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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이슈] ‘죽음의 조’ 피한 한국, 카타르 월드컵 16강 확률은? 

가나 반드시 잡고, 호날두·수아레스 막아라 

박린 중앙일보 스포츠부 기자
월드컵 2전 2패 우루과이, 벤투 감독 모국 포르투갈과 만나는 대표팀 여정 험난
가나는 귀화 선수 가세하면 전력 강해져… 유연한 빌드업(공격전개) 잘 발현돼야


▎축구 국가대표팀 에이스 손흥민의 포효를 카타르에서 볼 수 있을까. 최악의 조 편성은 피했지만, 만만한 나라는 하나도 없다.
지난 4월 2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조 추첨. 전 카타르 축구 국가대표인 아델 아흐메드 말랄라가 ‘KOREA REPUBLIC’이라고 적힌 조 추첨 용지를 펼치자, 파울루 벤투(53)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한 손으로 턱을 받친 채 생각에 잠겼다. 그의 조국 포르투갈과 한국이 같은 H조에서 맞붙게 됐기 때문이다. 벤투 감독은 “포르투갈을 상대하기 싫었다. 제 감독 커리어에서 경험해 본 일이 아니다. 하지만 스포츠적인 방식으로 준비하겠다. 제 조국은 포르투갈이지만, 한국을 대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FIFA 랭킹 29위)은 포르투갈(8위), 우루과이(13위), 가나(60위)와 H조에 포함됐다. 한국은 11월 24일(이하 한국시각) 오후 10시 우루과이와 1차전, 11월 28일 오후 10시 가나와 2차전, 12월 3일 0시 포르투갈과 3차전을 치른다. 장소는 모두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시티 스타디움이다.

안정환 MBC 해설위원은 “E조에 안 들어간 게 천만다행”이라고 했다. 스페인·독일이 속한 ‘죽음의 조’ E조에는 일본이 들어갔다. 이영표 프로축구 강원FC 대표는 “not bad(나쁘지 않다). 네임 밸류를 봤을 때 3팀이 우리보다 뛰어난 것은 맞다. 다만 포르투갈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내려오는 타이밍이고, 우루과이도 끝자락에서 내려오고 있다. (한국은) 3팀과 역대전적이 5승1무9패다. 물론 열세지만 3팀을 상대로 5승을 거둔 적이 있는 만큼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근본적으로 아주 호의적인 조가 나오기는 사실상 불가능했다. 포트 배정 방식이 ‘대륙별’이 아닌 ‘FIFA 랭킹’ 순이었기 때문이다. 이 정도면 ‘결코 불평할 수 없는 조’라고 생각한다. 다른 아시아 국가들이 각각 어떤 조에 들어갔는지 본다면, 우리 조 편성 운이 그렇게까지 나쁘지 않았음을 인정해야 한다. 포르투갈, 우루과이, 가나 모두 적어도 현재로써는 각 포트의 상위권 팀들이 아니다”고 평했다.

‘최악의 조 편성은 피했다’는 게 공통적인 의견이다. 하지만 만만치 않은 상대들이다. 벤투 감독 역시 “포르투갈과 우루과이가 16강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우리 수준에서 잘하는 것을 넘어 매우 잘 싸워야 한다”고 냉정하게 말했다. 미국 매체 ESPN은 “한국이 H조에서 2승1무를 거두고, 포르투갈에 골득실에 밀려 조 2위로 16강에 오를 것이다. 한국은 전성기의 손흥민(토트넘)과 함께하는 마지막 월드컵일 수 있다. 16강에서는 G조 1위로 올라온 브라질에 0-2로 패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반면 해외 베팅 업체 대부분은 한국이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박문성 해설위원은 “16강 진출 가능성은 49%, 떨어질 확률은 51%다. 49% 희망을 가진 상태에서 51% 긴장감을 갖고, 도전자 입장에서 끝까지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은 2002년과 2010년 월드컵에서 조별리그 1차전에서 승리한 뒤 16강에 진출한 바 있다. 그만큼 첫 단추를 잘 끼우는 게 중요하다. 1차전 상대는 우루과이다. 월드컵 2회 우승국(1930년·1950년)이자, 2010년부터 4강→16강→8강에 오른 전통 강호다. 한국은 월드컵에서 우루과이와 3번째 맞붙게 됐다. 한국은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0-1로 졌고, 2010년 남아공 월드컵 16강전에서 1-2로 패했다.

