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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특집 | 인물탐구] ‘정통 보수’ 최재형의 대선 필승 조건 

결심 서면 행동하고, 할 말 하는 ‘직진 정치’에 여의도가 놀랐다 

투철한 애국심과 청렴함, 따뜻한 인간미 갖춘 ‘합리적인 원칙주의자’
강한 추진력 장점, 낮은 인지도 만회할 간절함과 권력 의지 보여줘야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8월 13일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 선거캠프에서 경제 분야 정책비전 발표를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최재형(65) 전 감사원장의 형 최재신 전 고려개발사장의 집에 걸려 있는 현액(懸額)에는 ‘의연(毅然)’이란 글씨가 쓰여 있다. 최 전 원장 일가의 가훈이다. 7월 8일 작고한 아버지 고(故) 최영섭 예비역 해군 대령이 직접 정한 이 가훈을 최 전 원장은 항상 마음속에 새긴다고 한다. 그래서 이는 최 전 원장의 좌우명이기도 하다.

‘의지가 굳세어서 끄떡없다’는 의미인 의연은 최 전 원장이 국민의힘 대선주자 출마 선언식에서도 직접 언급했다. 8월 4일 출마 선언 직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최 전 원장은 “이순신 장군께선 국란에도 흔들리지 않고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모든 걸 던졌다”며 “그 흔들리지 않는 모습에서 인생 좌우명인 ‘의연’의 모습을 배웠다”고 말했다.

최근 최 전 원장 가족이 가족모임을 할 때 애국가를 4절까지 제창한다고 알려지면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최 전 원장의 투철한 애국심을 높이 평가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보여주기식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이도 있다. 다소 생경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최 전 원장 일가를 잘 아는 이들은 절대 ‘쇼’가 아니라고 말한다. 최 전 원장 일가의 애국심을 보여주는 일화가 있다. 고 최 예비역 대령이 생전에 낸 참전 회고록 [바다를 품은 백두산](프리덤앤위즈덤, 2021)에는 최 전 원장의 애국심이 어떻게 체화했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 나온다.

“책을 읽다가 양 회장의 이름을 발견하고 반가운 마음에 그에게 휴대전화 문자를 보냈다. 그러자 양 회장은 이런 답글을 보냈다. ‘그 어른(최 대령은) 도쿄 한가운데에서도, 서울에서도, 밖에서도, 댁에서도 건배사는 ‘대한민국!’, ‘만세!’입니다. 어른이 ‘대한민국’ 하면 재형과 저는 ‘만세!’ 하고 받아야 합니다.’”(선우정 조선일보 논설위원의 서평 중 발췌)

여기에서 양 회장은 최 전 원장보다 한 살 어린 양인집 어니컴㈜ 회장이다. 두 집안은 선대에서부터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다. 최 대령과 양 회장의 아버지는 해군사관학교 동기다. 최 대령의 둘째 아들인 최 전 원장과 양 회장이 진해 파랑새유치원 동창이라고 책에는 소개돼 있다. 진로재팬 사장을 지낸 양 회장은 2016년 최 대령이 일본 도쿄에 유학하던 시절을 추억하기 위해 여행을 떠났을 때 동행했다고 한다.

연락처를 수소문한 끝에 8월 12일 어렵게 양 회장과 연락이 닿았다. 과연 절친이 기억하는, ‘정치인’ 최재형이 아닌 ‘인간’ 최재형은 어떤 사람일까. 최 전 원장이 평소 강조해온 가치가 무엇인지 묻자 양 회장은 주저하지 않고 “정직”이라고 했다. “(최 전 원장은) 정직하지 않은 사람이라는 판단이 서면 가까이하지 않는다. 정직과 신뢰는 따로 생각할 수 없고, 인간관계에서 믿을 신(信)자가 얼마나 중요한가.”

양 회장은 최 전 원장을 따뜻하며 소탈하고, 가정적인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가까운 사람이 감사원장실을 방문하면 손수 커피를 내려줬다고 한다. 양 회장은 “주말에 (최 전 원장) 딸 가족과 같이 식당에 간 적이 있는데, 카레라이스를 잘하는 동네 가게로 갔다. 아주 소박한 곳이었다”고 회상했다.

