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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대 HK+ 한자문명연구사업단·월간중앙 공동기획 - ‘한자어 진검승부’(7)] 가족(家族)-마음의 안식처이자 삶의 원동력 

늘 편안하고 따뜻하며 든든하게 힘이 되는 존재 

혈연으로 맺어진 사람들, 함께 거주하며 구성한 생활공동체
삶의 방식과 가치관 변화로 가족의 유형과 형태도 다양해져


▎6월 12일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은 어린이들이 참배를 마친 뒤 나무그늘 쉼터에서 비눗방울을 만들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 사진:김성태 객원기자
코로나19 팬데믹은 우리를 집 안으로 밀어 넣었다. 해외 여행은 물론, 국내 여행이나 장보기와 같은 일상적인 외출조차도 집을 나서기 전에 몇 번을 고민하게 됐다. 매일 출근하던 엄마·아빠는 재택근무를 시작했고, 아침마다 등교 시간에 맞춰 일어나느라 괴로워하던 아이들은 온라인 수업으로 학교 대신 집 안 컴퓨터 앞에 앉는다.

이렇게 사회에서의 만남이 단절되는 동안, 우리는 집 안에서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가장 가까운 사이이면서, 사실 서로 거의 마주하지 않았던 식구들과 오랜 시간을 함께하는 이 시간은 우리가 그간 잘 알지 못했던 ‘가족’의 의미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1. 가족(家族)-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는 친족


▎경기도 파주 운정신도시의 한 어린이집 신발장에 등원한 어린이들의 신발이 놓여 있다. / 사진:전민규 기자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가족’을 “주로 부부를 중심으로 한, 친족 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집단. 또는 그 구성원.혼인·혈연·입양 등으로 이뤄진다”고 정의하고 있다. 가족은 ‘집’이라는 뜻을 나타내는 가(家)자와 ‘겨레’나 ‘일가’라는 뜻을 나타내는 족(族)자로 구성된다. 가족은 초기에는 문자 그대로 혈연으로 맺어진 친족들이 주거를 같이하며 구성한 생활공동체를 가리켰다.

그러나 가족은 반드시 ‘혈연’으로 이뤄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필요에 따라서 입양 등을 통해 가족을 이루기도 한다. ‘같은 공간’ 역시 가족이 되는 필수 요소는 아니다. 학업이나 취업 등 여러 가지 이유로 가족 구성원의 일부가 일시적으로 가족들과 떨어져 따로 생활하는 경우도 있다. 결혼 등으로 분가하더라도 여전히 가족 구성원이다.

우리가 흔히 ‘가족’이라고 부르는 말은, 상황에 따라 다르게 부르기도 한다. 함께 생활하는 집단을 나타내는 경우는 ‘가정(家庭)’이라고도 하며, 그 구성원을 말할 때는 식구(食口)·식솔(食率) 또는 가솔(家率) 이라고도 한다. ‘가속(家屬)’ ‘권속(眷屬)’도 그 구성원을 가리킨다. 보통 부모와 자식의 관계에서 쓰기는 하지만 가족을 ‘피붙이’ ‘살붙이’라는 순우리말을 사용하기도 한다.

‘가족’은 원래 한자어인 ‘家族’으로, 한자를 같이 쓰는 다른 나라들에서도 사용된다. ‘家族’은 중국·일본·베트남에서 모두 ‘가족’의 의미로 쓰인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의미가 조금씩 다르다. 중국에서 ‘家族(jiāzú)’는 우리말의 ‘가족’보다는 ‘가문(家門)’의 뜻으로 더 많이 사용된다. 우리말의 ‘가족’과 같은 의미로, 중국에서 ‘家人(jiārén)’, 베트남에서 ‘người nhà’를 더 많이 사용하고 있지만, 일본에서는 우리나라와 같이 주로 ‘家族(かぞく)’을 사용한다.

동양은 물론, 서양도 부계사회로 가족 형태 변화

서양에서 ‘가족’을 뜻하는 ‘Family’는 라틴어 ‘Familia(가계·세대)’에서 유래한 말로, 14세기 말이나 15세기 초에 영어에 유입됐다. 라틴어 ‘Familia’는 ‘famulus(하인)’에서 유래됐다(레이먼드 윌리엄스 [키워드]). 이러한 유래를 통해 보면, ‘Family’는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는 ‘한 집 안에 사는 하인들’까지 포함된 ‘세대’ 개념에서 출발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동양에서 가족이 ‘혈연’과 ‘공간’을 강조하는 모습과 사뭇 다르다.

