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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특별기고] 고사성어로 보는 2022년 壬寅年의 소망 

“인간은 누구나 죽게 마련, 백성의 믿음 없으면 나라 존립 못해”(공자가 제자 자공에게) 

초강대국 지위 이어가던 소련 붕괴가 주는 ‘무신불립’의 교훈
대통령 선거 열리는 새해, 국민의 믿음 위에서 정치 이뤄지길


▎언제나 그랬듯이 2022년 임인년에도 어김없이 희망의 해는 뜬다. 2021년 1월 1일 새벽 양양 낙산해수욕장 주변에서 관광객들이 새해 첫 번째 해를 맞이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2022년은 육십갑자의 39번째인 임인(壬寅)에 해당하는 해로, 띠로는 호랑이띠다. 임인년에도 여전히 코로나가 중요한 화두이지만, 지난 2년 동안 어느 정도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웠으므로, 코로나에 대한 공포가 상당히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특히 ‘위드 코로나(With Corona)’라는 말이 생겨난 것을 보면, 이제 인간은 코로나 같은 감염성 질병과 공생의 길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바이러스나 세균은 박멸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과 함께 이 지구에서 잘 살아갈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자연 상태의 호랑이는 이제 한반도에서는 볼 수 없다. 이렇게 눈에 보이는 커다란 맹수인 호랑이는 한반도에서 멸종했으나,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와는 공존해야 하는 세상이 됐다.

2022년은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이므로, 3월 9일 대통령 선거일까지 한국의 모든 일은 이 ‘대선’에 맞춰서 움직일 것이다. 한국인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정치 얘기를 좋아하는데, 이는 꽤 오랜 기간에 걸쳐서 만들어진 전통으로 보인다. 조선 후기의 격렬한 당쟁과 세도정치가 한국인의 뇌리에 깊숙이 자리 잡으면서, 정치 얘기를 좋아하는 전통이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조선시대의 수많은 정치인은 대부분 성현의 말씀을 중심으로 공부하면서 그 내용을 전부 외웠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현의 가르침을 충실하게 따르지는 못한 것 같다. 정치와 호랑이와 관련된 고사성어 두 가지를 가지고 임인년 새해 얘기를 해보기로 한다.

무신불립(無信不立 )


▎공자는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무섭다고 경고했다.
정치와 관련된 고사성어로 가장 많이 알려지고 자주 인용되는 것은 아마도 [논어] ‘안연 편’에 나오는 ‘무신불립(無信不立)’일 것이다. “믿음이 없으면 존립할 수 없다”는 의미인이 말이 나오는 대목은 아주 짧으므로, 먼저 전체의 내용을 한번 보기로 한다.

공자의 제자 중에 자공(子貢)이라는 인물이 있었는데, 어느 날 자공이 스승에게 정치에 관해서 물었다. 그러자 공자는 먹을 것이 풍족해야 하고, 군사력이 충분해야 하며, 백성의 믿음이 있어야 한다고 대답했다. 이 대답을 들은 자공은 세 가지 중의 하나를 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면 어떤 것을 먼저 빼는 것이 좋겠냐고 물었다. 공자는 군대를 먼저 빼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자공은 스승에게 나머지 둘 중의 하나를 또 빼야 한다면 어느 것이 좋겠는가를 물었다. 공자는 양식을 버리라고 대답하고는 다음과 같은 말을 덧붙였다. “인간은 누구나 죽게 마련인데, 백성의 믿음이 없으면 나라는 존립할 수 없다.”

국민 신뢰가 먼저, 경제력과 군사력은 그다음

공자와 제자 자공이 주고받은 이 짧은 대화는 2000년 이상 동양에서 정치가 무엇인가를 논할 때 자주 거론되는 이야기다. 공자가 얘기한 정치의 세 가지 요소를 지금의 용어로 말한다면 경제력, 군사력, 국민의 신뢰 정도가 될 것이다. 정치에서 중요한 이 세 가지 요소를 공자가 말한 순서대로 본다면, 국민의 신뢰가 먼저이고, 경제력과 군사력은 그다음이다. 비록 경제력이나 군사력이 충분하더라도, 국민의 신뢰가 없으면 그 나라는 바로 서 있을 수 없다는 것이 이 대목의 요지다.

