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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같은 듯 다른’ 이재명·이낙연의 복지·경제·외교 공약 

‘강하거나 유연하거나’… 키워드를 보면 철학의 차이가 보인다 

이재명 ‘누구나’, 이낙연 ‘적정선’… 보편 복지 국가 비전은 같지만 속도 차 뚜렷
DJ-노무현-문재인 계승자 자처, 미·중 간 ‘균형 외교’ 비슷, 일본 문제는 온도 차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보편적 복지 국가를 추구하는 복지 정책의 방향성은 동일하다. 하지만 이 지사는 ‘기본소득’이라는 급진적 방법을 추구하며, 이 전 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포용 국가’를 계승·발전하는 점진적 방향을 내세운다. 같은 듯 다른 두 후보의 거리다. / 사진:연합뉴스
야당보다 빨리 경선 일정에 돌입한 더불어민주당은 지역별 순회 경선으로 후끈 달아올랐다. 후보들은 대한민국의 5년을 책임질 적임자를 자처하며 지역 맞춤형 공약부터 경제·복지·외교·교육 등 사회 전반에 걸쳐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민주당 경선은 일찌감치 ‘2강 체제’로 굳어졌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전 당대표가 내놓은 정책은 큰 틀에서 문재인 정부를 계승하지만, 각론을 들여다보면 결을 달리한다. 공약 비교를 통해 두 후보의 본선 경쟁력을 가늠해봤다.

이 지사와 이 전 대표의 공약은 ‘복지’와 ‘경제’를 따로 떼어 설명할 수 없다. 두 후보 모두 보편적 복지 국가 체제 아래 사회서비스의 국가 책임제를 지향해서다. 선 경제 성장 후 복지 확대 등, 경제 성장의 효과로 복지 혜택이 증가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보편적 복지 국가는 복지와 경제의 바퀴가 맞물려 있다. 복지 서비스 확대가 경제 활동의 증가로 이어지는 구조다. 전자가 ‘낙수론’이라면 후자는 ‘분수론’이다. 두 후보의 복지 구상이 가장 차이를 보이는 지점은 급진이냐 점진이냐, 즉 ‘속도’와 ‘대상’이다. 이 지사는 보편적 복지 국가 체제 아래 ‘기본소득’을 더한 복지 정책을 추구한다. 이 전 대표의 ‘신복지’는 ‘포용 국가’로 일컬어지는 문재인 정부의 보편적 복지 국가 정책을 계승하면서 점진적 발전을 추구한다.

두 후보의 ‘보편적 복지 국가’는 ‘돌봄국가책임제’로 요약할 수 있다. 전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지키고 실질적 기회의 균등으로 개별 능력을 배양하는 것이 돌봄국가책임제의 핵심이다. 어느 집에서 태어나고 자랐는지 등 사회적 우연성에 따라 차이가 발생하는 현실에서 국가가 개입해 공정한 기회균등을 제공하며 노년까지 국가가 책임지는 복지 방향이다.

이 지사는 8월 30일 어르신·환자·장애인·아동·영유아 등 5대 돌봄 국가책임제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누구든 필요하면 돌봄을 받을 수 있는 보편 돌봄 사회로 나아가겠다. 소득이 얼마인지, 누구와 사는지, 얼마나 취약한 사정인지를 기준으로 하는 기존의 선별적 방식을 개선해 불필요한 낙인을 조장하지 않겠다.” 돌봄의 영역을 전 국민으로 확대하겠다는 뜻으로, 이 지사는 “돌봄은 사회의 공동책임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는 이보다 앞선 3월 9일 “신복지제도는 소득, 주거, 노동, 교육, 의료, 돌봄, 문화, 환경 8개 분야에서 국가가 보장할 최저기준과 국민이 지향할 적정기준을 담은 종합적 복지제도”라고 규정했다. 두 사람의 간결한 정의가 분명한 차이를 명쾌하게 보여준다. 이 지사가 ‘누구든’에 방점을 찍고 있다면, 이 전 대표는 ‘적정선’을 언급한 부분이 그렇다. 이는 두 후보의 복지 철학의 근간을 이루는 뼈대다.

