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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밀분석] 대선 정국 법무부·행안부 장관에게 시선 쏠리는 이유 

검·경 대선후보 수사, 공정 선거관리 여부의 시금석 

야당, 대선 중립 위해 여당 당적 행안부·법무부 장관 교체 요구
현실적으로 거국내각 구성 쉽지 않기에 대통령 ‘의지’ 중요해


▎김부겸 국무총리가 10월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 투기 조사 및 수사 중간 결과 발표를 위해 합동 브리핑룸으로 들어가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김대지 국세청장, 김창룡 경찰청장, 박범계 법무부 장관, 김부겸 총리,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조남관 대검찰청 차장검사. / 사진:임현동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핵심적 수사 대상이다.” “손준성 검사가 고발장을 보낸 것으로 봐도 무리가 없겠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지난 9월 13일 국회 대정부질문 때 ‘고발 사주(使嗾)’ 의혹 관련 답변에서 했던 말이다. 당시만 해도 의혹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지 않은 단계였는데도 박 장관은 단정적 표현을 사용하며 사건을 규정하는 발언을 했다. 대검 감찰부가 진상 조사를 진행 중이던 상황에서 법무부 장관의 이 같은 입장 표명은 검찰에 대한 수사 가이드라인 제시로 해석될 소지가 있었다.

당연히 야당 의원들은 반발했다.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다음 날 법사위(법제사법위원회) 회의에서 “사건은 아직 감찰 중”이라며 “검찰 수사로 전환하지 않았는데 법무부 장관은 윤 후보를 핵심 수사 대상이라고 예단했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권성동 의원도 박 장관을 향해 “아무 근거나 증거가 나타나지 않았는데, 윤석열 전 총장이 고발 사주를 지시했다는 것을 드러내려 안간힘을 쓰는 장관의 모습이 안타까움을 넘어 가엾다”고 성토했다. 하지만 박 장관은 물러서지 않았다. “의혹에 대해 규명해야 하는 지점”이라며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규명해야 한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사실 윤석열 전 총장을 핵심적 수사 대상으로 지목한 박 장관의 답변 내용은 너무 앞서나간 예단이었다. 수사가 진행돼 어떤 혐의가 나와야 비로소 윤 전 총장 관련 여부에 대해 판단할 수 있는데, 조성은씨가 제보한 인터넷 매체 [뉴스버스]의 보도만으로 윤 전 총장의 연루를 단정한 셈이었다.

게다가 사건에 대한 ‘판단’까지 내린 박 장관의 답변은 피의사실 공표 행위에 대해 엄격하게 통제해온 근래의 정부 태도와도 정반대 모습이었다. 그로부터 한 달 넘은 시간이 지났지만,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윤 전 총장의 연루 혐의는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상황이다.

18개 부처 장관 가운데 여당 소속 현역 국회의원 7명


▎박지원 국정원장이 8월 27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국민 사찰 종식 선언 및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기 전 인사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이러한 광경은 결국 박 장관이 더불어민주당의 현역 국회의원, 즉 여당 정치인이라는 배경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게 만든다. 고발 사주 같은 행위를 충분히 했을 인물이라는, 윤석열 전 총장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평소에 있었기에 그런 예단이 가능했을 것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시절이었던 지난 한 해 동안 대치하고 갈등했던 윤 전 총장에 대한 민주당 쪽의 강한 불신과 거부감이 바탕에 깔린 것이었다.

박 장관의 답변에서는 대선을 앞둔 민감한 시기의 법무부 장관이라는 위치보다는 여당 정치인으로서의 위치가 도드라져 보였다. 박 장관은 지난 2월 장관에 취임하고 대전 보호관찰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취재진과 만나 “저는 법무부 장관이기에 앞서 기본적으로 여당 국회의원”이라고 말했다. 당파성을 서슴없이 드러냈던 박 장관의 발언이 현실이 된 모습이다.

최근 박지원 국정원장을 둘러싼 논란 또한 국정원장의 여당 정치인 같은 언행이 파장을 증폭시킨 측면이 있다. 박 원장은 고발 사주 의혹의 제보자 조성은씨와 그동안 여러 차례 만나고 통화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고발 사주 의혹 보도 직전인 8월 11일 조씨와 식사 자리를 함께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씨가 박 원장을 만나기 바로 전날 김웅 국민의힘 의원으로부터 받았다는 자료 106건을 다운로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자료를 놓고 두 사람이 상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야당은 “박 원장이 조씨에게 제보를 사주하지 않았느냐”는 정치공작 의혹을 제기했지만, 박 원장 측은 “그런 얘기는 없었다”고 부인했다.