국민의 신뢰가 없으면 나라가 존립할 수 없다는 예는 역사상에서 자주 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소련의 붕괴를 들 수 있다. 미국과 소련이 군비경쟁을 하던 냉전시기에는 많은 국가가 군사력을 키우는 것에 가장 힘을 많이 썼다. 우주로 로켓을 쏘아 올리는 경쟁도 결국 군사력과 관련이 있는 것이므로 우주 경쟁도 역시 군비 경쟁의 하나였다. 냉전시대 소련의 군사력은 미국과 대등한 것이었고, 또 경제력에도 큰 문제는 없었다.

수십 년 동안 초강대국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던 소련이 순식간에 무너진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실제로 많은 정치학자가 이 문제를 다루면서 소련의 붕괴 원인을 찾아봤다. 그런데 [논어]의 논리를 빌린다면 경제력이나 군사력이 강한데도 소련이 무너진 이유는 ‘무신불립’으로 설명할 수밖에 없다. 만약 소련의 정치 지도자들이 국민에게 신뢰를 받고 있었다면, 그렇게 순식간에 소비에트 연방이 무너지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논어]의 ‘무신불립’ 대목은 너무 유명해서 수많은 사람이 이 글을 인용하고, 이 내용에 해설을 붙였다. 율곡 이이가 편찬한 [성학집요(聖學輯要)]는 성현의 여러 가지 글을 모아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 임금에게 바친 것이다. 여기에는 임금이 이 책을 참고해서 훌륭한 정치를 해주기를 바라는 율곡의 마음이 담겨 있다.

율곡은 이 [성학집요]에 ‘무신불립’ 대목을 넣어뒀다. 그런데 [성학집요]에 들어 있는 ‘무신불립’ 대목에는 정자(程子)와 주자(朱子)가 붙여놓은 주석도 함께 들어 있다. 정자는 중국 송나라의 정명도와 정이천 형제를 가리키는 말로 성리학의 시조이고, 주자는 바로 주희를 말하는데 성리학을 완성한 인물이다. 이 대목에 붙어 있는 몇 가지 주석 가운데 필자가 흥미를 느끼는 것은 정자가 붙여놓은 내용이다. 대부분의 주석은 ‘무신불립’의 의미를 나름대로 해석해서 공자의 뜻을 분명히 밝히는 데 중점을 뒀는데, 정자는 문답의 내용에 관한 것이 아니라 스승과 제자가 질문과 대답을 주고받는 토론 과정에 주목했다.

정자는 “공자님의 제자들은 질문을 아주 잘해서, 곧바로 문제의 끝까지 파고든다. 이 문답을 보면, 자공이 아니라면 물을 수 없는 내용이고, 또 공자님이 아니라면 대답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주석을 붙였다. 정자의 이 주석은 수준 높은 질문과 이러한 질문에 상응하는 높은 수준의 답변에 대한 찬탄이라고 말할 수 있다.

정치가 무엇이고 또 정치에서 중요한 것은 어떤 것인가에 대한 공자의 뛰어난 해석은 제자인 자공의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나온 것이다. 뛰어난 제자의 질문에 대한 훌륭한 선생의 답변이 2000년 이상 변하지 않은 정치의 원칙을 만들어낸 것이다.

고사성어 ‘무신불립’은 정치에 관한 내용이지만, 정자는 이 이야기에서 스승과 제자가 학문적 토론을 하는 과정을 중요한 것으로 파악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스승과 제자 사이를 얘기할 때 공부에 관한 것보다는 공부 외의 내용을 화제로 삼는 일이 많다. 예를 들면 인생에 큰 깨달음을 줬다든가,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 어려울 때 도움을 준 스승의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러나 스승과 제자, 또는 교사와 학생 사이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지식을 전수하는 것이다. 교사는 정확한 지식을 전달하고, 학생은 이 지식을 착실하게 습득해야 한다. 이렇게 지식을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 선생과 학생의 본분이다.

학술 분야가 예술에 미치지 못하는 이유

최근 우리나라의 연예인이나 운동선수 중에 세계인의 눈길을 끄는 스타가 많아졌고,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대한민국의 위상은 그 어느 때보다도 높다. 그리고 우리나라가 달성한 민주주의의 성과는 다른 나라 사람들이 부러워할 정도다. 이처럼 정치적이나 경제적인 면은 물론이고 예술 분야에서도 커다란 명성을 얻고 있는 데 비한다면, 학술 분야는 다른 분야만큼 나아가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사태를 맞아서 평소에 거의 관심이 없던 의약품 개발에 관한 뉴스에 사람들이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여러 나라에서 백신을 개발해 시장에 내놓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백신 개발에서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전문가들은 대체로 기초과학 분야의 수준을 지적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곧바로 한 나라의 기초과학 수준을 말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어느 정도 그 나라 기초과학 수준을 가늠할 수는 있다고 한다. 기초과학과 함께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것은 인문학이다. 인문학과 기초과학의 기반이 탄탄하지 않고서는 높은 학문적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런데 인문학과 기초과학은 투자한다고 해서 성과가 금방 나타나는 것도 아니고, 억지로 전문가를 기르겠다고 해서 길러지는 것도 아니다.

