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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 美·中의 다자주의 대격돌 

‘민주주의’ 고리로 중국 압박하는 바이든, 다자간 경제협력으로 빈틈 노리는 시진핑 

美, 동맹·환경·인권 앞세워 국제사회 공동 대응으로 중국 옥죄
中, 백신으로 환심 사고 물량 공세로 브릭스(BRICS)와 유럽 우군 확보


▎2015년 9월, 미국 워싱턴 앤드루 공군기지에 도착한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이 조 바이든 미국 당시 부통령과 나란히 걷고 있다.
"이시대가 직면한 과제를 잘 해결하는 길은 다자주의를 지키고 실천하며 인류 운명공동체 건설을 추진하는 것이다. 다자주의는 협의를 통해 국제 문제를 다루고 모두가 협력해 세계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이다. (일부 강대국이) 작은 집단을 구축하거나 신냉전을 조장해 다른 국가들을 위협하고, 고의로 고립을 조성한다면 세계는 분열과 대립으로 치닫게 될 것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월 25일 세계경제포럼(WEF)이 주최한 다보스 주간 어젠다 화상회의에서 ‘다자주의 횃불로 인류의 앞길을 밝히자’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특별연설 내용 중 일부다.

시 주석은 “힘이 있는 자가 약자를 괴롭히거나 마음대로 결정해서는 안 되고, 다자주의라는 이름으로 일방주의를 행해서도 안 된다”면서 “다른 나라의 내정에 간섭하지 말고 협의와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7년 이후 4년 만에 다보스포럼에서 연설한 시 주석은 “한 나라의 사회 체제는 그 나라의 상황에 맞는지, 국민이 지지하는지 등이 중요하다”며 “이념적인 편견을 버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다자주의’를 무려 11차례나 언급했다. 당시 시 주석의 연설은 취임한 지 닷새밖에 되지 않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겨냥한 것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를 폐기하고 다자주의와 동맹 강화 노선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을 천명하자 시 주석은 이에 맞서 역시 다자주의를 앞세운 것이다.

미국과 중국이 이처럼 ‘다자주의’를 내걸고 국제질서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본격적으로 경쟁을 시작했다. 다자주의(multilateralism)는 사전적 의미로는 ‘여러 국가가 무역문제의 해결을 위해 세계 수준의 협의체를 두고 가치 체계나 규범, 절차 따위를 각국이 준수하고 조율하는 접근방식’을 말한다. 양자주의나 지역주의와는 반대되는 개념이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이 추진하는 다자주의는 단순히 무역 등 특정 분야가 아닌 외교·국방·경제·환경·인권 등 각 분야를 모두 의미한다. 특히 다자주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추진했던 ‘미국 우선주의’와는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는 정반대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글로벌 리더 지위를 복원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다자주의를 주장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월 19일 취임 한 달 만에 화상으로 열린 다자외교 무대인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와 뮌헨안보회의(MSC)에 각각 참석해 앞으로 다자주의 노선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임을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뮌헨안보회의 기조연설에서 “미국이 돌아왔다. 대서양 동맹이 돌아왔다”면서 “우리 파트너십은 우리가 공유하는 민주적 가치의 풍요로움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에 오랜 세월을 견디고 성장해왔다. 그것은 거래가 아니다”라고 분명하게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유럽과 미국을 포함해 여러 곳에서 민주주의의 진전이 공격받고 있다”면서 “민주주의가 승리할 것이며, 반드시 그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런 연설은 민주국가들과의 동맹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다자주의 노선을 추진할 것임을 제시한 것이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과 러시아를 독재국가라고 명시적으로 언급하면서 국제사회의 공동 대응을 촉구했다. 1963년 창설된 뮌헨안보회의는 각국 정상과 장관, 국제기구 및 비정부기구 주요 인사 등이 국제안보와 관련한 사안을 논의하는 자리로 ‘안보 분야의 다보스포럼’으로 불린다.

