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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 글로벌 악재로 떠오른 시진핑의 공동부유론 

경제 성장보다 체제 강화, 증시에 상당한 타격 

중국 공산당의 ‘大同사회’ 선언, 빈부격차로 인한 체제 불안 요소 사전 차단이 목적
美·中 패권 다툼 속 기업 길들이기… 텐센트, 알리바바 주가 폭락에 세계 증시 격랑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성장보다 분배에 방점을 찍는 경제 정책으로 민심의 반발을 진정시키며 장기 집권의 길을 다지고 있다. / 사진:AP연합뉴스
중국의 6대 빅테크 기업 중 하나인 텐센트(Tencent·騰訊) 최고경영자(CEO)인 마화텅(馬化騰) 회장은 ‘홍색 자본가’라는 수식어를 듣는다. 텐센트는 중국 최대의 게임업체이자 국민 메신저인 위챗(중국판 카카오톡)을 운영하고 있다. 중국에서 홍색 자본가는 공산당에 충성하는 기업가를 말한다.

이런 마 회장이 2021년 3월 반독점 기구인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에 불려가 ‘예약 면담’을 갖고 “독점금지법 등을 준수하라”는 말을 들었다. 예약 면담은 중국에서 ‘위에탄(豫談)’이라고 부른다. 정부 기관이 감독 대상 기업의 CEO 등을 불러 질타하고 요구 사항을 전달하는 자리다. 이후 마 회장은 텐센트의 핀테크(Fin-Tech·금융기술) 계열사인 차이푸퉁(財付通)의 대표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나는 등 낮은 자세를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발행하는 신문인 [경제참고보]는 7월 3일 온라인 게임을 ‘정신적 아편’, ‘전자 마약’이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텐센트의 주가는 폭락했다. 신화통신은 그동안 중국 공산당과 정부의 입장을 대변해온 대표적인 관영 언론매체다. 텐센트의 시가총액은 2021년 초 1조 달러에 육박했지만, 이런 보도 이후 5505억 달러까지 떨어졌다. 그 결과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8월 3일 기준)에 따르면 마 회장(재산 458억 달러)은 중국 부호 2위에서 3위로 밀렸다. 이런 시국에서도 마 회장은 8월 18일 “500억 위안(9조원)을 추가로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미 4월 20일 농촌 경제 활성화 명목으로 500억 위안의 기부금을 내놓은 바 있다.

中 IT 재벌들의 이상한 기부 행렬


▎디디추싱 사례를 통해 중국 공산당을 거스르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목격할 수 있다. /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마 회장이 거액을 다시 기부하겠다고 밝힌 이유는 바로 전날인 8월 17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경제 분야 최고기구인 공산당 중앙재경위원회의 제10차 회의에서 ‘공동부유(共同富裕)’ 정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당시 시 주석은 “공동부유는 사회주의의 본질적인 요구이자 중국식 현대화의 중요한 특징”이라며 “중국이 건국 100주년인 2049년까지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소수의 번영은 옳지 않으며 공동부유를 촉진해야 한다”고 천명했다. 특히 시 주석은 고소득층과 대기업에 대한 합리적 규제 도입을 부의 재분배를 실현하기 위한 방안으로 제시했다. 공산당 중앙재경위원회는 시 주석의 이런 지시에 따라 소득 격차를 줄이는 1차 분배, 세금과 사회보장제도를 통한 2차 분배, 부유층과 기업들의 ‘자발적’ 기부를 통한 3차 분배 등의 실행 방안들을 내놓았다.