인문학과 기초과학은 실력 있는 교사(교수)와 열정과 호기심이 있는 학생이 있어야 하고, 또 이들이 가르치고 배울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돼야만 발전할 수 있는 분야의 학문이다. 즉, 공자와 자공이 정치에 관한 질의와 응답을 통해 ‘무신불립’이라는 영원한 정치의 원리를 만들어낸 것처럼, 인문학과 기초과학에 흥미를 가진 사람들이 스스로 연구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 돈을 많이 준다거나 끊임없이 훈련을 시키면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인문학과 기초과학의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비로소 이 분야의 학문 수준이 높아질 수 있다.

2500년 전에 있었던 공자와 자공의 대화에서 나온 ‘무신불립’은 정치에서 국민에게 믿음을 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후대에 알려줬다. 그리고 약 1000년 전의 뛰어난 학자는 이 대목을 보고 스승과 제자 모두 뛰어난 인물임을 말해서, 기초학문이 발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또한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다.

가정맹호(苛政猛虎)


▎복무 기간이 많이 단축되고 가혹 행위가 사라졌다고는 하나 군 복무는 여전히 젊은 남자들에게는 넘어야 할 큰 산 중의 하나다. 육군 최전방인 청성부대 초소에서 경계근무를 서고 있는 육군 병사. / 사진:김상선 기자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사납다”는 뜻으로, 임금이나 고을의 원님이 잘 다스리지 못하면 백성이 고통을 받는다는 의미다. 가혹한 정치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잘 보여주는 이 고사성어도 공자의 정치관을 보여주는 말이다. 임인년은 호랑이해니, 올해에 한번 되새겨볼 만한 고사다.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사납다”

이 이야기는 [예기]라는 책에 나오는데, 이것도 그리 길지 않으므로 전체 내용을 먼저 보기로 한다. 공자가 태산 옆을 지나는데 어떤 부인이 무덤에서 슬피 울고 있었다. 공자가 마차 위에서 부인의 울음을 듣고는 제자더러 가서 왜 우는지 물어보라고 했다. 자로가 부인에게 “당신이 우는 모습을 보니, 한 가지 불행이 아닌 것 같습니다”라고 했다.

부인은 그렇다고 하며, 전에 시아버지가 호랑이에게 물려 죽었는데, 또 남편도 호랑이에게 물려 죽고, 지금 또 자식이 물려 죽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왜 이곳을 떠나지 않느냐고 자로가 여인에게 묻자, 그 여자는 “여기에는 가혹한 정치가 없기 때문입니다”라고 대답했다. 이 말을 들은 공자는 제자들에게 “이것을 잘 알아두라.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것”이라고 말했다.

시아버지와 남편 그리고 자식까지 호랑이에게 물려 죽었는데도 그곳을 떠나지 않는 여인이 처한 상황을 보여주면서 백성을 다스리는 사람들은 가혹한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한 글이다. 공자가 주장하는 인(仁)의 정치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이기도 하다.

‘가정맹호’와 비슷한 의미로 쓰이는 말로는 ‘가렴주구(苛斂誅求)’가 있다. 정해진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세금을 거두고 백성의 재물을 빼앗는다는 의미다. 가렴주구나 가정맹호의 대표적인 예는 조선 후기에 삼정(三政)의 문란으로 일어난 여러 가지 폐단일 것이다. 농지에 매기는 세금을 과도하게 거둬들이는 전정(田政)의 문란, 병역의 의무로 내는 포목의 부담이 늘어나는 군정(軍政)의 문란, 그리고 정부에서 빌려주는 곡식으로 관리가 농간을 부리는 환곡(還穀)의 문란 등이 바로 그것이다.