美, 다자 외교 통해 中 압박 수위 높인다


▎지난 1월 25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21 다보스포럼 특별 화상 연설을 하고 있다. / 사진:신화망
바이든 대통령은 비공개로 열린 G7 정상회의에서는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공동 대응을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원을 거부했던 국제보건기구(WHO)가 주도하는 국제 백신 공동구매 프로젝트인 코백스에 40억 달러(약 4조4000억원)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런 행보는 WHO를 탈퇴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시 내세운 명분은 ‘중국 편향성’이었지만 국제사회로부터 상당한 비판을 받아야만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앞으로 다자기구인 WHO를 통해 중국을 견제하는 정책을 추진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미국이 WHO에 2억 달러(약 2200억원) 이상의 금액을 낼 것”이라면서 “WHO 회원국으로서 재정적 의무를 다하기 위한 중요한 조치”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이 WHO에 재정적 지원을 재개한 것은 다자주의로 돌아가는 절차로 평가받고 있다. 이 때문인지는 몰라도 G7 정상들이 중국이 WHO에 자료제공을 거부한 것을 겨냥해 앞으로 보건 위험에 대비해서 조기 경보와 자료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세계보건협약 체결을 검토하기로 합의했다. G7 정상들이 중국의 비(非)시장 정책과 관행을 해결하기 위해 공동대응하고 중국의 인권 문제에 대해 우려를 표시한 것도 바이든 대통령의 다자 외교 정책을 반영한 것이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해 G7 정상들이 올해를 다자주의로 전환하는 분기점으로 삼겠다고 강조한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그 이유는 바이든 정부가 올해 민주주의를 위한 정상회의(Summit for Democracy)를 비롯해 기후변화 정상회의 등 다자 외교 무대에서 G7 회원국들의 지지가 있어야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 정부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대면 회의로 열릴 예정인 G7 정상회의에 한국·호주·인도 및 유럽연합(EU)을 추가하는 것에 동의했다. G7 정상회의는 오는 6월 11일부터 13일까지 영국 남서부 콘월에 위치한 휴양지인 카비스 베이에서 개최된다. 바이든 정부는 G7의 D10(Democracies 10·민주주의 10개국)으로의 개편 여부를 확정하지 않았지만, 앞으로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통해 반중 연합 전선 구축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게다가 바이든 정부는 지구의 날인 4월 22일 기후변화 정상회의를 개최함으로써 지구촌 최대 과제인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설 계획이다. 미국은 2월 19일 전 세계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담은 파리기후변화협약에 공식적으로 복귀했다. 미국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17년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 선언을 시작으로 관련 절차를 진행해 지난해 11월부터 탈퇴가 공식화된 상태였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1월 20일 취임 첫날 파리기후변화협약 복귀를 내용으로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바 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파리기후변화협약은 전 세계의 행동을 위한 전례 없는 틀”이라며 “앞으로 각국과의 협력을 통해 온실가스 감축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5년 타결된 파리기후변화협약에는 195개국이 참여해 온실가스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미국은 중국과 함께 양대 온실가스 배출국이다. 바이든 정부는 앞으로 다자 외교를 통해 친환경 산업 등에서 뒤떨어진 중국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가 손 놨던 국제기구 재합류로 위상 제고


▎지난 1월 20일,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첫날 파리기후변화협약 복귀를 내용으로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 사진:AFP/연합뉴스
바이든 정부가 내세우는 다자주의는 국제사회의 규범과 룰을 강화해 자국의 이익만을 추구해온 중국을 압박하고 견제하려는 수단이 될 것이 분명하다. 말 그대로 초강대국으로 부상하려는 중국을 다수의 힘으로 통제하겠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다자기구인 유엔 인권이사회에 복귀한 것을 들 수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유엔 인권이사회가 이스라엘만 비판한다는 이유로 2018년 6월 탈퇴한 바 있다. 미국은 2월 8일 유엔 인권이사회에 복귀한 이후 투표권이 없는 옵서버 자격으로 참가하고 있다. 유엔은 매년 10월 총회에서 인권이사회 이사국을 선출한다. 블링컨 장관은 제46차 유엔 인권이사회 고위급 화상 연설에서 “중국의 신장위구르에서 잔혹 행위가 자행되고 있고, 홍콩에서 기본적인 자유가 훼손되고 있다”면서 중국 정부의 인권 탄압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바이든 정부가 민주주의와 인권을 앞세워 중국의 독재체제를 강력하게 압박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다자 외교 무대라고 볼 수 있다. 바이든 정부로선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인권과 민주주의에 대한 목소리를 크게 내면서 중국의 눈치를 살펴왔던 많은 국가를 중국 압박에 동참할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 정부는 또 다자간 무역 분쟁 해결기구인 세계무역기구(WTO)를 통해 중국을 견제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 분명하다. 바이든 정부가 WTO 사무총장으로 나이지리아 출신의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를 적극 지지한 것도 이 때문이다. 오콘조-이웨알라는 WTO 26년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이자 아프리카 출신으로 2월 17일 사무총장에 취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내내 WTO가 중국 편을 들고 있다면서 탈퇴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불만을 표출해왔다.