‘돌봄국가책임제’ 추구, 속도와 대상만 차이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4월 28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1 대한민국 기본소득 박람회’ 개막식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이 지사는 대통령 당선 후 임기 말까지 청년 200만원, 전 국민 100만원을 기본소득으로 지급하는 게 목표다. / 사진:연합뉴스
두 후보가 내건 ‘돌봄국가책임제’의 성공 여부는 재원조달에 달려 있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국가가 국민의 생애 전주기에 걸쳐 개입하려면 엄청난 국가 재정을 수반해야 한다. 이상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제주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약 달성을 위한 불가피한 증세가 부를 조세 저항을 극복할 수 있느냐를 정책 성공의 관건이라고 지적한다. 그의 설명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국민 평균 조세부담률이 국내총생산(GDP)의 25% 수준이다. 현재 대한민국이 20% 수준인데 두 후보 중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앞으로 5년 이내에 5%를 올려야 한다. 이렇게 되면 세금을 연간 100조원 더 걷게 되면서 보편적 복지 국가로 나아가는 기틀을 마련할 수 있지만, 전 국민의 동의를 이끌어 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두 후보가 추구하는 보편적 복지가 세계적으로 심각한 양극화와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시대정신’이라는데 대다수 복지 전문가들은 동의한다. 다만 추진 속도와 방식에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 이 지사의 경우 앞서 말한 시대정신을 현실화할 부스터로 ‘기본소득’을 주장한다. 임기 말까지 청년 200만원, 전 국민 100만원을 기본소득으로 지급하는 게 목표다. 월 8만원가량 지급되며 청년은 16만원 선이다. 한 복지 전문가는 “두 후보가 추구하는 복지정책에도 높은 수준의 증세가 필요한데 거기에 기본소득까지 더한다면 도대체 어떻게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지사의 ‘정책 브레인’으로 알려진 이한주 경기연구원장(가천대 석좌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중부담 중복지’ 방식을 언급했다. 이 원장은 “‘중부담 중복지’라는 복지국가로 가기 위해 증세는 어쩔 수 없다고 본다. 이제 솔직히 말해야 한다. 공짜가 어디 있나. 물론 사회적 합의를 거쳐야 한다. 주권자의 분명한 동의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상대적으로 이 전 대표는 점진적 가속이다. 복지 정책 관련 캠프 핵심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전 대표의 기본 방향은 문재인 정부의 ‘포용 국가’라는 보편적 복지 국가 정책을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문재인 정부는 북유럽 복지 모델을 추구하는데, 그 방향성은 계승하면서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유연함을 갖겠다는 것이다. 이 전 대표의 ‘신복지’ 공약을 살펴보면 문재인 정부의 복지 수준을 업그레이드한 것으로 요약된다. 특히 OECD와 유럽연합(EU), 국제노동기구(ILO)가 제시한 복지 수준에 맞추는 것도 중요한 목표다.”

두 후보의 정책 방향과 속도 차이에 대한 논쟁 이외에도 복지 분야별 개별 공약 내용에 대한 평가도 나온다. 이 지사는 아동돌봄과 관련해 돌봄교실을 확충하고 오후 7시까지 원하는 모든 아동을 돌볼 수 있도록 이용시간도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공공 어린이집 아동 비율을 50% 이상으로 확대하고, 어린이집에 다니지 않는 아이들도 인근 어린이집의 육아상담 등 지원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는 ▷유치원까지 무상급식 확대 ▷국공립어린이집 지속 확충 ▷아동수당 지급 기간을 초등학교 졸업까지 확대 등을 약속했다.

