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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밀분석] 정책 경쟁 시동 건 ‘명낙대전’ 시즌2 

‘보편복지’와 ‘신(新)복지’ 앞세워 선명성 경쟁 

중반 판세, 이재명 독주에 ‘의원직 사퇴 승부수’ 이낙연 맹추격
승자 없는 네거티브 접고 ‘원팀’ 강화시킬 맞춤형 정책에 주력


▎9월 14일 제22회 세계지식포럼 개막식이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가운데 개막식에 참석한 이재명,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사진: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이 반환점에 가까워졌다. 1차 슈퍼위크였던 9월 12일까지 전반전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과반을 확보하며 가장 큰 경쟁자인 이낙연 전 당대표를 멀찌감치 따돌렸다. 네거티브 공세로 반전을 시도했던 이 전 대표는 정책 차별화로 후반전 뒤집기를 노리고 있다. 정치 공방에 파묻혔던 집권당의 양강 후보는 정책 경쟁으로 ‘원팀(one team) 정신’을 회복할 수 있을까.

이변은 없었다. 9월 12일 민주당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집계한 순회경선 누적 결과에 따르면 이재명 지사가 28만5856표를 얻어 17만2790표를 얻은 이낙연 전 대표와 차이를 벌렸다. 이 지사는 누적득표율 51.41%로 과반을 지켰고, 이 전 총리는 31%를 넘기는 데 만족해야 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11.35%(6만3122표)로 10%대 지지율을 얻어 3위로 올라섰다.

이 지사는 9월 4일 첫 경선지인 대전·충남을 시작으로 세종·충북, 강원까지 4개 지역 경선에서 모두 절반을 넘는 지지를 얻으며 승기를 잡았다. 남은 경선은 광주·전남(9월 25일), 전북(9월 26일), 제주(10월 1일), 부산·울산·경남(10월 2일), 인천(10월 3일)과 2차 슈퍼위크가 있다. 이어 10월 9일과 10일 가장 많은 선거인단이 포진한 경기(16만4000명), 서울(14만4000명)을 끝으로 민주당 순회경선은 마무리된다.

1차 슈퍼위크까지 초반 경선은 ‘이재명 대세론’을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 현재까지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지사는 여당 대선 예비후보 중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로 올라 있다. ‘당심과 민심은 일치한다’는 경험칙을 벗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재확인시켜준 결과다. 이재명 캠프의 한 관계자는 “경선 후반의 민심이 초반의 대세를 따르는 경향을 고려할 때 결정적 변수가 없다면 추세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경선이 시작되기 전 지지율 만회를 노렸던 이 전 대표는 초반부터 수세에 몰렸다. 정치권에선 이 지사를 따라잡기 위해 과도한 네거티브 공세를 펼친 게 도리어 이 전 대표의 발목을 잡았다고 분석한다. 네거티브가 과열되자 한때 네거티브 중단을 선언하며 ‘휴전’하는 듯했지만, 이낙연 캠프 관계자들의 산발적인 네거티브 공세는 그칠 줄 몰랐다. 결국 첫 경선지인 충청에서 더블스코어(이재명 54.72%, 이낙연 28.19%)로 패한 뒤에야 이 전 대표가 직접 나서 “네거티브 선거로 오해받을 만한 일은 저도, 저의 대선캠프도 하지 않겠다”고 진화해야 했다.

승부의 분수령은 25일에 치러지는 광주·전남과 26일 전북 경선이다. 선거인단 20만3000명으로, 앞서 진행한 4개 지역 선거인단(10만7000명)의 배에 가깝다. 특히 광주는 민주당의 뿌리이기도 해 광주의 승리가 갖는 상징성이 남다르다. 정치권에서는 호남의 민심이 다른 지역보다 전략적으로 후보를 선택하는 경향이 짙다고 본다. 지역 연고나 조직보다 본선에서 경쟁력이 있는지를 판단의 우선순위에 둔다는 것이다.

이변 없는 이재명의 독주, 호남 승리로 쐐기 노려


국민이 참여하는 지역 순회 경선을 처음 도입한 2002년 대선이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 당시 광주 경선에서 노무현 후보가 대세론을 업은 이인제와 동교동계 DJ의 가신 한화갑 후보를 누르고 1위에 오른 이변이 연출됐다. 호남 민심을 움직였던 결정적 계기는 경선 직전에 나온 여론조사였다. 그동안의 여론조사에서는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의 가상대결에서 민주당 후보 누구도 승리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광주 경선 직전의 여론조사에서 노무현과 이회창 양자구도에서 노무현 후보가 이긴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 여론조사가 민주당 지지자들을 고무시켰고, 그 여파가 광주 경선 결과로 나타났다.

