한 경우다. 할 말을 다 하는 나의 그런 점을 아마도 대통령께서 부담스러워하고 버거워했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유 전 의원에게 대통령이 되기 위한 반면교사일 수 있겠다.

“원내대표 그만둘 때 이병기 비서실장에게 전화해서 ‘대통령께 드릴 말씀이 있다. 2시간만 면담하게 해 달라. 민심을 정확하게 전달드리고 싶다’고 청했다. 그랬더니 ‘대통령한테 그런 얘기는 꺼내지도 못한다’고 하더라. 내용은 조금씩 다르겠지만,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박근혜 정권 말기의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괴물이 돼버린 검찰개혁, 공수처, 중수처로 막으려 하지만, 권력은 영원하지 못하고 진실은 피해 갈 수 없다. 대통령이 되면 5년 시간은 금방 간다. 5년 대통령이 많은 걸 할 수 없다. 그냥 놔둬도 돌아가는 건 관료에게 맡기고, 국회가 하자는 것 중에 말이 되는 건 국회에 맡기고, 대통령은 나라의 미래를 위해 꼭 해야 하는 일에 전념해야 한다.”

그게 무엇인가?

“코로나19 이후의 경제 살리기다. 정부에는 예산을 쓰는 재정의 힘과 규제를 하는 권한이 있다. 시장경제를 활용한다는 것은 정부 기능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똑똑한 정부가 시장이 잘 돌아가도록 제도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제도를 만드는 정치의 정점에 대통령이 있다. 그 에너지를 선택하고 집중해서 써야 한다. 문 정부는 단기부양책 유혹에 빠져서 돈만 썼다. 노동·교육 등, 구조개혁은 하나도 못했다. 저출산 문제는 더 심해졌다. 코로나 이후 양극화도 더 심해졌다. 나는 대통령이 경제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쪽으로 국민한테 호소하려고 한다. 위기를 막으며 경제가 성장할 때, 소득·분배가 개선되고 일자리·결혼·출산에 대한 생각이 바뀐다. 복지대책도 해야 하지만, 근본적 드라이빙 포스(driving force)는 결국 성장에서 온다.”

양극화·저출산의 원인 중 하나는 부동산 문제다.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까?

“24번의 부동산 대책으로 미친 집값, 미친 전·월세가 됐다. 정부 스스로 정책 신뢰를 완전히 없앴다. 2·4공급대책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 사람들의 뇌 구조는 ‘공공이 하면 뭐든지 깨끗하고 민간이 하면 뭐든지 부패하다’는 의식으로 꽉 차 있다는 게 밝혀졌다. 공공주도개발은 개발 정보를 국토부와 LH 직원들이 독점하는 것이다. 정보를 독점하니 투기의 유혹이 국토부·LH·SH·GH 등에 널려 있다. 공공주도개발 주도를 그대로 놔두면 공공부패가 계속 일어난다.”

정부가 시장을 이길 수 있다고 믿는 한, 집값은 잡히지 않을 것 같다.

“시장을 우습게 보면 안 된다. 재개발, 재건축, 용적률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공급이 결정된다. 민간이 공급하도록 규제를 풀어주되, 개발이익은 (일부) 환수해서 좋은 데 써라. 국토부나 LH 등은 무주택 저소득층을 위한 주거·복지만 담당하면 좋겠다. 나는 공공임대를 비난하지 않는다. 공공임대를 해결하는 것만 해도 LH와 국토부가 다 달려들어도 쉽지 않다. 그걸 해결하라는 것이다. 나는 LH(주택토지공사)를 주거복지공사로 바꿨으면 한다.”

“정권교체를 원한다면 권력의지를 가져야”


▎유승민 국민의힘 전 의원은 단기부양책을 넘어선 구조개혁이야말로 차기 대통령의 소임이라고 규정했다.
부동산 정책은 ‘의도된 실패’라는 일각의 지적도 있다.

“임대차 2법으로 전·월세 시장이 마비되니 더 난리가 났다. 시장은 인간의 본능이 작동하는 곳이다. 문 정부가 임기 1년 남기고 이제 와 공급하자는 것도 말이 안 되지만, 공공주택은 다양한 수요를 즉각적으로 알아차리고 해줄 수 없다. 지금 재개발 현장에서 공공주도개발에 동의 않겠다는 곳이 많다. 그런 상황을 모르고 정책을 펴니까 집 없는 다수의 분노를 자극해서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소위 ‘편가르기’라는 말도 나오는 것이다.”

TK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지지율이 50%가 넘는다는 여론조사도 있다. 윤 전 총장이 정치를 한다면, 유 전 의원의 대권 행보에 악재 아닌가?

“나는 윤 전 총장이 정치를 할 것이라고 본다. 대다수 국민은 야권후보로 생각할 것이다. 나는 민주공화국의 헌법 가치를 지키는 틀 안에 있는 공정과 정의에 대해 윤 전 총장이 나름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다만 TK 여론을 말씀하셨는데, 대구·경북이 나한테 서운한 감정이 있다는 건 박근혜 대통령과의 관계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윤 전 총장은 박영수 특검의 수사팀장이었고, 서울중앙지검장을 하면서 박 대통령의 구속 기소와 30년형 구형을 다 했다. (TK에서) 그분은 열렬히 환영하고 저한테 대해서는…(쓴웃음). 지역감정 조장해서 정치한 적이 한 번도 없다. 대구에서 태어나 대구의 아들로 자란 것이 굉장히 자랑스럽다. (TK 여론이) 아직 마음을 안 주시고 계시지만, 대선 앞두고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다만 현재까진 TK의 정서가)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지 않을까 싶었는데 생각보다 굉장히 오래가고 강고하다.”