시 주석의 ‘공동부유론’에 따라 중국 경제의 패러다임이 앞으로 크게 바뀔 것으로 보인다. 공동부유론은 소수의 사람이 아닌 모든 사람이 부를 공유하는 것으로, 인구에서 중산층 비율을 확대하고 저소득층의 소득을 늘리며 불법 거래 소득을 엄격히 금지해 올리브 모양의 분배구조(타원형)를 만드는 것을 뜻한다. 시 주석의 공동부유론은 42년 만에 중국 경제의 방향을 사회주의의 본질적 요구인 분배로 옮긴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국 공산당은 개혁·개방의 총설계사인 덩샤오핑이 1978년 ‘먼저 부자가 될 사람은 부자가 되도록 하라’는 ‘선부론(先富論)’과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에 따라 성장 우선의 경제정책을 추진해왔다. 이에 따라 중국은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올라서면서 엄청난 발전을 해왔다. 시 주석이 7월 1일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식에서 중국이 전면적인 샤오캉(小康·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림) 사회를 달성했다고 선언한 것도 이런 정책 덕분이었다. 실제로 중국의 1인당 GDP는 2010년 4551달러에서 2019년 1만276달러로 늘었다. 당시 시 주석은 “2049년 건국 100주년까지 중국을 샤오캉 사회를 넘어 다이통(大同·모든 국민이 평등하게 부를 누림) 사회로 만들겠다”는 새로운 목표를 제시했다.

시 주석이 공동부유론을 추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중국은 세계 2위 경제 대국이 됐지만, 양극화 문제로 사회주의 국가의 정체성이 흔들릴 정도로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실제로 중국의 소득 불평등은 갈수록 확대돼왔다. 소득불평등을 나타내는 지표인 지니계수를 보면 1997년 0.3706에서 2017년 0.467이었다. 지니계수는 0에 가까울수록 평등하고 1에 근접할수록 불평등하다는 것을 뜻한다. 지니계수가 0.4 이상이면 사회 불안을 야기하고, 0.5 이상이면 폭동 등 극단적인 사회 갈등이 초래될 수 있다. 중국 정부가 2017년 이후 지니계수 통계를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올해 대도시인 상하이 거주자의 1인당 월평균 가처분 소득은 7058위안(110만원)으로 전국 평균(4021위안)과 농촌 지역 평균(1541위안) 등과 비교해볼 때 엄청나게 차이가 큰 것으로 집계됐다. 게다가 리커창 중국 총리는 전체 인구 14억 명 가운데 6억 명은 월수입 1000위안(18만원)의 빈곤 상태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처럼 중국에선 계층별·지역별 양극화가 고질적인 문제로 자리 잡았다고 볼 수 있다.