‘어게인 2002’를 꿈꾸는 쪽은 당연히 이 지사다. 앞선 경선에서 절반을 넘는 5연승을 내리 한 이 지사는 민주당 후보 중에서 가장 본선 경쟁력 있는 후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이 지사도 호남 민심 끌어안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호남에서 연승 행진을 이어갈 경우 결선투표 없이 본선 직행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그는 9월 13일 캠프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민주화의 성지 광주·전남은 저의 정신적 스승”이라며 “광주의 진실을 모르고 살아온 소년공 출신 이재명을 눈뜨게 해 일생동안 약자를 위한 삶을 살도록 일깨워줬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호남 출신인 이 전 총리의 선전을 예상하면서도 이 지사의 대세론이 흔들릴 이변은 없을 것이라는 데 비중을 두고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지사에게 가까스로 과반을 넘겨주되 이 전 총리에게도 40%의 지지율로 체면을 살려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이 지사는 한껏 몸을 낮췄다. 그는 9월 12일 강원지역 경선 승리 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지자들께 한 번 더 부탁드린다. 마지막까지 긴장감 늦추지 말고 함께해달라”며 “선거는 더 절박한 사람이 이긴다. ‘어차피 이재명이 후보 되는 거 아냐?’ 하는 순간 승리는 날아간다”고 경계했다.

호남 민심이 ‘될 사람’을 선택하는 경향이 짙다고 해도 객관적인 상황은 이 지사에게 쉽게 과반을 넘겨줄 만큼 호락호락하지 않다. 우선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약진 가능성이다. 추 전 장관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 일등공신을 자처하고 있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 나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최근 가족 리스크에 이어 고발 사주 의혹에 휩싸이면서 연일 잡음에 시달리는 점은 윤 전 총장과 대립각을 세워온 추 전 장관이 반사이익을 노릴 수 있는 정황이다. 윤 전 총장이 논란에 휘말린 뒤 치러진 1차 슈퍼위크에서 추 전 장관은 11.67%를 얻으며 누적 득표율 11.35%로 정세균 전 총리를 제치고 3위에 올라섰다. 고(故) 김대중 대통령이 발탁해 정계에 입문해 ‘호남의 며느리’를 자처하는 추 전 장관을 향한 호남 민심도 비교적 우호적이다.

정세균 전 총리가 호남 경선을 앞두고 중도 사퇴한 것도 호남 경선을 출렁이게 할 변수다. 정 전 총리는 1차 슈퍼위크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아들자 후보를 사퇴하고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1차 슈퍼위크까지 정 전 총리 누적득표율은 4.27%다. 이 지사가 결선투표를 거치지 않고 본선에 직행하기 위해서는 이 전 총리와 간격을 현재 20%에서 30%로 벌려야 한다. 호남에서 정 전 총리 우호 여론의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이 지사는 9월 14일 전북지역 발전 공약을 발표하면서 정 전 총리와의 친분을 강조했다. 이 지사는 “저도 정세균 사단의 일부다. 앞으로도 잘 모시고, 지도받고 싶은 분”이라고 추켜세웠다. 그러면서 “정세균 캠프와 함께했던 분들을 최대한 모시고 싶다”고도 했다.

‘본선행 보증수표’ 호남 민심 잡기 쟁탈전


▎2002년 5월 16일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광주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노무현 후보가 어린이를 안고 승리의 브이 자로 손가락을 펴 보이며 환호하고 있다.
앞선 다섯 차례 경선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아든 이 전 총리에게 호남 경선은 양보할 수 없는 마지노선이다. 전남 영광 출신인 이 전 총리는 이 지역에서 국회의원(5선째는 서울 종로) 4번과 전남도지사를 지냈다. 경력으로나 조직으로나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호남에서 절반 넘는 지지를 얻는다면 후반전에서 이 지사를 과반 득표율 이내에 붙잡아두고 결선투표에서 뒤집기를 꾀할 수 있다.

