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북한.국제

Home>월간중앙>정치.사회.북한.국제

TV토론, 대선 판도 지각 변동 신호탄 될까 

 

조규희 월간중앙 기자
■ 여론조사 결과와 달리 ‘지지 강화’ 효과 크단 연구 결과
■ 李·尹 말싸움 될 경우 다른 후보들 반사 이익 생길 수도


▎2012년 12월 4일 서울역에서 대선후보 3인 1차 TV토론을 시청하는 시민들.
TV토론은 유권자의 마음에 영향을 미칠까.

제20대 대통령선거 TV토론이 다가오는 설 연휴(1월 29일~2월 2일)에 열릴 예정이다. 토론 성사 전, 양강 후보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간 치열한 샅바 싸움은 이미 시작됐다.

다수의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는 두 후보 진영은 TV토론을 통해 확실한 우위를 점하겠다는 각오다. 유권자들은 TV토론이 ‘지각 변동’의 신호탄이 될지 주목하고 있다.

역대 대선에서 후보 검증의 역할을 자임한 TV토론이 실제로 선거 결과에 얼마나 영향을 끼치는지 살펴보자.

K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1월 7일부터 9일까지 전국 만 18~3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청년 세대 10명 중 8명은 TV토론이 대선후보를 지지하는 데 영향을 준다고 응답했다. 같은 조사에서 영향을 준다고 답한 비율은 78.8%(매우 영향 24.7%, 대체로 영향 54.2%)였으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은 19.6%(별로 영향이 없다 15.8%, 전혀 영향이 없다 3.8%)였다.

지지하는 대선후보와 관련해서는 ‘계속 지지하겠다’는 답변이 45.3%, ‘변경 가능하다’는 답변이 53.2%로 나타났다. 18~29세는 ‘계속 지지’가 34.4%, ‘변경 가능’이 63.2%로 지지 후보를 바꿀 수 있다는 응답이 두 배에 달했다. 30~39세는 ‘계속 지지’가 55.6%, ‘변경 가능’이 43.8%로 조사됐다. 응답자의 26.7%는 아직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부동층으로 드러났다.

여론 조사 결과만 놓고 보면 유권자의 지지 후보 변경 가능성이 높고, TV토론이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TV토론이 후보자 ‘지지 강화 효과’보다는 ‘유입 효과’를 누릴 기회라는 뜻이다.

하지만 김형준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월 20일 월간중앙과의 전화 통화에서 “TV토론과 관련해 ‘지지 강화’ 이론과 ‘유입 효과’ 이론 등의 연구·조사가 다양하게 이뤄졌는데 미국 선거에서는 대부분 ‘지지 강화’ 효과가 크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TV토론을 본다는 것은 정치나 후보에 관심이 많고 지지하는 후보가 있을 때, 상대 후보의 약점을 보기 위해 시청한다”고 덧붙였다.


▎다섯 번째 대선후보 TV 토론회가 2017년 4월 28일 서울 상암동 MBC에서 열렸다. 토론회에 앞서 피켓을 들고 기념촬영하고 있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심상정 정의당·유승민 바른정당·안철수 국민의당·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왼쪽부터).
클린턴 vs 트럼프, 역대 최고 시청률에도 지지 후보 변동 적어

2016년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1차 TV토론은 미국 대선 TV토론 역사상 최대 시청률을 기록했다. 시청률 조사 전문기관인 닐슨에 따르면, 미국 전 지역에서 8140만 명이 클린턴 후보와 트럼프 후보의 1차 TV토론을 지켜봤다. 이는 1980년 민주당의 지미 카터 대통령과 로널드 레이건 공화당 후보의 1차 토론 시청자 8060만 명의 기록을 36년 만에 깬 것이다. ‘역대급 비호감’ 후보 간의 대결이라 많은 관심을 받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대선후보 지지율에는 변동이 없다는 여론조사가 이후 발표됐다. 로이터와 입소스가 투표 의향이 있는 성인 유권자 2036명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 결과, 클린턴 후보는 42%로 38%의 트럼프 후보보다 4%p 앞섰다. 이는 TV토론 전 여론조사와 별다른 변화가 없는 수치로 미 언론들은 유권자들이 TV토론 승자로 클린턴 후보를 택하고도 지지 후보를 바꾸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특히 선거의 승리를 좌우할 부동층에서의 효과도 미미했다. 당초 1차 토론 후 지지 후보를 정할 것으로 보였던 무당파 유권자들도 움직이지 않았다. NBC 뉴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클린턴 후보에 대한 생각이 바뀌지 않았다는 응답 비율은 무당파 유권자 사이에서 66%에 달했다.

김 교수는 “정치에 관심이 없는 사람은 TV토론을 보지 않는다”며 “선거판에서 부동층의 표심을 잡아야 하는데 부동층이 관심을 갖고 TV를 볼지 알 수 없다. 그래서 TV토론과 부동층 표심 변화의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역대 대선 과정을 살펴봐도 TV토론이 대선 승리에 큰 변수로 작용했다고 볼 만한 사건이 없었다. TV토론을 포함한 공식 선거운동 기간 대체로 지지율 1위를 유지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유일한 예외는 노무현 대통령이다. 노 대통령은 선거 막판 후보 단일화로 당시 1위 후보였던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를 제쳤다.

김 교수는 “TV토론이 지지율 1위 후보보다는 2, 3위 후보에 영향력을 발휘하는 경우는 있다”며 “2017년 대선에서 여론조사 결과 문재인 후보가 1위, 안철수 후보가 2위였는데 TV토론 과정에서 안 후보의 발언이 선거 결과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당시 안 후보는 TV토론에서 “제가 MB 아바타입니까”라는 등의 발언 탓에 지지율을 잃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 교수는 “선거 결과를 보면, 결국 샤이 보수층이 안 후보를 찍지 않고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를 찍은 것이지 TV토론의 영향력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당시 대선 결과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41.08%,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24.03%,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21.41%였다.

한편 20대 대선은 ‘역대급 비호감’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TV토론에 모든 후보가 참여하지는 못한다. 일찌감치 양강 구도를 형성한 이재명·윤석열 후보만 토론자로 참석한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두 후보의 토론이 ‘네거티브 토론’, ‘말싸움’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은데 이렇게 되면 토론에 참여하지 못한 후보에 대한 반사 이익이 생길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 조규희 월간중앙 기자 cho.kyuhee@joongang.co.kr

202202호 (2022.01.17)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