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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巫人) 프레임’에 갇힌 ‘무인(武人)’ 윤석열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 지난해 왕(王)자, 천공 스님 논란 등으로 홍역
■ 김건희 도사·영적 발언 이어 건진 법사도 논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월 17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불교리더스포럼 제5기 출범식’에서 합장(合掌)하고 있다. / 사진: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악재가 계속되고 있다. 윤 후보 부인 김건희씨의 ‘7시간 45분 통화 녹음 파일’ 파문이 수습되기도 전에 윤 후보가 무속인을 자신의 선거 전략에 관여하는 고문으로 두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무인(武人) 윤석열이 무인(巫人) 프레임에 갇힌 것 아니냐”고 비꼬았다.

윤 후보는 1월 17일 기자들에게 “무속인을 만난 사실이나, 고문으로 둔 사실이 없다”고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하지만 무속인 논란과 마주하는 유권자들은 기시감을 느낀다. 국민의힘 경선 당시 손바닥 王(왕)자, 천공 스님 논란으로 윤 후보가 홍역을 앓았던 게 바로 몇 달 전 일이다.

최근 논란은 크게 세 가지다. 하나는 무속인의 윤 후보 캠프 참여 의혹, 다른 하나는 윤 후보 부인 김건희씨의‘도사’ 발언, 그리고 국민의힘의 해명이다.

윤 후보가 무속인 전모(61)씨를 선대본부 하부 조직인 네트워크 본부의 고문으로 두고 있다는 의혹이 1월 17일 [세계일보] 보도를 통해 제기되면서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세계일보]에 따르면 전씨가 윤 후보의 일정, 메시지 관리, 인사 등의 결정 과정에 개입하고 있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정치권은 무속인 논란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장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윤 후보를 향해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 프레임’을 꺼내 들었다. 박근혜 정부 비선 실세로 알려진 최순실씨는 박 전 대통령 재임 기간 주술 논란을 일으켰던 인물이다.

윤 후보가 무인 논란을 야기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천공 스님이 대표적이다. 천공 스님을 윤 후보에게 소개한 사람은 부인 김건희씨다. 윤 후보는 지난해 경선 당시 천공 스님의 유튜브 동영상(정법강의)을 즐겨 본 사실과 사적으로 만난 사실을 인정했다.


▎지난해 국민의힘 대선 경선후보 토론회 때 논란이 됐던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손바닥 ‘왕(王)자’. 윤 후보 측은 “같은 아파트에 사는 지지자들이 토론이 있을 때마다 응원한다는 뜻에서 손바닥에 적어주신 것”이라고 밝혔다. / 사진:MBN 유튜브 캡처
윤석열 “무속인 만난 적 없다” 강력 부인

지난해 8월 윤 후보와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 정갑윤 전 국회부의장과의 식사 자리에 관상가인 노병한 한국미래예측연구소장이 동석했다. 또항문침 전문가라는 이병환씨도 윤 후보의 주변 인물로 거론된 바 있다. 이씨는 지난해 6월 윤 후보의 우당 이회영 선생 기념관 방문 당시 윤 후보의 옷매무새를 만져주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관심을 끈 인물이다.

이런 가운데 김건희씨의 무속·역술 의존 시비도 일고 있다. 김씨가 유튜브 채널 [서울의 소리] 촬영기사 이모씨와 나눈 통화록 때문이다. 김씨는 ‘쥴리’ 의혹을 부인하는 과정에서 “내가 되게 영적인 사람이다. 나는 차라리 이렇게 도사들하고 ‘삶은 무엇인가’ 이런 얘기를 하는 걸 좋아한다”고 주장했다.

“전씨는무속인이 아닌, ‘(사)대한불교종정협의회’의 기획실장”이라는 국민의힘의 해명을 두고도 논란이 일었다. 해당 단체가 불교 내 정식 교단 소속이 아닐 뿐만 아니라 무속 색채가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이 단체는 2018년 9월 가죽을 벗긴 소 사체를 제물로 바치는 행사를 주관해 물의를 빚었다.

또 행사를 주최한 곳은 전씨가 총무원장 직함으로 일했다는 ‘일광조계종’이다. 일광조계종은 대한불교 조계종과는 무관한 곳이다. 일광조계종은 현재 한국불교종단협의회소속 종단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윤 후보 측의 강한 부인과 해명에도 논란이 쉬이 사그라지지 않자 국민의힘은 1월 18일 대대적인 진화에 나섰다. 권영세 선대본부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이 시간부로 소위 (무속인 논란을 야기한) 네트워크본부를 해산한다”며 “네트워크본부는 후보 정치 입문 노력부터 함께한 조직으로 해산 조치는 후보의 결단”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6월 우당 이회영 선생 기념관 방문 당시 윤석열 전 검찰총장 근처에서 카메라에 포착된 이병환 항문침 전문가(빨간색 원 안). / 사진:JTBC 화면 캡처
이재명 “국정에 미신 작동해선 안 돼” 일침

최근 여론조사에서 열세를 보이는 여권에서는 무속 논란을 호재로 보고 파상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는 “21세기 현대사회에 핵미사일이 존재하는 이런 나라에서 샤머니즘이 전쟁 같은 그런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며 “5200만 명의 운명이 달린 국정은 정말 진지한 고민과 전문가들의 치밀한 분석, 리더의 확고한 철학과 가치에 의해 결정되고 판단돼야 한다. 거기에 운수에 의존하는 무속이나 미신이 결코 작동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1월 18일 당사에서 열린 인재 영입식에서 “국가 주요 의사 결정을 무당·무속에 의존하는 국가 결정권자가 있으면 대단히 위험하고 불안한 일이 아닐 수 없다”고 힘줘 말했다.

한편 중앙일보가 여론조사 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1월 15~16일 전국의 만 18세 이상 남녀 1006명을 대상으로 한 대선후보 지지도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 35.9%, 이 후보 33.4%,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15.6%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30~31일 조사와 비교하면 윤 후보는 5.9%p 상승, 이 후보는 6.0%p 하락, 안 후보는 5.5%p 상승했다.

야권 단일 후보 적합도 항목에서는 윤 후보로 단일화될 경우 안 후보 지지층의 경우 48.2%만 윤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답했다. 반면 안 후보로 단일화될 경우 윤 후보의 지지층의 경우 81.5%가 안 후보에게 표를 주겠다고 했다.

민주당 출신 정치 컨설턴트는 중앙일보 여론조사와 관련해 “안 후보 지지층에서는 윤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큰 반면 윤 후보 지지층에서는 안 후보에 대한 반감이 적다는 방증”이라며 “윤 후보의 경우 ‘정권 교체의 도구’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외부 요인에 지지율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squeez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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