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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이 쓰는 생명의 비밀] 인삼보다 낫다는 회춘의 묘약, 삼지구엽초 

 

팔순 노인이 뜯어먹고 지팡이 내팽개쳤다는 전설 깃들어
잎·줄기 말린 음양곽(淫羊藿), 뼈 튼튼히 하고 정기 회복


▎삼지구엽초는 한국이 원산지로 희귀한 특산식물이다. 나물로 무쳐 먹거나 차로 달여 마시거나 술을 담가먹으면 건강에 좋다.
산책길인 야산 애막골 자락의 샘터가 있는 외딴곳에 노인 한 분이 살고 있어서 매일 만나 인사를 나눈다. 불법 거주지만 하도 오래 살아서 닭과 개도 키우면서 옴폭 들어간 그곳에 터를 잡았다. 그런데 집 뒤 빈터에 삼지구엽초가 소복이 한 무더기 나 있었다. 노인께 물었더니 누가 씨를 줘서 뿌려두었단다. 가을에, 익은 종자를 서늘하고 습기 찬 곳에 바로 뿌리거나 이듬해 봄에 포기나누기해서 번식시킨다. 그리고 여름철에 기온이 너무 높으면 삭아 버리므로 반 그늘에서 키우는 것이 좋다. 그리고 잎과 꽃의 모양이 독특하므로 관상용으로도 가치가 높다.

삼지구엽초(三枝九葉草, Epimedium koreanum)는 매자나무과에 속하는 다년생초본 식물로 처음에는 원줄기서 3갈래로 가지 치고(三枝), 가지 끝 끝에 각각 세 개씩 잎이 나서 모두 아홉 장이(九葉) 달리는 풀(草)이다. 한국이 원산지로 희귀한 특산식물이며, 한국의 경기 이북, 만주, 우수리에 분포한다. 필자는 춘천의 삼악산(三岳山) 정상에서 채집한 적이 있다.

삼지구엽초는 산지(山地)의 숲속에서 드물게 자란다. 땅속에 가로로 기는 뿌리줄기가 있어서, 거기에서 여러 개의 뿌리잎(근엽, 根葉)이 나온다. 잎은 긴 잎자루를 가지고 있으며, 2회 3출(出)하는 겹잎으로, 작은 잎(소엽, 小葉, leaflet)은 다소 좌우 비대칭인데, 겨울에는 땅 윗부분이 말라죽는다.

삼지구엽초의 소엽은 심장형이고, 길이가 5~13.5㎝, 폭은 1.5~7.2㎝ 정도이며, 가장자리에 잔 톱니가 규칙적으로 배열돼 있다. 키는 30㎝에 달하고, 한 포기에서 여러 대가 나와 곧추 자란다. 뿌리줄기(근경, 根莖)는 옆으로 꾸불꾸불 뻗으며 잔뿌리가 많이 달려 있다.

삼지구엽초는 우리나라 중북부 이북 지방에 자생(自生)하며, 남부지방인 지리산 일대에서도 드문드문 발견되기도 한다. 비교적 온도가 낮은 고산지역을 좋아하며, 풀이나 낙엽 따위가 썩어서 된 흙인 부엽토(腐葉土)가 풍부한 토양에서 잘 자란다. 다시 말해서 삼지구엽초는 부엽토가 두껍게 쌓인 반그늘의 습윤(濕潤)한 나무그늘에서 자란다. 뿌리줄기는 단단하고, 옆으로 뻗으며, 잔뿌리가 많이 달린다. 뿌리에서 나온 근엽은 뭉쳐나고, 잎자루가 길며, 줄기에 달린 경엽(莖葉)은 길이가 5~13.5cm의 달걀 모양이고, 끝이 뾰족하다. 줄기는 가늘고 털이 없으며, 밑 부분은 비늘 모양의 잎으로 둘러싸인다.

