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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호준의 ‘골프와 인생’] 60대 나이에 전성기 누리는 프로골퍼 임진한 

“몸 낮추고 즐겁게 했더니 고목나무에 꽃” 

유튜브 1년 만에 구독자 25만, 손예진·지진희·신동엽 등 출연시킨 마당발
“골프로 받은 사랑, 빚 갚으려 한 게 비결… 돈보다 명예 좇아야 인생 굿샷”


▎임진한 에이지슈트 골프 대표는 “64세인 지금 가장 바쁘고 내 인생 최고의 전성기”라고 했다. / 사진:요넥스
인생은 60부터라는 말은 나이 먹은 사람에게 듣기 좋으라고 하는 얘기일 것이다. 그러나 실제 60대에 전성기를 달리는 사람이 없지는 않다. 국내 5승, 해외 투어에서 3승을 한 임진한(64) 에이지슈터 골프 스쿨 대표다. 요즘 너무 바빠 바늘 꽂을 시간도 없어 보인다. 인터뷰 요청을 했는데 경기도 안산 대부도의 아일랜드 골프장에서 성악가 김동규와의 유튜브 방송 촬영 전 시간을 겨우 할당받았다.

임진한은 TV 광고에 2개 출연한다. SBS 골프 채널과 유튜브도 하고 유료채널 티빙에서 해설을 할 계획이다. 종편 방송에 그의 인생 드라마도 나왔다. 특히 그의 유튜브 ‘임진한 클라스’는 골프계의 화제다. 1년 만에 구독자가 25만 명이 넘었다. 총 조회수는 3000만에 육박한다.

게스트가 화려하다. 박인비·김효주 같은 선수 이외에도 지진희·이수근·김국진·신동엽 등 연예인이 나왔다. 특히 여성 톱스타는 골프 콘텐트 노출을 꺼리는데 손예진도 출연했다. 인맥은 넓고 깊다.

임진한은 “인간적으로 레슨을 해주던 사람들, 혹은 오랜 친구들이다. 손예진이나 지진희 등은 이미지를 중시하는 배우인데 내가 마음으로 레슨을 해준다고 생각해 나와 주지 않았나 싶다. 우리는 또 서로 프로페셔널이라는 믿음이 있다”고 말했다.

골프는 어렵다. 오랫동안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한으로 남기도 한다. 그걸 풀어주는 선생님이 있다면 눈물이 날 정도로 고마울 것이다. 그는 TV 골프 방송에서 ‘레슨의 신’이라 불리며 일반인 출연자들이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수십 년간 풀지 못한 스윙 고민 풀어줬다”면서다.

사람들이 그를 좋아하는 비결은 뭘까. 그는 “유명해지면 으쓱하게 된다. 그러나 선생님은 자기 자신을 낮추고 아마추어의 눈높이에서 마음을 읽어야 한다. 100타를 치든, 120타를 치든 그 사람 마음에 들어가야 한다. 나는 절대 화내지 않고, 감각이 없거나 고집 센 사람도 설득시키려 한다. 벙커샷을 알려주는데 이해를 못 해 두 시간 반이 걸린 적도 있다. 두 번째로는 혼을 다하는 것이다. 나는 허리를 숙이고, 무릎을 꿇어 볼을 놔준다. 잘 친 샷 감도 금방 잊어버린다. 공을 놓는 시간 동안 감각을 잃을 수 있는데 그 느낌을 살려주기 위해서 내가 공을 놔준다.”

임진한은 1957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가수 설운도와 어릴 적 절친이었다. 설운도는 가수로, 임진한은 골프로 성공하자고 다짐했고 둘 다 약속을 지켰다. 임진한은 맨땅에 구멍을 파고 나무로 퍼터를 만들어 마당 골프를 하곤 했다. 키가 1m 83㎝였다. 키가 크니 운동을 잘할 거라고 해 고등학교 졸업 후 골프 연습생을 했다.

골프 방송에서 ‘레슨의 신’이라 불려


▎골프 방송에서 출연자를 가르치는 임진한. / 사진:에이지슈트 골프
부산에서는 한계가 있었다. 이병두 대한골프협회 부회장의 소개로 경기도 양주의 로얄 골프장(현 레이크우드)으로 갔다. 이 회장은 임진한을 아꼈다. 골프장 사람들에게 “임진한이 연습 공을 하루 1000개씩 치고 18홀 돌지 않으면 밥을 주지 말라”고 했다. 임진한은 공을 치고 라운드를 하고 낡은 리어카를 끌고 다니면서 공을 주웠다.

