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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특집 | 단독 인터뷰] ‘골든크로스’ 넘보는 이낙연 민주당 대선후보의 直說 

“기품·일관성·균형감각… 어느 정도는 대통령 덕목 갖췄다고 생각한다” 

■ 모두에 똑같은 돈 나눠주면 오히려 소득 불평등 심화시킬 것
■ 文 정부 한반도 긴장 완화는 성과, 부동산 시장 불안 뼈아파
■ 이념·세대·계층·젠더 갈라치기로 이익 취하려는 생각 버려야
■ 유력 후보들 품격·자질 논란은 불행, 국민의 ‘집단지성’ 믿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는 월간중앙 인터뷰에서 “국민의 삶을 지켜주는 대통령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 후보는 자신의 뒤에 걸려 있는 그림과 관련해 “총리 재직 시절 아내(김숙희씨)가 공관(公館)을 그린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7층에 자리한 의원실은 분주했다. 비서진은 바지런히 움직였고, 캠프에 참여한 의원들은 각자의 역할 수행에 여념이 없었다. 건곤일척(乾坤一擲)의 승부를 앞둔 작전본부, 그 모습 그대로였다.

월간중앙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와 만난 건 8월 10일 오전 11시 45분께. 한국노총과의 비공개 간담회 직후였다. 이 후보 측 관계자는 “내일 오후 개최되는 TV 토론을 준비해야 하므로 오늘과 내일은 사실상 다른 일정을 잡을 수 없다”고 귀띔했다. 지난 7월 예비경선 당시 TV 토론을 통해 반등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되는 이 후보 측은 본경선에서도 토론회를 역전의 구름판으로 삼겠다는 심산이다.

그러나 상황이 녹록한 건 아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오마이뉴스] 의뢰)의 8월 2주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 결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6.3%로 1위로 집계됐다. 이어 25.9%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2위, 12.9%인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3위였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하지만 이 전 대표 캠프 내부에서는 7월의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8월 초중순 골든크로스(지지율 역전)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같은 기관의 7월 4주 차 조사에서는 이 지사 25.5%, 이 전 대표 16.0%로 두 사람 간의 격차가 한 자릿수로 좁혀졌다.

이 예비후보는 8월 12일 기자간담회에서 “등산을 하다 보면 오르막길이 있고 평지가 있다”며 “지지율 추이도 등산 코스와 같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예비후보 측 관계자는 “(친문 성향 의원 모임인) 민주주의 4.0 소속 전체 의원(50여 명)이 한목소리를 내기는 어렵겠지만, 핵심 관계자들의 지지는 기대하고 있다”면서 “(10월 10일) 경선까지 두 달가량 남았으니까 역전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부연했다. 다음은 이 예비후보와의 일문일답.

근황이 궁금하다.

“TV 토론을 준비하고 참석하는 등 예비후보로서 일이 많다. 시간을 짜내 좋은 정책을 발굴해 발표하고 있다. 또 여러 지역을 방문해 민심을 경청하고 지지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8월 들어 지지율 상승세가 다소 주춤한데.

“7월 이후 10%p 이상 올랐다. 7월 한 달간 빠르게 오르던 지지율이 지금은 숨 고르기 국면을 맞은 것 같다.”

돌아보면 국무총리 재직 시절부터 꽤 오랫동안 지지율 1위를 달리다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어려움을 겪었다. 이유가 뭘까?

“집권당 대표는 ‘정치인의 무덤’이라고 한다. 그러나 ‘죽지 않고’ 여기까지 왔다. 그 과정에서 많은 것을 뼈아프게 배웠다. ‘적절한 시기에 건의드리겠다’는 표현이었지만, 전직 대통령 사면을 거론한 것은 특별히 아픈 교훈을 내게 줬다. 국민의 뜻을 세심히 헤아려야 한다는 교훈이었다.”

‘내 삶을 지켜주는 나라’ 핵심은 신복지와 중산층 경제


▎8월 4일 [YTN] 주최 TV 토론회에 참석한 민주당 이낙연(오른쪽) 대선 예비후보와 이재명 예비후보. / 사진:국회사진기자단
얼마 전 대구·경북 지역을 방문했다. 그곳의 민심을 어떻게 느꼈나?

