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도동 아파트 단지에서 이사하는 모습. / 사진:박종근 비주얼에디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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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다리차가 이삿짐을 나른다어디에서 어디로 오고가는지짐 닿는 끝이 보이지 않는다높은 곳을 오르내리거나깊은 곳을 퍼 나르는 일은다리와 등의 일처럼 끝이 없어서반복하다보면 어느새 몸은 늙고인생이라는 이름의 빈 손바닥이 드러난다지상에서 공중으로 공중에서 공중으로이어지는 저 무한한 등짐들누군가의 바닥이자 천정인 카타콤우리는 어떤 순간에서정지한 모습으로 발굴될 것이다철커덕 철커덕누가 펌프로 물을 긷는다보이지 않는 거대한 손이 있다
※ 정병근 - 1962년 경북 경주 출생. 동국대 국문과를 졸업했으며 1988년 계간 [불교문학]으로 등단했다. [현대시학]에 ‘옻나무’ 외 9편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시집으로 [오래전에 죽은 적이 있다](천년의시작, 2002)와 [번개를 치다](문학과지성사, 2005)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