우루과이, ‘핵이빨’ 수아레스만 있는 게 아냐


우루과이는 카타르 월드컵 남미예선 3위(8승4무6패)로 카타르행 티켓을 땄다. 한때 4연패를 당해 7위까지 추락했다. 그러자 2021년 12월, 우루과이 대표팀에서 15년간 장기 집권했던 오스카 타바레스(75) 감독을 경질했다. 후임에 북중미 챔피언스리그 2회 우승을 이끈 디에고 알론소(47·우루과이) 감독을 선임했다. 이후 4연승을 질주했다. 우루과이 루이스 수아레스(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이번 남미 예선 득점 2위(8골)에 올랐다. 경기 중 상대 선수를 2번이나 물어뜯어 ‘핵 이빨’이라 불리는 선수다. 수아레스와 함께 A매치 122골을 합작한 에딘손 카바니(맨체스터 유나이티드)도 있다. 다만 둘은 어느덧 35세다. 알론소 감독은 세대교체를 통해 신구조화를 이뤄냈다. 공격수 중 한 자리에 포르투갈 벤피카 공격수 다윈 누녜스(23)를 기용했다. 유럽 챔피언스 리그 8강 리버풀전 득점을 포함해 올 시즌 31골을 터트린 ‘신성’이다. 주전 골키퍼도 세르지오 로체트(29·나시오날)로 바꿨다. 중앙 미드필더에 손흥민의 토트넘 동료인 로드리고 벤탄쿠르(25), 레알 마드리드 페데리코 발베르데(24)를 중용했다.

우루과이의 약점은 수비다. 남미 예선 18경기에서 22실점을 했다. 36세 중앙 수비수 디에고 고딘(아틀레치쿠 미네이루)은 하향세다. FC 바르셀로나의 센터백 로날드 아라우호(23)가 대표팀에서는 오른쪽 풀백으로 나서 커버한다. 한준희 해설위원은 “우루과이는 전통적으로 매우 끈질기고 정신력이 강하다. 인내를 가지고 한 방을 노리는 경향이 짙다. 한국은 측면에서 밀리면 안 된다. 공격 전개 시속도와 ‘패스 앤 무브’로 우루과이 수비 조직을 흔들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했다. 손흥민과 황희찬(울버햄프턴)이 상대 측면을 얼마나 흔드느냐, 중앙 수비수 김민재(페네르바체)가 수아레스를 얼마나 저지하느냐에 달렸다.

한국은 2010년 남아공 월드컵 16강전에서 수아레스에 2골을 내주고 1-2로 졌다. 역대 전적도 1승1무6패로 열세다. 가장 최근 대결인 2018년 10월 서울에서 열린 평가전에서 황의조(보르도)와 정우영(알 사드)의 골로 2-1로 승리했다. 우루과이의 알론소 감독은 “H조는 어려운 팀이 몰려있는 정말 빡빡한 조다. 한국은 터프한 상대”라고 경계했다.

가나는 카타르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한 29개국(남은 3개국은 플레이오프로 결정) 중 FIFA 랭킹이 가장 낮은 60위다. 한국이 반드시 잡아야 할 상대다. 가나는 올해 1월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뒤 밀로반 라예바치(세르비아) 감독을 경질했다. 대신 오토 아도(가나) 코치가 임시 지휘봉을 잡았고, 월드컵 예선에서 나이지리아를 제치고 카타르행 티켓을 따냈다. 홈 앤드 어웨이 경기에서 0-0,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원정 다득점에서 앞서 본선에 진출했다.

키 플레이어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아스널의 미드필더 토마스 파티(29)다. 파티는 나이지리아와의 2차전에서 골을 뽑아냈다. 이드리수 바바(마요르카)와 함께 가나 중원을 책임진다. 프랑스 스타드 렌의 윙어 카말딘 술레마나가 공격을 이끈다. 한국은 가나와 상대전적이 3승3패인데,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직전에 미국에서 열린 평가전에서는 0-4 참패를 당했다. 당시 해트트릭을 기록한 조던 아예우(크리스탈 팰리스)가 아직도 뛴다.

1승 제물? 가나 혈통 ‘영끌’ 나섰다


가나는 2006년 월드컵에서 16강, 2010년 월드컵에서 8강에 올랐다. 당시 마이클 에시엔, 설리 문타리, 아사모아 기안 등 황금세대와 비교하면, 현재 전력이 떨어진다. 커트 오쿠라쿠 가나축구협회장은 “가나는 네이션스컵 후 팀을 다시 구축하고 있고 전력이 올라올 것이다. 한국은 예견할 수 없는 경기력을 가진 팀”이라고 말했다.

