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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 원자재 가격 폭등이 촉발한 글로벌 에너지 대란 

‘그린플레이션’, 세계 경제 퍼펙트 스톰 뇌관 되나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석탄·석유·천연가스 수급 불일치가 빚은 중국 전력난… 유럽도 전기요금 급등
OPEC과 러시아 등 산유국은 증산에 미온적, 마그네슘·알루미늄·요소수도 품귀


▎중국의 전력난이 글로벌 경제의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사진은 중국 안후이성의 석탄화력발전소. / 사진:EPA연합뉴스
중국의 10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9월의 49.6에 이어 49.2를 기록했다. PMI는 제조업 경기를 파악하는 데 중요한 선행지표이자 심리지표다. 기준선인 50을 넘으면 경기확대, 넘지 못하면 경기 위축을 뜻한다. PMI가 2개월 연속 50 미만에 머문 것은 석탄 부족으로 인한 전력난으로 공장 가동 중단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장지웨이 핀포인트 에셋 매니지먼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PMI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20년 2월 코로나19 확산 시기를 제외하고, 2005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전력 수급이 여전히 어려운 데다 일부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영향을 받았다”며 “제조업 기업들의 생산 경영 활력도가 다소 약해졌다”고 분석했다. 반면 물가는 급속도로 오르고 있다. 지난 9월 중국의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 동기대비 10.7%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은 올해 들어 코로나19 이후 늘어난 전력수요 증가와 석탄 공급 부족, 에너지 가격 상승, 탄소 배출 감축 정책 등의 이유로 역대 최악의 전력난을 겪고 있다.

게다가 지난 10월, 때 이른 한파가 찾아오면서 석탄 가격이 연일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중국의 3분기 경제 성장률은 1년 만에 가장 낮은 4.9%(지난해 동기 대비)까지 떨어졌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중국이 올해 8%대 경제성장률을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실제로 골드만삭스는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8.2%에서 7.8%로 하향 조정했다. 노무라증권도 8.2%에서 7.7%로 낮췄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헬렌 차오 중국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전력난 충격이 상당히 심각하다”며 “4분기 중국 경제성장률이 3~4%대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예측했다. 심지어 2022년에는 경제성장률이 5%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中 하얼빈, 전기 부족으로 오후 4시까지만 영업


▎OPEC+를 상징하는 무함마드 빈 살만(왼쪽)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 사진:AP연합뉴스
실제로 중국에서 전력 소비가 많은 업종의 공장들은 대부분 가동을 멈춘 상태다. 중국 공업정보화부와 생태환경부는 베이징시와 텐진시 허베이성에 대해 11월 15일부터 2022년 3월 15일까지 넉 달간 철강 산업 시설을 교대로 돌리는 등 감산에 들어갈 것을 지시했다. 중국 정부가 겨울철 난방 때문에 전력 부족이 장기화할 것에 대비한 조치라고 볼 수 있다. 동부 연안의 경제 발전 지역인 저장성은 10월 8일부터 전력 부족 상황 관리 등급을 기존의 B급에서 C급으로 한 단계 격상했고, 관내 기업들에 일주일 중 3~4일 가동을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동북 3성 중 하나인 랴오닝성 선양에서는 정전으로 한 공장에서 환풍기가 가동되지 않는 바람에 노동자 23명이 유독가스에 중독되는 어처구니없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헤이룽장성 하얼빈시는 신선식품 슈퍼마켓을 제외한 상업시설의 영업을 오후 4시까지로 강제했다.

중국의 31개 성·직할시·자치구 가운데 20여 개에선 전력공급 제한 조치가 시행되고 있다. 중국 국가전력망공사는 ‘17개 지역에 전력을 제한적으로 공급하고 있다’면서 ‘중국의 올겨울 전력 최대 부하가 1000GW로, 2020년 겨울의 970GW를 넘어 사상 최대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제철, 알루미늄, 시멘트 및 비료 등 대규모 전력이 필요한 기업들은 공장 가동 중단으로 엄청난 타격을 입고 있다. 전력난으로 가장 심각한 피해를 보고 있는 지역은 남동부 공업 벨트인 광둥·장쑤·저장성 등이다. 중국의 지역별 국내총생산(GDP) 1·2·4위인 이들 3개 성의 2020년 GDP 합계는 28조 위안으로 중국 전체의 28%를 차지했다.