부인에게는 한없이 다정하다고도 했다. 이런 얘기를 들려줬다. “지난 7월 최 전 원장 부친을 대전현충원에 모신 후 돌아올 때 묘지에서 버스가 있는 곳까지는 제법 가파른 비탈길이었다. 그곳을 내려올 때 최 전 원장은 부인의 손을 꼭 붙잡고 걸었다. 당시는 최 전 원장의 대선 도전 여부가 주목받던 때로 현장에는 기자와 추모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뤘지만, 최 전 원장은 그러한 주변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대통령을 인성시험으로 뽑는다면 단연 수석”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부친인 최영섭 예비역 해군 대령이 별세하기 전 남긴 유언장. ‘대한민국을 밝혀라!’는 글귀가 눈에 띈다. / 사진:연합뉴스
사석에서의 최 전 원장은 어떤 모습일까. 양 회장은 “경청하는 사람이다. 나와 둘이 있을 때도 그렇고, 여러 명이 있는 자리에서 누군가 말이 좀 길어도 끝까지 듣는다. 아마도 판사 시절 몸에 밴 습관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최 전 원장이 정치 입문을 선언하면서 그의 인간적 내면과 품성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뜨겁다. 2017년 12월 감사원장 후보자로 내정된 뒤 당시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공직자 7대 인사 기준을 모두 통과해 여당에서 “파도 파도 미담만 나온다”고 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미담 제조기’란 별명에도 불구하고 그의 됨됨이나 신념에 관해 알려지기 시작한 건 아주 최근의 일이다.

최 전 원장을 가까이서 지켜본 이들의 인물평을 종합하면 ‘합리적인 원칙주의자’로 귀결된다. 이는 오랜 법관 생활에서 비롯됐다. 최 전 원장은 서른 살이던 1986년 사법연수원을 수료(13기)해 서울지법 동부지원 판사로 임용된 뒤 2017년 사법연수원장을 마칠 때까지 31년간 법관으로 살았다.

중견 변호사 중에는 판사 최재형을 기억하는 이들이 여전히 많다. 서초동에서 법률사무소를 운영하는 중견 변호사 A씨는 “정통 법관의 맥을 잇는 법관 스타일의 전형이자 모범”이라고 했다. A씨는 최 전 원장을 사법연수원에서 사제지간으로 처음 만났다. 변호사가 된 뒤 법정에서 여러 번 만난 뒤로 그에 대한 존경심이 더 커졌다고 했다. 사건 당사자나 변호인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주고 판결도 이견이 없을 만큼 합리적이었다고. A씨는 “대통령을 인성시험으로 뽑는다면 (최 전 원장이) 단연 수석이다. 인간적으로 결점이 없다는 게 흠일 정도”라고 귀띔했다. 인간적 관계를 고려한 상찬(賞讚)은 아닐까. A씨는 최 전 원장의 인품을 흠모할 뿐 결코 그의 지지자는 아니라고 손사래를 쳤다.

최 전 원장이 감사원장이 된 뒤에도 변호사 A씨는 그를 몇 번 만날 기회가 있었다고 한다. 그의 기억 속 최 전 원장은 조직 운영에 관한 이해가 깊었다. 구성원이 반발할 만한 사안은 무리해서 밀어붙이지 않고 내부 반발이 잦아들 때까지 충분히 기다렸다가 결국 바꿔낸다는 것이다. A씨는 “법관 출신이 행정부 조직에 가서 그렇게 하기란 정말 어렵다. 추진력을 갖췄으면서 소통이 되는 흔치 않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부드러운 외형 안에 단단한 돌을 지녔다”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8월 5일 오후 경남 창원시 진해구 진해중앙시장을 방문해 상인과 인사하고 있다. 진해는 최 전 원장의 고향이다. / 사진:연합뉴스
A씨의 기억 속 최 전 원장은 어떤 모습일까. “무표정하고 준엄한 이미지를 갖고 있어서 그렇지 의외로 소탈하고 따뜻하다. 단점이 있다면 30여년을 법관으로 살아와서 그런지 대중 친화력이 강한 기존 정치인보다 좀 서툰 면이 있다.”

최 전 원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해 대선 출마를 선언한 건 정치권, 특히 여당에 큰 충격을 안겼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감사원장을 그만두기 전에 정치 입문설이 나올 때만 해도 저분이 설마 정치를 하겠느냐는 의구심이 있었다. 일찌감치 정부와 각을 세우며 정치적 명분을 쌓아간 윤석열 전 검찰총장보다 더 충격이 컸다”고 전했다.