“전남의 국회의원과 도지사로 일하던 시절에 동서화합을 위해 경북과 많이 협력하며 뛰었다. 김관용 전 경북지사와 여러 가지 일을 함께했다. 8월 첫 주에 안동·대구·경주·포항 등을 다녀왔다. 안동과 경주에서는 유림의 어르신들을, 대구에서는 칠성시장 상인들과 시민들을 뵈었다. 포항에서는 신소재 철강기업을 방문했고, 경제계 인사들과 대화했다. 제가 만난 분들은 모두 따뜻하게 대해주셨다. 대구·경북이 민주당이나 저에게 어려운 지역인 것은 사실이다. 그런 현실을 타개하는 것이 주어진 임무이며, 잘 헤쳐나갈 것이다.”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른바 ‘대전(大戰)’을 치르고 있다. 이 지사의 강점과 약점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순발력이 뛰어나고 자기 홍보를 잘하는 분으로 이해하고 있다. 어쩌면 그런 순발력과 임기응변, 과도한 자기선전은 도리어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이재명’ 하면 기본소득이 트레이드마크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실현 가능성을 놓고 전문가들의 비판이 이어진다. 이 후보의 입장이 궁금하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의 평가처럼 기본소득은 부자에게는 필요 없는 돈, 가난한 사람에게는 부족한 돈을 주려고 국가적으로는 너무 많은 돈을 써야 하는 이상한 구상이다. 특히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나, 일을 하건 하지 않건 가리지 않고 똑같은 돈을 나눠주는 것은 소득 불평등을 완화하지 못하고 오히려 심화시키므로 정의롭지 못하다.”

이 지사가 구상하는 기본소득은 국민 모두에게 1인당 연간 600만원을 지급하자는 게 골자다. 장기적으로는 연 300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일부 전문가는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300조원 예산을 기본소득에 쏟으면 국가가 다른 일은 어떻게 하나”라고 꼬집었다.

이낙연 후보를 대표하는 공약은 무엇인가?

“5대 국정비전으로 신복지, 중산층 경제, 연성강국 신외교, 국민 기본권 강화를 위한 개헌, 문화강국의 꿈을 제시했다. 이에 더해 주거정책, 여성정책, 토지공개념 3법 발의, 청년 1인 가구 대책, 통상정책, 지역거점대학 정책 등 여야 후보 중 가장 완성도 높고 다양한 정책을 내놓았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국민의 삶을 지켜주기 위한 정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그중에서도 대표 공약이라고 하면 제가 내건 국가 비전인 ‘내 삶을 지켜주는 나라’를 실현하기 위한 두 개의 핵심 정책, 신복지와 중산층 경제다. 신복지는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가 일관되게 추진해온 포용주의에 입각해 복지정책을 더 업그레이드하고 세계적 기준에 맞추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이를 위해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추진해 현재 57% 수준인 중산층 비중을 7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것이 중산층 경제가 추구하는 목표다.”

다른 후보들과 비교했을 때 이낙연 후보의 최대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대한민국은 전환기에 놓여 있고 국내외적으로 특별한 과제를 안고 있다. 국내적으로는 격차 완화나 갈등 조정 같은 어려운 문제들이 있다. 그런 문제들을 시행착오 없이 해결해내기 위해서는 노련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제가 비교적 더 잘 준비돼 있다고 생각한다. 대외적으로는 단군 할아버지 이래 대한민국의 국격이 가장 높아졌다. G8 대접을 받고 있고, 10년 안에 G5까지 올라갈 수도 있다. 이 같은 국가적 과제를 이루기 위해서는 국제적으로 존경받고 신뢰받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제가 큰 강점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총리로 일하면서 28개국을 방문해 정상급 지도자들과 회담하고 그때마다 큰 성과를 냈다. 그런 경험을 가진 사람은 여러 후보 중에서 제가 유일하다.”

‘엄근진(엄숙·근엄·진지)’으로 불리다 보니 ‘다가가기 어렵다, 소통이 어려울 것’이라는 이미지도 있다.

“총리 시절에는 ‘소통의 달인’으로 평가받았다. 그 후 코로나19와 잇따른 선거로 사람들을 자주 만나지 못하다 보니 정반대 이미지가 생겼다. 사실 ‘엄근진’ 그 자체가 나쁘다고 할 것은 아니다. 책임 있는 사람은 신중해야 옳다. 그럼에도 저는 사람들과 어울려 막걸리 마시기를 좋아하고 주변을 곧잘 웃긴다.”

“‘문재인 정부 70점’ 발언은 겸손의 표현”


▎이낙연 민주당 대선 예비후보가 8월 6일 도산서원을 방문해 알묘(揠苗)에 참석한 뒤 방명록에 글을 남기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에서 국무총리, 그리고 여당 대표를 지냈다. 그 시간을 되돌아본다면.