박 원장으로서는 야당의 공세가 부당하고 억울하다면 부인하고 반박할 권리가 당연히 있다. 문제는 그가 국정원장 자리에서 행한 정치적 대응 방식이었다. 윤석열 전 총장을 겨냥해 “잠자는 호랑이가 정치에 개입 안 하겠다는데 왜 꼬리를 콱콱 밟느냐. 그러면 화나서 일어나서 확 물어버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잠자는 호랑이의 꼬리를 밟지 말라”는 말은 듣기에 따라 일종의 정치적 위협으로 해석될 수 있다. 과거 정부의 것이든 지금 정부의 것이든, 국정원이 가진 정치인들 정보를 공개해서 혼내줄 수 있다는, 과거 정치인 사찰을 하던 정보기관의 악몽을 떠올리게 하는 대응법이었다. 냉정하지 못한, 역시 여권의 정치인 같은 모습이었다.

현재 18개 부처 장관 가운데 민주당 소속의 현역 국회의원은 모두 7명. 박범계 법무부 장관 외에도 유은혜 교육부 장관,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이인영 통일부 장관,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한정애 환경부 장관,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장관 등 모두 7명이다. 그리고 이들을 총괄하는 김부겸 국무총리 또한 민주당 국회의원을 지낸 여당 정치인이다. 물론 선거와는 특별히 관계가 없을 부처의 장관들 경우는 문제가 될 것이 없다.

하지만 선거 관리의 책임을 맡은 주무 부처 장관들의 경우는 얘기가 다르다. 특히 검찰을 지휘하는 법무부 장관, 경찰을 지휘하는 행안부 장관의 경우는 여당 정치인이라는 점 때문에 야당의 불공정 논란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야당은 진작부터 이들 장관의 교체를 통한 선거 중립내각의 구성을 요구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9월 9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서 공식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에게 선거 중립내각을 거듭 요청했다.

야당의 선거 중립내각 요구에 文대통령 묵묵부답


▎1997년 10월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고건 총리가 대선과 경제 구조조정에 관한 김영삼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대독하고 있다.
“내년 대선이 코앞입니다. 선거 관리를 해야 하는 국무총리부터 행안부 장관, 법무부 장관 모두 민주당 출신이거나 민주당 현역 의원들입니다. 선거 중립, 공정 관리가 될 리 만무합니다. 저는 이미 여러 차례 문재인 대통령에게 선거 중립 내각을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묵묵부답, 요지부동입니다. (… )전해철 행안부 장관, 박범계 법무부 장관, 이 두 자리부터 즉각 교체하십시오.”

국민의힘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도 지난 9월 13일 박지원 국정원장 등을 국정원법·공직선거법·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하면서 역시 선거 중립내각 구성을 요구했다. 윤석열 캠프 측은 “도저히 공정 선거를 기대할 수 없는 내각 인사를 사퇴시켜야 한다”면서 “박지원 국정원장을 비롯해 박범계 법무부 장관, 전해철 행안부 장관, 김오수 검찰총장, 김진욱 공수처장, 김창룡 경찰청장, 정연주 방송통신위원장을 일괄 사퇴시키고 중립적인 인사로 교체하라”고 요구했다. 선거 업무와 직접 관련이 없더라도, 선거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기관의 수장들까지도 교체 요구의 대상에 포함시킨 것이었다.

하지만 개각의 결정권자인 문재인 대통령도, 개각을 건의할 수 있는 김부겸 총리도 아무런 말이 없다. 무대응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선거 중립내각은 전혀 고려 사항이 아니다’는 문재인 정부의 분위기가 읽힌다. 과거에도 총선이나 대선을 앞두고 중립내각에 대한 야당의 요구가 종종 있었고, 대통령이 이를 수용하는 용단을 내린 일들이 있었다. 물론 선거 중립내각의 필요성이 거론되는 것은 선거 관리가 불공정하게 이뤄질 위험이 큰 정국 상황일 때 그러했다.