최 전 원장은 정치에 입문하자마자 여의도 대하빌딩 10층에 사무실을 냈다. 대하빌딩은 ‘대권 명당’으로 통한다. 대하빌딩에 선거 캠프를 차린 정치인 중 대통령 3명과 서울시장 2명이 나왔다. 1997년 김대중, 2007년 이명박, 2012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곳에 캠프를 차렸다. 조순·고건 전 서울시장의 캠프도 대하빌딩에 있었다.

평생 정치권과 거의 교류하지 않아 혈혈단신(孑孑單身)으로 여의도에 입성한 최 전 원장이 제일 먼저 한 건 사람을 모으는 일이었다. 최 전 원장의 대선 캠프(열린캠프) 공보특보를 맡은 천하람 국민의힘 순천·광양·곡성·구례 갑 당협위원장은 어느 날 최 전 원장으로부터 도와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그는 최 전 원장과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다. 자신보다 서른 살이나 많은 까마득한 법조계 대선배가 느닷없이 도움을 요청해오니 당황스러웠다. 최 전 원장은 대구 출신인 천 특보가 전남에서 정치 활동을 하는 게 자기가 하려는 통합의 정치와 잘 맞는 것 같다고 했다.

그의 생각에 공감해 두말없이 팔을 걷고 나섰다. 실제로 만나보니 미디어를 통해 본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최 전 원장은 손을 꼭 붙들고 “젊은 친구들이 와서 젊은 감각으로 꼭 좀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천 특보는 “그 순간 이 분이 이룰 거 다 이루고 대충 한번 해볼까 하는 마음이 아닌 진심이 느껴졌다”고 했다.

호흡을 맞추기에 짧은 시간이지만, 천 특보는 주변의 조언을 결코 마다치 않는 걸 최 전 원장의 큰 장점으로 꼽았다. 그는 최 전 원장의 ‘작은 실수담’을 소개했다. “캠프에 합류해 두어 번 정도 봤을 때 후보가 ‘국힘당’이란 표현을 썼다. 우리 당에선 누구도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우리 당’이라고 하거나 풀네임으로 부른다. ‘후보님, 우린 국힘당이라고 하면 안 됩니다’라고 했더니 ‘아, 그러냐. 잘 몰랐다’라며 ‘사소한 거라도 자기가 부족한 게 있으면 언제든 알려달라’고 하시더라. 친하지도 않은 한참 어린 사람한테 ‘지적’을 당했으니 기분 상했을 법도 한데 전혀 그런 기색이 없었다.”

천 특보는 최 전 원장을 “부드러워 보이는 외형 속에 단단한 돌을 가슴에 지녔다”고 표현했다. 정치 입문 과정도, 사람을 모으는 일도 최 전 원장은 주저하는 법이 없다. 결심이 서면 좌고우면하지 않고 실행으로 옮긴다.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져보고 행동에 나서는 기존 정치권의 눈에는 별종도 이런 별종이 없다. 여의도에선 최 전 원장의 정치 스타일을 ‘직진정치’라고 이름 붙였다. 부드러운 외형과 다른 뚝심을 가졌다.

정치에 입문하기까지 그가 보여준 행보는 그야말로 속전속결, 전격전(電擊戰) 같았다. 6월 말 감사원장직을 내려놓은 지 17일 만에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도중에 부친상도 치렀다. 정치 경험이 전혀 없는 터라 한동안 제3지대에 머물며 독자세력 확보와 국민의힘 입당을 저울질할 거란 예상을 보기 좋게 깨버렸다.

‘가족 리스크’ 나와도 뚜껑 열면 되레 미담으로


▎2019년 최재형 전 감사원장 가족이 명절 모임에서 국민의례를 하는 모습. 맨 뒷줄에 서 있는 사람이 최 전 원장이다. 가족 모임 때는 국민의례를 하고, 애국가를 4절까지 완창하는 게 최 전 원장 가족의 전통으로 알려졌다. / 사진:최재형 캠프
그의 전격적인 행보는 윤 전 총장에게 쏠린 여론을 돌리기에 충분했다. 검찰총장 사퇴 후 3개월 넘도록 잠행하며 입당 여부를 확답하지 않았던 윤 전 총장과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최 전 원장의 강점이 정치 입문 과정에서 유감없이 발휘됐다는 게 정치권의 주된 평가다. “정치 신인 최재형의 출사표는 요란하지 않으면서 묵직했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의 촌평이다. 천 특보는 “입당과 출마 선언을 앞두고 주변에서 추이를 지켜보자는 등 여러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결국 최종 결정은 최 후보 스스로 했다”고 전했다.