“문재인 정부 초대 총리로서 2년 7개월 13일을 일했다. 재임 동안에 메르스·조류인플루엔자·아프리카돼지열병·산불·태풍·지진 같은 위기를 숱하게 겪었으나 성공적으로 대처했다. 총리 퇴임 때 문 대통령께서 ‘재난·재해 대처 경험을 책으로 한번 써보라’고 권유하실 정도였다. 그 결과 한때는 40%를 넘는 높은 국민지지를 얻었다. 총 12회, 28개국을 다니며 ‘총리 외교’를 수행했다. 대부분 대통령 전용기를 탔다. 역대 총리 중에서 이런 경우는 저밖에 없었고, 앞으로도 그 기록은 쉽게 깨지기 어려울 것이다. 감사하고 보람된 시간이었다. 당대표는 불과 7개월 정도 지냈음에도 역대 어느 당대표보다도 많은 입법 성과를 거뒀다. 총 422건을 처리했는데 단순히 건수만 많은 것이 아니라 그 의미도 특별한 것이었다. 우선 공수처법 개정과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 국정원법 개정, 자치경찰제법 제정 등을 통해 제도적 민주주의를 획기적으로 진전시켰다. 공정경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감독법)을 통해 경제민주주의를 구현했다. 제주4·3특별법, 5·18특별법, 세월호법 등을 고쳐 역사의 진상을 규명하고 부채를 청산하며 피해자들의 아픔을 덜어 드렸다. 이 밖에도 노동자의 안전과 권익을 위해 중대재해처벌법, 생활물류서비스발전법, 특수고용노동자법을 통과시켰다.”

최근 ‘문재인 정부 70점’ 발언과 관련해 논란이 일기도 했는데.

“문재인 정부는 집권 5년 차에도 40%를 넘는 국정 지지를 얻고 있다. 상당히 성공적이다. G8으로 인정받을 만큼 국제적으로 국격을 높였고,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낮췄다. 부동산과 민생의 문제는 있지만 국가 경제는 선방했고, 권력기관 개혁을 실현했다. 최근 한 인터뷰에서 제가 문재인 정부 성적에 70점을 준 것은 2년 7개월 13일간 총리로 일한 사람으로서 겸손의 표현이었다. 사실 논란거리가 아닌데, 선거를 하다 보면 모든 것이 과장되고 논쟁의 소재가 된다.”

문재인 정부의 주요 공과(功過)를 평가한다면.

“문재인 정부 출범 후 평창 동계올림픽이 북한의 참가 속에 성공하고 한반도 군사적 긴장이 완화된 점은 성과라고 생각한다. 또 촛불민심을 받들어 권력기관 개혁 등 제도적 민주화를 이룬 것과 ‘문재인 케어’로 대표되는 의료복지 강화 등 여러 방면의 포용정책은 대표적인 공으로 평가할 수 있다. 다만 부동산 시장의 불안은 뼈아프다. 일부 고위공직자 인사검증 실패와 ‘내로남불’로 상징되는 공정성 훼손도 아프다.”

진보·보수, 남녀·세대·계층 갈등이 너무 심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원인은 무엇이며, 집권한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생각인가?

“우리 사회는 너무 오랜 시간 소모적인 분열의 길을 걸어왔다. 사회 곳곳의 갈등이 표출되기 전에 예방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예방을 위한 소통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우리 정치는 갈등을 예방하거나 해결하지 못하고 오히려 이용하고 증폭시켰다. 정치가 이념·계층·세대·젠더 등으로 갈라치기를 해서 이익을 취하려는 낡은 생각을 버려야 한다. 집권하면 다양한 갈등을 완화하면서 발전적으로 해결하겠다. 갈등이 터지기 전에 평상의 소통을 통해 갈등을 예방하려 한다.”

“다른 후보와 연대? 방법·시기·형태 차차 드러날 것”


▎지난 5월 30일 연천군 전곡읍 전통시장을 찾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상인의 호소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얼마 전 구속 수감된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이 후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대통령을 잘 지켜달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해진다. 김 전 지사의 발언을 어떻게 받아들였나?

“지극히 인간적이고 감동적인 얘기다. 가까이서 모셔왔던 문 대통령을 한동안 곁에서 모실 수 없게 됐으니 제게 인간적인 부탁을 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문재인 정부의 초대 총리를 지낸 저는 문 대통령을 끝까지 지켜 드리겠다는 얘기를 공개적으로 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암묵적으로 ‘영남후보 필승론’이 있다.

