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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초대석] ‘혁신 대학’ 이끄는 김헌영 강원대 총장 

“우수 인재 양성해 지역에 기여하는 ‘지·학(地學)’ 협력 시대 준비” 

2016년 취임 후 강원대 발전 기반 다지는 데 주력해 연임도 성공
대학 소멸과 4차 산업혁명기 대응해 지역 맞춤형 인재 육성 주력


▎김헌영 강원대 총장은 2016년 취임한 이래 지난해 연임에 성공했다. 김 총장은 지역사회와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지역이 원하는 인재를 양성해 지역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 대학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강원도의 거점국립대인 강원대학교는 2018년 대학기본역량진단 평가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자율개선대학’으로 선정되며 혁신 대학으로 자리매김했다. BK21 사업을 통해 2027년까지 지원금 400억원을 확보하는 등 연구중심대학으로 가기 위한 발전의 기틀이 한층 탄탄해졌다. 김헌영 총장이 전면에서 혁신을 이끌고 있다. 2016년 총장에 취임해 지난해 연임에 성공했다. 김 총장에게 대학이 가야 할 길을 물었다.

강원대 역사상 처음 연임에 성공했다. 어떤 점이 구성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나?

“2016년 취임했을 때만 해도 우리 대학은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하위 등급을 받아 전임 총장이 사임하고 위기가 고조됐다. 거점국립대의 위상을 되찾아달라는 구성원의 요구를 실현해야 할 막중한 책임이 있었다. 개교 70주년을 역사적 전환점으로 삼아 구성원 모두가 온 힘을 다해 노력했다. 그 결과 2018년에 자율개선대학으로 선정됐다. 우리 대학의 혁신 성과와 우수한 역량을 객관적으로 평가받은 것이다.”

국내외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데, 그 저력이 궁금하다.

“지난 4년간 교육과 연구에 새 지평을 열기 위한 투자와 노력이 결실을 보기 시작했다. ‘디지털 신기술 인재양성 혁신공유대학’, ‘실험실 특화형 창업 선도대학’, ‘스마트 특성화 기반 구축사업’ 선정 등 수많은 정부 재정지원사업에서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국내외 대학 평가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고 있다. ‘산업계 관점 대학평가’에서 6년 연속 최우수대학에 올랐고, 최근에는 THE, QS, US뉴스앤월드리포트 등 권위 있는 세계 대학평가기관으로부터 세계 900위권, 국내 20위권에 랭크돼 글로벌 경쟁력도 인정받았다. 특히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대학의 기여도를 평가하는 ‘THE 세계대학 영향력 평가’에서 3년 연속 세계 200위권에 진입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글로벌 대학평가에서 우수한 성적, 연구중심 경쟁력 입증


▎강원대학교에 마련된 ‘KNU 잡 스튜디오’에서 학생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모의 면접을 진행하고 있다. 강원대는 코로나19로 인한 채용시장 변화에 맞춰 온택트 기반 취업지원 플랫폼 ‘KNU 잡 스튜디오’를 구축해 다양한 취업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무엇을 목표로 삼고 있나?

“지역의 교육, 사회, 경제, 문화를 아우르는 ‘지-학(地-學) 협력’ 시대의 기반을 마련하고자 한다. 특히 ‘캠퍼스 혁신파크’는 우리 대학의 경쟁력 향상과 지역 발전을 위해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사업이다. 교육부, 중소벤처기업부, 국토교통부와 공동으로 추진하는 사업이다. 전국 국공립대 최초로 선정“지역의 교육, 사회, 경제, 문화를 아우르는 ‘지-학(地-學) 협력’ 시대의 기반을 마련하고자 한다. 특히 ‘캠퍼스 혁신파크’는 우리 대학의 경쟁력 향상과 지역 발전을 위해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사업이다. 교육부, 중소벤처기업부, 국토교통부와 공동으로 추진하는 사업이다. 전국 국공립대 최초로 선정돼 2023년까지 바이오, 디지털헬스케어 기업 300여 개 유치를 목표로 삼고 있다. ‘캠퍼스 혁신파크’가 조성되는 춘천캠퍼스 동문 일대에는 미래도서관, 평생교육원, 백령스포츠센터, 반려동물 종합의료센터를 건립해 시민 친화형 플랫폼 공간으로 거듭날 준비를 마쳤다.”

강원대는 춘천, 삼척, 도계 3개 캠퍼스가 있다. 지역 특성이 다른 만큼 각각 다른 운영전략이 필요할 것 같다.