2. 가정에서의 역할과 지위


▎지난해 우리나라 1인 세대는 전년도보다 57만4741세대(6.77%) 늘어난 906만3362세대로 사상 처음으로 900만 세대를 돌파했다.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혼자 장을 보는 시민. / 사진:연합뉴스
가족은 ‘사회의 가장 기본적이고도 보편적인 단위’다. 현재의 가족 구성이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일반적인 모습이기 때문에, 흔히 인류 역사 초기부터 지금과 같은 모습이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가족은 사유재산이 생기고, 원시적인 군혼제(群婚制)에서 일부일처제(一夫一妻制)로 바뀌면서 점차 남자를 중심으로 변한 것이라고 한다.

중국에서는 대략 하(夏) 나라(기원전 21세기) 무렵에 현재와 같은 가족 형태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 가부장적 가족제도는 삼국시대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시기에도 표면적으로만 일부일처제였지, 실제로는 일부다처제(一夫多妻制)였다. 일부일처제가 실현되기 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가족은 아주 오랜 시간 동안 남성을 중심으로, 혈연에 의해 형성된 공동체였기 때문에 가정에서 남성의 역할과 권위는 절대적이었다. 가장(家長)인 남성은 집 밖에서 돈을 벌었고 가정의 크고 작은 일을 결정했지만, 여성은 집안에서 집안일을 하고 대를 잇기 위해 출산을 해야 했다.

이러한 역할 분담은 우리가 사용하는 호칭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우리는 오늘날까지도 남편을 ‘바깥양반’, 부인을 ‘안사람’이라고 부르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중국에도 ‘男主外, 女主內(남자는 바깥일을 책임지고, 여자는 집안일을 책임진다)’라는 말이 있다.

동양에서뿐만 아니라 서양에서도 모계사회에서 부계사회로 가족의 형태가 변화했다. 프리드리히 엥겔스는 [가족, 사적 소유, 국가의 기원]에서 역사적 가족 모형의 변화를 설명하고 이를 통해 여성이 어떻게 남성에게 종속되는 과정을 거쳤는지 보여줬다. 그는 잉여 생산과 부의 증가, 가축의 소유에 따라 ‘사적 소유’ 개념이 생겨나고, 이에 따라 모권제 사회가 부권제 사회로 이행하게 된다고 말한다.

이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가부장제의 가족형태가 구성됐고, 남존여비(男尊女卑) 사상과 남아선호(男兒選好) 사상이 사회를 지배하게 됐음을 보여준다. 가부장제 사회에서는 여자에 대한 요구가 더욱 엄격했는데, 우리나라 유교적 가부장제의 핵심 이데올로기라 할 수 있는 삼종지도(三從之道)가 바로 그 예다.

삼종지도(三從之道)는 ‘좇아야 할 세 가지의 도리’라는 뜻으로, 동양의 고대 봉건사회에서 여자가 마땅히 복종해야 할 세 가지의 도리를 말한다. 삼종지덕(三從之德), 삼종지의(三從之義), 삼종지례(三從之禮), 삼종의탁(三從依託)’이라고도 한다. 이 말은 [의례(儀禮)] ‘상복전(喪服傳)’의 “여자는 세 가지의 좇아야 할 길이 있는데, 집에서는 아버지의 뜻을 따르고, 시집을 가면 지아비에게 순종하며, 지아비가 죽으면 아들의 뜻을 좇아야 한다(女子有三從之道, 在家從父, 適人從夫, 夫死從子)”에서 유래한 성어(成語)다.

성비불균형 심화 中, 男 3400만 명 짝 못 찾아

그러나 사회가 발전하고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면서, 오늘날 가정의 구성원들에게 요구되는 역할 역시 변화했다.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의 문제가 됐고, 여자도 밖에서 일하는 비중이 높아졌을 뿐만 아니라 남자도 집안일을 하면서 육아를 도맡아 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남자가 육아휴직 제도를 사용하기도 하고, 중국에서는 남자가 가정주부 역할을 하는 경우도 많아 가정주부(家庭主婦)가 아닌 ‘가정주남(家庭主男)’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나기도 했다.