파이를 더 키우기보다 나누자는 것


▎2021년 4월 알리바바는 반독점 위반 혐의로 중국 당국이 부과한 3조원에 달하는 벌금 납부를 약속하며 사과했다. / 사진:알리바바 홈페이지 캡처
시 주석은 현재 대외적으로 미국 등 서방국가들의 강력한 압박을 받고 있고, 내부적으로 홍콩·신장위구르·티베트·대만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만 하는 등,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게다가 중국이 코로나19 이후 경제 회복에 실패한다면, 국민의 민심이 이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시 주석은 절대 빈곤을 없애긴 했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라고 볼 수 있는 소득 불평등을 해결하지 못할 경우, 자칫하면 공산당 일당 체제가 흔들릴 수도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의 의도는 이런 소득 불평등을 해소해 공산당의 통치 체제를 강화하고 내년 10월로 예정된 제20차 당 대회에서 확정될 자신의 3연임을 정당화하려는 속셈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시 주석은 이미 집권 2기 시절인 2018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주석직을 연임할 수 없다는 헌법 규정을 삭제하면서 종신 집권의 길을 열어놓았다. 장잔빈 중앙당교 마르크스주의학원 원장은 “공동부유를 추구하는 건 마르크스주의의 핵심”이라며 “공동 부유는 중국 공산당의 사명과 사회주의의 근본적인 요구를 반영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동부유론이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마오쩌둥 전 주석도 ‘모두가 잘살자’는 공부론(共富論)을 주창했었다. 이 때문에 시 주석이 중국 경제 정책의 방향을 마오 전 주석 시대로 회귀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중국 공산당은 공동부유론이 단순히 파이를 나누는 데 초점이 맞춰진 것이 아니라 파이를 키우면서 분배도 동시에 강화하는 개념이라면서 정책도 점진적으로 시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콩의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시 주석의 공동부유론은 부자에게 돈을 강탈해 가난한 사람에게 나눠주는 로빈 후드식까지 나아간 것은 아니지만 더욱 균형 있는 경제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시 주석은 “고소득층에 대한 조절을 강화해 합법적 소득은 보장하면서도 너무 높은 소득은 합리적으로 조절하고 고소득층과 기업이 사회에 더 많이 보답하도록 격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와 관련, “중국 공산당이 지난 40여 년간 경제 성장에 우선순위를 두었지만 이제 시진핑 주석은 계속되는 공산당 통치에 대한 대중의 지지를 공고히 하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사회적인 평등을 촉진할 것을 계획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시 주석의 공동부유론에 따른 최대의 희생양은 빅테크 기업들이 될 것이 분명하다. 중국의 빅테크 기업들은 2000년 대 초반부터 공산당과 정부의 비호와 14억 명이라는 거대한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급속도로 성장해왔다. 이에 따라 이른바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와 같은 빅테크 기업들이 탄생했다. 특히 중국 빅테크 기업들은 문어발식 확장과 인수·합병(M&A)을 통해 시장을 독점했고, 미국 증시에서의 기업공개(IPO)와 상장으로 거대한 부를 축적해왔다. 하지만 빅테크 기업들이 부(富)를 독점하면서 빈부격차 확대와 소득 불평등 등 부작용도 갈수록 커져갔다. 게다가 ‘공룡’이 된 빅테크 기업들이 공산당에 도전할 수 있는 ‘권력’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중국 공산당은 빅테크 기업들을 중심으로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는 민간 기업들이 사회주의 체제에 중대 위협 요인이 된다고 보게 됐다. 실제로 빅테크 기업들의 ‘권력’은 중국인의 생활과 분리할 수 없는 수준에 도달했다. 텐센트가 서비스하는 위챗 사용자는 12억 명이나 된다. 중국에선 위챗을 이용하지 않으면 생활이 어려울 정도다.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알리바바의 점유율은 60%에 달한다. 2위 업체인 징둥닷컴의 점유율도 25%다. 온라인 거래가 전체 소매 판매의 절반을 차지하는 중국에서 이들의 시장 지배력은 엄청나다고 볼 수 있다. 바이트댄스가 운영하는 짧은 동영상 공유 플랫폼인 더우인의 이용자는 하루 6억 명이나 된다.

시범 케이스로 걸린 마윈과 디디추싱


▎2018년까지만 해도 마윈(왼쪽) 알리바바 회장과 마화텅(오른쪽) 텐센트 회장은 중국 경제 성장의 상징처럼 여겨졌지만, 채 3년도 지나지 않아 운신의 폭은 극히 좁아졌다. / 사진:AP연합뉴스
중국 공산당은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의 창업자인 마윈 전 회장이 지난해 10월 24일 상하이 ‘와이탄 금융 서밋’에서 중국 금융 시스템의 문제점을 비판했던 것을 계기로 빅테크 기업들을 압박하고 있다. 당시 마 전 회장은 “중국 대형 은행들은 담보와 보증을 요구하며 여전히 전당포식 운영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 주석 등 공산당 지도부는 마 전 회장의 발언에 격노했다고 한다. 이후 알리바바의 핀테크 계열사인 앤트그룹의 상하이 증시와 홍콩 증시 동시 상장 절차가 돌연 중단됐다. 앤트그룹은 중국 최대 전자결제 서비스인 알리페이를 운영하고 있다. 알리바바는 또 지난 4월 ‘독점금지법’ 위반 혐의로 시장감독관리총국으로부터 역대 최대인 182억2800만 위안(3조1000억원)을 벌금으로 부과받기도 했다. 시 주석을 비롯해 공산당 지도부로부터 미운털이 단단히 박힌 마 전 회장은 잠적하다시피 종적을 감춘 채 공식석상에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처럼 중국 공산당은 처음에는 독점적 지위와 부당 경쟁 관행을 이유로 내세우다가 최근에는 미국 증시 상장에 따른 데이터 안보 문제, 개인정보보호, 노동자 처우 등 다양한 명분을 내세워 빅테크 기업들을 규제하고 나섰다. 특히 시 주석의 공동부유론에 따라 앞으로 규제 강도와 범위는 갈수록 커질 것이 분명하다.

