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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文 속에 감춰진 野球의 언어④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최연소 2000이닝 투구 양현종은 우공이산(愚公移山)

▎KIA 왼손 투수 양현종이 데뷔 15시즌 만에 개인 통산 2000이닝 투구 기록을 세웠다.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단 7명만 가지고 있는 대기록이다. 중앙포토
영리한 사람은 수(手)가 많습니다.

프로농구 최장수 감독이자 최고의 명장인 유재학(59) 현대모비스 감독의 별명이 ‘만수(萬手)’라는 걸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겁니다.

수가 많다는 건 선택지가 여러 가지라는 말과도 같습니다.

선택지가 여럿이라면 굳이 한 가지에 집착하지 않아도 되겠지요.

하지만 어리석은(?) 사람은 그게 안 됩니다.

오로지 한 길뿐이니까 좌고우면(左顧右眄)할 처지가 못 되는 거죠.

우공이산(愚公移山)이라는 고사성어가 있습니다.

글자 그대로 어리석은(愚) 사람(公)이 산(山)을 옮긴다(移)는 뜻입니다.

비슷한 말로 철저성침(鐵杵成針: 철 절굿공이로 바늘을 만든다), 진합태산(塵合泰山: 티끌 모아 태산), 마부작침(磨斧作針: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 등이 있고요.

미련이 담벼락을 뚫는다는 속담과도 일맥상통합니다.


▎양현종은 지난해 텍사스 레인저스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에 도전했으나 아쉽게도 1승도 거두지 못했다. 텍사스는 한국 팬들에게는 박찬호·추신수의 팀으로 친숙하다. 중앙포토
역대 7번째… 1호 한화 송진우는 3000이닝 돌파까지

KIA 왼손 투수 양현종(34)이 4월 14일 광주 롯데전에서 개인 통산 2000이닝 투구를 달성했습니다.

전날까지 통산 2000이닝에 2이닝이 모자랐던 양현종은 이날 마침내 고지(高地)에 올라섰습니다.

2007년에 데뷔한 양현종이 지난해(메이저리그 도전)를 제외하고 올해까지 15년째 던지며 이룬 금자탑(金字塔)입니다.

1988년 3월 1일생인 양현종은 최연소 2000이닝 투구 기록도 함께 세웠습니다.

이날 기준 만 34세 1개월 13일인 양현종은 종전 정민철(한화 단장)이 2006년에 세운 만 34세 2개월 9일 기록을 한 달 가까이 당겼습니다.

양현종 이전에 2000이닝 투구 기록은 한화 송진우(2001년 9월 5일), KIA 이강철(2002년 8월 2일), 한화 한용덕(2002년 9월 20일), 한화 정민철(2006년 6월 6일), SK 김원형(2007년 4월 21일), 한화 배영수(2017년 6월 16일) 등 6명밖에 경험해보지 못한 위업(威業)입니다(3000이닝 투구는 송진우가 유일하다).


▎초등학교 시절의 양현종과 고교 시절의 양현종. 지금과 비교해도 외모에 큰 변화가 없다. 중앙포토
3년 뒤 2600이닝 투구 달성 예상

2020년까지 양현종은 총 14시즌 가운데 신인 시절이던 2007~2008년 그리고 부상을 당했던 2012년을 제외한 11시즌에서 100이닝 이상을 던지는 꾸준함을 보였습니다.

2014년부터 2020년까지는 7년 연속 170이닝 이상 투구라는 괴력을 발휘했고요.

양현종이 언제까지 선수 생활을 이어갈지 모르겠지만, 올해 4년 FA 계약을 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통산 2600이닝(2022~2025년, 매해 150이닝 투구 기준)에 도달할 걸로 보입니다.

프로야구 통산 유일의 3000이닝 고지에 오른 송진우의 기록(3003이닝)은 넘보기 어렵겠지만, 2022년 4월 14일 현재 2000이닝 투구 그리고 3년 뒤 예상되는 2600이닝 투구만 달성해도 실로 어머어마한 일입니다.

양현종은 우공이산입니다.

-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squeeze@joongang.co.kr

※필자 소개: 10년 경력의 전직 야구 담당 기자로 현재 월간중앙(jmagazine.joins.com/monthly)에 재직 중. 2010년 SBS 스포츠 [베이스볼터치] 2012년 SBS 스포츠 [베이스볼크레이지] 2003~2011년 CBS 전남방송 [시사포커스 전남] 등에 출연. 2020년 2월, 2021년 3월 ‘네이버 이달의 블로그(blog.naver.com/hardstuff) 선정. 2021년 7월 네이버 인플루언서에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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