3. 가족의 대외적 기능·자녀 출산


▎서울 성동구 시립동부노인 전문요양센터에 마련된 비대면 면회실 ‘가족의 거실’에서 하트 인사를 나누는 가족들. / 사진:연합뉴스
가족은 개인의 성장과 발달은 물론, 사회의 유지·발전을 위해 많은 역할을 한다. 그중 가족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인 출산은 국가의 인구 문제와 밀접하게 연관되며, 사회 전체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대외 기능을 담당한다.

과거에는 결혼하면 자녀를 출산하는 것이 매우 당연시됐다. 대부분 자녀를 여러 명 출산해 3~4명의 형제가 있는 가정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베이비붐(1955~1974) 이후 인구가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정부에서는 가족계획 정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베이비붐이 절정기이던 1960년대에는 ‘세 자녀 갖기’, 70년대에는 ‘두 자녀 갖기’, 80년대에는 ‘한 자녀 갖기’ 운동이 대대적으로 펼쳐졌다.

그러나 30여년 만에 세상은 빠르게 변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줄어드는 출산을 막기 위해 다퉈 다자녀 가정에 혜택을 주고 각종 출산 장려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인 중국의 상황은 어떠한가? 덩샤오핑(鄧小平)은 집권 후, 과도한 인구 증가가 식량 위기와 산업 발전을 저해해 중국의 미래를 위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 가정에 한 자녀만 낳게 하는’ 산아제한정책을 기본 국책으로 제정해 20년간 약 3억4000만 명의 자연 증가 인구를 억제했다.

저출산·고령화 문제는 국가 미래 결정짓는 중요한 과제

하지만 산아제한정책으로 나타나는 문제점도 적지 않았다. 아이 하나가 양가 조부모 4명, 부모 2명의 보살핌과 사랑을 독차지하며 성장해 버릇없는 ‘작은 황제’가 됐다는 의미의 ‘소황제(小皇帝)’, 아들을 낳기 위해 또는 벌금을 피하기 위해 호적에 등록하지 않아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하는 무호적 아이인 ‘헤이하이즈(黑孩子)’ 등이 생겨났다. 성비 불균형 현상의 심화로 3400만 명 넘는 남자가 결혼 상대자를 찾지 못하게 되는 문제도 발생했다.

특히 여성의 경제활동 증가, 가족의 기능 및 형태의 변화, 만혼(晩婚) 및 비혼(非婚) 문화의 확산 등으로 저출산(低出産)·고령화(高齡化)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인구 증가율이 둔화되고, 생산 가능 인구도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중국은 30년 넘게 고수해 온 한 자녀 정책을 폐지하고 2016년 두 자녀 정책을 전면 도입했다. 얼마 전에는 세 자녀 정책을 발표했으나 아직 반응은 미미하다.

사실 우리나라나 중국보다 먼저 인구절벽 위기에 직면한 일본 역시 강력한 출산 장려 정책을 시행하고도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가족의 ‘자녀 출산 기능’ 저하로 인한 “저출산· 고령화 문제는 국가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과제”이므로 대응책이 시급하다.

4. 가족의 대내적 기능·자녀 교육


자녀를 양육한다는 것은 옛날에나 지금에나 변함없는 가족의 기본적인 기능이다. 아이는 사회 구성원으로 자라 사회의 주축이 되므로, 가정에서 아이들을 얼마나 잘 양육하느냐는 가정은 물론 사회에도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가정은 아이들이 가장 처음 교육을 받는 곳으로, 학교 교육 이전에 인성과 지성을 형성하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가정교육(家庭教育)은 가정에서 일상생활을 통해 행해지는 교육으로, 예의범절·정서·품위·도덕 등 인격 형성에 중점을 두는 것이 일반적이다. 가정교육은 원시시대부터 시작됐는데, 이때는 생존을 위한 기본적인 내용을 비롯해 관습과 금기에 대한 지식 등을 습득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삼국시대 이후에는 가정교육이 생존보다는 도덕과 교양 교육으로 변화했다. 사회생활을 위한 효(孝)·충(忠)·신(信)·의(義)·용(勇)·인(仁) 등의 교양과 정서 생활과 품성 교육이 중요시됐다.

