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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D-50] 지금까지 ‘왜?’ 이런 대선은 없었을까 

 

조규희 월간중앙 기자
■ 후보 비호감도 연일 경신…이재명·윤석열 50% 넘어 60% 안팎까지
■ “막바지 이를수록 ‘인물 대 인물’ 대결 구도로 선거 흐를 것” 예상도


▎2022대선청년네트워크 회원들이 2022년 1월 13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정책 첫 단추, 청년이 잘 꿰어드립니다’ 기자회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에게 정책 질의서를 전달하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제20대 대통령선거가 50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대선을 역대급 ‘비호감·네거티브·포퓰리즘’ 선거로 일컬을 만큼 민심은 싸늘하다. 대선후보의 자질을 떠나 그들이 보여준 말과 행동이 국민을 실망케 한 경우가 잦았다. 정책은 중장기적 목표 설정과 국민적 설득보다는 ‘이슈 메이킹’ 수준에 그치고 있다. “지금까지 이런 선거는 없었다”는 최악의 평가가 나오는 이유를 살펴봤다.

우선 대선후보를 향한 비호감 정도가 역대 최고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월 18일 월간중앙 전화 통화에서 “정확하게 수치로 이야기한다면, 17대 대통령 선거에 당선된 이명박 대통령의 경우 후보 시절 비호감도가 30% 중반이었고 18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박근혜 대통령의 경우 37% 수준이었다”며 “지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50%를 넘어 60% 안팎에서 움직인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이어 “양강 후보의 비호감도가 이렇게 높으니 ‘지금까지 이런 대선은 없었다’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선후보의 비호감도는 기본적으로 유권자의 정치적 성향에 좌우되지만, 이외에도 후보의 도덕성, 자질에 영향을 받는다. 다만 이번 대선 후보 비호감도의 경우 특정 후보를 향한 일방적 불신, 호불호를 넘어 양강 구도의 두 후보가 동일하게 ‘큰 미움’을 받고 있다는 상황이 특징이다. 우리 사회의 양극화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방증일 수 있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 대선의 경우 양자 구도가 역대 대선보다 강하다”며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라는 바람이 불고 있기는 하지만 이는 범야권에서 벌어진 특이 현상일 뿐이며 전체적인 관점에서는 우리 사회의 극단적 양자 대결 상황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비호감 선거의 원인을 정당의 후보 선출 과정에서 찾았다. 그는 “정당 후보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각 진영은 오로지 ‘상대를 꺾을 수 있는 장수’를 뽑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그러다 보니 인격, 성격, 자라온 배경, 비호감도는 고려대상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대선은 ‘네거티브 선거’의 전형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대선 후보의 정치 철학이 보이지 않으며 정책의 선명성이 흐릿해졌고 과열된 상대방 ‘흠집 내기’의 영향으로 읽힌다. 신 교수는 “모든 후보가 이미지 창출에 실패했다”며 “후보의 철학, 비전, 방향을 드러내는 자신만의 이미지를 만들어 내지 못한 것도 이번 대선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제20대 대통령선거를 50일 앞둔 2022년 1월 18일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에서 직원들이 선상 투표지를 수신하고 봉함·출력하는 장비인 실드팩스(SHIELD FAX)를 점검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단일화·정권 차별성·TV토론도 변수 될 듯

네거티브 선거는 포퓰리즘과 맞닿아 있다. 박 교수의 설명은 이렇다. “네거티브 선거에서는 상대 후보의 포퓰리즘 정책을 겨냥한 ‘역(逆)포퓰리즘’ 정책을 발표하는 경향이 있다. 보통의 선거에서는 후보가 정책을 발표하고 이에 대한 진중한 토론을 거쳐 담론이 형성되는데 지금은 디지털 환경에 정책을 던지고 반응이 있으면 성공했다고 판단하고 아니면 다른 정책을 또 발표하는 식이다. 두 후보가 모두 그렇게 하고 있으니 정책도 포퓰리즘화 됐다.”

그럼에도 3월 9일, 제20대 대통령선거일은 다가오고 있고, 결국 승패는 갈리게 마련이다. 주요 후보 간 단일화가 이번 대선에서 승부를 가를 최대 변수라는 데 이견은 거의 없다. 1, 2위 후보 간 격차가 크지 않은 데다, 여론조사 기관·시점에 따라 1위가 수시로 바뀌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4자 대결 시 43% 정도를 얻는 후보가 승리할 거란 전망도 나온다. 5자 구도로 치러졌던 지난 19대 대선에서 문재인 민주당 후보는 41.08%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신 교수는 “두 후보 간 단일화는 반드시 될 것이라고 본다”며 “하지 않으면 지게 된다는 걸 양측에서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지금 선뜻 이야기하지 않는 이유는 ‘기 싸움’에서 밀리지 않기 위함이고 먼저 이야기하면 진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국민이 이 후보가 ‘문재인 정권의 연장’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선거는 끝난다”며 “이를 전제로 ‘민주당은 이대로 갈 것이냐, 정책 기조는 어떻게 설정해야 할 것이냐’ 등 쇄신, 차별, 선명성이 이 후보의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TV 토론 등도 중요한 변수 중 하나로 떠오른다. 한 진보 진영 관계자는 “결국 대선 막바지에 이를수록 ‘인물 대 인물’의 대결 구도로 선거가 흐른다”며 “더군다나 지금처럼 확정적 1위가 없는 상황에서 인물이 부각되는 토론 등의 기회가 많아질수록 ‘뜨고 지는 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 조규희 월간중앙 기자 cho.kyuhee@joongang.co.kr

202202호 (2022.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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