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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모 김혜경” vs “여왕 김건희”… 불붙은 팬심 경쟁, 원인은? 

 

이화랑 월간중앙 인턴기자
■ 20대 대선후보 배우자들 팬카페 회원 급증, 李·尹 지지층 결집하나
■ “정치에 감성 개입하면 부작용 양산, 이성적으로 바라봐야” 지적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부인 김혜경씨(왼쪽 사진)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부인 김건희씨를 향한 관심이 뜨겁다. 이들의 팬카페가 개설되고 회원수가 급증하는 상황이다. / 사진:각 당
제20대 대선을 한 달여 앞둔 2월 10일, 대선후보들의 배우자를 둘러싼 팬심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양강을 구축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부인 김혜경씨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부인 김건희씨를 향한 관심이 뜨겁다. 이들의 팬카페가 개설되고 회원 수가 폭증하는 등 기존 대선에서 보기 힘들었던 후보 배우자간의 팬덤 대결이 펼쳐지는 모양새다.

지난해 12월 19일 개설된 김건희씨의 팬카페 ‘건사랑(김건희 사랑)’의 회원 수는 1월 16일 MBC [스트레이트]의 ‘7시간 45분 전화 통화’ 녹취가 공개된 뒤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방송 전 200여명에 불과했던 회원 수는 개설 한 달만인 1월 19일 2만5000여 명으로 늘어났고, 현재 회원 수는 6만9800여 명에 달한다(2월 10일 오전 10시 현재).

해당 카페는 영화 [원더우먼] 포스터에 김건희씨의 얼굴을 합성한 사진을 카페 메인에 내걸어 화제를 모았는데, 최근에는 배우 오드리 헵번 사진에 김건희씨의 얼굴을 합성해 재차 이목을 끌었다. 이른바 ‘오드리 건희’ 포스터엔 “BE MY QUEEN(여왕이 돼 달라)”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김건희씨 팬카페에 대항하려는 성격으로 1월 19일 개설된 김혜경씨의 팬카페 ‘함께해요-김혜경 팬카페(구 ‘국모 김혜경 경사 났네’)’의 회원 수는 현재 3만3400여 명을 기록하고 있다(2월 10일 오전 10시 기준). 1월 30일 2만3000여 명까지 늘어난 지 열흘 만에 약 1만 명이 추가로 가입한 것이다.

김혜경씨 팬카페 메인에 걸린 포스터에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이재명, 김혜경”이라는 문구와 “3월 9일 청와대로!! 우리가 그렇게 만들어드리겠습니다”라는 글이 적혀 있다. 포스터 속 김혜경씨 사진에는 “소외의 목소리 잘 듣고 혜경 언니가 재명 형부에게 잘 전달할게요”라는 말풍선을 달아놨다.

최근 김건희씨와 김혜경씨 모두 각종 의혹이 불거졌음에도 카페 회원 수는 꾸준히 증가하는 모습이다. 지지층이 결집하는 모양새다. 각 카페 회원들은 이들을 두둔하면서 해당 의혹들에 관한 반박 글을 공유하고, 상대 후보 캠프에서 불거진 의혹을 부각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김건희씨 팬카페 메인에 걸려있는 ‘원더건희’ 포스터(왼쪽)와 김혜경씨 팬카페 메인에 걸려 있는 대문 사진이다. / 사진:김건희씨 팬카페 ‘건사랑’ 캡처, 김혜경씨 팬카페 ‘함께해요’ 캡처
신율 “음악·영화와는 달라… 정치는 이성적 프로세스여야”

다른 대선과 비교했을 때 이번 대선의 두드러지는 차이점은 유독 후보의 배우자들에게 관심이 쏠리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금처럼 후보 배우자 관련 의혹이 크게 불거진 대선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후보 배우자를 향한 팬덤 현상도 이례적인데, 이것은 기존의 정치적 문법으로는 해석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 사회적 현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1월 22일 YTN에 출연해 이를 ‘SNS 현상’이라고 규정했다. 최 교수는 해당 방송에서 “인터넷상에서는 자극적이거나 극단적인 표현을 하는 사람들에 대해 팬심이 생기는 게 있다”며 “김건희씨뿐만 아니라 나쁜 행동을 해서 사회적 논란이 됐던 사람에 대해서도 지지하는 사람이 생기는 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건희씨의 경우 ‘7시간 전화 통화’ 녹취 속 정제되지 않은 시원시원한 화법에 대중들이 매력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월 8일 월간중앙 전화 통화에서 “우리나라는 ‘정치의 인격화(정치를 이성적 과정으로 파악하지 않고 사람 중심으로 바라보는 것)’ 현상이 굉장히 강한 나라이고, 사회적으로 진보 또는 보수로 양분화돼 있다”며 “이런 상태에서는 한 정치인을 무조건 지지하거나 상대를 감정적으로 싫어하는 경향이 발생하게 된다. 팬카페 같은 것들이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팬카페가 생긴다는 것은 ‘감성화’와 일맥상통하는데, 정치는 이성적 프로세스여야 한다”며 “음악이나 영화는 감성의 영역이기에 연예인 같은 경우에는 팬카페가 만들어질 수 있지만, 정치인의 팬카페는 긍정적이지만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에 감성이 개입돼서 감성이 이성을 덮어버린다면 문제가 된다. 이성적으로 바라봐야 할 정치를 감성적으로 접하다 보면 흑백 논리로 이어지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 이화랑 월간중앙 인턴기자 hwarang_l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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