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북한.국제

Home>월간중앙>정치.사회.북한.국제

[직격 인터뷰] ‘여명’은 왜 급진 페미니스트 ‘신지예’를 저격했나 

“지금 20대에게 페미니즘은 부모 세대 ‘공산주의’와 동의어”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과거 여성주의 운동과 지금 2030세대가 분노하는 페미니즘은 달라”
“여성가족부 폐지는 찬성, 국고보조금으로 ‘남혐’ 해결방안 연구해야”


▎여명 전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공동청년본부장은 1월 12일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현시점 20대에게 페미니즘은 우리 부모 세대의 공산주의와 같이 배척의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임인년 벽두부터 온라인 정치 게시판을 뜨겁게 달군 두 사람이 있다. 여명(31) 전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공동청년본부장과 신지예(32) 전 국민의힘 새시대준비위원회 수석부위원장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직속 기구인 새시대준비위원회가 지난해 12월 20일 여성인권운동가인 신 전 부위원장을 영입하자 여 전 본부장은 닷새 후 “악성 페미니즘 등 내가 그동안 비판해왔던 것을 옹호할 수 없다”며 본부장직에서 사퇴했다.

여 본부장이 사퇴하자 신 전 부위원장은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여 전 본부장이) 악성 페미니즘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셨는데, 나에 대한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며 “따로 찾아뵙고 오해를 풀어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 전 본부장은 신 전 부위원장의 인터뷰를 ‘언플’(언론 플레이)이라고 주장했고, 두 사람의 만남은 끝내 불발됐다. 공교롭게도 지금 두 사람은 모두 국민의힘 후보 캠프에서 선대위를 사퇴했다. 하지만 악성 페미니즘 논란은 여전히 온라인 공간에서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월간중앙은 1월 12일 서울시의회 의원회관에서 여 전 본부장을 만나 2030세대 핫이슈로 등장한 페미니즘 논란을 들여다봤다.

지난해 12월 25일 국민의힘 선대위 공동청년본부장직을 내려놨다. 주변의 만류는 없었나?

“사퇴를 선언한 당일 윤석열 후보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윤 후보는 당시 신 전 부위원장으로 대표되는 래디컬 페미니즘(급진적 여성주의)이 사회적으로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인식을 못하고 있던 때였다. 그래서 사퇴라는 배수진을 친 제 행동을 온전히 이해하지는 못하셨던 것 같다. 윤 후보는 자신이 대학에 다닐 때(1980년대 초반) 분출했던 여성주의 운동과 지금 2030세대가 분노하는 페미니즘이 전혀 다르다는 걸 제가 사퇴할 당시에는 몰랐다고 하더라.”

성별로 인해 발생하는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차별을 없애야 한다는 페미니즘은 18세기 태동한 후 여러 갈래로 나뉘어 논의돼왔다. 페미니즘의 범위가 넓고 분파도 많아 해석도 제각각이다. 분파 중 가장 급진적이라고 분류되는 래디컬페미니즘에 대한 해석 역시 이를 바라보는 사람마다 차이를 보인다. 신지예 전 국민의힘 새시대준비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해 12월 28일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래디컬 페미니즘에 대해 “생물학적 성에 기반을 둬 여성은 절대적인 피해자, 남성은 절대적인 가해자라고만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래디컬 페미니스트? “젠더 갈등으로 돈 버는 사람”


▎윤석열(오른쪽)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김한길(왼쪽) 전 새시대준비위원회 위원장과 함께 지난해 12월 20일 서울 여의도 새준위 사무실에서 신지예 전 새준위 수석부위원장 영입 환영식을 가졌다. / 사진:연합뉴스
여명 전 본부장이 판단하는 래디컬 페미니즘의 기준이 뭔가?

“젠더 갈등을 통해 자신들의 금전적 이익과 직위를 보상받으려는 것, 더 나아가 젠더 갈등을 부추기는 활동을 하는 여성 운동가 전부를 저는 ‘래디컬 페미니스트’라고 본다. 일례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범죄가 발생했을 때 당시 누구보다 먼저 입장을 내야 할 여성가족부는 어떠한 비판의 목소리도 내지 않았다.”