중국에서 전력 대란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 반중(反中) 정책을 추진해온 호주에 대한 경제 보복 조치로 석탄 수입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중국 전력기업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발전량 중 석탄 화력 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60.8%에 달했다. 석탄 화력 발전의 비중은 수력(17.3%), 풍력(6.1%), 원전(4.8%), 태양광(3.4%), 가스 화력(3.3%) 등에 비해 월등히 높다. 그런데 중국이 호주산 석탄 수입을 금지한 이후 대체 수입원을 찾지 못하면서 전력난을 초래했다. 중국의 연간 발전용 석탄 소비량은 대략 30억t인데 이 중 27억t은 자체 조달, 나머지는 해외에서 수입해왔다. 이 가운데 호주산이 57%에 달했다.

또 다른 이유는 “2060년까지 탄소 중립을 실현하겠다”는 시진핑 국가주석과 중국 정부의 정책 때문이다. 특히 중국 정부는 세계 1위 탄소 배출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2021년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의 원년으로 삼고 에너지 소비 감축 정책을 강하게 추진해왔다. 하지만 올 들어 코로나19 방역 강화로 경제가 회복되면서 에너지 사용이 급격하게 늘었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가 설정한 에너지 소비 감축 정책과는 엇박자가 날 수밖에 없었다. 다시 말해 중국 정부가 무리하게 에너지 소비 감축을 추진했지만, 반대로 에너지 수요가 많이 늘어나는 바람에 전력 대란이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중국 정부는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를 대폭 확대해 왔지만 기후 변화 때문에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풍력발전소는 바람이 불지 않아 가동을 멈췄고, 태양광 발전소는 홍수 등으로 발전에 어려움을 겪었다. 문제는 풍력과 태양광 발전은 기후 변화에 따라 발전량이 들쭉날쭉해서 전력망에 큰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의 풍력·태양광 설비 비율은 24.5%지만 실제 발전량은 10%도 되지 않는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시 주석의 탄소중립 정책 제시 이후 석탄산업 구조조정과 발전 비중 축소 등을 강도 높게 추진해왔다.

민심 이반될까 노심초사하는 中 지도부


▎유럽 북해에 조성된 대규모 풍력발전 단지는 바람이 줄어든 탓에 발전량이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 사진:덴마크 풍력 발전회사 오스테드 홈페이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10월 한 달간 중국 대도시의 휘발유와 경유 등 유류 가격마저 20% 이상 급등했다. 중국의 유가 급등은 국제유가가 상승한 탓이다. 또 다른 이유는 석탄 부족으로 대체 연료인 석유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국가식량물자비축국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휘발유와 경유의 비축물량을 긴급 방출하기도 했다. 중국 국영기업인 중국석유화공그룹은 ‘정제시설을 풀가동해 경유 연료 공급을 전년 대비 29%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게다가 액화천연가스(LNG) 가격도 치솟고 있다. 중국의 10월 LNG 평균 출고가격은 톤당 7284위안으로, 전년 대비 98% 상승했다. 겨울철 난방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석탄, 석유, 천연가스 부족 사태는 더욱 가중될 것이 분명하다.

이처럼 에너지난이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시 주석 등 중국 지도부는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시 주석은 10월 21일과 22일 성리 유전 등 산둥성을 시찰하면서 “석탄과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총력전을 벌이라”고 지시했다. 시 주석은 “에너지 공급을 자력으로 확보해야만 한다”면서 “전력 수요에 충분히 맞추려면 석탄과 석유 등 화석연료에 계속 의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석탄과 천연가스의 탐사와 개발을 강화하고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기 위해 노후화한 생산 설비를 교체하라”는 주문도 했다. 리커창 총리 역시 10월 20일 국무원 상무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인민들이 겨울을 따뜻하게 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해 난방을 보장해야 한다”면서 “난방용 석탄과 천연가스를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리 총리는 10월 9일 제5차 국가에너지위원회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도 “현재 국제 환경과 세계 에너지 구조는 큰 변화를 겪고 있으며 중국 에너지 개발과 안보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면서 “석탄 생산과 석유·천연가스 탐사와 개발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리 총리는 “국가의 에너지 자원에서 석탄의 지배적인 위치를 고려할 때, 석탄 생산 능력을 최적화하고 필요에 따라 석탄 화력발전소를 건설해야 한다”고 밝혔다. 에너지를 담당하는 한정 공산당 상무위원 겸 부총리는 국영 에너지 기업들을 소집해 “정전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무슨 수를 써서라도 국가 운영에 충분한 석탄과 석유 등 연료를 확보하라”고 지시했다. 신바오안 중국 국가전력망공사 회장은 “현재 전력 공급 업무는 가장 중요하고도 긴박한 정치 임무가 됐다”고 강조했다. 중국에서 ‘정치 임무’는 경제성을 따지지 않고 무조건 해야 하는 일을 뜻한다.

