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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 공공자전거 위협하는 ‘카카오T바이크’ 논란 

따릉이 한 달 탈 돈으로 카카오T바이크 1시간도 못 탄다 

손준영 월간중앙 인턴기자
공유자전거 사업까지 ‘문어발’ 확장하는 카카오모빌리티
“도로 점용료·자전거도로 구축 비용 등 인프라 투자해야”


▎카카오모빌리티가 운영하는 공유 전기자전거 카카오T바이크는 별도의 거치대가 마련돼 있지 않다. 지난 9월 15일 서대문구 일대에 서비스를 시작한 카카오T바이크가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 거치대 옆에 주차된 모습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 사진:손준영
"뚜두~ 삐비비~.” 노란색 자전거에서 신호음이 흘러나온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속에서 고른 가장 가까운 자전거다. ‘소리울리기’ 버튼으로 정확한 위치를 알아냈다. 이제 스마트폰으로 QR코드(Quick Response Code)만 스캔해주면 잠금장치가 열리고 대여 완료다. 반납할 때는 더욱 간단하다. 애플리케이션으로 반납 가능 구역을 확인한 후 자전거를 세워 잠금장치를 내리기만 하면 된다. 기자가 직접 체험한 ‘카카오T바이크’ 이용법이다.

전기자전거, 전동킥보드 등 요즘 길거리에서는 자유분방한 이동수단을 타고 다니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알록달록하고 세련된 디자인에 몸을 맡긴 채 사람들 사이를 요리조리 빠져나가고, 오르막길도 거뜬히 오른다. 이러한 개인형 이동장치를 통상 ‘PM(Personal Mobility)’이라고 부른다. ‘라스트마일모빌리티(Last-Mile Mobility)’라는 명칭도 쓰이는데, 이는 걷기엔 멀고 차를 타기엔 가까운 거리를 이어주는 이동수단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서대문구에 거주하는 최모(21)씨는 “학교 도서관에 가거나 친구를 만나러 갈 때 이동 거리가 애매한 경우가 많다”며, “과거 PM이 없었을 때를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편리하게 잘 타고 다닌다”고 전했다. 현재 관련 업계는 개인이 온전히 소유하기엔 가격적으로 부담이 큰 전기자전거, 전동킥보드, 스쿠터 등의 PM을 타인과 공유하는 서비스를 속속 출시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에서 운영하는 공유 전기자전거 서비스 카카오T바이크는 그중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차지하고 있다. 1년 전에 이미 가입자 수 53만명을 돌파했고, 누적 이용 횟수는 300만 회를 넘겼다. 현재 스마트폰 이용자들이 카카오T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하면 택시, 대리운전, 카풀은 물론 기차와 항공까지 거의 모든 교통수단 서비스가 화면에 등장한다. 그중 하나로 포함된 카카오T바이크의 접근성이 사업 확장의 주요 기반이 됐다.

2019년 3월에 처음 출시된 카카오T바이크는 서울시 송파구와 강동구 일부 지역 등 경기도에 인접한 지역에서만 운영해 서울 시민은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지난 9월 15일부터 서대문구 일대에도 서비스가 시작돼 본격적으로 서울 시내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서울 자전거의 터줏대감은 ‘따릉이’다. 6년째 운영 중인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는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누적 이용 건수 약 8364만 건, 누적 회원 325만 명에 이르러 서울 시민 3명 중 1명이 이용하는 시민의 발이 되고 있다. 따릉이 전체 이용자의 절반 이상이 출퇴근길에 이용하는 것으로 파악돼 서울시민의 ‘필수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꾸준히 따릉이를 이용해 출퇴근하는 모습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따릉이 인기의 이면에는 서울시가 겪는 예산 문제가 있다. 서울시 따릉이 사업 적자 규모는 2017년 42억원부터 꾸준히 늘어 2020년엔 100억원으로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다. 실제 지난 10월 19일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릉이 신규 구매를 위한 내년도 예산이 편성돼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따릉이 폐지 절차’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따릉이 시즌2’를 언급하며 내년까지 따릉이 6000대와 대여소 250곳, 거치대 3000개를 추가하겠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인프라 확충 비용이 많이 들고 쉽게 노후화하는 공공자전거 특성상 확장 계획은 불투명하다. 서울시가 지난해 도입을 발표한 ‘전기 따릉이’의 사업계획은 이미 취소됐다.