1977년 20세에 프로가 됐다. 최상호가 그와 프로 입회 동기다. 1983년과 84년 국내 메이저대회인 PGA선수권에서 연속 우승했다. 파죽지세일 것 같았다. 그러나 골프는 쉽지 않고, 인생도 순탄하지 않다. 침을 잘 못 맞아 복막염으로 3년 반을 쉬어야 했다. 수술 후 대충 나았다고 생각해 큰마음 먹고 미국으로 전훈을 갔는데 또 허리가 아파 다시 수술해야 했다. 그는 젊은 시절 허리를 많이 쓰는 스윙을 했는데 이와 관계가 있다.

그의 부인 황영숙씨는 농구 선수 출신이라 의지가 강했다. 그런 그도 남편의 선수 생활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선수로 성공하기는 어렵고 그저 일으켜 세워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고 기억했다. 임진한은 일어나서 60대가 될 때까지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임진한은 “골프와 인생은 너무나 똑같다. 순탄하게 산 사람이 있는가. 골프 라운드도 결코 마음먹은 대로 가지 않는다. 잘 친 게 나쁜 결과가 되기도 하고 잘못 친 게 결과적으로 잘 된 것일 수도 있다. 나는 너무 연습을 많이 했다. 그게 지금의 나를 만들기도 했고 나를 어렵게 하기도 했다. 그 결과는 알 수 없다. 다들 그런 돌발 상황에서 리커버리하면서 가는 것이다. 골프는 실수가 나는 운동이다. 그 폭을 줄이는 게 기술이다.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임진한은 1987년 말에 투어에 복귀했다. 1991년엔 일본 문을 두드렸다. 당시 한국과 일본의 환율 차이는 열 배에 가까웠다. 대회 숫자도 일본은 40개가 넘었다. 버블 시대 돈만 놓고 보면 일본 투어는 미국 PGA 투어에 버금갔다. 임진한은 일본 투어 회장에게 한국인의 응시를 허락해달라는 편지를 썼다. 그는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또 1등으로 프로 테스트에 합격했다. 2부 투어에서 2년을 뛰었고 1부 투어에서 3승을 했다. 선수 생명이 짧은 20세기에 37세의 일본에 진출한 선수가 이뤄낸 것을 고려하면 대단한 성취다.

대회가 많으면 마치 개인택시 기사처럼 움직이는 대로 돈을 벌 수 있었다. 1년에 40개 대회에 참가했더니 팔꿈치가 아팠다. 젊은 선수들과 겨루기가 벅차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후 간간이 투어에 나서며 주니어 선수들을 가르쳤다.

임진한은 대인관계가 좋다. 만나는 사람 모두를 성심성의 껏 대하기 때문이다. 그를 돕는 사람들이 많았다. 1998년 국내 최초로 골프훈련소인 LGTC(임진한 골프트레이닝센터)를 설립했다. 양용은·허석호·이미나·봉태하·최광수·강욱순·박인비·모중경 등이 그의 제자다. 이후 골프 레슨 스타가 됐고, 유튜브라는 새로운 플랫폼에서 다시 도약하고 있다.

유튜브 인기가 높지만 이를 통한 수입이 많지는 않다. 임진한은 “돈 벌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돈 벌려면 욕먹을 짓도 좀 해야 하는데 우리는 중간 광고도 넣지 않는다. 또 프로그램을 TV로도 볼 수 있게 고급으로 만든다. 골프에 진 빚이 많다. 나를 사랑해주신 분들에게 그 빚을 갚는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했더니 고목나무에 꽃이 피었다”고 말했다.

