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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특집] ‘새로운 금융’ 향한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의 꿈 

“핵심가치는 디지털 플랫폼에서 나온다”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KT와 9000억 핀테크 동맹 맺고 AI·메타버스·NFT 등 금융 영역 확장
디지털 전환 전문가 양성에 총력… ESG 기관 신설하고 탄소중립 앞장


▎2022년 신년사에서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리부트(reboot)’를 키워드로 제시했다. 과거의 성취에 도취하지 말고, 도전자의 마음으로 임하자는 당부다. / 사진:신한금융그룹
인공지능(AI) 은행원, KT와의 9000억원 규모의 핀테크 동맹…. 2022년 초입부터 신한금융은 광폭 횡보에 나서고 있다. 이 모든 실행 플랜은 ‘디지털’이라는 하나의 줄기로 수렴된다.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2022년 1월 3일 신년사에서 “고객은 이제 금융사의 규모와 수익이 아닌 경험의 가치에 움직이고 있다”며 “새로운 핵심가치는 디지털 금융의 주도권 경쟁 속에서 큰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특히 창업 40년을 맞아 조 회장은 “새로운 금융을 꿈꿨던 40년 전의 각오를 다시 마음속에 새겨야 할 때”라고 당부했다. 그는 “브레이크스루(Breakthrough·돌파), 리부트(Reboot·새 출발)” 등의 키워드를 구성원에게 제시했다. 금융이 더 이상 인간의 노동력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다가오고 있으니 업(業)의 본질을 성찰할 때라는 메시지다. 실제 신한은행은 2022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2’에 금융권 최초로 참가했다. 이미 신한은행은 2021년 12월 서울 서소문 디지로그 지점에 AI 업무 안내기기 ‘AI 컨시어지’와 실시간 화상 상담 시스템 ‘디지털 데스크’를 설치한 바 있다. 이 기술에 기초한 미래 은행 영업점 모델을 CES로 가져간 것이다.

2022년 1월 17일 신한은행은 KT와 서로의 주식 4375억원씩을 사들이며 핀테크(파이낸셜+테크놀로지) 협력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양 사는 AI, 메타버스, 대체불가능토큰(NFT), 빅데이터 등 23개 분야에서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선언했다. 신한은행의 금융 노하우와 KT의 디지털 플랫폼 역량을 결합해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의지다. 신한금융그룹의 비전인 ‘더 쉽고 편안한, 더 새로운 금융’을 달성하기 위한 디지털 성장 전략이다.

신한은행은 대표 앱인 ‘SoL’의 리테일 경쟁력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고객 성향에 최적화한 디자인, 대화형 챗봇 등을 업그레이드했고, 리테일 너머 기업뱅킹을 보강하는 방향으로 확장하고 있다. ‘기업인터넷뱅킹’과 ‘CMS(자금관리)’ 채널의 통합 플랫폼을 구축하고, 기업 고객군별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신한카드는 2021년 결제 중심 앱에 Life 영역을 추가해 새롭게 개편한 ‘신한pLay’에 고객서비스(CS) 기능을 추가했다. 편의성을 획기적으로 증대하는 한편, 국내 최초로 선보인 아이폰 터치 결제를 무선형으로 출시하는 등 온·오프라인에서 신한pLay의 활용성을 극대화했다.

신한금융투자는 투자의 주역으로 떠오른 MZ세대 고객이 보다 쉽고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초보 투자자 전용 심플 모드를 내놨다. 기존 MTS와 비교해 기능을 간소화하고 직관적으로 화면을 구성했다. 특히 커뮤니티 기능을 신설해 고객 간 소통을 증대했다.

신한금융은 비(非)금융 분야에서도 서비스를 개발했다. 금융권 최초로 출시하는 배달 앱 ‘땡겨요’를 통해 생활금융 플랫폼 추진을 가속화하고 있다. 파격적인 수수료 정책을 내세워 수익 추구보다 주문과 결제 과정에서 쌓이는 각종 데이터 활용에 방점을 찍었다. 가맹점주, 배달 라이더 대상 특화 금융상품 개발에도 초점을 맞추고, 참여자가 상생하는 플랫폼을 지향하고 있다.

신한카드도 가상자산 시장에 선제적으로 뛰어드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국내 금융 플랫폼 최초로 NFT(대체불가능토큰)를 적용한 ‘My NFT’ 서비스를 오픈해 고객이 소장한 물건이나 간직하고 싶은 순간 등을 NFT로 등록하고, 신한pLay를 통해 등록한 NFT를 언제든지 조회할 수 있도록 했다.