실제 ‘중국판 우버’로 불리는 디디추싱(滴滴出行)의 경우, 국가 안보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중국 인터넷정보판공실은 모든 앱스토어(장터)에서 디디추싱 앱을 삭제하라는 명령을 내렸고, 디디추싱에 대해서도 신규 회원 가입 금지 조치를 내렸다. 중국 최대 차량 공유 서비스업체인 디디추싱은 지난 6월 30일 중국 정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미국 뉴욕 증시에 IPO를 통해 상장하면서 무려 44억 달러를 조달하는 데 성공했다. 이와 관련, [SCMP]는 7월 10일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디디추싱의 상장을 양봉음위(陽奉陰違, 겉으로 복종하지만 속으론 따르지 않는 행위)로 간주해 강력한 처벌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양봉음위는 2013년 12월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고모부이자 제2인자인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을 숙청할 때 적용한 죄목이다. 중국에서도 시 주석이 2014년 7월 “일부 당 간부들이 양봉음 위와 당 중앙을 모함하는 행위 등을 일삼고 있다”고 지적한 적이 있다. 시 주석의 이런 발언이 나오자 중국 공산당은 같은 해 12월 저우융캉 정치국 상무위원과 2017년 7월 쑨정차이 충칭시 당서기를 양봉음위라는 죄목으로 숙청했다. 일당독재 체제인 북한과 중국에서는 노동당과 공산당이 국가 전체를 영도하며, 당의 뜻에 반하는 행위는 엄벌에 처한다.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7월 30일 25개 빅테크 기업 대표들을 소집해 “잘못을 스스로 바로잡으라”며 사실상의 ‘자아비판’을 요구했다. 문화대혁명 당시 공산당의 대중 통치 수단 중 하나였던 자아비판이 빅테크 기업들을 대상으로 부활했다고 볼 수 있다. 당시 불려온 빅테크 기업들은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트댄스, 핀둬둬, 바이두, 신랑웨이보, 콰이서우, 징둥, 화웨이, 디디추싱, 메이퇀, 오포, 비보, 샤오미, 트립닷컴, 넷이즈 등이다. 공업정보화부는 “데이터 안보 위협, 시장질서 교란, 이용자 권익 침해 등을 단속 대상으로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중국 최고 권력기관인 공산당 중앙정치국은 7월 30일 시 주석 주재로 회의를 열고 ‘중국 기업의 해외 증시 상장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하반기 경제 운영 방침을 확정했다. 이런 방침을 결정한 것은 사실상 자국 기업들의 해외 증시 상장을 막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줄을 이었던 중국 기업들의 미국 증시를 통한 IPO가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은 이윤 추구보다 공산당에 충성하라


▎2019년 1월 레이쥔 샤오미 창업자는 마오쩌둥과 시진핑의 전략인 ‘지구전’을 배경으로 삼아 강연하며 공산당 코드에 맞췄다. / 사진:바이두
중국 최대 배달 서비스 플랫폼 업체인 메이퇀(美團)도 지난 4월부터 독점금지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알리바바에 이어 메이퇀이 두 번째다. 메이퇀은 요식업계에 높은 수수료를 요구하고, 다른 플랫폼에 등록할 경우 페널티 수수료를 부과하는 등 독점 행위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 시장감독총국은 7월 26일 메이퇀과 알리바바 계열 어러머 등 배달 서비스 플랫폼 업체들에 배달 노동자들이 사회보험에 가입하도록 할 것과 배달 노동자의 평균 월급을 해당 지역의 노동자 최저 임금과 동일 수준으로 할 것을 지시했다. 메이퇀과 어러머에서 일하는 배달 노동자만 각각 950만 명과 300만 명에 달하는데, 이런 조치는 이들을 모두 사실상 정직원으로 고용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메이퇀의 주가는 홍콩 증시에서 폭락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왕싱 메이퇀 CEO는 8월 30일 열린 2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공동부유를 메이퇀의 DNA에 뿌리내리게 하겠다”고 밝혔다.

