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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익중 “미·러, 우크라이나 두고 극적 타협 가능성” 

 

조규희 월간중앙 기자
■ “푸틴의 러시아, 우크라이나 나토 가입하면 전면전 불사할 것”
■ 美, EU 결집해 中 겨냥한 새로운 집단안보체제 만들려는 의도


▎러시아군 보병부대의 BMP-3 장갑차가 1월 27일 우크라이나와 인접한 남부 로스토프 훈련장에 배치돼 있다. / 사진:연합뉴스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의 갈등이 심상찮다. 대화의 불씨는 살아 있지만, 상대를 겨냥한 군사적 행보가 이어지면서 전쟁에 직면하는 듯한 상황이다. 러시아 전문가인 윤익중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글로벌정치 한국연구소장은 전쟁 가능성을 주목하면서도 극적 타협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둔다. 극도의 긴장감과 장기적 대결 구도를 유지할 경우 경제·군사·안보 측면에서 양쪽에 이득이 될 게 없기 때문이라는 게 윤 소장의 설명.

윤 소장은 2월 5일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입한다면 푸틴의 러시아는 즉각 침공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다만, ‘침공’이란 단어보다는 러시아 입장에서는 ‘자위적 개입(Engagement for Self-Defense)’ 표현을 선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국경 부근에 러시아의 군병력 배치를 통한 미국과의 군사적 긴장 대결 구도 형성은 러시아 입장에서는 방어적 차원의 군사 행보이지 결코 침공 또는 전쟁 행위가 아니다”며 “그러나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한다면 보다 적극적이고 공세적인 ‘자위적 개입’을 즉각적으로 행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푸틴은 그러한 상황에서 절대 물러서지 않을 것이며 전면전도 불사할 태세”라고 강조했다.

러시아에 우크라이나의 의미를 묻자 윤 소장은 “러시아에 우크라이나는 사활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핵심 국가란 표현으로는 부족하다”며 “‘우크라이나를 잃으면 머리를 잃는 것’라는 레닌의 말이 전해질 정도”라고 설명했다.

윤 소장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관리·통제권 상실은 나토의 동진 확장, 근외국가 분열 가속화, 흑해 통제 약화, 유럽 에너지시장 지배력 약화 등 국익과 안보에 치명적인 위협이 될 거라고 진단했다. 그뿐만 아니라 러시아 국내 정치적인 측면에서도 반푸틴·민주화 운동의 활성화로 인한 체제 불안정 등 타격이 클 거라는 게 윤 소장의 전망이다.

반대로 미국이 우크라이나 사태에 개입하려는 의도에 대해 윤 소장은 “나토를 결집하고 유럽에서 미국의 지도력을 회복하기 위한 행동으로, 궁극적으로 유럽의 동맹국들을 효과적으로 결집하고 새로운 형태의 집단안보체제를 동아시아에서 발현시켜 대(對)중국 압박을 강화하고자 하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유럽연합(EU)에 대한 미국의 통제권 강화의 일환이라는 진단도 이어졌다. 윤 소장은 “탈냉전 시대에 새로운 유럽 안보 질서를 놓고 미국과 유럽 국가 간 주도권 경쟁은 공공연한 사실”이라며 “기본적으로 독일과 프랑스 등 EU 중심국들은 미국과 달리 우크라이나의 즉각적인 나토 가입을 결코 원치 않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자극에 대한 러시아의 군사적 대응으로 인해 미국의 군산복합체와 에너지 기업 등의 이익이 강화되며 유럽 내 패권도 강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21년 6월 1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회담한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 / 사진:연합뉴스
“미·러 타협 선은 ‘현상 유지’ 수준 될 것”

윤 소장은 이렇듯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우크라이나 사태에도 조심스레 미·러 간 극적 타협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아시아에서 중국과 패권경쟁을 벌이는 미국 입장에서 우크라이나까지 전선을 둘로 확장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러시아 입장에서도 미·러 간 긴장 국면에서 군사 강국의 이미지를 각인시켰으며 유럽 지역의 강대국이라는 위상을 보여준 만큼 타협을 통한 경제제재 해제라는 이득을 취할 수 있다고 윤 소장은 분석한다.

윤 소장은 “미국은 대(對)중국 압박, 대러시아 경제제재 해제, 유럽 및 아시아 동맹들과의 협력 및 관계 설정, 중간 선거 등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해 글로벌 차원에서 극적인 국면 전환을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러시아는 대EU 관계, 대중국 관계 등과 국내 정치 상황 등을 고려하며 전략적 안정성 측면에서 미국에 밀리지 않고 맞설 수 있는 강한 이미지를 글로벌 차원에서 각인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했다.

윤 소장은 미·러 간 타협의 선은 ‘현상 유지’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미국의 우크라이나 나토 가입 불허 확약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영토 주권 보장이라는 극적 타결이 아닌 단거리 미사일의 유럽 배치 동결, 러시아-서방의 상대편 인근에서의 훈련 금지, 전투기 및 함정들의 근접 허용 거리 조율 측면에서 전략적 상호 안정성을 바탕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 조규희 월간중앙 기자 cho.kyu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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