이에 대해 신의진 연세대 소아정신과 교수는 현실을 모르는 정책이라고 비판한다. 신 교수의 지적은 이렇다. “돌봄 방향보다도 더 큰 문제는 현실을 잘 모른다는 것이다. 엄마들의 고민이 무엇인지, 실제로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지 기본적인 조사도, 고려도 해보지 않은 공약들로 보인다. 코로나19만 예로 들어도 쉽게 알 수 있다. 영국의 조사 결과를 보면 코로나19 영향으로 사회가 폐쇄적으로 운영되면서 영아는 언어발달이 미숙해지고, 초등학생은 의사소통 능력이 현저히 떨어졌다. 우리나라에서도 발생하는 현상이다. 부모들이 직접 이런 어려움을 호소하고 불안해하고 있다. 돈을 주겠다, 건물을 지어주겠다가 아니라 현실적으로 부모들이 걱정하는 바를 파악하고 이해하며 앞으로 미래세대를 위한 공약을 발표해야 하지 않을까.”

저출산 해결 관련 공약에 대해서도 쓴소리가 나온다. 이 전 대표는 9월 13일 아이가 태어나면 만 다섯 살까지 매월 100만 원씩 양육비를 지원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그는 “출생률을 높이기 위한 모든 방법을 강구하겠다”며 “아이를 온 사회가 함께 키우는 나라로 거대한 전환이 필요하다. 궁극적으로 다자녀 기준 자체를 없애 출생에 대한 모든 부담을 국가가 지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이를 두고 여성가족부 장관을 지낸 A씨는 “무상으로 해주겠다, 돈을 주겠다는 공약은 무의미하다”고 평가절하했다. 그는 “국가의 돈으로 할 수 있는 정책은 굳이 이 전 대표가 아니어도 누구나 할 수 있다. 아이디어 수준도 안 된다”며 “정치는 정해진 재화를 얼마나 정의롭고 권위 있게 배분하느냐의 문제인데 무턱대고 돈을 주겠다고만 하는 것은 정치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저출산 대책 등 개별 공약, ‘현실’ 고려 안 한다는 지적도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월 26일 경남 창원대학교에서 열린 ‘신복지경남포럼 출범식 및 특강’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신복지 제도를 소득, 주거, 노동, 교육, 의료, 돌봄, 문화, 환경 8개 분야에서 국가가 보장할 최저기준과 국민이 지향할 적정기준을 담은 종합적 복지제도”라고 설명했다. / 사진:연합뉴스
경제 분야에 있어서도 두 후보의 공약은 대동소이하다. 보편적 복지 국가에서 경제는 독립된 영역이 아니라 복지와 맞물려 돌아간다. 기본적인 생활을 보장하는 복지 시스템의 토대 위에서 개별 주체의 경제 활동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풍족한 복지는 원활한 경제 활동을 보장하는 구조다. 지향점이 같으니 공약도 비슷할 수밖에 없다. 다만 차별화를 위해 이 지사는 ‘전환성장’을, 이 전 대표는 ‘중산층 경제’ 슬로건을 내걸고 대규모 투자와 미래 산업 육성, 일자리 창출을 약속했다. 이 전 대표는 대학 학과를 미래산업 중심으로 개편하고, 기초과학 학부·대학원 교육비 지원 등 교육 체계 개편을 통한 경제 성장 로드맵을 발표하는 교육과 경제의 ‘융합 공약’으로 눈길을 끌었다. 이 지사 캠프도 방향성이 같은 관련 공약을 준비 중이다.