최 전 원장과 가족들이 도덕성 논란에서 자유로운 점도 그의 독보적인 강점으로 꼽을 수 있다. 윤 전 총장이 부인과 장모 등 ‘가족 리스크’에 시달리는 것과 대비되면서 최 전 원장의 가족 경쟁력을 높게 보기도 한다. 최 전 원장을 향한 의혹과 비난이 제기될 때마다 가족이 적극적으로 나서 논란을 일축했다. 대선후보 가족을 향한 의혹과 비판이 제기될 때 가족이 직접 나서 논란을 잠재우는 경우는 그리 흔하지 않다. 정치 감각이 부족한 가족들이 섣불리 대응했다가 논쟁을 키울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시중에 떠도는 지라시성 정보를 언급했다가 화를 키운 윤 전 총장의 아내 김건희씨의 경우가 그 예다. 역시 가족 리스크를 안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무대응으로 일관하거나 이 지사가 대응할 뿐이다.

반면 최 전 원장 가족은 적극적으로 대응해 논쟁을 미담으로 바꾸길 여러 번이다. 최 전 원장뿐만 아니라 가족들도 원칙에 충실한 가풍(家風)을 여실히 보여줬다는 평가다. 여권에서 최 전 원장 자녀에 대한 아파트 편법 증여 의혹을 제기하자 최 전 원장은 “월세 입금 내역서와 차용증, 계약서를 모두 공개할 수 있다”고 응수했다. 자녀에게 월세를 받아온 사실이 알려져 도리어 ‘원칙주의자’ 이미지를 홍보한 셈이 됐다. 가족 모임에서의 애국가 4절 완창에 대한 비판이 나오자 가족들이 나서서 “나라가 잘된다면 애국가를 천만 번이라도 부르겠다”고 되받아 문제를 제기한 쪽이 도리어 머쓱한 상황이 됐다. 최 전 원장 두 아들의 입양에 관해 여권에서 “아이를 정말 사랑한다면 입양 얘기를 하지 말아달라고 언론에 분명히 얘기해야 한다”고 훈수하자, 최 전 원장의 아들은 “아빠가 입양아를 키우는 점을 더 언급하고 전했으면 좋겠다”고 해 논쟁을 불식시키기도 했다. 최 전 원장 일가의 이런 모습은 예의를 지키면서도 할 말은 단호하게 하는 외유내강형 리더십의 전형을 보여줬다.

최 전 원장을 비롯한 캠프 안에서는 항간에서 그의 미담이 화제가 되는 것에 대해 덤덤한 분위기다. ‘미담 제조기’도 좋지만, 국정 운영의 비전을 유권자에게 알리는 게 더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천 특보는 내부의 고민을 이렇게 설명했다. “실제로 그런 인품·성품을 갖고 있긴 하다. 하지만 국민이 진짜 관심을 갖는 건 ‘그래, 인품 좋은 사람인 건 알겠는데, 대통령으로서 어떤 비전을 보여줄 거냐?’라는 물음에 대한 답일 거다. 국민은 삶의 실질적인 변화를 끌어낼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를 중요하게 여긴다고 생각한다.” 천 특보는 “우리도 ‘미담 장사’ 해서 정치적 이익을 챙길 생각은 없다. 인품과 미담은 기본이고 그 위에서 우리가 가진 비전과 철학을 어떻게 국민께 잘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캠프의 고민은 지난 8월 4일 그가 출마 선언을 한 뒤 나온 비판과 맥락이 맞닿는다. 출마 선언 당시 최 전 원장은 국정 현안에 대해 기자들이 묻자 “모르겠다”, “공부하겠다”고 답했다. 급기야 “국정 전반 정책에 대해 준비가 안 됐다는 점에 대해 제가 인정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취재진 사이에 ‘출마 선언’이 아니라 ‘공부 선언’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당내 경쟁자인 홍준표 의원은 “준비가 안 됐다면 벼락치기 공부라도 해서 준비된 후에 나와야 한다”고 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청와대는 공부방이 아니다”라고 일침을 쏘았다.