TK 지지를 끌어들이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만약 누군가 나한테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대해 생각을 바꾸고 TK에 사과하라’고 한다면, 그건 못한다. 왜냐하면 나의 생각이 안 바뀌었기 때문이다. 대통령도 잘못하면 탄핵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문재인 대통령이든 누구든 탄핵된 전례가 있기 때문에 조심해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대신 소위 ‘영남 보수’한테 이 말은 꼭 해주고 싶다. ‘정권교체를 원한다면 권력의지를 가져라.’ 영남의 박근혜 대통령을 사랑하는 유권자들, 아스팔트 우파에 가까운 성향을 가진 분들도 집권하고 싶으면, 탄핵의 강을 건너야 한다. 탄핵을 가지고 벌써 4~5년을 서로 (보수진영 내부에서) 손가락질하고 있다. 우리가 싸우면 좋아할 사람은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이다. 그들이 정권을 연장하는 데 (보수 분열은) 굉장히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떠오른 가덕도 신공항은 사실상 정치적으로 변질됐다. 특히 TK는 더욱 소외감을 느낄 법하다.

“내 지역구에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공군기지, K2 기지가 있었다. 전투기 소음은 여객기와 차원이 다르다. 내가 국방위를 가게 된 것도 그것 때문이었다. 옮겨보려고. 이때 가덕도 이야기도 나왔다. 처음에는 김해공항을 가덕도로 옮기겠다고 했다가 이명박 대통령 때 밀양과 가덕도과 싸워서 백지화됐다. 박근혜 정부 때 또 다툼이 일어났고,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것으로 결론 났다. 부·울·경·대구·경북 광역 단체장이 ‘이대로 하자’고 약속했다. 김해공항 확장과 대구공항의 군위·의성 이전으로 결론이 났다. (대구공항 이전은) 국비를 안 들이고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오거돈 사건이 터지자 민주당이 가덕도 칼을 빼냈다. 노무현·이명박·박근혜 때 계속 써먹던 칼이다. 꺼낼 때마다 부산 시민의 마음을 흔들어놓는 카드다. 이번에는 무식한 방법으로 예비타당성조사조차 생략했다.”

“가덕도 신공항, TK와 광주도 가만 안 있을 것”

가덕도 신공항을 반대하면 부산시장 선거가 물 건너갈 수 있다.

“부산시장 선거와 대선이 끝나면 다시 문제가 될 것이다. 부산 시민한테 좋은 게 아니다. 가덕도 공항을 지으려면 분명히 해야 할 것이 ‘김해공항을 그대로 둘 것이냐’는 점이다. 좁은 땅에 공항이 밀집되어 있어서 충돌되는 문제도 있다. 또 가덕도 공항에 7조가 들지, 28조가 들지는 활주로를 몇 개 놓느냐에 따라 다른데 전액 국비로 짓겠다고 한다. 김해공항을 두고 가덕도를 짓는 순간, 대구·경북에서 난리가 난다. 광주에 가도 마찬가지다. 민간공항은 시내에 두고, 군 공항만 외곽으로 옮겨주겠다고 약속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군 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내가 만드는 데 8년이 걸렸다. 그 법에 따라 기부 대 양여(기존 공항을 팔아서 새 공항으로 이사 가는 개념)로 해왔는데 김해·가덕도에서 중대한 예외(전액 국비)가 생긴 것이다. 앞으로 공항 옮기는 것이 이런 식이 되면 국가재정이 견디겠나?”

그렇다고 돌아가기에는 너무 멀리 왔다.

“법을 만들어놨으니 일단은 굴러갈 것이다. 이건 부산시장 일이 아니다. 다음 정권이 맡을 일이다. 부산 시민 위해서도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나가고 국비 지원 문제나 두 공항의 시스템에 관한 분명한 그림을 그려나가지 않으면 곤란하다.”

유 전 의원에게도 팬클럽 ‘유심초’가 있다. ‘팬덤정치’는 한국 정치의 뜨거운 감자이기도 하다.

“회원이 7000명 정도 된다. 내 지지자들은 문재인 대통령이나 이재명 지사, 홍준표 의원 지지자들과 성향이 다른 것 같다. 지지자의 의견에만 휘둘리면 합리적으로 설명이 안 되는 생각을 갖게 된다. (정치인 팬클럽의 원조 격인 ‘노사모’가 있었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최소한 국가적인 일에 대해선 양쪽 의견을 다 들어보고 나름의 상식 기준으로 판단하려고 노력한 사람 같다. 문 대통령에게는 그런 게 너무 안 보인다. 소통 안 하고 숨어 계시는 건 박근혜 대통령과 닮았다. ‘유심초’에는 까칠한 비판적 지지자가 많다. 쓴소리는 꼭 챙겨 본다.”

- 글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kim.youngjoon1@joongang.co.kr / 사진 김경빈 선임기자 kgboy@joongang.co.kr / 녹취 정리 박남화 월간중앙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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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호 (2021.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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