“3개 캠퍼스 18개 단과대학과 10개 대학원에 재학생 2만2000여 명과 교직원 1700여 명이 몸담고 있다. 춘천캠퍼스는 ‘캠퍼스 혁신파크’를 중심으로 빅데이터·디지털헬스케어 등 첨단기술 분야부터 인문·사회 영역을 아우르는 고밀도 도시첨단산업단지 육성에 주력할 계획이다. 삼척캠퍼스는 미래 수소산업과 청정에너지. 방재 분야에 경쟁력을 갖춘 특성화 대학으로 변모시키기 위한 교육혁신과 연구역량 강화사업을 펼치고 있다. 또한 지자체와 지역주민이 참여하는 ‘리빙랩(Living Lab)’을 운영해 동해안 지역의 대형산불, 태풍 및 집중호우 피해 예방에 기여하는 등 지역 현안 해결에 나서고 있다. 도계캠퍼스는 보건과학계열 실습교육을 내실화하고 ‘배리어 프리(Barrier-Free; 고령자나 장애인도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물리적·제도적 장벽을 허물자는 사회 운동) 도시’ 거점대학으로 발돋움해 지역의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도계 대학도시’는 어떻게 추진되고 있나?

“‘도계 대학도시’의 목표는 대학이 지역을 살리는 것이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폐광지역 특별기금으로 도계캠퍼스가 세워졌지만, 해발 860m 산속에 있어 제약이 컸다. 그래서 삼척시와 함께 2017년부터 도계읍내에 강의시설을 건립하는 ‘도계 대학도시’ 사업을 추진했다. 도계캠퍼스 650여명의 신입생은 읍내 복합교육연구관에서 교양수업을 받기로 했다. 2025년까지 917억원을 투입해 석탄산업 문화예술 공간과 노인요양원, 헬스케어센터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도계캠퍼스 보건과학대학 학생 현장실습, 주민 맞춤형 공개강좌 운영 등과 연계한다면 국내 최고 수준의 ‘배리어 프리 도시’가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취업난과 경제 양극화 등 어려운 현실 때문에 청년들의 자괴감이 커지고 있다. 학생들의 성공적인 사회 진출을 돕기 위해 어떤 뒷받침을 하고 있나?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대규모 공개 채용에서 직무 중심 수시채용으로 흐름이 바뀌고 있다. 여기에 대응해 취업지원 프로그램을 다양화했다. ‘KNU 직무박람회’를 통해 동문 선배의 생생한 취업 현장 경험을 멘토와 멘티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KNU 굿 잡(Good Job) 50 캠페인’을 전개해 교수와 직원, 동문 등 모든 구성원이 발 벗고 나서 한 달여 만에 졸업생 총 383명이 취업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여기에 AI 자기소개서 작성 플랫폼을 구축해 직무 중심으로 자기소개서를 쉽게 작성하도록 지원하고, 대학일자리센터를 통해 상담 및 스터디, 리더십 취업스쿨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역산업과 문화의 허브 역할 하는 ‘오픈 캠퍼스’로


▎강원대가 군 장병을 대상으로 ‘강원 열린군대’ 창업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현역 군인들이 AR·VR 장비를 쓰고 교육받고 있다. / 사진:강원대학교
한때 기대가 컸던 북한과의 교류는 어떤 상황인가?

“우리 대학은 ‘통일한국의 중심대학’ 비전을 갖고 있다.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대학의 역할과 국가적 의제를 이끌어가는 거점국립대로서, 우리 대학이 통일 문제에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강한 의지를 담고 있다. 이미 20여 년 전부터 북한의 종합대학인 원산농업대학에 컴퓨터를 지원하는 등 신뢰를 쌓아왔고, 2018년 12월에는 전국 대학 총장으로는 최초로 평양과학기술대학교를 직접 방문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또 일반대학원에 ‘평화학과’를 개설해 통일강원연구원과 DMZ HELP센터를 중심으로 남북한 동질성 회복, 접경지역 환경보존 등을 위한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남북 간 대화가 잠시 정체돼 있지만,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눈앞의 성과에 급급하기보다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통일 전문인력 양성 및 연구 활동에 힘쓰려 한다.”

저출산에 따른 대학 소멸 위기감이 현실화하고 있다.

“올해 대학 모집정원이 현재 고3 학생, 즉 입학 자원보다 많아지는 ‘학령인구 절벽’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3년 뒤에는 대학 입학 자원이 37만3470명인데, 2022년도 입학정원(47만3100명)보다 9만9630명 부족해진다. 현재 대학 진학률(70%)을 고려하면 입학정원 4500명 규모의 30여 개 대학이 신입생을 단 한명도 뽑지 못하는 상황을 코앞에 둔 셈이다. 대학의 위기는 곧 지역사회의 위기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실제로 한중대가 폐교된 직후 단 1년 만에 동해시 지역인구가 1510명 줄었고, 서남대가 폐교된 뒤엔 원룸촌 공실률이 80%까지 치솟기도 했다. 국가 균형 발전을 위해서라도 지방대학을 살리기 위한 국가 차원의 노력이 절실하다.”

어떤 대책이 필요할까?

“대학은 우수한 인적 자원과 연구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특히 국공립대학은 기초 학문 보호 및 학문의 다양성 유지, 지역의 혁신성장과 균형발전의 거점, 취약계층 교육기회 보장과 계층이동의 사다리 역할 등 공공성과 책무성을 가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서울·수도권 대학은 교육연구중심 대학으로, 지역대학은 특성화를 기반으로 지역사회와 연계·협력하는 대학으로 차별화하는 게 바람직하다. 수도권 대학은 석학 양성 등을 통해 세계적 수준의 대학으로 육성하고, 지역대학은 지자체와 기업 등 지역사회와 협력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국가균형발전을 도모함으로써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는 길로 나아가자는 거다.”