지난해 4·7재·보궐선거 때부터 조짐을 보였던 젠더 갈등은 이번 대선의 승패를 가를 ‘뇌관’ 가운데 하나로 부상했다. 이대남(20대 남성), 이대녀(20대 여성)라는 신조어의 등장은 ‘물과 기름’과도 같은 이분법적 상황을 대변한다. 일각에서는 정치권이 대선을 앞두고 특정 성별에 유리한 공약을 내놓는 등 남녀를 갈라치기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신 전 부위원장은 지난해 12월 28일 이대남, 이대녀 갈등에 대해 “갑이 아닌 을(乙) 간의 싸움”이라며 “이대남은 군대 문제, 이대녀는 성폭력 문제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 두 가지는 서로 충돌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최근 젠더 갈등이 심해지고 있는 건 정치권에서 (득표를 위해) 젠더 갈등을 조장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여 전 본부장은 젠더 갈등의 원인이 뭐라고 진단하나.

“남녀를 떠나서 인식에 의한 차별은 우리 사회에 계속 존재해왔다. 예를 들어 집안의 가장은 듬직해야 하고, 아내는 희생적이어야 한다고 흔히들 얘기한다. 집안의 장남과 장녀는 동생에게 양보해야 한다는 얘기를 수없이 들으며 자란다. 인생이라는 건 결국 자신에게 가해지는 이러한 인식적 차별들을 극복해나가는 과정이다. 그런데 정치권이 ‘여성은 사회적 약자’라는 구시대적 발상으로 남성들에게 일방적 양보를 강요하니 남성들이 분노하는 것 아니겠나. 개인이 극복해야 할 문제와 사회가 바꿔야 할 문제를 구분할 줄 아는 그런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젠더 갈등을 어떻게 봉합해야 할까.

“참 어려운 질문이다. 지금 20대 가운데 적지 않은 수가 다른 성별에 대한 혐오 감정을 갖고 있다. 제가 여대 출신인데, 대학생 시절 머리를 기르고 화장을 하고 길을 걷다 보면 느닷없이 다른 학우로부터 욕을 듣곤 했다. 그 당시 학교의 래디컬 페미니스트로부터 저는 ‘흉자(래디컬 페미니즘을 비판하는 여성들을 비하하는 단어)’, ‘명자(명예 남성의 줄임말)’로 불렸다. 그들은 마치 ‘탈레반(아프가니스탄에서 결성된 무장 이슬람 정치단체)’처럼 평범한 여성에게 심리적 린치를 가했다. 그러다 보니 저는 지금 시대의 20대에게 페미니즘은 우리 부모님 세대의 공산주의와 같이 배척의 대상으로 전락했다고 보고 있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20대가 정상적인 연애를 하고 가정을 꾸리겠나. 이러한 상황을 정치권이 제대로 인식만 해도 우리 사회를 지금보다 나은 방향으로 바꿀 수 있다고 본다.”

연말연초에 악성 페미니즘 논란이 커지면서 국민의힘에 악재로 작용했다. 윤 후보 지지율이 하락한 원인은 뭐라고 보나?

“당시 국민의힘 선대위 핵심 관계자들이 2030세대와 중도가 문재인 정권의 어떤 점에 분노하는지 제대로 진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이 5년 만에 정권을 탈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은 문재인 정권의 지나친 좌 편향적 정책 일변도에 국민이 분노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당시 국민의힘 선대위 핵심 관계자들은 좌파 인사를 영입하면 중도 확장에 성공할 수 있다고 오판했던 거다.”

“좌파 인사 영입하면 중도 확장? 그건 오판”


▎2021년 7월 9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열린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 규탄 기자회견에서 신지예 당시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공교롭게도 국민의힘에서 벌어진 페미니즘 논란의 파편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에게도 튀었다.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 등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013년 정보통신기술업체 김모 대표로부터 대전 소재 호텔에서 성접대를 받은 사실을 대전지검 수사자료를 통해 확인했다”고 주장하며 이 대표를 경찰에 고발했다. 이 대표 역시 [가세연] 진행자인 강용석 변호사, 김세의 전 MBC 기자 등을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맞고소했다.

경찰 수사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이 대표가 성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이 세상에 알려졌다. 해당 의혹이 이번 대선에 어느 정도로 영향을 미칠 거라 보나?