텐센트도 8월 29일 중국 내에서 음악 독점 판권을 포기한다고 밝혔다. 텐센트는 그동안 중국 시장에서 독점 사용하는 조건으로 중국과 해외 음원 저작권자로부터 음악을 구매해 왔다. 국가시장감독총국은 7월 24일 독점을 문제 삼아 텐센트에 온라인 음악 독점권을 포기하라는 행정 명령을 내린 바 있다. 말 그대로 공산당이 휘두르는 철퇴에 맞지 않기 위해 빅테크 기업들이 납작 엎드린 셈이다.

특히 알리바바는 8월 2일 2025년까지 1000억 위안(18조원)을 들여 ‘공동부유 10대 행동’을 추진하기로 했다. 알리바바는 우선 200억 위안(3조6000억원)을 투입해 ‘공동부유 발전기금’을 설립한 후 저장성에서 추진되는 공동부유 시범구 건설을 돕기로 했다. 중국 공산당은 지난 6월 알리바바 본사가 있는 저장성을 첫 공동부유 시범구로 지정한 바 있다. 알리바바는 나머지 금액을 ▷과학 인재 육성 및 낙후 지역 디지털 발전 지원 ▷중소기업 경영 보조 ▷농산물 집하장 건설 등 농업 발전 지원 ▷청년 창업 지원 ▷디지털 격차 해소 등에 쓰겠다고 밝혔다. 심지어 중국에서 매출 3위인 전자상거래 업체 핀둬둬(拼多多)는 8월 24일 농업과학기술전담 기금 조성을 위해 100억 위안(1조8000억원)을 기부한다고 발표했다. 핀둬둬가 내기로 한 금액은 창업 이후 줄곧 적자였고 흑자 전환된 올해 2분기 순이익도 24억1500만 위안이어서 감당하기 힘든 규모이다.

세계 자본, 당분간 중국 기업은 쳐다보지도 말라

이처럼 중국 빅테크 기업들은 앞다퉈 기부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홍콩 언론에 따르면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트댄스, 핀둬둬, 메이퇀, 샤오미 등 중국의 6대 빅테크 기업들은 지난 1년간 이미 2000억 홍콩달러(약 30조원)에 달하는 기부금을 냈는데도 불구하고 앞으로 더욱 적극적으로 기부에 나설 것이 분명하다. 관저우자오 중국 상업경제연구센터 주임은 “중국 공산당은 빅테크 기업들이 더욱 많은 금액을 기부하기를 바란다”며 “기업의 기부는 사회주의 방향과 부합하고, 공산당과 정부에 대해 충성심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렇게 중국 빅테크 기업들이 몸을 사리고 있는데도 중국 공산당은 직설적으로 ‘복종’이란 단어를 써가며 당 지시를 따르라고 몰아붙이고 있다. 중국 공산당은 8월 30일 시 주석 등 핵심 지도부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전면개혁심화위원회 회의에서 “기업들이 당의 영도에 복종하도록 이끌고 독촉하며, 기업들이 사회·경제 발전의 큰 틀에 복종·복무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회의에서 “반독점을 강화하고 공정경쟁 정책을 심화하는 것은 사회주의 시장경제체제를 개선하기 위한 내재된 요구”라며 “새로운 발전 패턴을 구축하고 공동 부유를 촉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중국 공산당의 빅테크 기업 때리기는 더욱 강화될 것이 분명하다. 문제는 공동부유론를 내세운 중국 공산당과 시 주석의 빅테크 기업 규제 강화에 한국을 비롯해 미국 등 각국의 증시가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월가는 이미 투자자들에게 중국 빅테크 기업들에 대한 주의보를 내렸다. 나스닥 골든 드래곤 차이나 지수에 편입된 중국 기업 98곳의 시가총액은 2021년 2월 기록한 사상 최고치와 비교해 2021년 7월 무려 7650억 달러(약 894조원)가 줄었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이래 가장 큰 추락이다. 글로벌 투자 운영사를 비롯해 각국의 큰손들도 중국 빅테크 기업들에 대한 투자를 대폭 줄이고 있다. 세계 최대 벤처캐피털 펀드인 비전펀드를 운용하는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의 손정의 회장은 이미 “중국 IT 기업들에 대한 투자를 당분간 중단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중국 공산당의 공동부유론에 입각한 빅테크 기업 때리기는 ‘붉은 자본주의’의 실체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202110호 (2021.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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