가나축구협회는 각국에서 뛰고 있는 가나 혈통 선수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기)’에 나섰다. EPL 첼시 윙어로 올 시즌 9골을 터트린 칼럼 허드슨-오도이(22)의 국적 변경을 추진 중이다. 런던에서 태어났지만 아버지가 가나 사람인 허드슨-오도이는 올 초 가나축구협회 관계자와 만나 가나 대표팀 합류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다. 허드슨-오도이는 잉글랜드 국가대표로 A매치 3경기에 출전했지만 가나 대표팀 합류에 문제가 없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21세 이하 선수는 최대 A매치 3경기를 뛰었어도, 대표팀 변경이 가능하도록 규정을 완화했기 때문이다. 또 가나축구협회는 EPL 브라이튼의 측면 수비수 ‘가나계 영국인’ 타리크 램프티를 데려오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스페인 이중국적인 아틀레틱 빌바오 공격수 이나키 윌리엄스, 아스널 공격수 에디 은케티아, 사우샘프턴 수비수 모하메드 살리수 역시 합류를 고려 중이다.

박문성 해설위원은 “가나가 본선에서는 완전히 다른 팀으로 나올 가능성이 존재한다. 선수단과 전력 변화를 면밀히 체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준희 위원은 “가나전은 한국이 반드시 승부를 걸어야만 하는 한판이다. 키워드는 ‘볼 간수’와 ‘빌드업’이다. 가나 중앙 미드필더의 피지컬이 좋다. 한국이 압박받을 때 볼 간수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또 한국이 득점을 터트리기 위해서는 벤투 감독이 추구해 온 유연한 빌드업(공격전개)이 정말로 잘 발현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르투갈은 카타르 월드컵 유럽예선 A조에서 세르비아에 밀려 조 2위에 그쳤다. 유럽 플레이오프에서 터키, 북마케도니아를 꺾고 본선에 턱걸이 진출했다. 포르투갈과 한국이 같은 조에 배정되면서 손흥민과 호날두(37·맨유)의 월드컵 맞대결이 성사됐다. 손흥민은 10대 때 방 안에 호날두 사진을 붙여뒀다. 경기 스타일은 물론 등번호(7번)까지 벤치마킹한 손흥민의 별명은 ‘손날두’다. 손흥민은 “(누군가와 함께할 수 있는) 5분이 주어진다면 호날두를 만나고 싶다”고 말한 적도 있다.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과 맨유의 2차례 맞대결에서 호날두는 3골·1도움을 기록했지만, 손흥민은 침묵했다. 호날두는 2019년 유벤투스 방한 친선경기 때 벤치만 지키는 ‘노 쇼’로 인해 한국 팬들에게 미운털이 단단히 박혀있다. 국내 팬들은 손흥민이 ‘꿈의 무대’에서 호날두에게 설욕해주길 바라고 있다.

포르투갈 맨유맨시티 연합팀, 약점은 감독

벤투 한국 감독은 조국을 상대한다. 2002년 6월 14일 한·일 월드컵 당시 포르투갈 수비형 미드필더 벤투는 한국전에서 풀타임을 뛰었지만 0-1 패배를 막지 못했다. 포르투갈은 16강 진출에 실패했고, 그 경기가 벤투의 A매치 마지막 경기였다. 운명의 장난처럼, 20년이 흘러 벤투는 조국 포르투갈에 칼을 겨눠야 한다. 벤투는 포르투갈 대표팀 감독으로 유로 2012에서 4강행을 이끌었고,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벤투 경질 후 포르투갈 후임 감독이 페르난두 산투스(포르투갈)다. 산투스 감독은 “한국에는 벤투라는 좋은 감독도 있고, 잉글랜드에서 뛰는 유명한 선수들이 많다”고 했다.

포르투갈에는 호날두뿐만 아니라 미드필더 브루노 페르난데스(맨유), 공격수 디오구 조타(리버풀), 미드필더 베르나르두 실바, 측면 수비 주앙 칸셀루, 중앙수비 후벵 디아스(이상 맨체스터시티) 등 EPL 톱 플레이어가 즐비하다. 맨유와 맨시티 연합팀이란 말까지 나온다. 하지만 산투스 감독의 전술이 다소 소극적이고 고전적이어서 선수들의 재능을 충분히 살리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유럽 플레이오프에서는 실바를 중앙 미드필더로 기용해 공격적으로 전술변화를 줬다. 한준희 해설위원은 “포르투갈은 한방을 지닌 선수들이 다수 포진한 강팀이다. 한국이 지속적으로 얻어맞는 흐름이 돼서는 결국 실점할 확률이 높다. 우리는 안정적으로 볼을 통제하는 시간을 최대한 늘릴 필요가 있다. 공격력이 좋은 상대 윙백들과 측면 싸움에서 견뎌야 한다”고 말했다.

- 박린 중앙일보 스포츠부 기자 rpark7@joongang.co.kr

202205호 (2022.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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