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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인터뷰] 김헌동 SH 사장이 말하는 반값 아파트 공급 세부 계획 

“1호는 강동구 고덕강일지구… 상반기 안에 공급하겠다”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공기업 최초로 보유 자산 전면 공개하며 SH공사 변화 주도
“반값 아파트 목표 달성 위해 인수위-서울시와 적극 공조”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은 4월 6일 인터뷰에서 “서울 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양질의 아파트를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사장이 취임한 지 5개월, SH공사가 변했다. 국내 공기업 최초로 주택·건물·토지 등 SH공사의 보유 자산을 전면 공개하는가 하면, 100인의 시민주주단을 출범시키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주주단은 SH공사가 공급하는 주택 품질과 관련 정책에 대한 개선 안을 SH공사에 제시하는 역할을 맡는다.

파격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김 사장은 2월 24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건물만 분양하는 아파트를 통해 1000만 서울 시민께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해줄 계획”이라고 힘줘 말했다. 김 사장이 공언해온 ‘반값 아파트’ 공급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SH공사는 분양원가 공개와 같은 반값 아파트 실현을 위한 사전정지 작업에 한창이다. 4월 6일 서울 강남구 개포동 SH공사 사옥을 방문했다. 사옥 1층 로비에 설치된 분양원가 공개 차트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부동산 정책 실패, 文 정부 잘못된 인사 때문”


▎3월 31일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이 서울 서초구 신원동 내곡지구 내 공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내곡지구 6개 단지의 분양원가를 공개한 뒤 ‘서울형 건축비’ 도입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정부가 집값 안정에 실패한 이유는?

“부동산 시장 진단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라고 본다. 비유하자면 열이 40도까지 오른 환자에게 의사가 거의 정상 체온에 가깝다고 오진한 거다. 그러면 제대로 된 처방이 나올 수가 없고, 결국 환자의 상태는 나빠진다. 부동산 정책 실패는 문재인 정부라는 의사가 부동산 시장이라는 환자에게 효과적인 처방을 내리지 못한 결과다.”

1981년 쌍용건설에 입사한 김 사장은 1999년부터 지난해까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서 부동산 관련 정부 정책을 검증해왔다. ‘서울 아파트시세·공시가격 정권별 분석 결과’를 발표하며 “부동산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유는 문재인 대통령의 잘못된 인사 때문”이라고 질타하는 등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저격수’로 활동해왔다.

제대로 진단하지 못한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나?

“첫째로 진단한 사람들의 문제, 둘째로 진단한 사람들이 갖고 있던 엉터리 통계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임기 절반이 지났을 당시 ‘집값이 일부 지역은 하락할 정도로 안정적이다’라고 말했지만, 실제 경실련에서 조사해보니 45%가량이나 올랐다. 당시 ‘청와대 공직자와 정부 관료 가운데 누군가 제대로 된 진단을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에 ‘대통령께서 잘못된 부동산 통계를 보고받고 있는 것 같다’고 청와대에 말해도 묵묵부답이었다. 경실련에서는 줄곧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통계의 근거를 요구했지만, 지금까지도 밝혀진 게 없다.”

새 정부가 부동산 정책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진단과 처방을 제대로 할 사람들을 청와대와 내각에 앉혀야 한다. 정권 초기에는 어떤 정책을 시작하느냐보다 어떤 사람을 적재적소에 앉혀놓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각 부처와 산하 연구기관이 만든 통계를 100% 신뢰해서는 안 된다. 지난 5년 동안 국민을 속여온 통계 시스템도 바꿔야 한다. 그래야 부동산 시장 상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

경실련에 있을 당시 3대 부동산 개혁 정책(분양원가 공개, 분양가 상한제, 후분양제) 도입을 주장한 바 있다.

“내가 20년 가까이 분양원가 공개를 주장해왔는데, SH공사 사장으로 취임하자마자 곧바로 분양원가 공개만 한 달에 한 번씩 총 네 번 했다.”

김 사장은 3월 31일 SH공사가 분양한 서울 강남 내곡지구 6개 단지의 분양원가(택지조성원가+건설원가)를 공개했다. 강동구 고덕강일 4단지, 송파구 오금지구 1·2단지, 강남구 세곡2지구에 이은 네 번째 공개다.

분양원가 공개를 전격적으로 실천한 이유는 무엇인가?

“SH공사는 공기업이고, 우리 회사의 주인은 1000만 서울 시민이다. 주인으로서 우리 SH공사가 지은 아파트의 원가가 얼마인지 궁금해하는 건 당연하다. 온전히 서울 시민을 위한다는 마음으로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분양원가는 토지 위치별로 약간 차이는 있지만 건축비는 거의 동일하다. 25평 아파트 기준으로 평당 600만원 정도다. 그래서 25평짜리 아파트를 짓는 데 1억500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강남에 5억원, 비강남에 3억원 아파트 공급”


▎2월 24일 서울 강남구 서울주택도시공사 본사에서 김헌동 사장이 세곡2지구 1·3·4·6단지의 분양원가를 공개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서울 강남 내곡지구 분양원가를 공개할 당시 ‘서울형 건축비’를 만들어 서울에 건축되는 모든 건물에 적용하겠다는 구상을 밝히기도 했다. 서울형 건축비를 설계하는 이유는?