이후 고려시대에는 과거 과목인 문무 교육이 중요하게 여겨졌다. 물론 기본적인 정서 교육과 예절 교육도 중요한 가정교육 항목 중 하나였다. 여성은 어머니에게 살림을 배웠으며, 일부 상류 가정에서는 교양으로 글 읽기와 유학(儒學) 및 불경을 가르치기도 했다.

조선시대에는 실생활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유교 윤리가 가정교육의 양상을 크게 바꿔놓았다. 남성에게는 유교의 기본 윤리인 삼강오륜을, 여성에게는 자식·며느리·처·어머니로서의 역할을 근거로 고려시대보다 더욱 엄격하게 삼종지도(三從之道)·칠거지악(七去之惡) 등을 가르쳤다.

현대 가정교육은 학교 교육의 효과를 강화, 실천하면서 형식적이고 제도적인 학교 교육에서는 성취되기 어렵거나 미진한 정서·예절·품위·도덕 등 인격 형성에 치중할 것이 기대되고 있다. 따라서 부모 자신들이 바람직한 모델이 돼줘야 한다.

율곡 집안 가훈의 역할 한 [동거계사(同居戒辭)]

‘아들딸이 훌륭하게 자라기를 바라는 것’은 모든 부모의 공통된 바람이다, 중국어에서는 이 표현을 ‘아들은 용이 되길 바라고, 딸은 봉황이 되길 바란다’는 뜻의 ‘望子成龙, 望女成凤(wàng zǐ chéng lóng, wàng nǚ chéng fèng)’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이 말처럼 우리의 아들딸들이 용이 되고 봉황이 될 수 있도록 인생의 기초가 되는 가정교육에 더 힘써야 할 것이다.

5. 가훈(家訓)-가문을 지키고 빛내기 위한 지침서


▎궁중문화축전이 열린 창경궁에 저마다의 소원을 담은 어린이들의 카드가 걸려 있다. / 사진:김경록 기자
예로부터 가정의 화목은 가정을 다스리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이자 사회생활의 근본으로 중시됐다. [대학(大學)]에서는 격물(格物)·치지(致知)·성의(誠意)·정심(正心)·수신(修身)·제가(齊家)·치국(治國)·평천하(平天下)를 8조목으로 삼아 집안의 다스림을 강조했고, [명심보감(明心寶鑑)] ‘치가(治家)’ 편에서는 “자식이 효도하면 양친이 즐거워하고, 가정이 화목하면 만사가 이뤄진다(子孝雙親樂 家和萬事成)”고 했는데 모두 가정의 화목을 중시한 말이다. 그리하여 많은 가정에서 ‘오늘날까지 집안이 화목하면 모든 일이 잘 이뤄진다’는 의미의 한자성어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을 가훈으로 내세운다.

가훈(家訓)은 한 집안의 행동이나 생활에 지침이 되는 교훈이라는 뜻으로, 가정의 윤리적 지침이다. 가계(家誡)·정훈(庭訓)·가규(家規)·가헌(家憲)·가의(家儀)·가학(家學)·가법(家法)·가범(家範)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보통은 가족들이 지켜야 할 도덕적인 덕목을 간명하게 표현한다.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가훈은 남북조 시대에 여러 나라에서 높은 벼슬을 했던 안지추(顔之推)가 지은 [안씨가훈(顔氏家訓)]이다. [안씨가훈]은 가족 도덕을 비롯해 학문·교양·사상·생활양식과 태도, 처세와 교제방법·언어·잡예(雜藝) 등에 대해 구체적인 체험과 사례 등을 자세히 기록했으며, 시세에 편승하지 않고, 조화·평화·안전을 중요시하는, 소박하고 검소한 가정생활을 이상으로 삼고 있다.

