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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포럼 명사 인터뷰] 김용전 커리어 컨설턴트가 말하는 직장생활 잘하는 법 

“파랑새 찾지 마라… 진정한 성공은 직장과 가정에서 인정받는 것” 

조규희 월간중앙 기자
수직적 문화에서 상호 존중 기반 둔 수평 문화로 직장생활 변화
“사람이 모여 일하는 곳이 직장, 개인 실적만으로 평가할 순 없어”


▎김용전 작가는 3월 31일 월간중앙 인터뷰에서 “승진 실패, 팀원과의 불화 등 실패한 커리어로 이직을 결정하는 것은 누구보다도 본인에게 이롭지 않다”고 조언했다.
'나만 괴롭히는 직장 상사가 있어요’, ‘이번에 들어온 후배가 너무 이상해요’, ‘회사가 나를 알아주지 않으니 이직을 하려고요.’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 경험해보고 생각해봤을 문제다. 100% 완벽한 해답은 없지만, 공통으로 겪는 문제인 만큼 보편성에 따른 대중적 해결 방안도 있을 터다. 20여 년간 커리어 컨설턴트로 직장인의 애환을 상대한 김용전 작가는 결국 ‘사람’을 강조한다. 마주한 불공정한 상황이 자신에게서 기인한 것은 아닌지, 대우받기 위해 누군가를 대우했는지,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행동이 감정에 치우치진 않았는지, 타인에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한 것은 아닌지 등 김 작가는 변화하는 시대에도 결국 나(사람)를 알고 타인(사람)을 이해해야 성공한 직장생활을 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3월 31일 서소문 중앙일보 J빌딩에서 그를 만났다.

‘워라밸’, ‘저녁 있는 삶’ 등 직장생활에서 기대하는 가치가 변하는 것 같다.

“워라밸(work-life balance) 이전에 쓰였던 말이 ‘회사형 인간’이었다. 초고속 승진이 직장생활의 최고의 가치였다. 그때는 ‘직장인의 전설’로 불리는 사람이 회자되고 대우받았다. 대표적인 예가 35세에 건설사 사장에 오른 이명박 전 대통령이다. 최근에는 수직 문화 중심의 회사생활이 수평 문화로 바뀌고 있다. 상호 존중에 기반을 둔 조직생활로 변화하고 있다.”

시대 흐름에 부합하는 변화로 보이는데.

“과도한 수직 문화에서 오는 부정적 측면이 있다. 수평적 관계의 방향성은 옳지만, 우리 사회가 수평 문화를 제대로 받아들이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일각에서는 올바르게 정착하지 않은 아노미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김 작가는 관련한 실제 사례를 들었다. 한 회사에 신입 사원이 입사했다. 그런데 이 직원이 일주일째 선배를 포함해 주변 사람에게 인사를 안 했다고 한다. 일주일 후에 한 직원이 ‘인사는 기본인데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말했더니 신입 사원이 ‘선배, 인사는 누가 먼저 해도 되는 것 아닌가요. 그런 걸 따지시는 걸 보니 선배도 꼰대 같다’고 답했다고 한다.

MZ세대, 상사에게 사과도 디지털 베이스로 고민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으로 사적 모임 최대 인원이 10명,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이 자정까지 완화된 4월 4일 서울 종각역 인근에서 직장인들이 걸어가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사례를 통해 지적하고 싶은 게 무엇인가.

“‘인사는 누가 먼저 해도 되는 것 아니냐’는 말은 맞다. 다만 이 신입 사원의 말에는 함정이 있다.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미처 보지 못해 인사를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학생이 선생님에게, 자식이 부모에게, 어린 사람이 어른에게 먼저 인사를 하는 건 기본이고 예의이며 상식이다. 수직 문화에서 수평 문화로 바뀌어가는데 이 수평 문화의 본질에 대해서 대한민국 사회나 MZ세대가 혼동하는 것 같다.”

MZ세대는 신입부터 중간 관리자까지 회사에 포진해 있다. 이들의 특징이 있다면?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고, 무엇보다 디지털 문화에 강하다. 상급자에게 실수한 MZ세대가 ‘카카오톡’으로 사과해도 되느냐는 질문을 많이 한다. 사과마저도 디지털 베이스로 고민한다. 특히 워라밸 관점에서 MZ세대는 워크보다 라이프에 중점을 두는 선택을 많이 한다. ‘6시 퇴근’을 당연시하며 반드시 지켜야 하는 원칙으로 생각한다. 해야 할 일이 없다면 당연하지만 팀원으로서, 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정시 퇴근을 주장하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워크와 라이프 사이의 밸런스 붕괴다.”

