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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포엠] 벚꽃, 가난, 아나키스트 

 

장석주

▎떨어진 벚꽃잎이 옥잠화 잎사귀에 내려앉았다. / 사진:박종근 비주얼에디터
벚꽃 하얗게 분분히 지고
꽃진 자리에 초록 잎들이 올라온다.
올해의 슬픔은 다 끝났다.
열심히 살 일만 남았다.
가난은 빛이 모자란 것,
구두 밑창이 벌어지는 슬픔을 모르는 것,
해질녘엔 실밥 묻은 옷을 입고
벚꽃 분분히 진 길을 걸었다.
살강의 접시들과 저녁밥 짓던 형수,
옛날의 소년들은 다 어디로 갔는가?
나 잘못 살지 않았으나
저 초록 잎만큼 후회가 많구나.
당신은 아직 그 자리에 서서 기다리는가?
자, 하얀 달을 받아라.

※ 장석주 - 1955년 출생. 197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으로 [몽해항로], [오랫동안], [일요일과 나쁜 날씨] 외 다수가 있으며 영랑시문학상·편운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202105호 (2021.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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