토지에 대한 세금을 정해진 것보다 훨씬 많이 거두고, 심지어 토지가 없는 사람에게도 토지가 있는 것처럼 가짜 장부를 만들어 세금을 부과하거나, 경작하지 않는 토지에 대해서도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전정의 문란이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정부에서 곡식을 꿔줬다가 추수할 때 약간의 이자를 붙여서 회수하는 것이 환곡인데, 돌려받을 때 터무니없이 높은 이자를 받는다든가, 또는 장부를 조작해서 곡식을 거둬들이고 이를 관리들이 착복하는 것이 환곡의 문란이다.

어느 곳에서는 백골징포나 황구첨정 여전할 수도


▎국민의 신뢰는 예나 지금이나 세금·병역 같은 국민의 의무에서 가장 첨예하게 드러난다. 서울 강남우체국에서 관계자들이 종합부동산세 고지서를 집배 순로 구분기를 통해 분류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이와 같은 전정과 관정의 문란함도 보통 문제가 아니지만, 나라를 지키는 군대와 관련된 군정의 문란은 국가의 존립과 관련된 일이다. 군정의 문란으로 생겨난 폐단으로 잘 알려진 백골징포(白骨徵布)나 황구첨정(黃口簽丁)은 가렴주구의 대표적인 방법일 것이다.

조선시대에는 16세에서 60세까지의 남자는 병역의 의무가 있었다. 그런데 실제로 이들 모두가 군 복무를 하는 것은 아니므로, 현역 복무를 하지 않는 사람들은 1년에 삼베나 무명을 얼마씩 납부해서 군대의 경비를 충당했다. 이렇게 거둬들이는 삼베나 무명을 군포(軍布)라고 하는데, 탐관오리들은 백성으로부터 과다하게 군포를 받아서 착복했다. 이 과정에서 죽은 사람에게도 군포를 받는 것을 백골징포라 하고, 16세 미만의 어린아이에게도 군포를 받는 것을 황구첨정이라고 한다.

죽어서 이미 백골이 된 사람에게서도 군포를 거둬들이니, 세금을 부과하려고 관청에서 사망신고를 받아주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황구는 부리가 노란 새끼 새를 가리키는 말인데, 어린아이를 말한다. 이런 어린아이를 군인 명부에 넣어서 군포를 받는 것이니, 세금을 거두려고 억지로 나이를 늘려놓는 것이다. 황구첨정과 백골징포는 군정의 문란을 보여주는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이 둘을 합쳐서 ‘황백(黃白)’이라는 표현을 쓸 정도였다.

얼마 전에 친척을 만났더니 손자가 군 복무를 마치고 제대했다는 얘기를 했다. 세월이 빨리 지나가서 1년 반이 금방이라고 하며, 의무복무 기간에 관한 얘기를 주고받았다. 현재 병역의무를 치러야 하는 당사자에게는 1년 반이 긴 기간이겠지만, 과거에 비하면 짧아진 것은 사실이다. 50년 전 이야기지만, 필자는 대학 1학년 재학 중에 입대해서 사병으로 군복무를 했는데, 복무 기간이 만 36개월이었다.

당시 주위를 둘러보면, 동창이나 아는 사람 가운데 군복무를 아예 안 하거나, 이런저런 방법으로 군복무를 대체한 사람이 흔했다. 지인 중에는 신체검사에서 현역 입대가 부적합하다는 판정을 받고, 동사무소에서 사무를 보는 것으로 군 복무를 대체한 사람이 있었는데, 후에 미국으로 이민한 뒤로 미군에 지원해서 한국에 와서 근무한 사람도 있다. 50년 전에는 조선시대나 마찬가지로 여전히 군정이 문란했다.

국민의 신뢰는 예나 지금이나 세금과 병역 같은 국민의 의무에서 가장 첨예하게 드러난다. 인터넷과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으로 모든 정보가 실시간에 전달되는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가정맹호나 가렴주구가 일어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여전히 어느 곳에서는 백골징포나 황구첨정이 있을 수도 있다.

고사성어는 대부분 봉건시대 중국의 사례가 중심이므로, 현재 우리나라와 같은 민주주의 사회의 실정과는 맞지 않는 말일 수도 있다. 그러나 많은 고사성어에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원칙이나 정의에 관한 내용이 들어 있기 때문에 오늘 날에도 여전히 그 효용이 있다. 국민의 믿음 위에서 정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나라가 제대로 설 수 없다는 것은 최근의 우리나라 역사만 봐도 명백한 일이다. 대통령 선거가 있는 임인년에는 우리 모두 ‘무신불립’을 새겨둘 필요가 있을 것 같다.

- 이윤석 전 연세대 국문과 교수 yoonsuk@yonsei.ac.kr

202201호 (2021.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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