무엇보다도 분단국가의 대통령이 되려는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대북 정책일 것이다. 두 후보의 접근 방식은 대북 정책에서도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그도 그럴것이 민주당 대북 정책의 근간은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이기 때문이다. 이를 노무현·문재인 정부가 계승하면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로 다듬어졌다. 이 지사는 8월 22일 통일·외교 정책구상을 발표할 장소로 서울 마포구 동교동에 있는 DJ의 사저를 택했다. DJ의 정신을 이어받겠다는 의지 표시였다. 이 지사는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 노무현 정부의 평화번영정책,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계승 발전시키겠다”며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운전자론’을 계승해 더 주체적인 중재자·해결사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비핵화 방식은 현 정부의 기조와 같은 단계적 비핵화, 스몰딜이다. 이 지사는 “북한이 먼저 핵을 포기하도록 하거나 일거에 일괄 타결하는 ‘빅딜’ 방식은 성공 가능성이 작다”며 “비핵화에 대한 합의와 이행을 단계적으로 동시에 추진하는 것이 현실적이고 북·미 양국에도 실용적”이라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 역시 북핵문제 해법으로 ‘잠정합의’를 거치는 2단계 접근을 제안했다. 그는 5월 17일 ‘잠정합의-포괄적 핵합의’에 이르는 ‘한반도 신평화구상’을 발표, “1단계로 북한과 잠정합의를 타결해 핵활동 동결 및 롤백(해체) 개시, 사찰단 파견, 점진적 경제제재 완화 등을 제공한 뒤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 협정 체계를 포함하는 포괄적 핵합의를 타결하는 단계적 접근법을 검토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대다수 외교 전문가들은 두 후보의 대북 접근법은 차별성 없는 문재인 정부 ‘Part 2’라고 평가한다.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운전자론’은 남북, 북·미 정상회담과 문 대통령의 평양 연설 등 ‘만남’ 자체로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뤄냈을지 모르지만, 실질에서 평화를 정착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것이다. 북한 고위 당국자의 대통령에 대한 원색적 비난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장면은 아직도 국민의 뇌리에 강하게 박혀 있다. ‘그래서 결국 얻은 게 무엇이냐’에 대한 논쟁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한 북한 전문가는 “문재인 정부와 차별성이 보이지 않는다. 새로운 것이 없으니 기대하거나 평가할 게 없다”고 했다.

하지만 단순히 대북관만 고려할 게 아니라 대미, 대중 외교를 풀어내는 방법에 따라 문재인 정부와는 다른, 새로운 가능성도 여전히 열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책 연구기관의 한 전문가는 “미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과의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문재인 정부와 다른 돌파구가 마련될 가능성이 충분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단계적 비핵화·균형 외교’, 이전 정부 전철 밟을까 우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 노무현 정부의 평화번영정책,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계승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한반도 운전자론을 계승해 더 주체적인 중재자·해결사 역할을 하겠다는 대북접근법을 제시했다. / 사진:연합뉴스
미·중 패권 전쟁의 한가운데 놓여 있는 차기 정부의 외교 능력은 국운을 결정할 만큼 중요한 통치 요소다. 이 지사는 “미국은 유일한 동맹이고 중국은 전략적 협력관계에 있다”고 전제한 뒤 “어느 한쪽을 선택해 스스로 운신의 폭을 좁힐 이유가 없다. 미·중이 우리와의 협력을 선택하게 하는 것이 유능한 외교”라고 밝힌 바 있다. 이 전 대표 역시 “한·미 동맹을 강화하고 중국과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국익 우선의 당당한 외교를 펼쳐야 한다. 더 많은 지혜가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외교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을 대하는 두 후보의 접근 방식을 ‘균형 외교’로 본다. 다만 현시점에서 균형 외교가 적절한지에 대한 논쟁은 치열하다. 한 외교 전문가는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한·미 동맹은 강화돼야 한다. 경제적으로는 반도체, 배터리 산업 등 미래 선도 산업과 관련한 미국과의 경제 협력이 중요하지만, 최대 교역국인 중국을 잃어버리는 우를 범해서도 안 된다”며 “미국과 중국의 강요로 어느 한쪽을 선택하는 게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 고민해봐야 한다. 상대 국가를 이유로 들며 우리가 취할 것을 늘려가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의 생각은 다르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 외교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미 시대가 바뀌었다. 균형 잡기가 쉽지 않다. 오바마 정부는 중국과 협력 관계를 유지하려 했고, 트럼프 정부는 ‘중국 때리기’를 시작했지만 동맹국에 동참을 강요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우리 정부도 운신의 폭이 있었다. 하지만 바이든 정부는 다르다. 바이든 대통령은 동맹국을 줄 세워 중국을 ‘함께 때리자’는 입장이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게 어려워졌다. 우물쭈물하다가는 양쪽에서 버림받을 수 있다.”