“지역주의에 기반을 둔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본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우리 눈앞에 펼쳐져 있고, 우리의 국력이 G8으로 평가받고 있는 이 시대에 지역주의에 매몰된 정치공학적 논리는 이제 땅에 묻어야 한다. 아직도 출신 지역밖에 기댈 게 없다면, 그런 후보는 지도자의 자격이 없다.”

민주당 경선 일정 연기가 누구에게 유리하다고 생각하는가?

“경선 연기(9월 5일→10월 10일)는 특정 후보의 유불리 문제로 볼 사안이 아니다. 어떻게 하면 우리 당의 경선이 코로나19 방역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국민의 관심을 끌 것인가의 문제로 봐야 한다.”

경선 막판 다른 후보들과 연대 가능성도 열려 있나?

“김대중·노무현·문재인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민주당의 역사와 가치·철학·성과를 공유하고 있다면 누구와도 연대하고 협력할 수 있다. 그 방법과 시기·형태는 차차 자연스럽게 드러날 것이다.”

본선에 진출한다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은?

“원팀 정신을 살려내는 일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대선은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는 만큼 우리가 하나로 뭉치지 않으면 곤란하다. 그래서 경선 기간에 과도한 네거티브로 서로에게 깊은 상처를 주는 일은 없어야 한다.”

“윤석열 버틸지 의문, 홍준표·유승민·원희룡 가능성도”


▎2018년 12월 세종시 정부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이낙연(왼쪽) 당시 국무총리. 오른쪽부터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 사진:청와대사진기자단
국민의힘 내부에서 윤석열·최재형 예비후보를 두고 자질론이 나온다.

“두 분 모두 준비가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한 분은 국민의 관심사에 대해 기본조차 갖추지 못한 채 ‘1일 1실언’을 연발하고 있고, 다른 한 분은 본인 스스로 ‘아직 준비가 안 됐다’고 자백할 정도다. 국가 지도자라는 자리가 단지 국민의 실망이나 증오만으로 얻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님을 그분들이 몸소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내 경쟁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겨냥해 “기본 자질과 상식까지 물음표를 낳고 있는 상황”이라고 직격했다. 같은 당 홍준표 의원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준비가 안 되셨다면 벼락치기 공부라도 하셔서 준비된 후 다시 나오라”고 일갈했다.

검찰총장·감사원장 등 사정기관장들이 직(職)을 내려놓자마자 잇달아 대선으로 직행하는 걸 우려 섞인 시선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다.

“두 기관 모두 중립성과 독립성을 생명으로 한다. 그런 기관의 수장이 법이 보장하는 임기를 내팽개친 채 뛰쳐나와 정계 진출을 선언한 것은 고위 공직자의 도리가 아니다. 그분들의 출마 선언 명분에 동의하지 않는다. 현명하신 국민 여러분께서 잘 판단하실 것이다.”

국민의힘 본선 후보로 누구를 예상하나?

“현재로서는 윤석열씨를 주목한다. 정부와 대척점에 서 있는 것 같은 이미지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준비 부족과 잇따른 실언으로 과연 끝까지 버틸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장담하기는 어려우나 홍준표·유승민·원희룡씨 같은 분이 떠오를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

미·중 패권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4강 틈바구니에 낀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노무현 정부 첫 외교부 장관이었던 윤영관 서울대 교수는 ‘돌고래 외교’를 강조했다. 미·중 양국이 두 마리의 큰 고래라면, 그 사이에 놓인 우리는 돌고래처럼 민첩하고 영리하며 매력적인 외교를 펼쳐야 한다는 뜻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두렁의 소에 비유하셨다. 두렁의 소처럼 (우리나라는) 미·중 양쪽 둑의 풀을 모두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익 우선의 실리 외교를 말씀하신 것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일본과의 관계가 악화됐다.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까?

“일본은 아베 정권에 이어 스가 정권도 한국 정부와 대화하려는 의지가 없어 보인다. 게다가 일본 정치를 주도하고 있는 세력들은 ‘혐한(嫌韓)’을 버리려 하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는 과거사 문제는 그것대로 해결하면서, 다른 분야는 미래지향적으로 협력하자는 투트랙 전략을 취해왔다. 그 전략은 옳다. 그러나 일본은 과거사 문제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고 있다. 그 기저에는 일본 우파의 역사 수정주의와 양국 정부 간 불신이 놓여 있다. 정부 간 대화 회복이 시급하다. 외교 당국이 대화하면 대부분의 문제에서 접점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일본 총리관저는 외교 당국 간 대화를 중단시키곤 했다. 양국 정상이 조속히 만나 외교 당국에 재량을 주고 외교 당국 간 대화를 재개할 것을 제안하고 싶다.”