‘더 쉽고, 더 편안한, 더 새로운 금융’


▎2021년 5월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ESG 추진위원회를 열고 ‘무공해 자동차로의 100% 전환’ 프로젝트를 선언했다. / 사진:신한금융그룹
신한라이프는 고객의 몸과 마음건강 관리를 위한 헬스케어서비스 확대에 주력하며 차별화를 꾀했다. AI 모션 인식 기반 홈 트레이닝 플랫폼 ‘하우핏’을 런칭하고 헬스케어 전문 자회사 신한큐브온 설립을 완료했다. 의료기관과 협력을 통해 건강·의료 정보와 금융정보를 융합해 건강 및 금융 등급을 산정하고 맞춤형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헬스월렛사업도 준비하고 있다.

신한은행과 신한카드는 2021년 마이데이터 사업 라이선스를 취득함에 따라 2022년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와 신한라이프도 라이선스 취득에 뛰어들었다. 각 사는 뱅킹, 지불결제, 투자, 헬스케어 등 본업에 데이터를 접목해 차별적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마이데이터 서비스인 ‘머니버스’를 런칭했다. 나의 금융일정, 예상 잔액뿐만 아니라 공모주, 아파트 청약, 패션브랜드 추첨 일정까지 한눈에 보여주는 ‘My캘린더’를 도입해 결제, 멤버십 등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했다.

그룹 데이터 사업의 중심인 신한카드는 현대자동차, T머니 등과의 데이터 동맹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또한 금융위원회에서 추진하는 ‘데이터전문기관 지정 확대’ 방침에 따라 민간 최초 데이터전문기관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도 2022년 마이데이터 사업자 선정을 목표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향후 데이터 기반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로 고객가치를 키울 계획이다.

‘디지털 생태계’ 글로벌 확장


▎2021년 10월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공식행사인 ‘마라케시 파트너십’에 참여해 신한금융의 탄소중립전략에 대해 발표했다. / 사진:신한금융그룹
신한금융은 고객 중심 플랫폼을 위해 통합 빅데이터, 알고리즘 및 AI 기반 서비스 고도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디지털 생태계 구축을 위해 신기술 기반 신사업을 추진하면서 신한 퓨처스랩 등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을 강화할 예정이다. 2021년 3월에는 그룹의 디지털 핵심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유망 벤처·스타트업 및 예비 유니콘 기업에 투자할 목적으로 국내 금융사 최초의 디지털 전략적 투자 펀드인 ‘원(one) 신한 커넥트 신기술투자조합 제1호’를 조성했다. 신한은행, 신한카드, 신한금융투자, 신한라이프 등 주요 그룹사가 출자자로 참여해 총 3000억 원 규모의 펀드를 만들었다. 신한캐피탈이 펀드 운용을 맡아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디지털 전략적 투자 펀드를 ▷미래 시장 선점 ▷비(非)금융 플랫폼 연계를 통한 그룹 T&T(Traffic & Transaction) 확대 ▷그룹의 핵심 디지털 사업 활성화 등 3가지 전략적 지향을 바탕으로 운영하고 있다. 또한 조성된 펀드를 통해 ▷ABCD 기술(AI, 블록체인, 클라우드, 데이터) ▷비(非)금융 콘텐트·플랫폼 등 금융의 범주를 뛰어넘는 영역으로 확장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 또한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기업으로까지 투자 영역을 확대할 방침이다.

이밖에 통신, 빅테크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미래 사업 협력의 우군을 확보한다는 전략은 지속적으로 유효하다. 신한금융지주와 KT의 미래 금융을 위한 업무협약(MOU)이 대표적이다. 향후 AI, 메타버스, NFT 등 금융과 기술의 한계를 뛰어넘는 디지털 컴퍼니로의 공동 도약을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이외에도 국내 ERP(전사적 자원관리) 기업 더존비즈온 지분 투자를 통해 디지털 기반 SME(중소상공인) 시장 혁신사업 추진도 준비 중이다.