“국토교통부에서 정한 ‘기본형 건축비’ 평당 600만원으로는 결코 서울 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양질의 아파트를 공급할 수 없다. 아파트를 지은 지 30년 정도가 지나면 재건축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러한 규제 때문이다. 그래서 SH공사는 서울형 건축비를 도입해 한 번 지으면 100년 이상 살 수 있는 아파트를 시민들에게 공급하고자 한다. 분양원가를 공개한 이유도 기본형 건축비 같은 중앙 정부의 불필요한 규제를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함이다. 그래야 시민들께서 비용이 더 들어가더라도 제대로 된 집을 지으라고 할 것 아닌가.”

분양원가 공개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어떤가?

“SH공사 사옥 1층 로비에 분양원가와 관련한 차트와 그래프를 전시해놨는데, 로비를 방문하는 시민들이 그 자리에 서서 읽어보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1000만 명의 서울 시민 가운데 70% 이상이 분양원가를 알 때까지 공개를 계속해나갈 계획이다.”

김 사장은 ‘열린경영·투명경영’을 실천해나가고 있다. 취임사에서 그는 “SH공사가 보유 중인 공공주택의 유형별, 소재지별, 가격별, 평형별 실태를 누구나 알기 쉽도록 시스템화해 공개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SH공사의 정보공개 전략이 서울 집값 안정에 어떤 도움을 줄지 관심이 쏠린다.

SH공사는 3월 7일 보유 자산을 공개했다. 국내 공기업 가운데 최초다.

“우리 사회의 투명성을 높이는 데는 고위공직자 못지않게 공기업의 재산 공개도 굉장히 중요하다. SH공사가 서울 시민의 주거복지를 책임지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할 일은 시민들께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3월 7일에 공개한 내용은 SH공사가 보유한 장기전세 주택 3만여 호의 취득가액과 장부가액, 공시가격이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자산 내역을 공개해나갈 생각이다.” SH공사는 김 사장 취임 이후 분양원가 공개를 통한 ‘반값 아파트(토지임대부 주택)’ 공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반값 아파트는 김 사장을 상징하는 서울 집값 안정화 정책 가운데 하나다. 김 사장은 취임 전부터 꾸준히 반값 아파트를 주장하며 “25평 기준으로 강남엔 5억원, 비강남엔 3억원짜리 아파트를 짓겠다”고 밝혀왔다.

독자들에게 반값 아파트의 원리를 설명해달라.

“현재 아파트 분양비에는 토지 임대료도 포함된다. 그 토지가 30평 아파트 기준으로 10~15평 정도 된다. 하지만 거기에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심을 수 없을 정도로 그야말로 유명무실한 토지다. 사실상 없는 토지나 마찬가지다. 현실이 그러니 토지는 SH공사가 보유하고, 건물만 분양하면 3억원이라는, 시세보다 절반 가까운 가격으로 시민들에게 아파트를 공급할 수 있다.”

처음 반값 아파트를 공급하는 지역은 어디로 할 계획인지.

“현재로서는 서울 강동구 고덕강일이 1호가 될 가능성이 높다. SH공사가 소유한 송파구 위례, 강서구 마곡의 일부 토지에도 반값 아파트 공급을 준비 중이다. 아파트뿐만 아니라 다세대 빌라, 단독주택도 건물만 분양하는 방식으로 하려고 한다. 명칭도 반값 아파트가 아닌 ‘100년 주택’으로 할 예정이다. 100년 동안 사용해도 문제가 없는 프리미엄 주택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시민 입장에서는 좋은 아파트를 싸게 살 수 있어 좋고, SH공사 입장에서는 우리의 주인인 시민들에게 좋은 아파트를 공급하면서 한 채당 1억~2억원의 이윤을 남길 수 있어 좋다. 이것이 진정한 윈윈(win-win) 전략 아니겠나.”

일각에서는 반값 아파트가 ‘로또 아파트’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동의할 수 없다.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3억원에 분양받은 반값 아파트가 10억원으로 오르면 7억원의 시세 차익이 발생한다고 걱정한다. 그 사람들의 논리대로라면 SH공사는 시세 차익을 줄이기 위해 아파트를 비싸게 분양해야 한다. 그건 SH공사가 시민들에게 바가지를 씌우라는 말과 다를 바 없다. 제가 SH공사 사장으로 있는 한 결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윤석열, LH 사태 언급하며 카르텔 뿌리 뽑겠다 약속”


▎2020년 11월 김헌동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건설개혁본부 본부장이 정권별 아파트 시세 변화를 설명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2분과는 4월 6일 ‘도심 주택공급 실행 태스크포스(TF)’ 1차 회의를 열어 윤석열 당선인의 반값 주택 공약인 ‘역세권 첫 집’ 20만 호 공급을 위한 논의를 했다. 역세권 첫 집은 김 사장의 반값 아파트와 같이 토지는 임대하고 건물만 분양하는 토지임대부 방식이라 시세의 50~70% 수준으로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목표로 하는 반값 아파트 공급 시점은 언제인가?