쿼드(Quad) 확대하고 CPTPP 가입도 추진


▎중국 시노팜사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 사진:AP/연합뉴스
반면 바이든 정부는 WTO를 개혁해 중국의 잘못된 무역관행과 지식재산권 침해 등에 대한 처벌과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로 발탁된 캐서린 타이는 2월 25일 상원 금융위의 인준 청문회에서 “미국은 글로벌 무역의 가치와 규칙을 WTO를 통해 강력하게 시행해야 한다”면서 “미국은 WTO 창립국으로서 이 기구를 강화하기 위해 건설적 방법으로 대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정부는 군사적으로도 다자주의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실제로 바이든 정부는 2월 18일 일본·호주·인도 등과 함께 인도·태평양 지역의 다자 안보협의체인 쿼드(Quad)의 첫 외교 장관 회의를 가졌다. 화상으로 진행된 이번 회의에서 4개국 외교 장관들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차단한다는 데 합의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4개국 장관들이 항행의 자유와 영토의 보존을 포함해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지역을 증진하고자 협력을 강화하는 데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은 4개국 장관들이 무력이나 강압으로 인도·태평양에서 현상을 변경하려는 중국의 어떤 시도도 강력하게 반대한다는 데 동의했다고 강조했다. 쿼드 외교 장관 회의는 2019년 처음 시작한 이후 이번이 세 번째다.

이번 회의 합의 사항을 볼 때 바이든 정부가 앞으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쿼드의 협력을 강화할 것이 분명하다. 4개국 장관들은 장관급에서 최소 연 1회, 고위급과 실무급에서 정기적으로 쿼드 회의를 개최하자고 약속했다. 바이든 정부는 앞으로 쿼드를 더 많은 동맹국과 파트너 국가들이 참가하는 쿼드 플러스(Quad Plus)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영국 정부는 쿼드 가입을 검토하고 있다. 도미닉 라브 영국 외무장관은 “영국은 쿼드 가입 논의를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바이든 정부로서는 영국의 쿼드 가입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영연방 일원인 호주는 환영하고 있다. 과거 영국의 식민 지배를 받았던 인도도 거부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쿼드가 퀸텟(Quintet: 5인조라는 뜻)이 될 수도 있다.

바이든 정부는 이와 함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가입하는 방안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CPTPP에는 일본·호주·뉴질랜드·캐나다·싱가포르·브루나이·베트남·말레이시아·칠레·멕시코·페루 등 11개국이 가입돼 있다. 이 협정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수정해 만든 것이다. 이들 11개국과 미국은 2016년 2월 4일 TPP에 서명했었다. 이후 TPP는 발효도 되기 전에 보호무역주의를 주창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7년 2월 탈퇴를 선언하는 바람에 폐기될 뻔했었다. 당시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다른 10개국을 설득해 CPTPP가 2018년 12월 30일 발효됐다. CPTPP는 개방의 강도가 강한, 사실상 세계 최고 수준의 자유무역협정(FTA)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中, 유럽과 경제협력 확대 “5년간 187조어치 수입”


CPTPP는 ▷역내 전체 교역상품의 95%에 무관세 ▷데이터 이동 자유화 ▷금융·외국인 투자 규제 완화 ▷노동 인력 등의 이동 자유화 ▷국유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원 금지 등을 주요 내용으로 삼고 있다. CPTPP 회원국들의 총인구가 5억 명, 국내총생산(GDP)은 10조5700억 달러(약 1경1593조원)로 세계 경제 전체의 13.1%를 차지하고 있다. 제프리 샷 미국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바이든 정부가 코로나19 통제와 내수 경제 살리기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CPTPP에 당장 가입하기는 어렵지만 올 연말께 가입을 추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샷 선임연구원은 “바이든 정부가 중국이 주도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CPTPP에 가입할 것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대미 외교 전략의 하나로 다자주의를 활용해왔다. 특히 중국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에 맞서기 위해 다자주의를 내세워왔다. 그러다 국제사회에서 미국 우선주의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자 중국 정부는 국제적 연대와 협력을 강조하면서 다자주의의 수호자임을 자처해왔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미국이 WHO를 비롯한 국제기구에서 탈퇴하자 이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등 영향력을 확대해왔다. 게다가 코로나19 확산과 대선 후유증 등으로 미국의 영향력이 쇠퇴하자 중국 정부는 다자주의를 명분으로 ‘우군 만들기’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중국 정부는 또 경제 협력과 코로나19 백신 제공 등을 고리로 다자주의를 강화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지난해 12월 30일 유럽연합(EU)과 합의한 포괄적 투자 협정(CAI)을 고리로 EU 회원국들을 자국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시 중국 국가주석은 2월 25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면서 “양국은 계속 다자주의의 기치를 높게 들어야 한다”고 양국의 경제협력을 강조했다. 중국은 프랑스 등 27개국이 가입하고 있는 EU의 최대 교역 상대국이다. EU의 지난해 대(對)중국 수출은 2025억 유로(약 270조원)로 전년 대비 2.2% 증가했고, 수입도 5.6% 증가한 3835억 유로(약 511조원)에 달했다. 중국 정부의 속셈은 CAI를 수단으로 EU 회원국들을 우군으로 만들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중·동유럽 국가들에 대한 다자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시 주석은 2월 9일 열린 중·동부유럽(CEEC) 17개 국가와의 경제협력 기구인 ‘17+1’ 화상 정상회의에서 코로나19 백신 지원과 교역량 확대를 약속했다. 시 주석은 앞으로 5년간 1700억 달러(약 187조3000억원) 이상의 상품을 중·동부 유럽국에서 수입하고 농산물 수입액도 두 배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시주석은 또 “중국과 중·동부 유럽 국가 간 협력은 다자주의의 실천이며 중·유럽 관계의 중요한 구성 요소”라고 강조했다.