이 밖에도 당(唐)나라 때의 하동 유씨(河東柳氏)의 가훈, 송(宋)나라 때 사마광(司馬光)의 [가범(家範)] [주자가훈(朱子家訓)] 원채(袁采)의 [원씨세범(袁氏世範)], 원(元)나라 때의 [정씨가범(程氏家範)], 명(明)나라 때 방씨(龐氏) 집안의 [방씨가훈(龐氏家訓)] 등이 유명하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름 있는 가문은 가훈이 보편화돼 있었다. 조선 전기의 실학자 이익은 가훈을 10권이나 저술했다. 우리나라에서 오래된 가훈은 김유신 집안의 ‘충효(忠孝)’, 최영 집안의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라’ 등이 있다. [동거계사(同居戒辭)]는 이이 집안의 가훈과 같은 역할을 했는데, 그 내용은 7개 조목으로 나뉘어 있다.

첫째, 부모에게 효도하고, 정성으로 제사를 모실 것, 둘째, 홀로된 형수를 일가의 으뜸으로 받들 것, 셋째, 사사로운 재물을 두지 말 것, 넷째, 아내와 소실을 모두 지극하게 대할 것, 다섯째, 웃어른을 공손히 섬길 것, 여섯째, 삼촌과 사촌 형제들을 어버이와 친형제의 예로 사랑할 것, 일곱째, 일가가 모두 회동할 것 등이다.

1인 가구 폭발적 증가

그 밖에 이웃 나라 일본에서는 [다케다 노부시게 가훈]이라 통칭하는 다케다 가문의 가법(家法)이 있다. 노부시게는 1558년 4월 아들 노부도요에게 99개 조에 달하는 훈계를 글로 적어 내렸는데 그 내용은 무사로서의 바른 자세와 마음가짐에 관한 것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6. 가족의 유형·점점 작아지는 가족


▎다문화가정 학생이 30% 넘게 차지하는 김해시 합성초등학교. 이 학교 다문화가정 학급 게시판에 걸려 있는 다문화 학생들의 사진. / 사진:송봉근 기자
과거의 가족은 하나의 생산단위이자, 사회조직의 기초 단위이었으며, 동시에 교육의 장이기도 했다. 학교·종교·농장·공장·규범 등 사회가 필요로 하는 대부분의 기능이 '가족'에 집중돼 있었다. 당연히 대부분의 가족은 여러 구성원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대가족(大家族) 형태였다. 우리나라의 [동거계사], 중국의 [안씨가훈], 일본의 [다케다 노부시게 가훈]을 통해서 알 수 있듯이 과거의 가족은 그 규모가 매우 큰 대가족 형태였다.

그러나 산업화와 도시화에 따라 이러한 대가족은 점차 사라졌고, 개인주의와 자유주의에 기초한 핵가족(核家族)이 주를 이루게 됐다. 이후 정보 사회로 접어들면서 구성원이 단 한 사람만 있는 1인 가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가족이라 하면 결혼이나 혈연으로 맺어진 집단, 또는 그 구성원을 의미했다. 그래서 가족은 기본적으로 결혼과 출산을 전제로 이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다양한 삶의 방식과 가치관의 변화로 결혼과 출산이 전제되지 않는 경우가 다량 출현하면서 가족의 유형도 다양해졌다.

우리나라에는 미혼모가정·한부모가정·재혼가정·다문화가정·딩크(DINK, 의도적으로 자녀를 두지 않은 맞벌이 부부)가정 등 유형이 생겼다. 중국어에는 아이를 원하지 않아 부부만으로 이뤄진 丁克家庭(정극가정, 딩크족), 자녀들이 독립한 후 연로한 노인들로만 이뤄진 空巢家庭(공소가정, 독거노인 가정) 등이 있다.

7. 가족의 의미

얼마 전 가족의 달을 맞아 TV에서 틀어주는 ‘원더’라는 가족영화를 보면서 ‘가족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됐던 기억이 난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해 일상적인 불안감이 큰 요즘, 우리는 가족들과 같은 공간에서 장시간 함께 머무르며 많은 것을 함께 하고 있다. 늘 좋은 일만 가득하면 좋겠지만, 가끔은 쌓였던 불화가 터지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가족만큼 소중한 존재가 없을 것이다. 누구에게나 가족은 늘 ‘편안하고’ ‘따뜻하고’ ‘고맙고’ ‘든든하고’ ‘힘이 되는’ 존재가 되길 바란다.

- 양영매 경성대 한국한자연구소 교수 ymyang1680@naver.com

202107호 (2021.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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