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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NEW 리더] 보수 정당의 ‘노동전문가’ 박대수 국민의힘 의원 

“투쟁보다 노사 간 상생이 경제 살려… 정부, 법 위에 군림하는 민주노총에 단호히 대처해야”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노동자와 현장의 목소리 정책에 담아내려 정치권 진출”
文 정부 노동정책 F학점… 일자리, 산업재해 감축 실패


▎박대수 국민의힘 의원은 10월 7일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는 국민 세금으로 단기 일자리, 비정규직을 양산해 임금 격차를 더욱 벌려놓았다”고 지적했다.
대한민국 국회의원은 총 300명. 그러나 국민이 이름과 얼굴을 제대로 기억하는 이는 의외로 많지 않다. 국회의원을 잘 알지 못하다 보니 그들의 의정활동에 관심이 없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다. 월간중앙은 자신의 위치에서 성실하게 의정활동을 하는 의원들, ‘국회 NEW 리더’를 찾아 그들의 진솔한 목소리를 들어본다.[편집자 주]

박대수 국민의힘 의원은 노동운동으로 잔뼈가 굵었다. 첫 직장인 대한항공에서 31살 때부터 노동운동을 시작한 그는 34살에 노동조합 사무국장, 35살에 노조 위원장을 맡아 노조원들의 권익을 위해 일했다. 이후 활동 범위를 넓혀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에서 상임 부위원장도 맡았다. 노동운동 30여 년 경력과 전문성을 인정받아 비례 대표로 21대 국회에 입성한 그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그의 지론을 확인이라도 하듯 지난 1년 6개월여 동안 부단히 노동자들이 일하는 현장을 누볐다. 현재 국민의힘 노동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그는 당 대선 경선이 끝나면 대선후보에게 전달할 노동 분야 공약을 세밀히 준비하고 있다. 국정감사가 한창이던 10월 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박대수 의원을 만나 그의 포부와 현안을 들어봤다.

근황이 궁금합니다.

“요즘 ‘몸이 열 개라도 모자라다’는 말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항공·숙박·여행 산업 노동자들의 피해가 크다 보니 그들의 애환을 듣고 해결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최근에는 문재인 정부 마지막 국정감사를 준비하느라 눈코 뜰 새 없었습니다.”

30여 년간 노동운동을 해오셨습니다.

“1991년 31살 때부터 노동운동을 하다가 지난해 국회에 입성했으니 정확히는 29년입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1997년 외환위기(IMF 사태) 때가 생각납니다. 다른 회사와 마찬가지로 대한항공도 큰 위기였어요. 당시 제가 노조위원장을 하고 있었는데. 잠도 제대로 못 잘 정도로 힘들었습니다. 회사에 구조조정 바람이 불었고, 노동자 정리해고는 절대 안 된다고 반대했지만 노조도 뭔가 고통 분담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임금과 자녀 장학금 같은 복지후생을 모두 반납하겠다고 회사에 제안했지요. 단 회사가 정상화하면 IMF 사태 이전으로 돌아가는 조건이었습니다. 회사도 이에 동의했고, 다행히 위기를 극복하자 노조와 직원들에게 협조해줘서 고맙다며 임금을 많이 올려줬습니다. 위기 국면에서 합리적인 노사의 길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어떤 계기로 노동운동을 시작했습니까?

“갓 입사했을 때는 노동운동에 대한 생각이 별로 없었는데, 주변에서 대의원에 한번 출마해보라고 권유를 많이 했습니다. 그렇게 한번 발을 들이니 책임감 때문에 국회의원이 되기 전까지 계속하게 됐습니다. 제가 노동운동을 하며 공을 들여왔던 부분이 바로 건전한 노조 문화 형성입니다. 이게 젊은 노동자들 사이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 노동운동을 이어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대한항공 노조위원장 때 IMF 극복 잊지 못해”


▎2016년 6월 3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45차 고용정책심의회에서 김종인(왼쪽) 민주노총 부위원장, 박대수(가운데)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순(耳順)이 넘은 나이에 초선 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하는 게 쉬운 결정만은 아니었을 것 같습니다.

“노동운동을 하며 현장의 목소리를 정부 정책이나 법률에 담아내는 것에 한계를 느낄 때가 많았습니다. 결국 노동자들의 고충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입법과 정책개선을 직접 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절실함을 느꼈습니다.”

노동운동가와 국회의원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던가요?

“노동운동가는 목소리를 내고 정책을 제안하는 활동에 집중한다면, 국회의원은 그 목소리와 정책 제안을 즉각 입법화·제도화하는 자리입니다. 물론 충분한 사회적 합의를 선행한다는 전제가 필수입니다. 국회에 입성한 이후에는 더 큰 범위의 노동정책과 입법을 마련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습니다. 노동운동가로서 항상 ‘현장에 답이 있다’는 말을 되새기며 살아왔고, 국회의원이 된 이후에도 이를 정책에 반영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모든 정책은 이해당사자가 현장에서 느낀 개선점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이유에서 국민의힘을 선택하셨습니까?

