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슈

Home>월간중앙>기업이슈

김치·라면·만두… 美 대륙 입맛 잡은 K푸드 

 

최은석 월간중앙 기자
■ 대상·농심·CJ제일제당 美 현지 공장 설립 등 과감한 투자
■ 농심은 2공장 가동, 멕시코 등 중남미 시장 공략에도 속도


▎대상 LA공장 직원과 소비자 패널 등이 미국 현지에서 생산된 종가집 김치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대상(주)
식품업계가 미국 대륙 공략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김치·라면·만두 등의 K푸드를 찾는 소비자가 늘면서 현지 공장 신축 등을 통해 수요에 대응하는 추세다.

대상은 최근 미국에 김치 공장을 완공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LA) 인근 시티 오브 인더스트리에 위치한 대상 LA 공장은 대지 면적 1만㎡(3000평) 규모다. 대상은 약 200억원을 투자해 연간 2000톤의 김치를 생산할 수 있는 제조 라인과 원료 창고 등의 시설을 조성했다. 한국 기업 중 미국에 대규모 김치 생산 설비를 갖춘 첫 사례다. 대상은 자동화 설비와 시설 등을 단계적으로 확충해 오는 2025년까지 미국 식품 사업 연매출 1000억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대상이 LA 공장에서 생산하는 김치는 전통 김치의 맛을 살린 ‘종가 오리지널’ 김치를 비롯해 현지 식문화 트렌드를 반영한 비건(채식) 김치, 백김치, 비트 김치, 피클무, 맛김치, 양배추 김치 등 10종이다. 기존 한국 공장에서 수출하던 제품에 현지 생산 제품을 추가해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혔다. 대상 LA공장에서 생산하는 제품의 주원료인 배추·무·파 등은 모두 현지에서 조달해 사용한다. 대상 관계자는 “수년간의 시장 조사와 연구·개발(R&D)을 통해 전통 김치는 물론 현지화 김치의 맛을 가장 잘 구현할 수 있는 원료를 선정하고 안정적 공급처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대상은 미국을 포함한 세계 40여개국에 김치를 수출하고 있다. 국내 총 김치 수출액의 40% 이상을 차지하며 1위를 기록 중이다. 대상의 종가집 김치 수출액은 2016년 2900만 달러에서 지난해 6700만 달러로 5년 만에 131.0% 증가했다. 지난해 미국 수출액은 1617만 달러로 전년 대비 37.8% 늘었다. 대상은 LA공장 가동을 계기로 미국 현지인이 즐겨 찾는 월마트와 코스트코 등 대형 매장 입점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종가집 김치는 지난해 월마트에 입점한 이후 판매 매장 수를 늘려가고 있다.

임정배 대상㈜ 사장은 “미국 시장은 김치 세계화를 위한 전초기지”라며 “현지 공장을 확보한 만큼 글로벌 물류 대란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현지인의 취향에 맞춘 제품에 대한 R&D 등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북미 이어 중남미 타깃 삼은 농심


▎농심의 미국 LA 제2공장에서 현지 직원이 신라면을 생산하고 있다. 사진 농심
농심은 최근 미국 제2공장을 본격 가동했다. 농심은 이를 통해 미국에서 연간 총 8억5000만 개의 라면을 생산할 수 있게 됐다. 농심 미국 2공장은 미국 캘리포니아 주 랜초 쿠카몽가에 위치한 LA공장(1공장) 바로 옆에 약 2만6800㎡(8100평) 규모로 지었다. 용기면 2개, 봉지면 1개의 생산 라인을 갖췄다. 2공장은 연 3억5000만 개의 라면을 생산할 수 있다.

농심은 미국 2공장에서 신라면과 신라면블랙·육개장사발면 등 시장 수요가 높은 주력 제품을 생산한다. 고속 라인을 갖춘 2공장은 주력 제품의 대량 생산 체제로, 1공장은 다품종 소량 생산 체제로 운영해 시장의 수요에 유연하게 대처할 계획이다. 농심은 이를 통해 2025년까지 북중미 시장에서 연매출 8억 달러를 이룬다는 목표다. 이는 지난해 현지 매출 3억9500만 달러의 두 배 이상이다.