노태우 정부 때 선거 중립내각이 들어섰던 것도 그러한 배경이 있었다. 1992년 대선을 석 달여 앞둔 8월 31일 한준수 연기군수는 양심선언 기자회견을 통해 “관권이 총선에 개입했다”고 폭로했다. 충남지사와 여당 후보에게서 받은 돈과 군에서 조달한 자금 등 8500만원이 선거용으로 뿌려졌고, 윗선의 지시에 따라 읍·면은 물론 리 단위까지 조직적인 표 관리가 이뤄졌다는 내용이었다.

대선을 앞두고 정국을 뒤흔드는 파문이 이어졌고 임기 말의 노태우 대통령은 민심 수습을 위해 학자 출신인 현승종 총리 중심의 선거 중립내각을 구성했다. 당시 노 대통령은 총리뿐 아니라 선거 관리와 관련이 있는 안기부장과 내무·법무·공보처·정무1 장관을 대거 교체했다. 노 대통령은 안기부장 자리에 당초 안응모 전 내무부 장관을 내정했다. 그러다 김대중 민주당 총재가 강한 거부 의사를 표하자 이를 수용, 이현우 경호실장을 안기부장에 임명했다.

노 대통령은 중립내각을 발표하면서 “차기 대통령 선거가 공명정대하게 이뤄지도록 정부는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노 대통령은 여당인 민자당을 탈당하는 수순까지 밟음으로써 헌정 사상 처음으로 여당 소속 대통령의 부재 상태에서 현승종 선거 중립내각이 출범하게 됐다. 물론 당시 노 대통령의 결단은 위기 타파를 위한 고육책이긴 했지만, 어쨌든 선거 중립내각 용단 덕분에 비등했던 관권 선거에 대한 우려는 진정될 수 있었다.

김영삼 정부 때도 임기 말에 중립 성향의 고건 총리를 임명했다. 한보 부도 사태에 따른 검찰의 수사가 정국에 소용돌이를 몰고 온 상황에서 김영삼 대통령은 전북 출신의 고건 총리를 중용했다. 이는 당시 야당인 새정치국민회의에 차기 대통령 선거 관리에서 중립을 지키겠다는 메시지를 발신한 것으로 해석됐다. 김영삼 대통령 역시 대선을 한 달여 앞둔 1997년 11월 2일, 이회창 신한국당 대선 후보로부터의 탈당 요구와 아들 김현철씨의 비리 연루 의혹,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등이 맞물리자 결국 여당인 신한국당을 탈당하고 대선을 맞았다.

그런가 하면 김대중 대통령도 임기 마지막 해 각종 측근 비리로 지지율이 급락하자 선거 중립을 지키고 국정에만 전념하겠다며 대선을 200여 일 앞둔 2002년 5월 6일 여당인 새천년민주당을 탈당했다.

국민 시선 집중된 검찰과 경찰의 대선후보 수사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9월 10일 서울 금천구 ‘즐 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국민 시그널 면접’에 참석하기 위해 계단을 오르고 있다. 이날 공수처는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윤 전 검찰총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 사진:임현동
이처럼 과거 우리 정치사에서는 임기 말의 대통령이 대선을 앞두고 중립 의지를 보이기 위해 선거 중립내각을 구성하거나 여당을 탈당하는 경우가 자주 있었다. 임기 말 레임덕 상황에서 그렇게 내몰린 측면도 있었지만, 어쨌든 그 같은 결정으로 대통령이나 정부의 선거 중립 문제가 더는 시빗거리가 되지 않을 수 있었다.