“흔히 국민은 노동운동은 투쟁적 성격이 강해 진보 정당과 가깝다고 생각하십니다. 하지만 노동이란 대한민국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가장 숭고한 권리 중 하나입니다. 그렇기에 노동을 진보와 보수의 논리에 따라 어느 정당과 더 가깝다고 표현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저는 언제나 노사 간의 상생과 화합의 가치를 가장 중요하게 여겨왔습니다. 이런 부분에서 국민의힘이 제 가치관과 더 잘 부합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의정활동을 하면서 겪은 가장 큰 애로사항은 무엇입니까?

“노동계 대표와 국민 전체의 대표라는 이중적 지위에서 오는 고민과 갈등입니다. 노동계 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만큼 무수히 산적해 있는 노동현안, 특히 노동계의 요구사항을 국회라는 공론의 장에서 관철해야 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국민 전체의 대표로서 한쪽에 치우침 없이 객관적으로 갈등과 이견을 조율해나가야 합니다. 그런데 막상 의정활동을 시작하니 180석 거대 여당의 입법 독주에 한동안 무기력함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입법 권력의 독주는 국민의 저항을 부른다는 것을 집권여당이 유념했으면 합니다.”

‘노사 간 상생과 화합’ 중시해 국민의힘 입당


▎박대수 국민의힘 의원이 8월 30일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의 사과를 촉구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 사진:박대수 의원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활동 중인데, 앞으로 꼭 해보고 싶은 상임위가 있습니까?

“노동계 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만큼 환노위에서 역할을 계속해나갈 생각입니다. 그런데도 굳이 해보고 싶은 상임위 하나를 고르라면 국토교통위원회를 꼽겠습니다. 항공 노동자들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해섭니다. 친정인 대한항공에서 노조활동을 하면서 노동자들로부터 현장의 고충과 애환을 많이 들어왔습니다. 이를 토대로 입법·정책·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대한민국 항공 산업 발전에 이바지하고 싶습니다.”

노총 출신 국회의원은 상대적으로 환경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습니다.

“우리 국민은 저마다 환경 전문가라 할 만큼 이 분야에 관심이 많습니다. 가습기살균제사건 이후로 생활화학물질에 국민적 관심이 쏠린 것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이 외에도 미세먼지 저감, ESG 경영, 공사현장의 분진, 층간소음과 같이 우리가 살아가면서 가장 밀접하게 닿아 있는 것들이 대부분 환경문제입니다. 저 역시 환경에 지대한 관심을 가진 국민의 한사람입니다. 물론 평생을 환경 분야에 몸담은 분들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환경부의 정책과 사업을 꾸준히 들여다보고 전문가의 의견을 들으며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박 의원은 내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후속 입법으로 ‘사법경찰직무법’을 최근 대표 발의했다. 경찰이 아닌 조직에 사법경찰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으로 이를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이라 하는데, 근로감독관이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수사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전망이다.

사법경찰직무법을 발의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우리나라는 이미 특사경 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관도 특사경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내년 초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됨에도 중대산업재해에 대한 근로감독관 수사 권한의 법적 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입니다. 산업안전사고 처리에 전문성을 갖춘 근로감독관이 중대 산업재해를 수사한다면 노동자의 권리구제에 크게 기여할 겁니다.”

하지만 근로감독관에게 수사 권한을 주는 문제는 고용부와 경찰청이 이견을 보이고 있어 국회 통과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경찰은 “검경 수사관 조정에 따라 우리에게 중대재해법 수사 권한이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고용부는 “안전보건관리 전문가인 근로감독관에게 수사 권한을 주는 것이 적합하다”고 맞서고 있다.

근로감독관이 중대산업재해 수사하는 법안 추진


▎박대수 국민의힘 의원은 10월 6일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 안경덕 장관에게 “정부가 단기 일자리를 늘려 일자리 통계를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사진:박대수 의원실
사법경찰직무법을 두고 논쟁이 오가고 있습니다. 왜 그런 겁니까?

“고용부는 관계부처와 TF를 운영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준비해왔습니다. 산업안전보건본부도 신설하고, 전담 근로감독관도 110여 명을 증원했습니다. 그런데 법 시행을 4개월 앞둔 시점에 아무런 준비도 안 하고 있던 경찰청이 검경수사권 조정을 근거로 중대산업재해 수사권도 가져가겠다고 나섰습니다. 제가 경찰의 의도를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수사권을 두고 검찰과 대립하고 있는 경찰이 조직을 확대하려 이 같은 주장을 펼치는 것으로 비춰집니다. 저는 전문성을 갖춘 근로감독관이 중대산업재해를 수사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법안이 조속히 국회를 통과해 산업현장에서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어떤 현안에 집중했는지?

