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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이노텍 ‘신화’ 이웅범 전 사장이 말하는 리더의 자격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 LG이노텍 CEO 등 35년 LG맨… [LG가 사장을 만드는 법]에 담아
■ 전략적 사고, 경청하는 태도, 유연한 위기 관리 등 성취 위한 조언
■ “그 사람 강점에 어울리는 일 맡기면 자기 역량 100% 발휘할 것”


▎이웅범 전 LG이노텍 사장은 UB’S 컨설팅 대표로서 개인의 강점을 존중하는 코칭을 하고 있다. 사진 SAYKOREA
리더십은 폴로우십이다. 어떻게 조직원들을 감화시킬 수 있느냐가 리더십의 요체다. ‘네(yes)’보다 ‘왜(why)’에 익숙한 MZ 세대의 발언권이 커질수록, 구성원들의 역량을 한계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리더의 설득력과 비전 제시 능력은 중요해진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이웅범(65) LG이노텍 전 사장은 우리 사회가 경청할만한 인물이다.

이 전 사장은 야간 고등학교를 나와 한양대 화학공학과를 거쳐 1983년 반도상사(현 LX인터내셔널)에 입사한 ‘흙수저’였다. 환경을 탓하지 않고 “오직 일로써 성공하겠다”는 정신을 관철했더니, 언젠가부터 조직이 알아주기 시작했다. 2000년 LG전자 임원으로 발탁됐고, 2006년 LG전자 모바일커뮤니케이션 사업본부 부사장까지 올라갔다.

그리고 2010년 LG이노텍으로 전장을 옮겼다. 이곳에서 그는 LG이노텍이 애플 아이폰에 카메라 모듈을 공급하는 사업 파트너로 선정되는 성과를 올렸다. 2013년 일본 샤프를 제치고 애플의 단독 수주를 따냈을 당시에는 ‘두 배 늘어난 수주 물량을 못 맞출 것’이라는 세간의 우려를 깨고 공급에 성공하며 ‘LG의 야전 사령관’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3000억원으로 시작된 애플과의 계약은 2020년 카메라 모듈 매출만 7조원에 달할 정도로 성장했다. LG이노텍의 핵심 캐시카우가 된 것이다. 이 공로로 2014년 LG이노텍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 전 사장은 CEO 커리어의 마지막이었던 2016년 LG화학 사장 시절에는 설비 투자금액의 3분의 1 이상을 2차 전지에 투입하는 결단으로 LG에너지솔루션의 터전을 일궜다. LG에서의 35년 커리어를 마친 뒤에는 2018년 연암공과대학 총장을 역임했다.

구광모 회장 체제에서 LG는 비주력 사업을 정리하고 미래 핵심 사업에 몰입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휴대폰 사업에서 철수했고, 태양광 사업도 정리할 예정이다. 그 대신 2차 전지, 카메라 모듈 등 수익성 높은 사업에 역량을 투입하며 경쟁력을 올렸다. 실제 LG그룹의 상장사 시가총액은 4년 만에 두 배 오르며 삼성에 이어 재계 2위까지 상승했다.


▎이웅범 전 LG이노텍 사장의 통찰이 담긴 [LG가 사장을 만드는 법]. 사진 SAYKOREA
직장인의 숙명은 도전… 주체적이고 자유로워야

“어떤 사람이 LG의 리더가 되는가?”에 관한 화두를 담은 [LG가 사장을 만드는 법]은 이 전 사장이 LG에서 헌신한 35년 인생을 총합적으로 담은 자기 고백이자 이 시대 청춘을 위한 응원가이기도 하다. 그는 ‘LG’를 사례로 들었지만, ‘세상’으로 치환해도 무방할 것이다. “고기가 그물을 찾아오게 만들어라”,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한다”, “따를 줄 아는 자가 이끌 줄도 안다”, “품을 수 있어야 키울 수 있다”, “강점이 곧 경쟁력이다” 등, 이 전 사장이 경험으로 익힌 인사이트는 곧 혁신하는 조직이자 개인이 지향해야 할 지침으로 들린다. 이 전 사장은 “위기란 늘 하나의 질문이다. 당신과 당신이 몸담은 기업의 존재 가치가 무엇이냐는 물음”이라며 “그 가혹한 물음에 답하며 나는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배우 이이경의 아버지로도 알려진 이 전 사장의 좌우명은 수처작주(隨處作主, 어떠한 경우에도 얽매이지 않아 주체적이고 자유로움)다. 어디에서든, 어떤 상황에서든 주인의 마음을 일하는 것이 그 사람의 가치를 결정짓는다는 조언이다. 그는 “가급적 그 사람이 잘할 수 있는 일, 강점에 어울리는 일을 맡기는 권한 이양이 이뤄질 때, 구성원은 자기 역량의 100%를 발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kim.youngjo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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