‘라떼(나 때)는 말이야’ 등 소위 ‘꼰대’ 상사도 문제다.

“후배가 어려움을 이야기했거나 선배가 후배에게 조언을 해주려면 어쩔 수 없이 자기 경험을 토대로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이때 주의해야 할 것은 ‘내’ 기준으로만 얘기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야, 우리 땐 말이야. 100m 전에 선배가 보이면 뛰어가서 인사했다’, ‘나는 밤새워서 일을 처리했다’는 등의 이야기는 맞지 않다. 이런 대화법은 ‘me 권법’이라고 부른다. 나를 위한 대화법이란 의미인데, 이보다는 ‘for you 권법’으로 접근해야 한다. 상대를 위한, 상대에게 적합한 대화를 하기 위해 자신의 경험을 소개하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

반대로 하급자·후배는 어떤 태도를 지녀야 할까.

“상급자를 인정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상급자나 선배는 후배가 자신을 인정하고 있는지 아닌지 다 알 수 있다. 존중받으려면 먼저 존중해야 한다. 후배가 인정해주지 않는데 선배가 먼저 인정해주는 게 쉬운 일이겠나. 특히 하급자는 상급자의 직급과 경력이 인품에 비례하지 않는다는 걸 알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에 관해서는 어떠한 후배보다 선배가 더 많이 알고 있다는 기본적인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승진 실패, 팀원과 불화 등 실패한 커리어로 이직 말아야


▎2021년 10월 13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거래소 신입 직원 채용 1차 면접 전형에서 응시생들이 대기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직장 상사가 내 공(결과·결실)을 빼앗는다’는 불만도 많다.

“이 말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직장의 기본은 상사는 부하의 공을 먹고 크는 것이다. 하급자의 업무 완성도가 모여 팀의 결실이 된다. 여러 팀의 결실이 모여 부서나 국의 결과물이 된다. 상급자는 하급자의 결과물을 모아 평가를 받는 것이다. 이러한 직장의 생리를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 다만 이런 기본 구조에서도 상급자가 하급자의 장점을 부각해줘야 한다. 소위 끌어주고 당겨주는 모습이 필요한데 그렇지 않기 때문에 공을 빼앗는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내 실적이 1등인데 또 승진을 하지 못했다. 경쟁사로 이직을 해야 하느냐’는 이야기에 대해서는.

“본인이 생각하기에 실적이 객관적으로 1등인데 2등 내지는 3등에게 승진 자리를 빼앗겼다는 말을 많이 한다. 이런 불공정과 불합리를 더는 참을 수 없기 때문에 경쟁사로 이직을 결심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사례를 접할 때마다 오히려 묻고 싶다. ‘왜 2, 3등이 당신을 제치고 승진했을까?’”

김 작가는 직장은 ‘사람이 모여’ 일하는 곳이라고 조언한다. 단순하게 일만 하는 곳이라면 실적에 따른 승진이 합리적이나 다양한 사람이 모여 일하는 곳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개인의 태도, 성향, 자세는 타인에게 영향을 끼친다. 소위 ‘일도 잘하고, 사람도 잘 아우르는 사람’이 승진에서 유리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김 작가는 “내 일만 잘해도 되지만, 내 일도 잘하고 남의 일도 잘하게 하는 사람이 회사 입장에서는 더욱 원하는 인재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직을 결심할 때 고려할 부분은.

“기본적으로는 한 분야에서 최소 3년, 이직 고민은 최소 3개월을 조언한다. 자신이 맡은 영역을 이해하고 타인에게 인정받기 위해서는 최소 3년이 필요하다. 아울러 이직을 충동적으로 결정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 적어도 3개월은 고민해야 한다.”

‘박수 받을 때 떠나라’는 말도 있다.

“어느 조직에서 박수 받을 때 떠나라는 말은 그 회사에서 성공한 후에 이직을 고려하라는 뜻이다.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한 상황, 즉 승진이 안 돼서, 팀장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등이 솔직한 이직 사유라면 다시 한번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상대 회사도 당신의 이직 사유를 알고 있을 확률이 아주 높다. 실패한 커리어로 이직한다면 무엇보다 자신에게 이롭지 않다.”

