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름 위에서 본 일출. / 사진:박종근 비주얼에디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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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여, 나를 우루밤바로 데려가 다오.그곳은 아주 오랜 옛날부터 꿈꾸어 왔던 곳태양의 나라는 사라졌고케추아의 아름다웠던 여인도 사라져 버렸지만와스카란 산의 눈 덮인 영봉을 바라보며목동은 오늘도 구슬프게 싼빠니아를 부르리.그곳은 침략자의 발톱이 할퀴고 갔어도하늘에 닿은 마을의 별들이 호수처럼 고요한 곳신전은 무너지고 감미로웠던 날들은 사라졌지만늙은 목동의 싼빠니아 곡조가 살아있으니초원의 꽃들처럼 이슬에 젖고흐르는 강물 소리에 마음을 실어 보낼 수 있으리.나의 피 속에는 아직도 안데스의 꿈이 흐르고우루밤바 강의 슬픈 전설이 새겨져 있으니바람이여 나의 영혼을노을 속에 흐느끼는 저 우루밤바로 데려가 다오.
※ 이형권 - 전남 해남 출생의 시인, 여행가. 전남대 국문과를 졸업했으며 문예지 ‘녹두꽃’, ‘사상문예운동’에 시를 발표해 등단했다. 저서로는 [산사], [풍속기행], [그리운 곳에 옛집이 있다] 등이 있고 시집으로 [칠산바다], [다시 청풍에 간다면]을 냈다. 다음 카페 ‘여행, 바람처럼 흐르다’를 운영하며 ‘무심재 투어’ 대표로도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