신한금융은 금융권 최초로 론칭한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신한퓨처스랩’을 통해 스타트업과 상생의 생태계를 확대하고 있다. 또한 그룹 글로벌 전략 국가를 중심으로 디지털 생태계 확장 및 베트남, 인도네시아 이외에 추가 거점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신한퓨처스랩은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주관하는 ‘아기 유니콘 200’ 육성사업에서 금융권 최다인 10개사가 선정되며 대한민국 전문 엑셀러레이터로서의 전문성을 인정받았다. 이에 만족하지 않고 그룹 내 투자 연계를 강화해 선발기업이 글로벌 유니콘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전사적 디지털 역량 강화를 위해 투 트랙의 인재양성을 추진 중이다. 일차적으로 디지털금융공학 석사과정, 데이터 사이언티스트(Data Scientist) 등의 과정을 통해 디지털 전문가를 육성한다. 동시에 그룹 디지털 교육 플랫폼을 강화해 비즈니스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현업 직원들을 디지털 시티즌으로 육성해 디지털 저변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테크기업, 연구기관, 학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R&D 추진도 병행한다. 계열사별로 신한은행은 빅데이터 전문가 1000명을 양성하는 ‘BD1000 프로젝트’를 이미 시행 중이다. 신한라이프는 포스텍과 산학협력을 통해 디지털 인재 130명을 육성하고 있다. 신한금융도 클라우드, 빅데이터, AI 등 전문분야의 그룹 공동 교육을 통해 디지털 전문인력 비율을 높여갈 계획이다.

For a Wonderful World

신한금융은 ‘디지털 전환(DT)’과 ESG를 별개의 과제로 인식하지 않고 하나의 비즈니스로 접근하려 노력 중이다. 조용병 그룹 회장이 제시한 “미래를 함께 하는 따뜻한 금융”이라는 신한금융의 미션은 곧 금융 본업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지속가능 경영의 결합을 의미한다. 조 회장은 “이해관계자와 함께 변화하는 금융의 선한 영향력”을 신한금융의 ESG 추진 원칙으로 정했다. 이를 위한 핵심 작업은 ESG를 그룹 내부에 이식하는 ‘내재화’다. 조 회장은 “ESG가 기업의 리스크 요인으로 점검되는 단계를 넘어 새로운 기회 창출의 영역임을 인식하고 활용하는 단계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맥락에서 신한금융 이사회 산하 ESG전략위원회는 2021년 11월 동아시아 금융그룹 중 최초로 ‘Zero Carbon Drive’를 선언하며 글로벌 트렌드인 탄소중립에 동참했다. 신한금융은 파리기후협약에 부합하는 SBTi 방법론을 활용해 그룹의 탄소 배출량을 2030년 46%, 2040년 88% 까지 감축할 계획이다. 2050년까지 그룹 자산 포트폴리오의 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다.

신한금융은 2021년 4월 UN 주도로 설립된 ‘탄소중립 은행 연합(NZBA)’ 창립 서명 기관으로 참여했다. 이를 위한 첫 번째 실천으로 2021년 5월 20일 ‘2030년까지 그룹의 업무용 차량 총 6만2843대를 전기차 및 수소차 등 친환경으로 100% 전환하는 프로젝트를 선언했다.

이에 앞서 신한금융은 2015년 국내 금융지주회사 중 최초로 ESG 전략위원회를 설치했다. 여기 더해 2021년 2월 그룹사 CEO 전원이 참석하는 ESG 추진위원회를 신설했다. ESG 기획팀도 만들어 그룹 전체 ESG 전략 추진에 대한 집중도를 높였다.

2021년 9월 2일에는 미국 컬럼비아대 석좌교수인 제프리 삭스 UN 지속가능 성장네트워크 회장 등이 참석한 ‘ESG-디지털 국제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콘퍼런스를 통해 신한금융은 ‘Do the Right Thing for a Wonderful World’을 그룹의 새로운 ESG 슬로건으로 결정했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신한이 고객과 함께 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메시지다.

환경과 사회를 위한 신한금융의 활동은 바깥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조용병 회장은 2021년 10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개최된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의 공식 행사인 ‘마라케시 파트너십’에 아시아 민간 금융회사 대표로 유일하게 초청됐다. 조 회장은 탄소 중립을 위한 금융의 역할에 대해 논의하는 ‘파이낸스 데이’ 행사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조 회장은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 네덜란드 연기금 운용사인 APG 대표 등과 ‘금융 부문의 저탄소 전환’을 주제로 토론했다.

조 회장은 2021년 11월 18일에는 유엔환경계획 금융 부문(UNEP FI)에서 신설한 공식 파트너십 기구인 ‘리더십 위원회’ 멤버로 선출됐다. UNEP 사무총장인 잉거 안데르센이 의장을 맡았으며 알리안츠, AXA, BNP파리바 등 19개 글로벌 금융사 CEO가 참여했다. 조 회장은 아시아에서 유일한 멤버로 UNEP FI 앰배서더가 됐다.

-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kim.youngjoon1@joongang.co.kr

202203호 (2022.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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