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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민 아나운서의 '리더의 언어로 말하기'(3) 

 

윌 스미스처럼? 양모 회장처럼?

▎윌 스미스(오른쪽)가 3월 27일(현지시간) 아카데미 시상식 무대에 뛰어들어 시상자로 나선 배우 크리스 록의 빰을 때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며칠 전 미국아카데미 시상식 도중 무대 위로 난입해 동료의 뺨을 때리는 초유의 사건이 벌어졌다. 그 주인공은 할리우드의 유명 배우 윌 스미스(54)다.

그는 동료 코미디언 크리스 록이 무대 위에서 탈모 증상을 앓고 있는 자신의 아내를 놀리는 농담을 참지 못하고 전 세계인이 지켜보는 생방송에서 폭행을 행사했다. 결국 공개 사과를 하긴 했지만, 공적인 자리에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윌 스미스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이 폭행 영상을 보고 문득 떠오른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바로 몇 년 전 직원들에게 폭행 폭언을 하는 영상으로 세상을 놀라게 한 모 국내 인터넷 기업의 회장이다. 보는 사람도 아찔할 만큼 무서운 폭행과 폭언 영상이 연일 인터넷을 떠돌았고 양모 회장은 직장 갑질 문화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그는 ‘회장’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리더였음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감정을 말과 행동으로 다 드러냈고 결국 그 대가를 톡톡히 치렀다.

물론 리더도 사람이다. 화가 나고 두렵고 불안할 수 있다. 하지만 한 조직을 대표하는 리더라면 감정을 다스릴 줄 알아야 한다. 소통이 대세라며 개인적인 감정을 서슴지 않고 표현하는 리더들도 있다. 그런 리더들이 있는 조직의 커뮤니케이션은 절망적일 수밖에 없다.

리더를 대상으로 강의하면서 늘 강조하는 것이 있다. 그건 바로 아무리 다급하고 당황스러운 상황에서도 감정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리더의 말과 행동에는 늘 책임이 수반된다. 여유와 인내가 이 시대의 리더에게 꼭 필요한 필요충분의 조건인 결정적인 이유이다.

윌 스미스처럼 감정에 휘둘린 성급한 행동은 문제를 일으킨다. 리더의 자질을 의심하게 하기도 한다. 할리우드 영화계에서 리더로 성장한 윌 스미스에 대한 대중의 실망은 점점 커지고 있다. 아내의 질환을 두고 농담한 것이 심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중의 시선을 다시 돌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아무리 좋은 작품에서 따뜻한 역할을 맡는다 해도 대중의 머릿속에는 동료의 뺨을 때리는 윌 스미스의 모습이 떠오를 것이다.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남우조연상 시상자로 무대에 오른 배우 윤여정(오른쪽)이 수상자 트로이 코처가 수어(手語)로 수상 소감을 말하는 동안 트로피를 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리더라면 순간의 감정의 휘둘리지 말아야

가족을 소재로 농담한 크리스 록이 잘했다는 것은 아니다. 기분 나쁜 상황에서 그대로 감정 표현을 한 윌 스미스의 행동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그는 여전히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리더다. 하지만 본인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다 표출한 영화계의 리더가 되어 버렸다. 이번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것은 매우 축하할 일이지만 윌 스미스의 팬 중 한 명으로서 실망이 큰 것은 사실이다.

한편 같은 날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정반대의 장면이 연출됐다. 바로 아카데미 시상자로 무대에 오른 배우 윤여정의 모습이다. 윤여정은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뜻으로 가슴에 파란 리본을 달고 무대에 등장해, 청각장애인 수상자를 수어(手語)로 발표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인 윤여정은 이 모습을 통해 배려가 무엇인지를 행동으로 보여줬고 전 세계의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리더의 언어에는 말과 비언어는 물론이고 기본 품격까지 포함돼 있다. 여러분도 이 글을 읽고 생각나는 ‘리더’가 있을지도 모른다. 나에게 폭언을 했던 리더, 화를 못 참고 폭행을 한 리더, 옆에 가기 싫을 만큼 비인격적으로 나를 대하는 리더.

다시 한번 말한다. 리더는 순간의 감정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고….


※필자 소개: 리더스피치 대표이자 [리더의 언어로 말하기] 저자. KBS 춘천총국 아나운서로 방송을 시작해 연합뉴스 TV 앵커를 역임했으며, 현재 사이버 한국외국어대 외래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세대에 맞는 스피치를 연구하며 각 기업체 CEO, 임원들의 커뮤니케이션 컨설팅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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