현재 급성장하고 있는 카카오T바이크 서비스는 자체 시설 투자 없이 공공 인프라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다. 카카오T바이크 공식 웹사이트에는 ‘원하는 곳 어디에나 자유롭게 반납해요’라는 문구가 적혀 있는 등 자유로운 주차 및 반납이라는 ‘도크리스(Dockless)’ 방식이 서비스 강점으로 소개돼 있다. 공간과 절차에 구애받지 않는 시스템은 카카오T바이크의 차별점이자 이용자의 선호를 받는 요소이기도 하다.

카카오T바이크, ‘따릉이’ 거치대 무상 이용해 논란


▎카카오T 애플리케이션에 표시된 자전거 위치 현황과 따릉이 대여소 및 거치대 분포 현황. 주차 및 반납을 운영자 자율에 맡긴 결과 민간자전거의 분포가 공공자전거 거치대 및 대여소와 유사하게 형성됐다. / 사진:(왼쪽)카카오T 애플리케이션 캡처 / (오른쪽)따릉이 웹사이트 대여소 조회 페이지 캡처
그러나 별도의 거치시설 마련 없이 주차 및 반납을 이용자의 자유에 맡긴 결과 카카오T바이크를 마땅히 세울 곳이 없어 도심의 애물단지가 되고 있다. 카카오T바이크가 길거리에 넘어져 있거나 차도에 방치돼 안전사고를 유발하는 사례가 발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도로교통법 제68조 ‘도로에서의 금지행위 등’ 2항에는 ‘누구든지 교통에 방해가 될 만한 물건을 도로에 함부로 내버려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돼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카카오T바이크가 따릉이 자리를 꿰차고 있는 모습이 심심찮게 목격된다. 기자가 서대문구 일대를 돌아다닌 결과 따릉이 거치대 주변에 세워진 카카오T바이크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이는 비단 서울뿐 아니라 대전광역시 공공자전거 ‘타슈’ 거치대와 광주광역시 공공자전거 ‘타랑께’의 거치대에서도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일이다. 서울시 따릉이 관계자는 “따릉이 거치대 주변에 놓인 카카오T바이크를 직접 수거할 수는 없고, 카카오T바이크 측에 연락해서 이동 조치를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치단체가 자전거 거치대뿐만 아니라 자전거 도로에 들이는 비용은 더 큰데, 전국의 지자체들은 자전거도로 구축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일례로 광주광역시의 경우 자전거 도로 유지·보수 비용으로 매년 7억원을 예산으로 편성한다. ‘따릉이시즌2’에 돌입한 서울시는 앞서 비용 문제로 실효성 논란이 있었지만 현재 1258㎞인 자전거 도로를 2025년까지 176㎞ 확장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러한 과정 속에 같은 도로시설을 이용하게 되는 민간자전거 업체가 인프라에 들이는 비용은 전무하다. ‘도로점용료’에 있어 공공재에 대한 기여가 필요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늘고 있는 이유다.

도로점용료를 전문으로 담당하는 박찬돈 행정사는 “공유자전거와 같은 사업은 공공시설물을 이용해 영업하는 것인데, 제도 기반의 미비로 사업 주체의 관리와 책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영업허가를 내줄 때 특정 거치대를 도로 한편에 만들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현재 지자체와 협의를 통해 도로에 페인트를 활용해 ‘카카오T바이크 주차 존(Zone)’을 마련하고 있다”며 “또한 이용자에게 통행과 주차에 대한 안내 캠페인을 하고 있고, GPS 수신 기반으로 전기자전거가 어디 있는지에 대한 모니터링도 평일과 주말 구분 없이 실시간으로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2분도 안 탔는데 1500원 기본요금 다 내라고?