그가 60대에 들어 전성기를 달리는 이유다. 그는 “어릴 때 선배들이 하라는 것을 묵묵히 열심히 했고, 돈이 아니라 명예를 보고 산 것도 성공 비결”이라고 여긴다. 요즘 부동산값도 오르고 주식이나 암호 화폐로 돈 번 사람도 있다. 임진한은 “물론 돈이 중요하지만 명예로 해야 오래 간다. 자신에게 투자하고 공부해야 재미있게 롱런할 수 있다. 미래가 불안해 보이지만 요즘 젊은이들도 명예를 보고 산다면 결국 성공하게 될 거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그는 시대에 맞게 변한다. 유튜브 방송에서 춤도 추고 예능감도 뛰어나다. 임진한은 “나는 맞으면서 배웠다. 그러나 시대가 달라졌다. 달래고 이해하고 재미있게 가르쳐야 한다. 원래 재미가 없는 사람인데 웃으면서 하는 게 사람들에게 전달력이 더 강해서 내가 좀 변했다”고 말했다. 다른 프로들이 “영감님” 소리 들을 때 그는 스타가 된 이유다.

젊은 시절 침 잘못 맞아 3년 반 선수 생활 못 해


▎임진한은 만나는 사람 모두를 성심성의껏 대한다. 그는 “배우는 사람의 마음에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 사진:에이지슈트 골프
그가 아쉬운 것도 있다. 그의 둘째 딸은 프로다. 그러나 선수로 성공하지는 못했다. 중학교 때 굵직굵직한 대회에서 우승도 한 유망주였다. 그러나 성격이 너무 착했다. 동반자가 한 보기를 보고도 안타까워할 정도로 마음이 약했다. 아버지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여긴다. 임진한은 “아카데미에서 여러 아이를 가르쳤는데 가족에게만 신경 쓴다는 얘기를 들을까 봐 일부러 내 딸만 빼고 가르쳤다. 그게 후회가 된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2007년엔 부인이 뇌경색으로 투병했다. 임진한은 레슨을 접고 극진한 간호를 했다.

임진한은 미국 골프다이제스트로부터 미국을 제외한 세계 50대 코치로 선정됐다. 기자는 동의하지 않는다. 임진한은 전 세계 10대 교습가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그는 회전, 체중 이동, 헤드 무게 느끼기라는 3대 원칙을 지키면 좋은 스윙이 나온다고 여긴다. 물론 이를 지키기가 쉽지는 않다.

임진한은 “맛있는 음식을 보면 입에 침이 고이듯, 어드레스만 하면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했다. 그는 “골프는 회전운동인데 회전은 인간의 몸에 익숙한 게 아니라서 연습 없이 잘하긴 쉽지 않다. 맨손으로 회전하는 연습을 하고, 자연스러운 어드레스를 하라. 야구 선수의 타격 발디딤처럼 체중 이동을 하고 그립은 A4지를 말아서 잡았을 때 구겨지지 않을 정도로 살살 쥐라”고 했다.

직장에서도 연습할 수 있다. 그는 “골프장에서 어드레스 할 때 어색하지 않고 편해야 한다. 발바닥에 체중이 내려간 채, 상체 힘이 빠져 있는 어드레스를 실제로 하거나, 이미지 트레이닝하는 건 회사에서도 할 수 있다. 또한 아마추어들은 쉽고 멀리 나가는 클럽 쓰는 게 좋다. 특히 아이언 거리 나는 게 중요하다. 훨씬 편하고 공략법이 달라진다”고 조언했다.

그는 60대 중반의 나이로 보이지 않는다. 몸은 운동을 해서 유지한다 쳐도, 풍성한 머리숱은 놀랍다. 임진한은 “골프는 어렵다. 골프 가르치는 것도 배우는 것만큼 스트레스가 많다. 그러나 나는 행복하다. 내가 가르치는 사람이 잘 치면 너무너무 기분이 좋다. 즐겁게 일해서 덜 늙어 보이는 것 아닐까. 손가락질 받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이 좌우명 중 하나다. 그렇게 살고 있어 불안하지도 않다.”

그의 방송을 보면 여성들이 더 잘 배우는 것 같다. 임진한은 “여자들은 몸이 유연한 데다 생각도 단순하게 한다. 그래서 금방 따라 한다. 또한 여자가 골프를 더 재미있어한다. 남자는 밖에서, 여자는 집에서 스트레스받는 경우가 많다. 상대적으로 집에 오래 있는 여성들이 들에 나갈 때, 그러니까 골프를 더 좋아한다. 남자는 골프장에서 업무상 접대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을 때가 있지만, 여자는 별로 없다”고 했다.