‘미우나 고우나’ 경제·안보 분야와 밀접하게 연결된 일본과의 관계 회복 또한 다음 정부가 풀어야 할 숙제다. 이 지사는 역사·영토 문제는 단호히 대처하되, 경제·사회·외교적 교류와 협력은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투트랙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위안부, 강제징용 문제 등 풀지 못한 숙제가 아직 남아 있다”며 “정부 간 협의에 한계가 있다면 한·일 양국이 현안 해결의 전권을 갖는 가칭 ‘현인(賢人)회의’를 만드는 방법도 고려해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지사가 결기를 앞세운 단호한 태도라면 이 전 대표는 상대적으로 유연하다는 차이가 있다.

한 외교 전문가는 “이 지사의 최근 행보를 보면 미 점령군 발언이나 홍범도 장군 묘역을 방문해 ‘친일청산은 시대과제’라는 등의 발언을 했다. 보수 세력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반면 이 전 대표는 지일파에 속한다.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 이후에도 총리로서 대안을 강구하기도 했다. 대일 관계만 놓고 본다면 이 지사보다 이 전 대표의 접근법이 좀 더 부드럽고 실용적이다”라고 분석했다.

일본에 결기 내비친 이재명과 유연 태도 앞세운 이낙연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월 28일 세종시 세종호수공원 바람의 언덕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조형물을 바라보고 있다. 이 전 대표는 한반도 비핵화 방안으로 ‘잠정합의-포괄적 핵합의’에 이르는 ‘한반도 신평화구상’을 발표했다. 현 문재인 정부의 접근방법과 유사하다. / 사진:연합뉴스
부동산 관련 주택 정책과 토지 관련 공약은 다음 정부에서도 가장 관심이 집중될 뜨거운 감자다. 대책을 수십 번 내놓고도 집값 안정화에 실패한 것은 문재인 정부의 가장 뼈아픈 실책이다. 당장에는 두 후보가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비판을 아끼고 있지만, 어떤 식으로든 실패에 대한 해법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 일단 두 후보는 공급을 늘리면서 공공임대, 장기전세 등으로 서민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 지사는 장기 공공 임대주택인 ‘기본주택’ 100만 가구를 비롯해 250만 가구가 넘는 주택을 임기 내 공급하겠다고 했다. 이 지사가 내세운 기본주택은 중산층을 포함해 무주택자라면 누구든 건설 원가 수준의 저렴한 임대료로 역세권 등 좋은 위치의 고품질 주택에서 30년 이상 살 수 있도록 하는 공공주택의 새로운 개념이다. 장기임대 공공주택 비율을 전체 주택의 10% 선까지 늘리겠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이 전 대표는 경기도 성남의 서울공항을 이전하고 이곳에 3만 호 규모 ‘스마트 신도시’ 구축 계획을 내놨다. 아울러 50년 모기지(mortgage·은행이 부동산을 담보로 주택저당 증권을 발행해 장기주택자금을 대출해주는 제도), 20~30년 장기전세 등 공급방식을 다양화해 선택의 폭을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구체적으로는 청년, 신혼부부를 위한 전용 단지를 조성하고, 자녀를 키우는 40대 무주택자도 입주 가능한 중형 평수 아파트도 공급하겠다는 공약을 선보였다.