▎지난 10월 22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한 따릉이 대여소 현장에 방문해 직접 사업 현황 점검에 나섰다. / 사진:연합뉴스
민간자전거는 이처럼 자체적인 인프라 구축 없이 공공 인프라에 기대 사업을 확장해가고 있지만, 이용요금은 공공자전거보다 월등히 높다. 시민의 편의를 우선시하는 공공자전거와 다르게 민간자전거의 이용요금은 철저히 수익률을 근거로 한다. 공공자전거와 민간자전거의 수익성과 경쟁력 차이가 계속해서 벌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따릉이의 이용요금은 일일권과 정기권으로 나뉘는데, 일일권에는 1시간권(1000원)과 2시간권(2000원)이 있다. 따릉이의 시간권 개념은 당일에 이용할 수 있는 총 시간이 아니라 한번 대여했을 때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이다. 예를 들어 일일권-1시간권을 구매하고 1시간 동안 이용한 후 반납을 하면 당일 안에 다시 새롭게 1시간을 재이용할 수 있다. 만약 1시간을 실수로 초과했더라도 5분당 200원씩 부과되는 벌금만 추가로 내면 된다. 사실상 1000~2000원만 내면 하루 종일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는 셈이다. 정기권은 7일권-1시간권이 3000원, 30일권-1시간권이 5000원으로 더욱 가격이 저렴하다.

반면 카카오T바이크는 기본요금 1500원을 내야 15분 주행할 수 있고, 이후 1분당 100원이 부과된다. 이는 1시간에 6000원꼴로, 따릉이 30일권-1시간권보다 비싼 요금이다. 전기자전거 특성상 이용자가 주행에 들이는 힘이 적어 더 편하다는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이용요금 차이가 크다. 또 서울시 송파구, 인천시 서구, 전주, 울산은 기본요금 200원에 이후 1분당 150원이 부과된다. 1시간을 이용하게 되면 총 9200원을 내야 하는 것이다. 반납 후 재이용과 같은 서비스도 없어 부담이 더욱 크다.

평소 따릉이를 자주 이용하는 회사원 박모(30)씨는 “따릉이와 비교했을 때 카카오T바이크는 너무 비싸 자주 탈 수가 없다”며 “한강변을 따라 자전거를 타다 보면 1시간을 훌쩍 넘기는 경우도 많아 따릉이를 이용하게 된다”고 말했다. 서대문구에 거주하는 강모(27)씨는 “현재 연세대 캠퍼스 안에서 탈 수 있는 이동수단은 다 막히고 카카오T바이크만 허용돼 있다”며 “2분도 안 탔는데 1500원 기본요금을 고스란히 다 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된다”고 토로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8월 13일 카카오T바이크 이용요금을 갑작스럽게 인상했다가 비난 여론에 재검토하겠다며 소동을 빚기도 했다. 현재 서울시 송파구 등의 지역에 적용되고 있는 ‘기본요금 200원-1분당 150원’이 골자였는데,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당시 “이용자 부담이 커진다는 의견을 경청해 부담이 늘지 않는 방향으로 재조정할 예정”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결국 일부 지역에서는 인상된 이용요금이 적용되고 있다. 최초 이용 시민에게 1회에 한해 15분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프로모션을 진행했던 서비스 출시 직후와 대비되는 모습에 여론이 악화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와 같은 요금 인상의 배경에 카카오모빌리티가 내년 계획하고 있는 기업공개(IPO)의 영향이 크다는 의견이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 매출 약 2800억원과 영업손실 약 129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167% 늘고 영업손실은 41% 줄었지만 상장을 앞두고 흑자전환이 급한 시점이다. 당장은 국정감사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카카오가 공격적인 확장을 자제하고 있지만, 요금 인상 문제가 앞으로 계속 불거질 우려가 있다.