“예상하기 힘들다. 경찰 조사 결과에 따라 크게 달라지지 않겠나. 죄가 있다면 이 대표가 처벌을 받을 것이고, 무고라면 의혹을 제기한 쪽이 처벌을 받을 거다. 어쨌든 국민이 보시기에 좋지 않은 모습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선대위 개편을 계기로 2030세대에 집중하며 지지율 올리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런 와중에 최근 여성가족부(여가부) 폐지를 주장해 20대 지지율이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1월 10일부터 11일까지 조사해 12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만 18~29세의 윤 후보 지지율은 41.3%로 나타났다. 같은 기관에서 1월 2일부터 7일까지 조사해 10일 발표한 이전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의 20대 지지율은 25.9%였다. 윤 후보는 1월 7일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한 줄 공약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여가부 폐지에 대한 입장은?

“저는 찬성이다. 수년 전부터 제가 해왔던 주장이기도 하다.”

왜 여가부가 폐지돼야 한다고 보나?

“지금의 여가부는 상위 1%의 여성들이 모여 나머지 여성들을 약자로 취급하는 정책들을 쏟아내는 곳이다. 여가부 예산의 86.8%가 국고보조금으로 충당된다. 여가부는 이 예산을 특정 여성단체, 여성 교수에게 연구비로 지급하고, 이 연구는 또 ‘남성들은 잠재적 가해자’라는 식으로 발표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윤 후보 공약 발표 이후 여가부가 부처 명칭에 ‘청소년’을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폐지보다는 개편으로 가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저는 정치적 올바름(PC: Political Correctness)이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다만 여성의 치안은 경찰청, 보육은 보건복지부가, 인권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하는 일이다. 여가부가 부처 명칭에 ‘청소년’을 포함한다고 하는데, 청소년 정책은 교육부 소관이다. 기존에 박혀 있는 선입관에서 벗어나 지나치게 비대해지고 업무가 중복된 정부 부처를 혁신할 필요가 있다.”

“무고죄 처벌, 성범죄 처벌보다 더 엄해야”


▎여명 전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공동청년본부장은 1월 12일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인으로서 모두에게 사랑받지 못했어도 나라를 위해 바른말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고 말했다.
윤 후보가 여가부 폐지와 함께 ‘성범죄 처벌 강화, 무고죄 처벌 강화’를 페이스북 게시물로 올려 화제가 됐다.

“저는 무고죄 처벌 수위는 당연히 성범죄 처벌 그 이상이어야 한다고 본다. 왜냐면 무고는 사회적 사형 행위와 다름없어서다. 무고가 해명돼도 이미 성범죄자라는 인식이 여러 사람의 머릿속에 박히면 사건 이전으로 인식을 돌리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일각에서는 최근 국민의힘이 20대 남성 표심에만 치중해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여가부 폐지도 작은 정부로 가기 위한 방안 가운데 하나일 뿐 단순히 이대남의 표를 얻기 위한 것이 아니다. 국민의힘 공약을 살펴보면 여성의 보육과 출산, 경력 단절 문제를 해결하는 정책들도 많다. 국민의힘은 래디컬 페미니즘이라는 일부 극단주의 성향의 주장에 반대 목소리를 내는 것일 뿐이다. 대다수의 평범한 여성의 상식적이고 건강한 주장은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청년본부장 사퇴 뒤로 윤석열 후보와 통화한 적 없나?

“제가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의 유튜브 방송 [홍카콜라]에 출연한다는 소식을 들은 윤석열 후보가 저에게 ‘잘 다녀오라’고 하면서 ‘홍 의원을 찾아뵙고 인사를 드리고 싶다’고 전하더라. 그래서 제가 윤 후보께 ‘홍 의원과 직접 통화를 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본의 아니게 두 분 사이에서 제가 가교 아닌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선대위 복귀는 고려하고 있나?

“선대위 공식 직책이 없어도 선대위의 일을 도울 수 있기 때문에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

어떤 정치인으로 평가받고 싶나?

“저는 정치인이 모두에게 지지를 받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모두에게 사랑받지 못했어도 나라를 위해 바른말을 한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고 싶다.”

- 글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choi.hyunmok@joongang.co.kr / 사진 김경빈 선임기자 kgboy@joongang.co.kr

202202호 (2022.01.17)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