반면 머리 좋고, 학력 좋고, 의지가 투철하고, 부지런하기까지 한 성공한 남자들이 골프 하다 혼란에 빠지는 경향이 있다. 임진한은 “남자는 일단 여자보다 고집이 세다. 성공한 사람은 더 그렇다. 공부 많이 하고 사업을 크게 하는 사람이라도 골프는 초보자에 불과한데 자기 주관이 뚜렷하다. 또한 이런 분들은 하나를 가르치면 세 개, 네 개, 다섯 개를 하려 한다. 프로는 스윙을 바꿀 때는 공 1000개를 놓고 섕크가 나든, 토핑이 나든, 공이 어디로 가든 신경 쓰지 않는다. 타점을 찾는 과정이다. 그러나 아마추어들은 100개도 못 참는다. 그러다 ‘내가 프로 될 것도 아닌데’ 하면서 포기한다. 절대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골프를 하지 마라. 공 신경 쓰지 않고 50%만 가지고 폼을 만들어라. 30분만 해도 좋아진다”고 충고했다.

1초 만에 끝나는 스윙, 생각 너무 많으면 망쳐

스윙 이론에 해박한 사람이 오히려 어려움을 겪는 일도 흔하다. 임진한은 “100가지 아는 사람 많다. 거기다 한 가지를 더 알려주면 101가지다. 1초 만에 끝나는 골프에서 101가지 생각을 어떻게 다 하는가. 다른 것 다 잊어버리고, 하나만 생각하자고 하는데 예전 머릿속에 넣은 지식을 빼지 못한다. 박인비는 스윙 이론이 아주 단순하다. 한때 드라이버 슬라이스로 고민을 많이 했는데 그때는 아주 복잡했다. 지금은 그냥 들었다 내리는 정도로 생각한다. 단순한 사람이 잘 친다. 배상문은 공이 비뚜로 가면 스윙을 생각하는 버릇이 있다. 좋지 않은 습관이다. 짐 퓨릭은 스윙이 일반적인 정상 스윙과는 차이가 있지만 잘하고 있다. 그도 한때 남들이 뭐라고 해서 스윙을 바꿨는데 성적이 급락해 다시 돌아갔다. 긴장했을 때도 편하게 할 수 있는 스윙이 가장 좋다. 배상문은 요즘 공도 더 멀리 나가고 장점도 많아졌다. 나쁜 습관만 없애면 다시 우승할 수 있다”고 했다.

요즘 TV 레슨 프로그램이나 유튜브 따라 하다가 망가진 사람도 많다. “폼을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느낌만 따라 해야 한다. 바깥으로 빼라고 하는데 바깥이라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너무 고지식하게 받아들이면 힘들어진다. 퍼트할 때 손목 쓰지 말라는 건 맞는 말이긴 하지만, 몸이 유연하지 않은 아마추어들은 뒤땅치기 십상이다. 유튜브는 계속 똑같은 얘기를 하면 식상하기 때문에 구독자를 모으기 위해 새로운, 좀 더 섹시한 얘기를 할 수도 있다. 귀에는 솔깃할지 몰라도 골프를 망치게 할 수도 있다. 또한 방송에서 레슨 하는 분들이 너무 오래 하는 건 좋지 않다. 레슨을 하는 분들은 1년에 두 달 정도 방송하고 열 달은 쉬면서 다시 재정비하는 것이 맞다. 나도 터닝포인트를 너무 많이 했다. 좀 쉬어야 한다.”

임진한에겐 쉴 시간이 별로 없다는 게 문제다.

※ 성호준 골프전문기자/중앙콘텐트랩 - 중앙일보 사회부와 스포츠부를 거쳐 골프전문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중앙일보와 중앙SUNDAY. 네이버에 ‘성호준의 골프 다이어리’, ‘성호준의 골프 인사이드’, ‘골프 진품 명품’ 등의 칼럼을 연재했다. JTBC골프 채널에서 [JTBC골프 매거진] [LPGA 탐구생활] 등을 진행했다. 저서로 [타이거 우즈 시대를 사는 행복][맨발의 투혼에서 그랜드슬램까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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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호 (2021.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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