이에 따라 중국의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석탄 화력발전소에서 생산되는 모든 전력을 100% 시장 거래를 통해 공급하도록 사실상 자유화 조처를 내렸다. 중국에서는 지금까지 석탄화력 발전으로 생산되는 전력의 70%만 시장가격을 적용해왔다. 이런 조치는 전력난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의 일환으로 석탄화력 발전소의 운영난을 완화하고, 발전량을 늘리기 위해서다. 한편으로 중국 정부는 석탄 수입 다변화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은 지난 9월 러시아와 인도네시아에서 석탄 수입을 대폭 늘렸다. 러시아에서는 370만t의 발전용 석탄을 수입했다. 이는 8월보다 28%, 지난해보다 230% 급등한 수치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지난해보다 89% 증가한 300만t의 발전용 석탄을 수입했다. 심지어 중국은 유엔 안보리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으로부터 석탄을 밀수입하고 있다. 북한산 석탄은 2017년 8월 채택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2371호에 따라 금수품목으로 지정돼 있다.

중국 국영 에너지 기업들은 천연가스와 석유 등을 대거 구입하고 있다. 중국석유화공그룹은 미국 천연가스 업체인 벤처 글로벌과 매년 400만t의 LNG를 20년간 수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단일 중국기업과 외국기업 간에 체결된 LNG 수입 계약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이 계약으로 지난해 310만t이었던 중국의 미국산 LNG 수입 규모가 배로 늘어나게 됐다. 중국으로선 전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미국으로부터 천연가스를 수입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말할 수 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 석탄·천연가스·석유 수입국이다.

북해 바람 약해져 풍력 발전 급감한 유럽

중국뿐만 아니라 유럽 각국과 미국 등에서도 에너지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유럽 각국의 경우, 올해 북해의 바람이 2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약해져 풍력 발전량이 급감하면서 전력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9월 유럽의 풍력발전 비중은 9.3%로 지난해 동월(11.6%)에 비해 2.3%포인트 감소했다. 이 때문에 유럽 각국은 화력 발전소에서 사용할 천연가스를 확보하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유럽 각국은 2000년 대 이후 화력발전소에서 석탄과 석유 대신 온실가스 배출이 상대적으로 덜한 천연가스를 사용해 전력을 생산해왔다. 이에 따라 천연가스 가격은 연초보다 3.6배 이상 올랐다. 전기 요금의 경우 독일은 2.4배, 영국은 2.8배, 프랑스는 3.1배, 스페인은 3.4배나 각각 상승했다. 전력요금이 상승하면서 철강, 비료 등 일부 에너지 소비업체들이 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사태까지 나타났다.

미국에서도 연초보다 휘발유 가격이 40%나 오르고 있다. 미국의 휘발유 가격은 11월 3일 기준으로 전국적으로 갤런 당 3.40달러로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름값이 오르는 이유는 수요가 코로나19 대유행 이전 수준으로 빠르게 회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백신 접종률 증가 등으로 사람들의 이동 제한이 풀리고 자유로워짐에 따라 운전하는 상황도 늘고, 항공 이용도 증가했다. 게다가 천연가스 가격 폭등으로 석유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일부 전력회사와 공장들은 천연가스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대체품인 석유로 바꾸고 있다. 그렇지만 석유 생산량은 감소하고 있다. 미국의 석유회사들이 석윳값이 훨씬 비싸졌음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사태 이전보다 석유를 덜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자재 없어서 공장 안 돌아갈 위기


▎한국에서도 요소수 부족 탓에 전국에서 비명을 질렀다. 11월 9일 전북 익산에서 요소수를 구매하려는 행렬이 끝이 없다. / 사진:연합뉴스
글로벌 에너지 대란의 원인 중에서 주목할 점은 국제유가가 계속 상승세를 보인다는 것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非)OPEC 산유국들의 모임인 OPEC+는 11월 4일 화상 각료회의에서 11월에 이어 12월에도 지난 7월 합의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0월 31일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들에 증산을 압박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OPEC+는 지난 7월 하루 평균 40만 배럴씩 증산하기로 결정했었다. 다시 말해 추가 증산을 하지 않기로 합의한 것이다. OPEC+는 고유가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공급을 늘릴 경우 유가가 하락하고, 이에 따라 석유 수출로 벌어들일 수 있는 오일 머니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이다.

유가가 폭락했었을 때 입은 손해를 이참에 벌충하겠다는 속셈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세계 최대 석유 수출국인 OPEC의 수장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해 코로나19 때문에 석유 수요 감소와 저유가로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지난해 GDP 성장률은 -3.7%를 기록했으며 교역액 및 무역수지도 5년 내 최저치를 보였다. 재정적자는 794억 달러(86조 원)로 GDP의 12%에 달했다. 비OPEC의 맹주인 러시아도 마찬가지다. 러시아의 지난해 GDP 성장률은 -3.1%로 2009년 이후 최저치를 보였다. 세계 1위 천연가스 수출국이자 세계 2위 석유 수출국인 러시아의 원유와 천연가스 수출 비중은 지난해 전체 수출의 49.7%, 재정수입의 31.9%, GDP의 9.4%를 각각 차지했다. 다른 OPEC+ 산유국들도 코로나19와 저유가로 심각한 경제난을 겪어왔다. 실제로 국제 유가는 각국이 2020년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봉쇄와 이동 금지 등 강력한 방역 조처를 내리는 바람에 배럴당 20달러까지 폭락했었다.