나물 무치고 차 달이고 술로 담가 먹어

꽃은 4~5월경에 줄기 끝에 황백색으로 피고, 지름은 2㎝ 내외로 꽃자루는 길며, 약간 아래로 내려다보면서 핀다. 꽃받침은 8개로 바깥 4개는 일찍 떨어지며, 안쪽의 4개는 달걀 모양의 긴 타원형으로 밝은 자색을 띤다. 꽃잎은 4개로 닻(갈고리가 달린 기구로 흙바닥에 박히어 배가 움직이지 못하게 됨) 모양이며, 보통 엷은 자색인데 분홍색이나 흰색인 것도 있다. 긴 꽃받침이나 꽃잎 아래에 있는 자루 모양의 돌기인 며느리발톱(거, 距, spur/calcar)이 있고, 1개의 암술과 4개의 수술이 있다. 며느리발톱은 말이나 소 따위 짐승의 뒷발에 달린 발톱이나 새 수컷(수탉)의 다리 뒤쪽에 있는 각질의 싸움발톱 또는 식물의 꽃에 붙어 있는 길쭉한 꿀샘돌기를 일컫는다.

열매는 8월경에 길이 1.0~1.3㎝, 지름은 0.5~0.6㎝로 길고 딱딱하게 달린다. 또 작약처럼 익으면 벌어지는 골돌과(蓇葖果)로 외부 자극에 잘 터지게 돼 있으며, 길이 10~13㎜의 양 끝이 뾰족한 원기둥 모양이다.

식물 전체(全體)를 삶아서 나물로 무쳐 먹거나 말려 차로 마시는데, 강장제로 이용한다. 또 뿌리줄기 잎(전체)을 술을 담가 먹거나 닭을 삶을 때 넣는다. 술을 담가 먹으면 남자에게 좋고, 잎을 달인 물은 정력에 좋다. 한방에서는 말린 삼지 구엽초의 잎과 줄기가 음양곽(淫羊藿)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는데 강장, 강정, 거풍(祛風, 질병의 원인이 되는 바람을 흐트러뜨려 사라지게 함)의 효능이 있다. 아울러 진해, 거담, 소염, 항균 작용과 힘줄과 뼈를 튼튼히 하고 정기를 돕는다.

또한 뼈의 대사를 조절하는 이카린(icarin) 등의 플라바노이드(flavonoid)와 휘발성 정유(精油, 식물의 잎, 줄기, 열매, 꽃, 뿌리 따위에서 채취한 향기로운 휘발성의 기름), 콜레스테롤(cholesterol), 알칼로이드(alkaloid) 물질 등이 들어있다. 삼지구엽초를 먹으면 온몸의 혈액 순환이 좋아지고, 정신이 맑아지며, 육체적 활동능력이 높아지고, 성 기능이 향상된다고 한다. 한마디로 인삼 저리가라다.

삼지구엽초에 얽힌 중국 전설 한 토막이다. “옛날 중국의 어느 목장에 양치기하는 팔순 노인이 있었다. 노인은 양을 돌보다가 한 마리의 숫양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 양은 하루에 백 마리도 넘는 암양과 교미를 하는 것이었다. 노인은 이를 신통하고 기이하게 여겨 그 숫양을 유심히 지켜보기로 했다. 이상한 것은 수십 마리의 암양과 교접을 한 숫양이 기진맥진하여 쓰러질 듯 비틀거리면서 산으로 기어 올라가는데 얼마 후 내려올 때는 어떻게 원기를 회복했는지 힘차게 달려오는 것이었다. 이를 본 양치기 노인은 산으로 올라가는 숫양의 뒤를 따라갔는데, 그 숫양은 숲속 깊이 들어가더니 어느 나무 아래의 풀을 정신없이 뜯어 먹는 것이었다. 풀을 다 뜯어 먹은 숫양은 바로 원기를 회복하고 다시 내려가 암양과 교접을 즐기는 것이었다. 숫양이 먹은 풀은 다름 아닌 바로 삼지구엽초였다. 노인은 궁금증이 생겨 그 풀을 뜯어 먹어 보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산에 오를 때는 지팡이를 짚고 간신히 올라갔던 노인이 풀을 먹고 난 후로는 원기가 왕성해져 지팡이를 팽개치고 뛰어내러 왔다. 노인은 다시 청춘을 찾아 장가를 들어 아들까지 낳게 되었다.”

※ 권오길 - 1940년 경남 산청 출생. 진주고, 서울대 생물학과와 동 대학원 졸업. 수도여중고·경기고·서울사대부고 교사를 거쳐 강원대 생물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2005년 정년 퇴임했다. 현재 강원대 명예교수로 있다. 한국간행물윤리상 저작상, 대한민국 과학문화상 등을 받았으며, 주요 저서로는 [꿈꾸는 달팽이] [인체기행] [달과 팽이] [흙에도 뭇 생명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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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호 (2021.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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