최근 이 전 대표의 지지율 변화는 다소 희망적이다. 대구·경북 경선까지 20%대에 머물렀던 이 전 대표의 득표율은 1차 슈퍼위크에서 31.45%를 얻어 누적 득표율(31.08%) 30%대를 돌파했다. 캠프에서는 ‘국회의원직 사퇴’ 승부수가 민심을 움직였다고 보고 있다. 이 전 대표 캠프 관계자는 “의원직 사퇴에 담긴 이 후보의 진정성이 시간이 갈수록 뚜렷해져 광주 경선에서 민심에 반영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지사와 격차는 20%로 좁혀졌다. 이 정도면 호남을 발판 삼아 막판 대역전극도 불가능한 건 아니다. 최근의 대선후보 여론조사마다 이 지사가 지지율 박스에 갇혀 야권 후보와의 일대일 가상 대결에서 뒤지는 결과가 나오는 것도 이 전 대표에겐 호재다. ‘이재명 대세론’의 기세를 꺾고 안정적인 본선 경쟁력을 부각할 기회이기 때문이다. 9월 14일 [아시아경제] 의뢰로 윈지코리아컨설팅이 지난 11~12일에 실시한 ‘윤석열 대 이재명’ 가상 양자 대결에서 이 지사는 37.6%로 윤 전 총장(46.6%)에게 오차범위 밖에서 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홍준표 의원과의 양자 대결에서도 이 지사는 40.2%를 기록, 홍 의원(46.1%)에게 밀렸다. 같은 조사에서 민주당 대선후보 적합도는 이 전 대표가 23.9%로 이 지사(29.6%)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이 전 대표는 경선을 포기한 정 전 총리를 우군 삼아 반전 기회를 엿보고 있다. 이 전 대표는 9월 14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세균 전 총리의 큰 결단에 따른 지지층의 섭섭함을 위로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동안 일부러 전화를 안 드렸다. (앞으로 정 전 총리에게) 도움도 청할 것”이라고도 했다. 자신의 SNS를 통해서는 “저부터 정세균 선배님의 말씀과 정신을 새기며 남은 경선에 임하겠다”고 러브콜을 보냈다. 다만 정 전 총리는 아직 한쪽 손을 들지 않고 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정 전 총리가 한 사람 편을 들진 않을 것”이라고 봤다.

경선의 분수령을 앞두고 이 지사와 이 전 대표의 중후반 전략적 변화가 감지된다. 서로를 자극하기보다 각자의 정책 선명성을 띄우는 데 집중하는 모양새다. 경선 초반에 벌인 네거티브 공방전으로 인해 양쪽 모두 상당한 내상을 입은 데 따른 전략 변화다. 최근 불거진 이 지사의 성남시장 재임 시절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에 대해 이 전 대표가 “관심을 갖고 주목하고 있다”며 말을 아낀 것도 자칫 네거티브로 비칠 가능성을 경계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후반전 출발은 전보다 순탄했다. 9월 14일 밤 MBC [100분 토론]이 주관한 민주당 대선 경선 TV토론회에서 두 사람은 상대를 자극하기보다 정책 대결에 주력했다. 주로 복지 분야에서 차이를 보였다. 이 지사는 기본소득을 바탕으로 한 보편적 복지를, 이 전 대표는 선별적 복지를 주장해 왔다.

일대일 토론의 화두는 이 지사의 기본소득 공약이었다. 이 전 대표는 “(이 지사가) 송파 세 모녀를 자주 거론하시는데, 그분들께 한 달 8만원꼴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것으로 해결되느냐”고 물었다. 전 국민에게 지급하는 기본소득 금액이 적어 꼭 필요한 이들에게 효과가 없다는 취지다. 이 지사는 “세 모녀니까 24만원”이라며 “있는 재원을 나누면 가난한 사람을 많이 주는 게 나은데, 부자한테는 세금만 걷고 가난한 사람만 복지를 늘리자고 하면 ‘복지의 함정’이 돼 늘릴 수 없다”고 반박했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한 코로나19 재난지원금 선별 지급 논란에 대해서도 두 사람은 이견을 드러냈다. 이 지사는 “(재난지원금 대상인) 88%와 (비대상인) 88.01%는 왜 차별받아야 하느냐”며 부자 제외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이 전 대표는 “경계선에 있는 분들의 불만은 있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려운 분들을 적게 도와 드려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응수했다.