그 뒤로 한동안 선거 중립내각 문제는 여야 간 쟁점이 되지 않았다. 그동안 선거 민주주의가 진일보하면서 관권 선거나 불공정 선거에 대한 우려가 상당히 완화된 데서 그 배경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던 것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선거 중립내각 문제가 다시 여야 간의 쟁점으로 부상한 것은 그만큼 정권과 야당 간의 불신이 깊어졌다는 얘기도 된다. 또 근래의 정부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여당 소속의 현역 국회의원이나 친여 성향의 인사들이 선거 업무와 관련된 부처나 기관의 수장을 맡은 상황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과연 민주당 정치인들이 포진한 문재인 정부의 선거 내각은 중립을 지킬 수 있을까. 당장 대선 정국 한복판에서 진행 중인 검찰과 경찰의 대선후보 관련 수사들이 현 정부의 공정한 선거 관리 여부를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우선 조성은씨의 제보로 촉발된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한 공수처의 수사가 있다. 물론 공수처는 법무부 장관이나 행안부 장관의 지휘를 받지 않는 독립기구이지만, 대통령이 처장을 임명한다. 그래서 공수처 수사의 공정성 여부도 최종적으로는 문재인 정부의 책임이 될 수밖에 없다. 수사에 착수하면서 곧바로 윤석열 전 총장을 입건했던 공수처는 조준성 검사-김웅 의원-조성은씨의 연관성에 관한 검찰의 진상 조사 결과와 사건을 이첩받고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여기에다 공수처는 윤석열 전 총장 측이 ‘제보 사주’ 의혹으로 고발했던 박지원 국정원장 등도 입건해 ‘고발 사주’와 ‘제보 사주’라는 두 갈래 의혹에 대한 수사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검찰은 김웅 의원에게 고발장을 보낸 인물이 손준성 검사라고 특정했지만, 아직은 기존에 알려진 것 이상의 결정적 증거는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공수처, 편파성 시비 없도록 중립적 수사 결과 보여야


▎이준석(가운데) 국민의힘 대표가 10월 6일 국회에서 ‘이재명 대장동 게이트 특검 촉구’ 기자회견을 마친 후 특검 도입을 촉구하는 도보 투쟁을 위해 국회를 나서고 있다. / 사진:임현동
공수처가 수사에 착수하면서 윤 전 총장 입건부터 한 것을 두고 표적 수사 논란이 빚어진 만큼, 공수처로서도 편파성 시비를 초래하지 않을 중립적 수사 결과를 보여줘야 한다. 이는 대선 정국의 향배뿐만 아니라 향후 공수처에 대한 국민의 신뢰나 위상과도 관련된 중요한 문제다. 일단 수사의 판이 크게 확대되기는 했는데, 공수처의 수사 역량이 얼마나 국민을 만족하게 할 수 있을 것인가는 지켜볼 일이다.

검찰은 고발 사주 의혹 수사는 일단 공수처에 책임을 넘기는 선택을 했다. 그 대신 검찰은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에 대한 수사로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라 있다. 친정부 성향의 검찰 인맥이 주축이 된 김오수 검찰이 과연 민주당 대선후보 관련 의혹에 대해서도 성역 없는 수사를 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 때문이다. 국민의힘 등 야권에서는 검찰 수사를 믿을 수 없다며 중립적인 특검 실시를 요구하고 있다.

그런 마당에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에 압수수색을 당할 때 창문 밖으로 버렸다는 휴대전화를 경찰이 찾아내는 일이 벌어졌다. 검찰은 CCTV 확인 결과, 유 전 본부장이 창문을 열고 휴대전화를 버린 일이 없다고 밝혔지만, 경찰이 고발 사건 수사에 착수한 지 하루 만에 버려진 휴대전화를 확보하는 개가를 올린 것이다.

이에 검찰은 “의혹 규명의 결정적 열쇠가 될 수 있는 휴대전화를 찾지 못한 것인가, 아니면 찾고 싶지 않았던 것인가”라는 여론의 힐난에 직면했고, 사과 입장을 내놓기까지 했다. 가뜩이나 검찰 수사를 믿기 어렵다며 특검을 요구하는 여론이 퍼져 있던 상황인지라, 검찰로서는 불신의 시선을 받으면서 수사를 전개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이런 가운데 검찰이 윤석열 전 총장 측을 겨냥한 수사를 동시다발적으로 벌이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윤 전 총장의 부인 김건희씨와 관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는 추가 구속자가 생겨나면서 김건희씨에 대한 소환조사가 임박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조사가 곧 혐의 입증으로 이어질지 예단하기 어렵지만, 소환 장면 자체만으로도 윤 전 총장에게는 상처가 될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의 스폰서 의혹 수사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윤 전 서장은 윤 전 총장과 막역한 사이로 알려진 윤대진 사법연수원 부원장의 친형이라 여러 차례 여당 측의 의혹 제기가 있었다. 검찰이 야당의 유력 대선주자와 관련된, 그래서 대선 정국의 흐름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 사건 수사를 공정하게 해낼 것인지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클 수밖에 없다.

