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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전망] 박스권 증시 탈출 가능할까? 

리서치센터장 10명에게 물었더니… “코스피, 4분기에 3000 이상 회복” 

최은석 월간중앙 기자
“글로벌 증시에 앞서 확인된 저점… 회복 강도도 상대적으로 클 것”
하반기 현대차·기아 주목할 만… 해외 주식 ‘톱픽’은 마이크로소프트


▎5월 10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4.25포인트 (0.55%) 내린 2596.56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가 2600선 아래에서 마감한 건 2020년 11월 30일 이후 17개월여 만이었다. / 사진:연합뉴스
코스피지수가 4개월째 2600~2700선을 맴돌고 있다. 올해 초 3000선에서 2600선으로 급하강한 이후 5월 중순까지 넉 달째 박스권이다. 지난 5월 10일에는 종가를 기준으로 17개월여 만에 2600선을 내주기도 했다. 인플레이션과 미국 중앙은행(Fed)의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p 인상)’ 우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중국 일부 지역 봉쇄 등 주식 시장을 둘러싼 여러 대외 악재 탓이다.

코스피지수는 올 하반기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까? 월간중앙은 10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에게 하반기 증시 전망과 유망 업종·종목 등을 물었다. 결과는 의외로 긍정적이었다. 10명 모두 코스피가 하반기 반등에 성공할 것으로 내다봤다.

10명 모두 “하반기 반등 확실”


코스피지수의 상단 형성 시점은 4분기가 유력했다. 전문가 7명이 10월과 12월 사이에 고점을 찍을 것으로 예측했다. 국내 주식 시장을 둘러싼 악재가 점차 해소되면서 연말께 증시가 다시 반등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 의견이었다.

올 하반기 코스피지수 상단은 3000 이상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코스피 밴드를 제시한 리서치센터장 8명 중 5명의 예측이다. 오태동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과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하반기 코스피지수 상단으로 3000을 예측했다.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과 김승현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가 각각 3100, 3150까지 오를 것으로 관측했다.

유승창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고점으로 3250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유 센터장은 “하반기로 갈수록 중국의 코로나19 봉쇄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우려가 점차 약화하면서 글로벌 공급망 차질 완화와 물가 상승 부담의 개선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세계의 공장’ 중국의 봉쇄 조치가 풀리면 Fed의 긴축 정책의 강도가 다소 약해질 수 있는 데다 중국의 경기 부양책도 기대할 수 있는 만큼 국내 증시도 되살아날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다만 투자자들이 유의해야 할 부분도 있다. 상반기와 마찬가지로 하반기에도 대내 변수보다는 대외 변수가 시장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점이다.

김승현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 하반기는 미국과 유로존이 본격적인 긴축에 들어가는 시기로 그 속도에 따라 자산 가격 전반의 불확실성이 높게 유지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원자재 가격과 생산자물가지수(PPI) 안정에 따른 제조업 전반의 수익성 개선 강도, 원·달러 환율의 하향 안정 여부 등이 한국 증시의 상대 수익률을 결정하는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는 조언이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국내 유망 업종으로 필수소비재·자동차·건설·소프트웨어·조선 등 실적 개선 가능성이 높은 분야를 꼽았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인플레이션의 일부 완화를 가정할 때 하반기 실적 개선 가시성이 가장 높은 업종은 필수소비재”라며 “해당 업종의 영업이익이 올 1분기부터 회복되기 시작했지만 주가는 아직 과거 주가순자산비율(PBR) 가치평가(밸류에이션) 등락 범위 안의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평가했다.

필수소비재 등 실적 개선 업종 유망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은 올 하반기 해외 주식 최선호주로 마이크로소프트를 제시했다. 록히드마틴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함께 우주선을 제작하면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증강현실 헤드셋 ‘홀로렌즈2’를 활용했다. / 사진:마이크로소프트
호텔·레저서비스·미디어·유통 등도 경제활동 재개(리오프닝) 수혜 업종으로 분류됐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어려움을 겪던 호텔·레저서비스 업종은 당장 올해 흑자전환이 기대된다”며 “올해 미디어·유통 등을 포함한 리오프닝 수혜 업종의 전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8.2% 증가하고 내년에도 14.4%로 코스피 대비 영업이익 증가폭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이 꼽은 올 하반기 ‘톱픽스’는 현대차와 기아였다. 리서치센터장 10명에게 하반기 유망주를 각 3개씩 추천하도록 한 결과 기아와 현대차가 각각 3표씩을 받으며 공동 1위에 올랐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현대차는 전기차 대응에서 글로벌 경쟁사 대비 비교적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완성차 생산에 차질을 겪고 있는 독일의 산업 부진에 따른 반사이익도 기대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황승택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기아는 주가수익비율(P/E) 6배 미만의 밸류에이션과 4% 이상의 배당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주가 상태”라며 “환율과 비용 상승 부담에도 판매량 증가와 평균판매단가(ASP) 상승의 믹스 효과로 수익 향상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LG이노텍, SK하이닉스도 2표씩을 얻으며 하반기 유망주로 분류됐다.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1·2·3공장의 안정적 가동률과 환율 효과 등으로 세계 1위 바이오 의약품 위탁생산(CMO) 기업으로 그 위상이 강화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LG이노텍은 DSLR 카메라에 사용되는 줌 기능을 스마트폰에 적용하기 위해 슬림화한 ‘폴디드 줌’ 카메라 모듈을 생산할 수 있는, 세계적으로 몇 안 되는 기업이다. 유승창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LG이노텍은 북미 전략 고객사가 내년부터 폴디드 줌 카메라 모듈의 탑재를 검토하는 등 호재가 많은 데다 자율주행과 메타버스 시장 확대에 따른 수혜도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김승현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메모리 업황의 조기 반등이 가시권에 진입하면서 반도체 업황에 민감한 주식으로 꼽히는 SK하이닉스가 주목받고 있다”며 “D램은 고정거래선 가격이 올 2분기 반등했고 출하량도 증가할 것으로 기대되는 데다 낸드 역시 견조한 수요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 증시는 중국보다 미국이 양호할 것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이 꼽은 올 하반기 국내 주식 ‘톱픽스’는 현대차와 기아다. 지난 3월 17일부터 사흘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전기차 엑스포 ‘xEV 트렌드 코리아 2022’를 찾은 관람객들이 현대차 아이오닉5를 살펴보고 있다. / 사진:현대차
전문가들은 세계적 리오프닝 본격화 움직임에 따른 경기 회복 기대감으로 하반기 글로벌 증시도 오름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제로 코로나’ 정책 시행으로 올해 목표 성장률을 달성하지 못할 수 있는 중국 등 신흥국보다는 선진국 시장에 투자하는 게 유리하다는 조언이 많았다.