“올해 상반기부터 공급을 시작하는 게 목표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시작해달라고 주문하더라. 취임하자마자부터 SH공사가 가진 토지 가운데 대상지를 물색했고, 필요한 절차를 밟아나가고 있다. 기존 아파트 공급 계획을 건물만 분양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작업을 하고 있다. 윤 당선인 공약에도 반값 아파트와 같은 취지의 공약이 들어 있다. 인수위로 파견 간 서울시 공무원과 논의해서 반값 아파트와 윤 당선인 주택 공급 공약을 연결하면 충분히 목표한 시점에 맞출 수 있을 거라고 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치권이 적극적으로 나서줘야 한다.”


▎1월 17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 강남구 서울주택도시공사 본사에서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으로부터 아파트 분양원가에 대한 1 2 브리핑을 받고 있다. / 사진:유튜브 〈서울시장 오세훈〉 캡처
지난해 7월 윤 당선인과 만난 것으로 안다.

“윤 당선인으로부터 갑자기 전화가 와 부동산 분야를 공부하고 싶다고 해서 내 나름대로 자료를 준비해 일요일 만났다. 당시는 윤 당선인이 어느 당에도 속하지 않았을 때다. 3시간 정도 대화를 나눴다.”

어떤 내용의 대화였나?

“먼저 내가 윤 당선인에게 왜 대통령이 되려고 하는지를 물었다. 그러자 윤 당선인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부동산 투기 사태와 같은 이권 카르텔을 우리 사회에서 뿌리 뽑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지난해 3월 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 사건으로 온 나라가 시끄러웠지 않나. 윤 당선인은 자신이 2기 신도시 때 유사한 사건을 직접 수사해봐서 부동산 투기가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잘 안다고 말했다.”

“SH공사가 만드는 변화 지켜봐달라”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은 4월 6일 인터뷰에서 “SH공사가 열심히 만든 성과물을 시민들에게 계속 보여 드리겠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에게 어떤 말을 해줬나?

“윤 당선인이 어떤 부동산 정책을 내놔야 할지 물어서 내가 ‘집 없는 청년들이 집 걱정하지 않게 하는 주택 공급 공약이 나와야 한다’고 했다. 청년원가주택이 공약에 들어가 있는 걸 보면 그때의 대화가 상당히 유의미했다고 생각한다.”

‘청년원가주택’은 ‘역세권 첫 집’과 함께 윤 당선인의 대표적인 주택 공급 공약이다. 입주자가 분양가의 20%만 내고, 나머지 80%는 장기원리금 상환 방식으로 매입하는 형태다. 또 입주자가 5년 이상 거주한 뒤 집을 매각하면 국가가 이를 사들이면서 매매차익의 최대 70%를 되돌려줘 청년들의 자산 형성을 지원한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 사장도 오랜 기간 인연을 맺어온 사이다. 2006년 당시 오 시장은 당선 직후 경실련에서 활동하던 김 사장을 찾아가 부동산 정책에 대해 조언을 구했다. 지난해 4·7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당선된 후에도 오 시장은 김 사장에게 부동산 정책에 대한 조언을 받았다고 한다. 오 시장이 김 사장을 SH공사 사장으로 임명한 이유는 이렇듯 두 사람의 정책적 교감이 두텁기 때문이다. 최근 오 시장은 주거용 건축물의 35층 높이 규제를 없애는 내용을 골자로 한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서울시가 3월에 발표한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서울을 세계 최고의 도시로 바꿔놓자는 게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이다. 오 시장이 1월 17일 SH공사 사옥을 찾아왔을 때 우리 직원들에게 ‘SH공사가 비용을 더 들여서라도 고품질 주택을 지어달라’고 당부했다. SH공사에서는 미국 뉴욕 맨해튼의 허드슨 야드, 배터리 파크와 같은 건축물을 서울에 짓고자 한다.”

일각에서는 건축물의 높이 규제가 없어지면 도시 미관을 해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서울 송파구 신천동에 있는 123층 롯데타워가 대표적인 사례다. 타워가 지어지기 전에는 도시 미관을 저해할 수 있다는 주장이 쏟아졌지만, 지금은 지역의 랜드마크로서 수많은 시민이 찾고 있다. 오히려 높이 규제에 따른 천편일률적인 스카이라인이 도시 미관을 더욱 해칠 수 있다고 본다.”

SH공사의 주인인 서울 시민에게 하고 싶은 말은?

“SH공사가 열심히 만든 성과물을 시민들에게 계속 보여 드리겠다. 이를 가로막는 제도는 과감히 개선해달라고 정치권에 끊임없이 요구하겠다. 제 주장이 틀리지 않았다면 윤 당선인과 오 시장이 잘 받아주실 거라고 믿는다. 그리고 여의도 정치권도 충분히 협조해줄 거라고 믿는다. SH공사가 만드는 변화를 지켜봐달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 글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choi.hyunmok@joongang.co.kr / 사진 최영재 기자 choi.yeongjae@joongang.co.kr

202205호 (2022.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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