강원대는 다른 어느 지역보다 지역경제, 인재 육성 등에 기여하는 비중이 크다. 지역과 상생 전략을 어떻게 펼치고 있나?

“대학의 인적·물적 인프라를 지역사회와 공유하고 지역산업과 문화의 허브를 우리 대학의 역할로 본다. 이른바 ‘오픈캠퍼스’ 전략이다. 교육·연구 기능에 국한하지 않고 경제·사회적 가치 창출을 포함한 혁신적인 변화를 주도하려는 의지가 담겼다. 강원도, 육군 2군단과 함께 운영하는 ‘강원열린군대’ 사업이 대표적이다. 현역 군인 대상으로 대학과 지자체가 창업교육을 지원하는 건데, 최근 주목받는 AI, 드론, 빅데이터와 같은 첨단분야 지식과 실무 경험을 쌓을 수 있다. 아울러 지난 5월에는 인제·양구·화천군과 ‘지역인재 양성을 위한 네트워크 캠퍼스 구축사업’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강원대와 이들 3개 지자체가 지역대학(강릉원주대·경동대·연세대 미래캠퍼스·한림대)과 함께 온·오프라인 교육 기반을 구축하고, 지역주민에게 양질의 대학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취지다.”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미래사회에 대한 기대와 걱정이 증폭되고 있다. 융복합, 기술 혁명 등 급변의 시기에 대학의 바람직한 방향은 무엇인가?

“미래를 대비하는 핵심 키워드는 ‘융합’과 ‘공유’다.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수업을 운영한 경험을 바탕으로 학생 수나 수업시간에 구애하지 않는 교육이 가능해졌다. 대학의 전공과정도 4년제 과정에 갇혀 있을 필요가 없다. 기존 학문 간 경계를 허문 유연한 학사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무엇보다 대학들이 겪고 있는 위기는 개별 대학 차원을 넘어 근본적인 교육 패러다임을 바꿔야 극복할 수 있다. 대학이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블록체인, 로봇 같은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려면 예산과 재정을 과감하게 투입하고 규제를 풀어 창의력을 북돋는 획기적인 정책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강원대는 어떻게 대비하고 있나?

“우리 대학은 올해 ‘마이크로 디그리(Micro Degree)’ 제도를 도입했다. 일반인이 분야별로 지정된 최소 학점(12∼18학점)을 단기간에 이수하면 총장 명의의 이수증을 준다. 다양한 분야의 교육과정을 일반인에게 온라인으로 제공하고, 교내 창업 프로그램과 연계한 맞춤형 직업전환 교육모델을 발전시켜나가려 한다. 또 2018년 ‘미래융합가상학과’를 시작으로 해마다 새로운 분야의 융합전공을 확대해 지금은 전공과정이 17개에 이른다.”

‘1도 1국립대’ 전략으로 지역 맞춤 인재 양성 요람 구상

강릉원주대학교와 추진하는 ‘1도 1국립대’ 정책도 그 일환인가?

“‘1도 1국립대학’은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충원율을 높이고, 미래사회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교육 혁신과 인구 유출 가속화에 따른 지역소멸 위기에 함께 대응하기 위한 미래 전략이다. 강원대와 강릉원주대는 2017년 1월에 연합대학 구축에 관한 MOU를 체결하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대학은 우수 지역 인재를 발굴해 지역 맞춤형 전문인력으로 양성하고, 지역사회가 이들을 채용해 정착하도록 하는 선순환 모델을 구축하는 게 목표다.”

총장님의 교육 철학은 무엇인가?

“교육, 연구, 산학협력 등 대학의 여러 활동은 결국 ‘사람’으로 귀결된다. 머릿속으로 알고 있는 것도 직접 만나야 ‘경험’이 되고, 새로운 기회가 생긴다. 책에만 머무는 지식이 아닌, 각자 배운 지식을 자신의 꿈과 사회 발전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인재를 키우는 게 대학 교육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집단지성을 통한 협업능력이 필수 역량이 될 거다. 한 가지 분야를 깊게 파고드는 ‘전문 기술자’보다 경계를 허물고 다방면의 지식과 소양, 기술을 갖춘 인재가 각광받는 시대다. 이는 우리 대학이 추구하는 인재상인 ‘창의·협동 인재’와 맥락이 맞닿는다. 기존 질서와 법칙의 틀을 넘어서는 창의적 인재,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인재를 키워내는 게 대학이 가야 할 방향이라고 믿는다.”

※ 김헌영 강원대 총장
■ 서울대 기계설계학 박사
■ 강원대 기계융합공학부 교수
■ 강원대 기획처장
■ 교육부 국립대학 육성방안TF 위원장
■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 위원
■ 한국공학한림원 회원
■ 강원대 11, 12대 총장

-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202109호 (2021.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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