공공자전거에 비해 월등히 높은 카카오T바이크의 이용 요금은 점점 높아지는 자전거 민간의존도에 우려를 더한다. 지자체가 수익성 저하로 공공자전거 사업 운영의 어려움을 겪는 동안 민간에서는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해나가는 형국이다. 수익성 저하로 공공자전거가 모두 사라져 민간자전거로 대체된다면, 민간에서 이용요금을 인상해도 독점을 막을 방법이 없다.

사라져가는 공공자전거, 민영화는 이미 시작됐다

경기도 안산시의 공공자전거 ‘페달로’는 연간 이용 건수 130만 건으로 전국에서 넷째로 많이 이용하는 공공자전거다. 이용요금은 따릉이처럼 하루 종일 이용할 수 있는 일일권이 1000원, 30일권이 4000원이다. 하지만 안산시는 올해 12월 31일까지만 페달로를 운영하고 내년부터는 카카오T바이크에 자전거 사업을 맡긴다. 현재는 카카오T바이크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해 페달로와 병행 운영하고 있는 상황이다.

안산시 관계자는 “매년 공공자전거 운영에 드는 지출이 많고, 시스템 자체가 많이 노후화해 정비 예산이 많이 드는 상황이다”라며 “민간 공유자전거가 들어오면 시의 예산이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공모를 통해 카카오T바이크를 들여왔다”고 설명했다. 독과점 폐해를 방지하기 위해 안산시는 민간자전거 ‘타조’를 추가 도입하기로 했지만, 민간자전거만 전면 운영되는 내년엔 안산시민의 이용 요금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경기도 고양시의 공공자전거 ‘피프틴’은 지난 5월 사업을 종료했다. 피프틴은 전국에서 셋째로 이용 건수가 많던 곳이다. 광주광역시의 공공자전거 ‘타랑께’는 카카오T바이크가 들어선 지난 5월 4일 이후 이용객 수가 급감해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타랑께 관계자는 “카카오T바이크를 비롯한 PM 업계의 사업 확장에 이용자 확보가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시민의 발을 책임지기 위해 공공서비스 책무를 다하는 공공 주체와 달리 민간자전거 업체는 영리 추구가 우선순위다. 안산시 전역에서 이용 가능한 페달로와 다르게 카카오T바이크는 반월공단과 대부도 지역엔 적자가 예상돼 서비스하기 힘들다는 의사를 보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수익이 나지 않거나 여타 이유로 사업을 중단하게 되면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에게 돌아간다.

실제로 카카오T바이크는 올해 10월 초 돌연 화성시에서 한달여 만에 사업을 철수했다. 동탄호수공원을 중심으로 빠르게 인기가 확산됐지만 갑자기 서비스가 중단되면서 시민의 반발을 샀다.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시와의 협의를 통해 개선 방안을 찾던 중 서비스 중단을 결정했다는 입장이지만 화성시의 설명은 다르다. 화성시 동탄출장소 도로지도단속 성기정 주무관은 “사업 개시와 철수 과정 모두 전혀 협의된 것이 없다”며 “도로에서 공공연하게 영리 행위가 이뤄져 행정명령을 집행하겠다는 안내문을 발송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카카오는 홍역을 치렀다. 혁신기업의 상징이었던 카카오를 이끄는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거듭 고개를 숙였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업계 및 대리운전업계와의 ‘민간 대 민간’의 구도에서 독과점 문제, 과도한 요금 논란을 겪었다. ‘공공 대 민간’ 구도의 공유자전거 사업도 이와 다르지 않다.

또 다른 지자체 관계자는 사견을 전제로 “현재 전국의 공공자전거 사업이 운영의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수익성보다 시민의 편의에 방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라며 “공공자전거가 사라지면 소외계층의 교통권 또한 위협받게 된다. 민간자전거 업체의 책임 있는 사업 확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손준영 월간중앙 인턴기자 storkism@naver.com

202112호 (2021.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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