유 전 본부장의 휴대전화를 찾아내기는 했지만, 경찰 또한 늑장 수사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지난 4월 대장동 개발 사업과 관련해 수상한 자금 흐름이 있다는 자료를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부터 통보받고도 언론 보도가 나온 9월까지 5개월간 사건을 묵혀뒀다는 질타를 받게 된 것이다. 늑장 수사로 신뢰가 실추된 경찰이 유 전 본부장 휴대전화 확보를 계기로 검찰과 수사 경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있지만, 어쨌든 경찰 역시 대장동 의혹과 관련된 불공정 수사에 대한 우려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형편이다.

물론 검찰과 경찰 모두 공정 수사를 다짐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들 수사가 여당 정치인이 책임을 맡은 법무부 장관과 행안부 장관 아래에서 진행된다는 점이다. ‘배나무 아래에서 갓을 고쳐 쓰지 말라’는 말이 있듯이, 조금이라도 의심을 살 언행을 한다면, 당장 편파 수사 논란과 함께 선거 중립내각 요구가 불거질 수 있는 상황이다.

지난 9월 박진규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이 “대선주자가 받아들일 만한 공약을 발굴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공무원들에게 했다가 논란이 된 일이 있었다. 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매우 부적절하다”고 공개 질책하고, 구윤철 국무조정실장이 관계 차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철저히 정치적 중립을 지켜달라고 당부하면서 논란은 진정됐다. 대선을 앞두고 공무원들을 향해 대통령과 총리실의 이 같은 메시지가 나온 것은 적절한 일이었다.

선거 중립은 결국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에 달려


▎불공정 선거 의구심을 해소하는 것은 결국 문재인 대통령의 몫이자 책임이다. 9월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안경을 만지고 있는 문 대통령. /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김부겸 총리가 인사청문회 때 “현재 저는 당적을 갖고 있으니, 거국·중립 내각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인정했듯이 지금의 내각이 중립내각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여당 정치인들이 선거 관련 주요 장관 자리에 있는 상황에서는 언제든 불공정 선거 관리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이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하는 것은 결국 문재인 대통령의 몫이요 책임이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대통령들이 대선을 앞두고 선거 중립을 위해 기울인 노력은 역사에 남는 기록이 된다. 혹여 내년 3월 9일에 실시되는 20대 대선까지 가는 과정에서 불공정 시비가 계속 불거진다면 문 대통령에게도 오점이 된다. 청와대는 지난 10월 5일, 문재인 대통령이 대장동 개발 사업 의혹에 대해 “청와대는 엄중하게 생각하고 지켜보고 있다”는 입장을 처음으로 밝혀 시선을 끌었다. 당시 민주당 경선에서 선두를 달리는 이재명 지사와 관련된 의혹 사건에 대해 청와대가 ‘엄중’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사안의 심각성을 그만큼 의식하고 있다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당초 청와대 내부에서는 문 대통령이 철저한 수사를 지시하는 방안도 논의됐지만, 경선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이재명 지사를 겨냥한다는 정치적 해석을 낳을 수 있어서 ‘엄중’으로 표현의 수위가 낮춰졌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이 정도로 여당 정치인들의 선거 내각이 초래할 불공정성에 대한 우려가 충분히 해소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대통령은 민주당 당적을 그대로 갖고 있고,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선거 관리의 책임을 지고 있다. 대선까지 5개월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선거 중립내각을 위한 개각은 쉽지 않아 보인다. 물론 문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서는 지금이라도 부분 개각은 가능하고, 국회 인사청문회도 신속하게 진행하는 방법이 있기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런 속도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차선책이라도 찾아 선거 중립을 위한 대통령과 정부의 의지를 밝히고 구체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필요하다. 지난 4·7 부산시장 보궐선거 때처럼 대통령과 당·정·청 핵심 인사들이 함께 가덕도를 방문해서 여야 간의 논란이 되는 일들이 재현돼서는 곤란하다.

현재 진행 중인 검찰과 경찰의 대선후보 관련 수사들이 편파 수사 논란을 빚지 않고 공정한 수사가 되도록 하는 것도 결국은 문 대통령의 몫이다. 대통령의 선거 중립 의지와 노력은 훗날 역사의 평가를 받게 됨을 생각할 때다.

- 유창선 시사평론가 yucs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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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호 (2021.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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