이재명 보편적 복지 vs 이낙연 선별적 복지


▎9월 13일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사퇴를 선언한 정세균 전 총리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후 이동하며 민주당 의원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 사진:임현동 기자
이에 이 지사가 “이번에 상위소득자가 아닌 사람도 많이 빠졌지만, 그들이 생각할 때 국가에 세금도 많이 냈는데 자꾸 배제당하면 국가에 섭섭하지 않겠느냐”고 반박하자, 이 전 대표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수십 명 중 부자들에게 똑같이 주라고 권한 사람은 내가 아는 한 없다”며 “진정으로 말씀드리는데 기본소득을 철회해달라”고 주문했다.

이 지사는 이 전 대표가 자신의 대표 공약인 기본소득을 철회하라고 요구하는 데 대해 “입장을 존중하지만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최종 판단은 국민이 하실 것”이라며 철회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 지사는 “디지털 혁명으로 일자리가 줄어드는 미래 사회에는 양극화를 완화하고 기본적인 삶을 보장하기 위해 소득보장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지사는 단기간에 대규모로 시행할 수는 없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기본소득제도를 도입해 양극화를 완화하고 소비도 늘리고 수요를 촉진해 경제 선순환을 이뤄내자는 게 제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이 지사는 기본소득 공약이 ‘좌파적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을 의식해 “저는 자본주의 시장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소득 지원 측면에서 기본소득에 찬성하는 빌 게이츠 등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들의 입장에 가깝다”고 강조했다. 양극화와 자원의 비효율적 배분 때문에 나타나는 사회 전체의 생산성 하락을 해결하기 위해 기본소득을 도입하자는 것이다. 기본소득이 도입되면 양극화를 완화하고 소비 증가와 수요 촉진으로 경제 선순환이 이뤄진다는 게 이 지사의 구상이다.

이 지사의 보편 복지에 맞서는 이 전 대표의 무기는 ‘신(新) 복지’다. 주로 여성·보육 패키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우선 여성의 안전과 건강권을 지켜주기 위한 핀셋 정책으로 ▷변형 카메라 구매 이력 관리제 도입(몰카 피해 예방) ▷데이트 폭력 처벌 강화 ▷자궁경부암 인유두종바이러스(HPV) 백신 무료접종 연령 확대 ▷암 경험 여성 사회 복귀 국가책임제 등이 대표적이다. 이와 함께 저출산 문제에 초점을 맞춘 공약으로 선명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이 전 대표는 9월 14일에 발표한 저출산 공약을 통해 만 5세까지 매월 100만원 양육비를 지급하고 셋째부터 적용되던 대학 등록금 전액 지원 혜택을 둘째 자녀부터로 기준을 낮추겠다고 약속했다. 돌봄 부담을 국가가 떠안겠다고도 했다. 이와 함께 한 부모 및 24세 이하 청소년 부모를 위한 공약으로 ▷미혼모자(母子) 기본생활 지원시설 확대 ▷한 부모 출산 가정 산후도우미 지원 ▷한 부모 양육비 지원 대상 확대(중위소득 60% 이하) ▷한 부모 가정 양육비 정부가 선지원 후 비용 청구 ▷청소년 부모 공공임대주택 우선 입주 ▷미혼 한 부모 및 청소년 부모의 공공임대주택 보증금 공공 지원 등을 약속했다. 이 전 대표는 “출생률로 대통령 업무수행 실적을 평가받는 최초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이낙연 ‘여성·보육’, 이재명 ‘호남 맞춤 공약'


▎9월 11일 대구 수성구 호텔인터불고 컨벤션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대구·경북 합동 연설에서 후보들이 정견을 밝히고 있다. 왼쪽부터 이낙연, 정세균, 추미애, 이재명, 김두관, 박용진 후보. / 사진:연합뉴스
이 지사는 호남 경선을 앞두고 맞춤형 공약을 연일 발표하며 공략에 집중했다. 이 지사는 당면 핵심 과제로 에너지 전환, 디지털 전환, 코로나19 팬데믹 극복, 양극화·불평등 완화, 지방 균형발전을 꼽고 이를 토대로 호남 맞춤형 6대 공약을 내놨다. 이 지사의 호남 공약의 핵심은 ‘탄소 중립 시대를 선도할 에너지 전환산업과 4차 산업혁명 중심지’ 구상이다. ▷신안·여수 해상풍력단지 조기 실현 ▷재생에너지 기반 주민소득 모델인 ‘햇빛연금’, ‘바람연금’ 시행 ▷2023년 28차 UN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영호남 공동유치 ▷고흥 우주발사체 산업 클러스터 조성 ▷광주 AI 반도체 산업과 연계한 자율주행자동차 산업 육성 ▷전남 동부권 제철·화학 산업단지를 탄소중립 산업단지로 전환 ▷전남 대불산단, 친환경 중소형 선박 전문 산업단지 조성 ▷여수·광양항 그린스마트 항만 전환 등이다. 또 광주·전남이 추진하는 초광역 에너지경제공동체(RE300) 구축사업을 지원하고 나주의 한국에너지공대를 기후·에너지 중심 세계 일류대학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전남 의과대학과 광주시의료원 설립을 추진하고 호남고속철도 2단계 사업 조기 완공, 전라선 고속철도 추진, 달빛내륙철도 조기 착공, 광주 군 공항 문제 해결 등도 약속했다.