하지만 민간 건설업계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한 건설사 대표는 “이익이 발생해야 사업에 참여할 수 있고 지속해서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데 두 후보의 공약에서는 그런 부분을 찾아볼 수 없다”며 “과연 어느 사업자가 적극적으로 정부 사업에 뛰어들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에서 개발 규제, 공공주도 개발로 주택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기조로 민간 사업자의 숨통을 조여왔는데 두 후보도 최소한 민간의 협력을 이끌어낼 내용이 빠진 공약만 내걸고 있다”고 꼬집었다. ‘토건족’, ‘건설마피아’ 등 건설 업계를 적폐로 보는 부정적 인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업계는 아쉬워한다. 한 중견 건설업체 간부는 “부동산 시장에서 공공과 민간은 협력해야 할 파트너다. 적당한 규제로 민간이 거둔 이익 일부를 공공에 돌려주도록 하는 것은 물론 필요하지만, 정책 실패의 책임을 오롯이 민간에 돌리고 악의 원천으로 프레이밍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유익하지 않다”고 말했다.

‘토지’와 관련한 두 후보의 시각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 지사는 부동산 투기 차단과 소득 양극화를 완화하기 위한 대책으로 국토보유세를 제시했다. 현재 0.17%에 불과한 실효 보유세를 점진적으로 1% 수준까지 늘리되 세수 전액은 지역화폐 기본소득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공약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이 지사의 의도와 국민 시각의 괴리가 생길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 전문가의 설명이다. “예전에 도시계획세가 있었다. 교육세처럼 개발할 때 도시계획세를 받아 그 지역의 기반 시설을 확충하거나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사용됐다. 특수 목적세 성격이다. 이렇듯 도시계획세는 세제 목적이 명확하니 사람들의 조세 저항이 적었다. 그런데 이 지사는 국토보유세를 기본소득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것인데, 토지를 보유한 사람들의 거부감이 커질 수 있다.”

이 전 대표 역시 땅 투기를 차단하고, 늘어난 세금과 부담금을 국가 균형발전과 청년 주거복지와 공공임대주택 건설에 사용해 계층 양극화와 불평등을 완화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방법은 택지소유상한법 제정안, 개발이익환수법 개정안, 종합부동산세법 제·개정안 등 ‘토지공개념 3법’이다. 택지소유상한법의 경우 개인의 택지 소유를 서울과 광역시의 경우 400평(법 시행 전 5년 실거주 시 600평)으로 한정하고, 법인의 택지 소유는 회사·기숙사·공장 목적 외엔 허용하지 않는다는 게 핵심이다. 개발이익 환수나 종부세는 현행보다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증세와 헌법 개정으로 투기 차단, 소득 양극화 완화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국익을 우선한 ‘균형 외교’를 주장한다. 대일 접근법에서는 이 지사가 단호한 제스처를 보인 반면, 이 전 대표는 유화적 태도를 보여줬다. / 사진:연합뉴스
또 다른 부동산 전문가는 “택지소유상한법의 경우 특정 계층의 과도한 토지 보유 문제를 완화하려는 것 같은데 이 법이 시행되면 초과 토지를 바로 팔아야 한다. 이게 자본주의 국가에서 가능한 일인지 의문”이라며 “재산권 침해 문제가 발생할 텐데 어떻게 현실화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전 대표는 이와 관련해 헌법을 개정할 의지도 밝힌 바 있다. 그는 7월 5일 대선 출마 선언 영상에서 “헌법에 생명권·안전권·주거권을 신설하고 토지공개념을 명확히 해 부자들이 불로소득을 독점하지 못하게 막겠다”면서 “땅에서 얻은 이익을 좀 더 나눠 사회 불평등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두 후보가 토지 공개념과 정부 개입형 주택 정책 방향이 유사한 만큼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의 최대 실패 원인으로 지목되는 ‘시장 원리’ 수용도 향후 정책 발전 과정에서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 조규희 월간중앙 기자 cho.kyuhee@joongang.co.kr

202110호 (2021.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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