속 빈 출마 선언에 “청와대 공부방 아니다” 일침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8월 1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서대문독립공원 내 독립관을 찾아 작성한 방명록. / 사진:연합뉴스
스스로 드러낸 ‘준비 부족’은 그가 극복해야 할 가장 큰 관문이다. 최 전 원장 자신도 이 점을 의식해 8월 13일에는 경제정책에 대한 비전을 내놓았다. 그는 이날 대하빌딩 캠프에 마련된 브리핑룸에서 ‘모든 규제 원점 재검토’를 1호 공약으로 내놨다. 대표적인 개혁 대상으로 현 정부의 기업 규제 3법과 분양가 상한제, 대출 규제, 임대차 3법을 꼽았다. 현 정부의 경제 정책 문제를 파고들어 정권교체의 당위성을 강조하려는 취지로 읽힌다. 또 이 지사의 ‘기본 시리즈’를 비판하며 선명성 경쟁에도 나섰다.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광속 정치 행보를 보이는 게 오히려 의구심을 자아내기도 한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최 전 원장에게서 간절함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얘기가 회자된다. 간절함은 곧 권력 의지를 말한다. 권력 의지는 피 말리는 대권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할 기본 소양이다.

결국 이런 의구심이 증폭돼 ‘중도 사퇴설’로 확장됐다. 한 인터넷 언론이 “출마 선언 뒤에 지지율이 좀처럼 오르지 않자 사퇴설이 돌고 있다”며 “캠프 간부들 사이에서 ‘사퇴 시점’도 언급된다”고 보도했다. 캠프는 즉각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김영우 상황실장은 8월 13일 기자회견을 열어 “최 후보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만들고 유포시키는 공작을 하는 것 같다”며 지라시 작성자와 유포자에 대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캠프가 강력히 부인하면서 한바탕 해프닝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지만, 루머가 나오게 된 배경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천 특보도 이 같은 지적을 일정 부분 인정하면서도 사실과 다르게 보이는 부분이 많다고 강조했다. 그는 “간절함이 안 보인다는 지적은 사실 걱정되는 부분이다. 사석이나 캠프 내에서는 간절함이 크게 보이는데, 외부 일정 중에는 그게 잘 안 보일 때가 있다”고 답답함을 내비쳤다. “부드럽고 품격 있는 모습은 좋지만, 권력 의지가 느껴지지 않으면 국민은 표를 주지 않는다. 참모들도 최 전 원장이 ‘품격을 유지하면서도 간절함과 권력 의지를 어떻게 국민께 보여 드릴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다. 최 전 원장에게도 그런 부분을 계속 주문하고 있다.”

지지율 한 자릿수 답보 상태는 풀어야 할 과제

인지도를 높이는 것도 그가 풀어야 할 과제다. 최 전 원장 지지율은 국민의힘 입당 직후 컨벤션효과로 약간 상승했지만, 한 자릿수를 벗어나지 못한 채 박스권에 갇혀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윤석열, 이낙연 후보에 이어 4위로 안착하는 데 성공한 게 그나마 위안으로 삼을 만하다. 하지만 지지율 격차가 너무 큰 게 문제다. 7월 30~31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13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8월 2일에 발표한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에 따르면 최 전 원장의 지지율은 5.8%로 전주 대비 2.3%p 하락했다.

지지율 정체는 최 전 원장 자신도 인식하고 있는 문제다. 그는 8월 14일 자신을 지지하는 20대 취업준비생과 70대 남성을 캠프로 초대해 입당 후 한 달간 소회 등을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지지율을 올릴 방안을 두고 “국민이 정말 바라는 게 무엇인지 귀 기울이고, 대한민국 미래의 그림을 함께 그리도록 하겠다”며 “국민의 마음을 읽고 국민이 원하는 목소리를 충분히 배려하면 그것이 (지지율 상승의) 모멘텀이 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 보수 진영이 껄끄러워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문제에서 자유로운 점은 기회일 수 있다. 이명박,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 책임자였던 윤 전 총장의 경우 일부 극우 보수층에서 부정적 기류가 여전히 남아 있다. 최 전 원장 스스로도 윤 전 총장과 비교하며 “우리나라의 복잡한 과거 정치사와 관련해 정치적 빚이 없는 사람”이라고 했지만, 최근 이승만 전 대통령을 가장 존경한다고 밝히는 등 보수 색채를 짙게 띤 행보는 중도 성향의 부동층 이탈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민적 통합을 이뤄낼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점에서 윤 후보와 저를 비교할 수 있는 한 점이 되지 않을까 싶다”는 최 전 원장의 현실 인식이 이제 행동으로 나타나야 할 때다.

- 유길용·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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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호 (2021.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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