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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 녹음 파일’ 공개 김건희, 해소된 의혹과 증폭된 의혹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 ‘쥴리’ ‘검사 동거설’ 등 해명은 뜻밖의 소득
■ 대선후보 부인의 부적절한 처신 논란은 계속


▎1월 1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에 걸린 전광판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의 ‘7시간 전화 통화’ 내용을 다루는 시사프로그램 [스트레이트]가 방영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말 많고 탈도 많던 ‘김건희 통화 녹음 파일’ 일부가 공개됐다. 1월 16일 오후 MBC 시사프로그램 [스트레이트]가 방송을 타면서다.

방송을 본 시청자들과 여야의 반응은 엇갈린다.

법원에 방송 금지 가처분 신청까지 냈던 국민의힘은 “막상 까보니 별것 없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그러면서도 7시간 45분 분량의 통화 내용 ‘풀 텍스트’가 공개됐을 경우 파장이 어디로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판도라의 상자가 열릴 것”으로 기대했던 더불어민주당은 씁쓸한 입맛을 다시고 있다. 하지만 “대선후보 부인으로서 김건희씨의 부적절한 처신은 큰 문제”라며 논란이 쉬이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 출신 정치 컨설턴트는 “야권 지지자 사이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정권 교체의 도구’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지지율이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번 파문이 어떻게 흘러가느냐에 따라 구도(윤석열)와 인물(안철수) 사이에서 야권 지지층의 갈등이 커질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① 김건희가 얻은 것

‘통화 녹음파일’에서 김씨가 ‘접대부 쥴리설’ ‘검사 동거설’ 등 과거 사생활 관련 루머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히면서 이날 방송이 되레 해명의 장(場)이 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김씨는 자신과 몇 달씩 연락하며 누님·아우로 부르는 관계가 된 유튜브 [서울의 소리] 기자 이모씨의 ‘쥴리’ 관련 질문에 당황하거나 망설이는 기색 없이 대답했다. [스트레이트]에 따르면 두 사람은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총 52차례 통화했다.

쥴리 의혹과 관련해 김씨는 “나이트클럽에도 가기 싫어하는 성격”이라며 “시끄러운 곳을 싫어한다. 난 영적인 사람이라 그럴 시간에 차라리 책 읽고, ‘삶은 무엇인가’ 이런 얘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난 클래식만 듣는 사람”이라고 잘라 말했다.

유부남 검사와의 동거설에 대해서는 “내가 뭐가 아쉬워서 유부남과 동거를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우리 엄마가 자기 딸을 유부남에게 팔겠냐. (…) 우리 엄마가 돈도 많고, 뭐가 아쉬워서 딸을 파나.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부인했다.

방송 후 다수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본격 해명 방송이었다” “그 어떤 해명보다 확실하다” “이 방송으로 쥴리가 아닌 건 확실해진 것 같다” 등의 반응이 다수였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 지지자들조차 [스트레이트] 시청자 게시판에 “김건희 해명 방송이냐?”고 항의했다.

② 김건희가 잃은 것

녹음 파일 공개로 김건희씨는 자신을 둘러싼 ‘쥴리’ 의혹 등은 해명했지만, 의문점은 여전히 남아 있다. 우선, 유력 대선후보의 부인이 무엇 때문에 유튜브 채널 기자와 오랫동안 접촉했는지에 대해 의아해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대선 국면에서는 후보는 물론, 후보의 가족들도 언행을 극도로 삼가는 게 상식인 만큼 김씨의 처사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의 어머니가 구속된 직후 이씨가 먼저 접근했고, ‘어머니를 20여년간 온갖 소송으로 괴롭혀 온 정모씨에 대한 대응을 도와주겠다’고 했다”며 “이씨는 정씨를 비판하고 최근 근황을 알려주면서 김씨를 위하는 것처럼 해 환심을 샀고, 뒤로는 몰래 대화를 유도하고 녹음했다”고 설명했다.

김씨가 이씨에게 윤석열 후보 캠프로 들어오라는 취지의 제안을 한 사실도 드러났다. 김씨는 “우리가 되면 ○○씨 좋지. 개인적인 이득은 많지”라며 “우리 남편 대통령이면 동생이 제일 득 보지 뭘 그래. 이재명 된다고 동생 챙겨줄 것 같아? 어림도 없어”라고 말했다. 이씨가 “얼마 주는 거냐”고 묻자, 김씨는 “의논해 봐야지. 잘하면 뭐 1억(원)도 줄 수 있지”라고 했다.


▎‘김건희 통화 녹음 파일’ 방송 저지에 나선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1월 14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로비에서 MBC 노조원들과 대치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尹 의중에 상당부분 영향 미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정치권에서는 이재명·안철수 등 다른 대선후보들의 부인들과는 달리 김씨가 공개된 선거운동은 하지 않으면서도 캠프 인사 등에 개입하려 한 정황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그동안 윤 후보 캠프 안팎에서는 김씨가 후보 배우자로서 선거 업무 전반에 적잖은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대체로 뜬소문으로 치부되는 분위기였다. 그렇지만 MBC가 공개한 통화록에서 김씨가 각종 정치 현안 등에 대해 거침없이 말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김씨가 윤 후보의 의중에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김씨는 김종인 전 총괄비대위원장 영입과 관련한 언급도 했다. 김씨는 “본인(김종인)이 본인이 오고 싶어 했어. 근데 계속 자기도 그러려고 한 거지”라며 “왜 안 오고 싶겠어. 여기가 자기 그건데, 그 먹을 거 있는 잔치판에 오는 거지”라고 말하기도 했다.

진보 진영의 ‘미투’ 이슈와 관련한 발언도 논란이 되고 있다. 김씨는 “보수들은 챙겨주는 건 확실하지. 그렇게 뭐 공짜로 부려 먹거나 이런 일은 없지. 그래서 미투가 별로 안 터지잖아”라며 “미투가 다 돈 안 챙겨 주니까 터지는 거 아니야?”라고 말했다.

김씨는 [스트레이트] 측에 보낸 서면답변서에서 “(윤 후보의) 정치 행보에 관여하지 않을 뿐 아니라 캠프에도 관여하지 않았다”며 자신의 선거운동 개입 의혹을 부인했다. 다만, 미투 관련 발언에 대해서는 “성 착취한 일부 진보 인사들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나온 부적절한 말로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squeeze@joongang.co.kr

202202호 (2022.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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