백신으로 우군 만들고 유혈분쟁 인도에 화해 손길


▎중국 정부는 미국이 주도하는 주요 7개국(G7)에 대항하기 위해 국경 분쟁을 벌였던 인도와 관계 개선을 모색하고 있다. 2016년 인도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담에 참석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오른쪽).
중국 정부는 그동안 헝가리와 체코 등을 상대로 자국산 코로나19 백신 구입을 지원해왔다. 헝가리는 2월 15일 EU 회원국 중 최초로 중국 제약사 시노팜의 백신을 구입해 초기 물량 55만 도스(1회 접종분)를 인도받았다. 헝가리 정부는 향후 4개월에 걸쳐 총 500만 도스를 받을 예정이다. 시노팜 백신은 두 차례 접종이 필요해 헝가리 인구 1000만 명 중 25%에 해당하는 250만 명에게 주사할 수 있는 분량이다. 부크 부카노비치 영국 런던정치경제대학 연구원은 “중국 정부의 코로나19 백신 공급 지원의 이면에는 유럽에서 미국을 견제하기 위한 우군 만들기 전략이 숨어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는 또 자국이 주도해서 결성한 상하이협력기구(SCO)와 브릭스(BRICS) 회원국들과의 경제협력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시 주석은 지난해 11월 10일 화상으로 열린 SCO 정상회의에서 “외부세력이 어떤 구실로라도 회원국들의 내정에 간섭하는 것에 단호히 반대한다”면서 미국을 견제했다. SCO는 정상회의 선언문에서 다자주의의 기초에서 다극화한 세계질서를 구축해 세계와 지역의 안보와 안정을 공고히 하자고 강조했다. SCO의 회원국들은 중국·러시아·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우즈베키스탄·인도·파키스탄 등 8개국이다. 준회원국으로는 아프가니스탄·이란 등 4개국, 대화 상대국으로는 터키·네팔·캄보디아 등 6개국이 있다.

특히 중국 정부는 브릭스(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정상회의를 통해 미국이 주도하는 G7에 대항하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를 위해 국경 분쟁을 벌였던 인도와의 관계 개선을 모색하고 있다. 중국과 인도는 지난해 5월부터 히말라야산맥의 라다크 지역과 판공호 일대에서 최소 3차례 유혈 분쟁을 벌였고, 국경 지대에 대규모 병력을 배치하는 등 팽팽하게 맞서왔다. 중국 정부는 인도와의 국경 지대에 포진시켰던 대규모 병력을 철수시키고, 창청자동차와 상하이자동차 그룹 등의 투자계획 45건을 인도 정부에 제안했다. 중국 정부는 또 브릭스의 올해 의장국인 인도를 적극 지원하겠다면서 경제와 인적 교류 협력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올해 하반기 브릭스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인도를 방문할 가능성도 있다. 중국의 의도는 쿼드의 약한 고리인 인도를 공략해 미국이 추진하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다자 안보체제 구축을 막으려는 속셈이다.

아무튼 동맹과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중심으로 미국이 추진하는 다자주의와 경제 협력을 통한 중국의 다자주의가 앞으로 치열하게 경쟁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중국은 그동안 자국의 이익을 위해 경제 보복 조치까지 서슴지 않았던 점을 고려하면 중국의 다자주의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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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호 (2021.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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