문재인 정부의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 자체는 평가받는다. 그런데도 실질적으로는 진전된 건 별로 없다는 비판도 있다. 북핵 문제를 비롯한 한반도 문제에 대한 이 후보의 입장은?

“남북관계에는 늘 우여곡절이 있다. 일희일비하면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다. 지혜와 결단으로 우여곡절을 풀어가며 대화를 계속해야 한다. 북핵 문제 등 한반도 문제는 남북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의 정책이 매우 중요하다. 다행히 미국 바이든 신정부는 한반도의 특수성을 이해하며 실용주의를 가미해 접근하려 하는 것 같다. 한·미 간의 대화와 한국의 주도적 설득과 노력이 필요하다.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임명과 한·미 워킹그룹 폐지 논의는 일단 긍정적 변화다. 그런 기류를 잘 살려나가야 한다.”

“천명 받았다는 사명감과 각오로 뛰어”


▎월간중앙 인터뷰 도중 눈을 감은 채 잠시 상념에 잠긴 이낙연 민주당 대선 예비후보.
왜 대통령이 되려 하나?

“지금 우리 국민 대다수가 자신의 삶을 불안해한다. 청년도 중년도 노년도 다 불안해한다.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사람들의 일자리도 소득도 매우 불안정해졌다. 그런 전환기에 국민의 삶을 국가가 보호해야 한다. 내 삶을 지켜주는 나라가 요구되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그 일을 제가 해보려고 한다. ”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쓴 [대통령의 자격]이라는 책을 보면, 대통령의 자질과 능력 판단 기준을 4가지로 제시했다. 첫째가 언어 구사다. 얼마나 절제되고 기품 있는 언어를 사용하느냐 하는 것이다. 둘째는 말의 일관성이다. 원칙 없는 말 바꾸기 여부를 묻는 것이다. 셋째는 언행일치다. 마지막이 매사에 신중한 자세와 금도의 여부다. 그래서 대통령이 되려는 후보의 과거를 잘 살펴보는 게 중요하다. [직업으로서의 정치]를 쓴 막스 베버는 열정·책임감·균형감각을 들고 있다. 두 분의 통찰이 지금 시대에도 통한다고 본다.”

이 후보는 앞서 언급한 덕목을 갖췄다고 보나?

“수준이나 정도에 대한 평가는 다를 수 있지만, 제가 어느 정도는 두루 갖췄다고 생각한다. 민주당에서 대변인을 다섯 번 했는데 단 한 번도 도를 넘는 논평이나 성명을 낸 적이 없다. 총리 시절 국회 대정부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야당 의원들의 거친 질문에도 최대한 기품 있는 언어로 설득력 있게 대응했다. 그래서 국민께서 ‘사이다 총리’라는 별명을 붙여주셨다. 저에 대한 ‘엄근진’이라는 세평도 대통령이 되려는 지금이야 다소 답답하게 느끼는 분들이 있지만, 대통령에게는 매우 중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여야를 막론하고 이번 대선 경선에서 유독 품격·자질 논란이 거센 것 같다. 이유가 뭘까?

“대한민국이 그만큼 성숙한 나라가 됐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후보의 품격과 자질이 대선의 최대쟁점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나오고 있다. 공교롭게도 유력 후보 가운데 그런 시비가 생기고 있지 않은가. 걱정되지만, 그러나 국민의 집단지성을 믿는다.”

민주당 경선, 나아가 본선 승리를 자신하는가?

“승리를 믿으며 진력하고 있다. 저 자신이 천명(天命)을 받았다는 사명감과 각오로 뛰고 있다. 시대의 부름에 응답해야 한다는 자세로 임하고 있다.”

어떤 대통령을 꿈꾸는가?

“도덕적으로 당당한 대통령, 능력으로 국민께 신뢰감을 드리는 대통령, 품격으로 대한민국의 국격을 한층 더 높일 수 있는 대통령, 그런 대통령이 되고 싶다. 무엇보다도 국민 개개인의 삶을 지켜주는 따뜻한 대통령이 되고 싶다.”

마음에 새기고 있는 경구나 격언이 있는지.

“공직자가 된 이후로 ‘근청원견(近聽遠見, 가까이 듣고 멀리 보다)’을 늘 가슴에 새기며 살아왔다.”

- 글 최경호·조규희 월간중앙 기자 squeeze@joongang.co.kr / 사진 김경빈 선임기자 kgbo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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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호 (2021.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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