“문재인 정부 중점사업을 점검했습니다. 고용부에서 담당하는 일자리 정책, 환경부의 탄소 중립에 허점은 없는지 들여다봤어요. 또 하나는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생활밀착형 주제에 집중했습니다. 어느 순간 국정감사가 국회의원에게 인지도를 올리기 위한 장으로 전락한 점이 있는데, 저는 대중과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보다 작지만 국민이 실생활에서, 그리고 노동자들이 산업현장에서 즉각 체감할 수 있는 주제에 포커스를 맞췄습니다.”

10월 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개최된 고용부 국정감사에서 박 의원은 “정부가 단기 일자리를 늘려 일자리 통계를 왜곡하고 있다”며 안경덕 장관을 질타했다. 안 장관은 “단기 취업자가 늘어나는 것은 건강이나 학업, 가사 등 여러 요인이 있다”고 방어했다.

문 정부의 일자리 정책이 취임 초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문 정부는 취임 초기부터 ‘적폐청산’이라는 칼을 빼 들었습니다. 저는 그때부터 문 정부의 일자리 정책이 꼬였다고 봅니다. 정부가 칼을 빼 들면 기업은 얼어붙을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가 노동존중을 내세웠는데, 노동존중은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만들어지는 겁니다. 정부는 기업이 하는 일에 관여할 것이 아니라, 지원해야 양질의 일자리가 자연스레 만들어집니다. 일자리를 만드는 주체는 누가 뭐래도 기업입니다.”

문 정부의 노동정책에 성적을 매긴다면 몇 학점을 주시겠습니까?

“낙제점인 F학점을 주겠습니다. 문 정부는 일자리 정부를 자임하며 임금 격차를 줄이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어떻습니까? 실업률은 IMF 사태 수준으로 치솟았고, 임금 격차는 여전히 심각한 상황입니다. 오히려 국민 세금으로 단기 일자리, 비정규직을 양산해 임금 격차를 더욱 벌렸습니다. 대통령 취임 직후 인천국제공항공사를 방문해 비정규직 제로를 외쳤지만, 정작 불공정에 허탈감을 외치는 청년들만 남았습니다. 산업재해 사고사망을 절반으로 감축하겠다는 공약은 목표치의 근처도 가지 못하고 사실상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일자리·산업재해·근로복지 중 뭐 하나 제대로 달성한 것이 없습니다.”

민주노총이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대규모 집회를 강행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민주노총은 국민과 법 위에 군림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자영업자들은 생사의 기로에 놓여 있고 국민은 일상의 자유를 포기하면서까지 정부의 방역 지침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지만, 민주노총은 정부의 방역 대책을 비웃고 무력화시키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정부의 솜방망이 대응입니다. 일부 노조원에 대한 사법처리는 요식 행위일 뿐 그 노조원을 오히려 영웅시해주기까지 합니다.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범여권 국회의원들은 이번에 국회에서 분명한 입장을 표명해야 합니다. 코로나 시국에 대규모 불법적 집회를 자행한 민주노총을 일반 국민이 용납할 수 있겠습니까?”

“정부 솜방망이 처벌이 민주노총 불법집회 불러”


▎박대수 국민의힘 의원은 10월 7일 인터뷰에서 “노동자들이 정권교체의 선봉장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7월 3일 대규모 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민주노총 위원장이 구속 기소된 일을 계기로 문 정부와 민주노총 간의 갈등이 심화하고 있습니다.

“누가 민주노총을 법과 국민 위에 군림하게 했습니까? 전적으로 문 정부에게 책임이 있다고 봅니다. 흔히들 문 정부를 촛불정부로 규정합니다. ‘촛불 청구서’에 발목 잡힌 정부가 민주노총의 반복되는 불법에도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하니 이런 사태가 발생한 겁니다. 민주노총에 대한 정부의 단호한 대처만이 국민을 보호할 수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촛불 청구서를 파기해야 합니다.”

20대 대선이 5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역대 대선에서 노동 공약은 분야별 공약 중 핵심으로 꼽힌다. 문재인 대통령은 19대 대선을 앞두고 일자리 창출, 비정규직 감축 및 처우개선, 노동존중 사회 실현 등을 공약해 노동계로부터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국민의힘은 11월 5일 본경선을 통해 대선후보를 확정한다. 박 의원이 위원장인 국민의힘 노동위원회는 최종 후보에게 노동 공약을 전달할 예정이다. 그는 무엇을 준비하고 있을까?

“우리 당이 노동자보다 기업의 입장을 대변한다는 이미지가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그래서 어떻게 이런 선입견을 깰 수 있을지 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책임 있는 주체로서 노동자의 삶의 질을 개선해주는 방법, 기업도 잘되게 하는 방법을 공약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역대 모든 선거에서 노동계의 표심은 선거 결과를 좌우하는 최대 변수였습니다. 이번 대선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그러니 노동계에 몸담으며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 노동자들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부지런히 뛰어다닐 생각입니다. 10월부터 전국을 순회하며 우리 당이 노동자와 함께하는 정당이라는 비전을 제시해 지지층을 확산해나갈 겁니다.”

- 글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choi.hyunmok@joongang.co.kr / 사진 전민규 기자 jeon.minkyu@joongang.co.kr

202111호 (2021.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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