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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세 홍길동씨’ 국민연금 한 푼도 못 받는다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 한국경제硏, 수급 전망 분석… 수술 안 하면 적립금 2025년 기금 바닥
■ 文 정부 개편 방안 마련했지만 ‘국민 눈높이 안 맞는다’는 이유로 무산


올해 만 32세가 되는 1990년생 홍길동씨. 그는 어쩌면 평생 국민연금 보험료를 내고도 나이 들어서는 한 푼도 받을 수 없을지 모른다. 선진국에 비해 ‘덜 내고 더 빨리 받는’ 형태로 국민연금이 운영되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현재의 구조를 수술하지 않으면 2055년 연금이 고갈된다고 경고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월 13일 국회예산정책처 자료를 이용해 이같이 전망했다. 2020년 740조원이었던 국민연금 기금(적립금)은 2030년 약 1027조원으로 늘어나 정점에 이른다. 그러나 이후 점차 줄어들어 2055년에 소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금 재정수지(수입-지출) 역시 점점 떨어져 2039년부터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연금 가입자 100명당 부양해야 할 연금 수급자는 2020년 19.4명에서 2050년 93.1명으로 5배나 늘어난다. 김용춘 한경연 고용정책팀장은 방송에서 “현재 국민연금 체계가 유지되면 2055년에 국민연금 수령 자격(2033년부터 만 65세)이 생기는 1990년생부터 국민연금을 한 푼도 못 받게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경연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우리나라의 노후 생활 소득원 중 국민연금·기초연금 등 공적 이전(移轉)소득 비중은 25.9%였다. 이는 미국·영국·프랑스·독일·일본 등 주요 5개국(G5) 평균(56.1%)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와 함께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한경연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0년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40.4%로 OECD 회원국 37개국 중 1위였다.


‘보험료 더 내고 연금 덜 받는 식’으로 바꿔야

그런가 하면 총인구 대비 생산연령인구(만 15~64세) 비율은 2020년 72.1%에서 2030년 66.0%, 2070년 46.1%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연금연구원 측은 “제도·환경에 특별한 변화가 없다면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해도 국민연금 가입자는 계속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노후 소득 보장의 기초인 국민연금을 ‘보험료는 더 내고 연금은 덜 받는 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그러나 상황은 녹록지 않다. 현재의 국민연금 체계가 마련된 2007년 이후 국민연금 개혁이 추진됐으나 수포로 돌아갔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2018년 제4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을 바탕으로 개편 방안을 마련했지만,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산됐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최근 자신의 논문에서 “현재 9%인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12%까지 높여 기금 수지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제도 시행 첫해인 1988년 3%에 불과했다. 이후 1998년 9%가 됐고, 20년이 지나도록 같은 수준이 유지되고 있다.

-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squeez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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