전북 맞춤형 공약으로는 지역경제 부활, 그린뉴딜 중심지로 육성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9월 14일 온라인 기자회견을 통해 전주를 국민연금공단을 기반으로 한 제3 금융 중심지로 지정해 금융특화도시를 조성하고, 새만금 스마트그린 국가시범산업단지를 ‘RE100 산업단지’로 전환하겠다고 했다. 또 ▷4차 산업혁명 선도 농생명 산업 수도 육성 ▷역사·문화와 생태자원 활용한 관광벨트 조성 ▷보건의료 산업 육성 및 공공보건의료 불균형 해소 ▷새만금 친환경 개발과 공항, 철도 등 교통망 확충 등을 내놨다.

이 전 대표의 호남 맞춤형 공약도 이 지사의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대개 지자체와 국가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는 산발적인 사업들을 지속하거나 앞당기는 수준에서 다듬었기 때문이다. 이 전 대표는 ▷초광역 에너지경제공동체 구축 지원 ▷한국전력을 신생에너지 플랫폼 기업으로 육성 ▷그린 분야 부품산업 육성 ▷국가 드론산업 육성 ▷고흥 우주발사체 클러스터 조성 등이 대표적이다.

‘광역경제권 그랜드비전’을 발표한 박용진 의원은 이 지사와 이 전 대표의 지역 맞춤 공약에 대해 “거창해 보이고 대단해 보이지만, 이미 수년 전에 발표된 것과 내용이 거의 같고 산발적 공약이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9월 13일 광주에서 발표한 ‘광주·전남 공약’을 통해 미래 전략 신산업 벨트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나주혁신도시 에너지 산단 ▷광주 광산구·함평 미래 차특화 산단 ▷광주 북구·장성 AI 특화 산단 ▷화순 바이오백신산업 특구 ▷여수·순천·광양 5G 스마트 산단 ▷고흥 6G 우주발사체 산업 클러스터 등으로 권역을 나눠 행정구역을 뛰어넘는 경제권역으로 재편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지사와 이 전 대표의 공약이 기존 현안사업들을 나열한 반면, 박 의원은 차세대 특화산업을 잘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역 공약들은 기존 현안 나열하는 데 그쳐

민주당 안에서는 양강 후보가 네거티브 공방 대신 정책 경쟁으로 돌아간 것에 대해 안도하는 분위기다. 민주당의 탄탄한 지지층이 정부여당 지지도를 떠받치고 있지만, 40% 수준에서 간신히 유지되는 상황이다. 대선 본선에서 승리하려면 여기에 후보 개인의 호감이 더해져 절반 수준에 이르러야 하는데, 당내 후보들끼리의 네거티브 공방은 도리어 중도층 이탈을 가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한 기획통 재선 의원은 이렇게 설명했다. “여야 일대일 구도로 치러지는 대선은 결국 51% 대 49%의 싸움이다. 콘크리트라 불리는 40%의 정부 지지층만으로는 대선에 승리할 수 없다는 건 자명하다. 우리 당 후보들이 국정운영 능력과 비전을 어필해야 나머지 10% 부동층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

대선 시계가 빨라질수록 여당 후보들에 대한 야권의 네거티브 공세가 격화하는 것에 대응해 내부 결속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자칫하다간 후보들의 과열 경쟁이 야권의 공세에 역이용당할 수 있다는 우려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현 정부 정책을) 반성하고 보완해서 새로운 후보를 중심으로 미래를 설계해간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원팀(one team)’ 정신을 강조했다. 경선 이후 꾸려질 민주당의 ‘용광로 선대위’가 뜨겁게 끓어오를지, 차갑게 식어버릴지는 앞으로 남은 3주에 달렸다.

-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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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호 (2021.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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