국제유가는 앞으로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갈 수도 있다. 미국 투자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2022년 6월 국제유가가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기준 배럴당 120달러까지 올라갈 것’으로 전망했다. BoA는 2021년 9월 중순 내년 국제유가를 배럴당 100달러로 예상하는 보고서를 냈는데, 이를 한 달여 만에 수정했다. 세계 최대 석유거래기업인 비톨의 러셀 하디 최고경영자(CEO)는 “유가 100달러는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밝혔다. 세계 최대의 원자재 등 상품거래 업체인 트라피구라의 제러미 위어 회장도 “유가가 100달러까지 도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국제유가는 2014년 이후 배럴당 100달러를 넘긴 적이 없다. 미국의 셰일 혁명으로 공급 과잉이 되면서 100달러 시대는 끝났다는 말을 들어왔다. 하지만 앞으로 유가 100달러 시대가 다시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석탄·석유·천연가스 등 화석 에너지의 가격 상승은 원자재 가격 폭등을 초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각국의 인플레이션을 촉발할 것이 분명하다. 각국은 이미 중국발 전력난에 따른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로 마그네슘·알루미늄 등 원자재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중국 비철금속공업협회는 ‘마그네슘 가격이 지난 10년 동안 톤당 평균 1만4000~2만 위안(256만~365만 원)에서 지난 8∼9월 톤당 평균 4만2000위안(768만원)에 거래됐으며 한때 7만 위안(1280만 원)까지 치솟았다’고 밝혔다. 마그네슘 가격이 폭등한 이유는 전력난으로 제련소들이 생산을 충분하게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그네슘은 자동차 생산에 필수적인 알루미늄 합금에 사용된다. 차 1대당 15㎏의 마그네슘이 들어간다. 중국은 세계 마그네슘 생산의 87%를 차지하는 등, 사실상 세계 마그네슘 공급망을 독점해왔다. 이처럼 마그네슘 생산량이 줄면서 주요 고객인 글로벌 자동차업계는 엄청난 피해를 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유럽 자동차제조협회(EAMA)는 11월 말 유럽의 마그네슘 재고가 바닥나면 작업장 폐쇄와 실직 등 ‘대참사’가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탄소중립의 역설

알루미늄 가격도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알루미늄 가격은 지난 10월 기준 톤당 3000달러(351만 원)로 2008년 이래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이는 톤당 평균 1500~2000달러(175만~234만 원)에서 최대 2배 오른 것이다. 전기차 배터리의 주재료인 리튬 가격은 최근 1년 동안 4배 이상 급등했다. 니켈, 텅스텐, 망간 등의 가격도 폭등하고 있다. 최근 품귀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요소수(水)도 마찬가지다. 요소는 석탄에서 추출하는데, 석탄 가격이 급등하자 화학비료 생산 차질을 우려한 중국 정부가 요소수 수출을 갑자기 막아 버렸다. 대안 없이 지냈던 한국이 직격탄을 맞았다.

이런 현상을 두고 경제 전문가들은 이른바 ‘그린플레이션(Greenflation)’이 지구촌을 강타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린플레이션은 친환경을 뜻하는 그린(Green)과 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성한 신조어이다. 각국이 탄소중립과 신재생 에너지 정책에 적극 나서면서 석탄·석유·천연가스 등 화석 에너지가 수급난으로 가격이 상승하고, 마그네슘·알루미늄 등 원자잿값이 오르면서 이에 따라 물가까지 폭등하고 있는 현상을 일컫는다. 실제로 풍력·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 발전량이 에너지 수요를 못 쫓아가면서 투자 감축으로 공급이 줄어든 화석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고, 이에 따라 전기요금 상승 등으로 물가까지 자극하고 있다.

문제는 글로벌 에너지 대란이 세계 경제 회복에 엄청난 걸림돌이 될 것이 분명하다는 점이다. 미국, 영국 등 각국이 ‘위드 코로나’ 정책을 추진하면서 경제 정상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에너지 대란과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며 세계 경제에 타격을 주고 있다. 최악의 경우, 세계 경제가 여러 악재의 복합적인 작용으로 위기에 빠지는 이른바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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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호 (2021.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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