‘지금 행복하지 않으면 퇴사·은퇴 후에도 행복할 수 없어’


▎김용전 작가는 3월 31일 월간중앙 인터뷰에서 “진짜 성공한 직장인이라면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인정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직업·직무가 적성에 맞지 않다’는 고민이 많은데.

“이런 물음에 자기 적성이 무엇이냐고 되물으면 답을 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특히 일이 힘들어 적성 핑계를 대는 경우가 대다수다. 적성의 경우 시점의 문제가 있다. 신입 사원이 적성에 맞는 업무를 맡겨달라고 하는 경우는 지양해야 한다. 여러 업무를 경험해보고 자신의 적성을 찾아야 한다. 해보지도 않고 적성 탓을 하는 것은 명분도 없고 자기변명밖에 되지 않는다. 보통은 조직에 순응하고 시간이 흐르면서 자기 적성에 맞는 업무를 찾게 된다.”

‘직장은 돈을 버는 곳이고 퇴사 또는 은퇴 후에나 행복한 일을 하겠다’는 말에 대해서는.

“자신이 보내는 시간에 대한 소중함을 잘 모른다. ‘파랑새 증후군(현재의 일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미래의 막연한 행복만을 추구하는 증상)’의 전형이다. ‘지금’이 행복해야 한다. 지금 하는 일에서 의미와 보람을 찾아야 한다. 지금, 여기에서 잘되고 행복한 사람이 나가서도 다른 일을 잘 찾고 행복할 수 있다.”

지금, 이 순간 행복하기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지금 내가 가진 것이 가장 소중하고 아름답다는 걸 모른다. 99%의 사람들은 다른 곳에서 자신의 행복을 찾으려 한다. 환상을 좇는 격이다. 대다수 직장인의 경우, 본인이 선택해서 들어간 곳이다. 누군가 억지로 시켜서 직업을 찾는 경우는 드물다. 자신이 선택했음에도 불구하고 자꾸 다른 곳에서 의미와 행복을 찾다 보니 자기 일을 낮게 보고 자신이 보내는 시간을 비하하는 경향도 생긴다. 직장생활의 성공은 ‘내 일에서 의미를 찾는 것’이다.”

일에서 의미를 찾았다면 성공한 직장생활이라는 의미인가.

“진정한 의미의 성공이라면 한 가지가 더 있어야 한다. 진짜 성공한 직장인이라면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인정을 받아야 한다. 보통 10년 차 남성 직장인의 경우, ‘그동안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고 승진도 했는데 집에 돌아가면 아이들과 대화도 잘 안 된다. 허탈감을 느낀다’고 하소연하는 경우가 많다. 통상 직장생활과 가정생활을 상호 배치되는 것, 제로섬 게임으로 인식하는데 잘못된 접근법이다. 양쪽에서 인정을 받는다면, 때로는 가정보다 회사 일에 집중하더라도, 회사 업무보다 가족에 충실하더라도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오히려 양쪽에서 응원을 받는다.”

J포럼에서 강연하며 느낀 점이 있다면.

“J포럼 원우들의 태도가 남달랐다. 수업에 진지하게 임하면서 비판적 질문이 많아서 놀랐다. 원우들 대다수가 어떤 조직에서 높은 직급에 있는 분들이 많은 것으로 아는데,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끊임없이 탐구하고 노력해나가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 J포럼은 - 2009년 국내 언론사 중 중앙일보가 최초로 시작한 최고경영자 과정이다. 시사와 미디어·경제·경영·역사·예술 등 각 분야 최고 전문가들의 강좌와 역사 탐방, 문화예술 체험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다. 올해로 14년째를 맞이한 J포럼은 매년 두 차례(봄·가을) 원우를 선발하여 진행된다. 그동안 졸업생 1100여 명을 배출해 국내 최고의 오피니언 리더와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학습과 소통 공간으로 자리를 잡았다.

문의·접수: J포럼 사무국(02-2031-1018), http://ceo.joongang.co.kr

- 글 조규희 월간중앙 기자 cho.kyuhee@joongang.co.kr / 사진 전민규 기자 jeon.minkyu@joongang.co.kr

202205호 (2022.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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