농심은 신라면 등의 제품이 미국 소비자의 주목을 받고 있는 가운데 2공장 가동에 따른 공급량 확대가 시장 공략의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지난해 국내 생산 물량까지 미국 시장에 공급할 만큼 1공장의 생산 능력이 포화 상태였다”며 “2공장이 현지 물량 공급 확대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차재헌 DB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농심은 올해 미국 제2공장의 가동률 상승 등으로 북미지역의 매출이 시장의 예상치를 상회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농심은 2공장 가동을 바탕으로 중남미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낸다. 미국과 가장 가까운 나라인 멕시코가 첫째 타깃이다. 멕시코는 인구 1억3000만 명에 연간 라면 시장 규모가 4억 달러에 달하는 큰 시장이다. 현재 일본의 저가 라면이 시장 점유율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고추 소비량이 많고 국민 대다수가 매운맛을 좋아하는 특성 상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게 농심의 판단이다. 온라인상에서 고기와 건고추, 향신료 등을 첨가해 만든 멕시코식 스튜 ‘비리아’를 접목한 신라면 레시피가 인기를 얻고 있는 것도 긍정적이다.

농심 관계자는 “신라면을 시식한 멕시코인들이 일본 라면보다 훨씬 맛이 좋다고 평가하고 있다”며 “멕시코 시장에서 적극적 영업·마케팅 활동을 펼쳐 5년 안에 톱3 브랜드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K푸드 전도사’ CJ제일제당 비비고 만두


▎CJ제일제당의 미국 비비고 생산 기지 현황. 사진 CJ제일제당
CJ제일제당의 비비고 만두도 미국 시장에서 ‘K푸드 전도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비비고 만두는 2016년 현지 연매출 1000억원을 돌파하며 25년간 시장점유율 1위를 지켜오던 중국 업체를 따돌렸다. 현지 소비자 트렌드를 제품에 반영하기 위해 별도의 R&D 조직 등을 둔 덕분이다. 비비고 만두의 미국 연매출 규모는 4000억원대로 증가한 상태다.

CJ제일제당은 만두피가 두꺼운 중국식 만두와 달리 피가 얇고 채소가 많은 만두소를 강조하며 비비도 만두를 ‘건강식’으로 차별화시켰다. 한입 크기의 작은 사이즈로 편의성을 극대화하는 한편 닭고기를 선호하는 현지 식문화를 반영해 ‘치킨 만두’를 선보이기도 했다. 또한 특유의 향 때문에 한국인에게는 선호가 엇갈리는 실란트로(고수)를 만두소로 활용했다.

CJ제일제당은 2019년 미국 냉동식품 기업 슈완스 컴퍼니를 인수하면서 현지 생산 공장을 21개로 늘렸다. 또한 기존 만두와 면 중심의 비비고 간편식(HMR) 품목을 피자·파이·애피타이저 등 대중적 카테고리로 대폭 확대했다. 월마트·크로거·코스트코 등 미국 주요 유통 채널 3만여 점포에 비비고 브랜드를 입점시킨 것도 이때부터다.

심은주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CJ제일제당은 미국에서 슈완스와의 채널 시너지 효과가 본격화하면서 그로서리 채널에서 빠르게 점유율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며 “시장 내 지배력이 강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은 미국 현지 수요에 대비한 인프라 구축도 마친 상황이다. 지난해 사우스다코타 주에 미국 최대 규모인 약 17만 평 크기의 만두 공장 신축 부지를 확정했다. 또한 콜럼버스와 캘리포니아 보먼트의 기존 공장에 만두를 비롯한 HMR 제품 생산 라인을 증설하고 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세계 최대 식품 시장인 미국에서 비비고 히트 상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것”이라며 “비고가 ‘글로벌 메가 브랜드’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최은석 월간중앙 기자 choi.eunseok@joongang.co.kr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