오태동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글로벌 경기 회복을 견인하고 있는 미국 주식 시장이 하반기에 가장 안정적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오 본부장은 “Fed의 통화 정책 등에 따른 불확실성이 높지만 이미 금융 시장에 충분히 반영됐고 물가의 피크아웃(정점을 찍고 하강) 시 통화 정책의 정상화 속도도 탄력적일 것으로 판단된다”고 조언했다.

해외 유망 업종으로는 가격 전가력이 높은 정보기술(IT) 등의 인플레이션 수혜 업종, 경기소비재·산업재 등의 리오프닝 관련 업종, 실적 가시성이 높은 빅테크 업종 등이 꼽혔다. 김승현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은 위드 코로나 업종에, 중국은 올해 목표 성장률 달성을 위한 인프라·친환경 업종 등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반기 해외 주식 ‘톱픽’은 5표를 받은 마이크로소프트였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통화 긴축 속도 조절 구간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 등 실적으로 성장성을 확인해주고 있는 주요 기술주의 반등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3표를 얻은 애플과 테슬라에 이어 엔비디아와 존슨앤드존슨도 2표씩 받으며 해외 유망주로 분류됐다.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애플은 새로운 서비스들을 통해 아이폰의 사용 환경을 인터넷과 사진에서 동영상 스트리밍과 화상 채팅, 증강현실로 이동시키고 있다”며 “최근엔 중소형 사업자에 디바이스 매니지먼트 구독 서비스를 지원하는 등 기업 간 거래(B2B)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면서 추가성장이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서철수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테슬라는 인플레이션과 경기 둔화 속에서도 강한 브랜드 파워와 원가 경쟁력을 기반으로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다”며 “테슬라는 완전자율주행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엔비디아는 게임용 그래픽 처리 장치(GPU) 전문 기업에서 메타버스·인공지능(AI) 솔루션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는 곳이다. 서철수 미래에셋증권리서치센터장은 “엔비디아는 중장기적으로도 자율주행과 옴니버스 등 다양한 스토리가 남아 있는 기업”이라고 진단했다.

존슨앤드존슨은 제약·바이오·의료기기·헬스케어 등의 안정적 수익 모델을 갖춘 기업으로 평가된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존슨앤드존슨은 최근 환손실 여파로 올해 매출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면서도 분기 배당은 오히려 확대했다”며 “증시 조정 국면에서도 투자자들에 수익을 안겨주는 대표적 배당주라는 점에서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경기 둔화 가능성 고려한 자산 배분 필요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 투자 전략으로 꼼꼼한 선구안과 위험 관리를 화두로 제시했다. Fed의 긴축적통화 정책에 따라 유동성이 줄어드는 국면에서 주식시장 전반에 걸친 상승보다는 업종·종목 간 차별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지난해가 나무보다 숲을 봐야 하는 장세였다면 올해는 숲보다는 나무를 골라내야 하는 장세”라고 총평했다.

서철수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 하반기 주가 반등은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내년까지 놓고 본다면 하반기를 로테이션 기회로 삼을 필요도 있다”고 조언했다. 유동성 감소에 따른 내년 글로벌 경기 둔화 가능성과 장기적 관점에서 혁신·성장주의 아웃포펌(시장수익률 상회) 가능성 등을 고려한 자산 배분이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서 센터장은 “점진적으로 리오프닝주나 경기 민감주의 비중을 줄여가는 대신 혁신 기술주와 리츠·미국채 등 장기 인컴 자산 비중을 늘리는 일종의 ‘바벨 포트폴리오’를 지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도 “금리 상승과 경기 모멘텀 둔화 등으로 하반기 주식 시장의 상승 여력이 제한적일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며 “기대 수익률을 낮게 잡고 투자 포트폴리오를 압축하는 등 위험 관리를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태동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개별 기업 분석을 통해 시장 수익률을 상회하는 성과를 내려는 투자자라면 향후 경기가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실적 상승을 이어갈 수 있는 기업을 선별하는 접근이 필요하다”며 “더 전문적인 투자자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간접 투자 상품이나 시장 수익률을 복제하는 주가지수 ETF를 활용해 투자하는 방법을 권한다”고 강조했다.

올 하반기 글로벌 증시보다는 국내 주식 시장에 더 주목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었다. 한국 증시의 저점이 글로벌 평균보다 앞서 확인된 만큼 회복 강도도 상대적으로 클 것이라는 예측에서다. 김승현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해외 주식 투자를 통한 포트폴리오 구성은 중장기적으로 중요하고 필요한 부분이지만 상대 수익률 측면에서 국내 증시의 시총 상위 대표주에 대한 투자 비중을 늘리는 전략이 효과적인 시기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 최은석 월간중앙 기자 choi.eunseok@joongang.co.kr

202206호 (2022.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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