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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이슈] 강소 증권사로 올라선 한양증권 성장 비결 

임재택 매직 통했다 취임 4년 만에 영업이익 20배 ‘껑충’ 

최은석 월간중앙 기자
사명만 빼고 다 바꾸며 증권업계 ‘인재 블랙홀’로 돌풍
은둔의 증권사에서 ‘변화와 혁신의 아이콘’으로 존재감


▎서울 여의도 한양증권 본사에서 2019년 5월 22일 열린 ‘브라운백 미팅’에서 임재택(앞줄 가운데) 사장이 극지 마라토너 유동현(앞줄 오른쪽 첫째) 씨 및 직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 사진:한양증권
한양증권이 ‘변화와 혁신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임재택(64) 사장 취임 이후 ‘제2의 창업’이라고 할 정도로 혁신을 통해 탈바꿈한 덕분이다. 한양증권은 본사 사옥 리모델링 등 외적인 변화부터 사업 부문 확대, 우수 인재 영입 등 균형 포트폴리오 구축을 통해 지난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영업이익 1000억원 시대를 열었다. 자기자본 4000억원 초반대의 중소형사임에도 최근 4년간 성장 속도가 가장 빠른 ‘강소 증권사’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임 사장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공로를 인정받아 최근 정기 주주총회에서 3연임에 성공했다. 임기는 2024년 3월까지다.

한양증권은 1956년 증권거래소(현 한국거래소) 출범과 함께 국내 아홉째 증권사로 출범했다. 한양대학교 재단 계열사로, 학교법인 한양학원이 최대 주주다. 1962년 증권업 면허 인가를 받았고 1988년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했다. 1986년 현재의 본사 위치인 서울 여의도 사옥에 자리했다. 한양증권은 전국 영업점이 본사를 포함해 4곳에 불과하고 홍보와 기업 설명회(IR) 등의 대외 활동도 드물어 ‘은둔의 증권사’로 인식돼왔다. 설립 이후 사명을 바꾸지 않은 증권사는 한양증권을 비롯해 신영증권·부국증권·유화증권 등 네 곳뿐이다.

실적 상승 모멘텀은 우수 인재 확보


불과 4년 전만 해도 연간 영업이익이 56억원에 불과하던 한양증권이 20배 이상의 실적 수직 상승을 이룬 비결은 바로 우수 인재 확보에 있다. 그 첫 순서가 임 사장 영입이었다. 한양학원은 한양대 출신에게만 최고경영자(CEO)를 맡기던 관행을 깨고 2018년 임 사장에게 한양증권의 지휘봉을 맡기며 혁신을 주문했다.

임 사장은 1985년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1987년 서울대 경영대학원에서 회계학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쌍용투자증권(현 신한금융투자)에 입사했다. 2010년 아이엠투자증권으로 옮겨 2013년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2015년 아이엠투자증권이 메리츠종금증권(현 메리츠증권)에 흡수합병될 때까지 회사를 이끌었다. 그는 아이엠투자증권 사장 시절 회사가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온 어수선한 상황에도 유능한 인력을 수혈하는 수완을 발휘하며 조직을 이끌었다. 아이엠투자증권은 당시 증권업계 전반이 사업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것과 달리 매년 사상 최대 이익을 냈다.

임 사장 취임 당시 한양증권은 62년 전통과 오랜 업력을 보유한 증권사였다. 업계에서 손에 꼽는 대형사는 아니었지만 크게 위기를 겪던 상황도 아니었다. 임직원들이 변화에 둔감했던 게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이치였다. 낙후된 사무 환경도 문제였다. ‘이런 환경에서 임직원이 자부심을 갖고 생활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갖게 된 임 사장은 사명만 빼고 다 바꾸겠다는 의지로 업무 환경 개선부터 추진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한양학원의 한양증권 본사 리모델링 결정은 결단력을 필요로 하는 일이었다. 당시 한양증권의 한 해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투자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한양학원과 임 사장은 임직원의 업무 효율 개선을 위해 본사 전면 리모델링이라는 과감한 결정을 내렸고 이는 한양증권 대변혁의 출발점이 됐다.

임 사장은 한양학원의 적극적 지원을 등에 업고 우수 인재 영입에 속도를 냈다. 한양증권은 2018년 하반기에 창사 이래 최초로 부동산금융 전담 부서를 신설했다. 부동산금융업계에서 탄탄한 실력을 갖춘 젊은 인재를 적극적으로 채용하며 사업 부문을 확장했다. 부서 단위 영입도 마다하지 않았다. 임 사장이 영입한 인력들은 회사의 성장과 궤를 같이 하며 부동산PF 사업 부문에서 CIC 대표·부문장·본부장 등의 주요 직책을 맡고 있다. 임 사장은 한발 더 나아가 회사에 필요한 능력을 갖춘 인재라면 시공사·감정평가사·회계법인 등 증권업과 거리가 있는 영역에서도 나이와 직급을 불문하고 과감히 채용했다. 한양증권이 증권업계에서 ‘인재 블랙홀’로 떠오른 이유다.

한양증권의 임직원 수는 2018년 215명에서 올해 500명으로 2배 이상 늘었다. 특히 기업금융 부문 임직원 수가 2018년 17명에서 올해 219명으로 13배가량 증가했다. 임 사장의 공격적 인재 영입은 성과로 이어졌다. 2017년 91억원에 불과했던 한양증권 기업금융 부문 영업수익(매출)은 지난해 1692억원으로 18배 이상 증가했다.

본사 건물 리모델링, 회사 만족도 높아져


▎임재택 한양증권 사장은 2018년 취임 직후 임직원의 업무 효율 개선을 위해 본사 리모델링을 추진했다. 사진은 쾌적한 근무 환경을 갖춘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양증권 본사 내부. / 사진:한양증권
한양증권이 업계에서 인재 블랙홀로 불릴 정도가 되면서 임직원들의 회사 만족도도 높아졌다. 직장인 커뮤니티 플랫폼 ‘블라인드’에 따르면 한양증권의 기업 리뷰 평점은 4.0점으로 증권사 중 최상위권을 기록 중이다. 항목별로는 커리어 향상(4.1점), 업무와 삶의 균형(3.9점), 경영진(3.9점)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임직원의 회사에 대한 자부심은 내부 설문조사에서도 드러난다. 한양증권에 따르면 최근 진행한 자체 설문에서 ‘우리 회사는 나에게 기회를 주는 곳인가?’라는 질문에 68%의 임직원이 ‘그렇다’ 혹은 ‘매우 그렇다’고 답했다. ‘우리 회사에서 근무하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는가’라는 문항에는 70% 임직원이 ‘그렇다’ 또는 ‘매우 그렇다’를 택했다. ‘한양증권을 한 단어로 표현하면’이라는 질문에는 ‘기회의 땅’, ‘고속 성장’, ‘혁신의 아이콘’ 등의 표현이 대다수다.

한양증권 관계자는 “한양증권은 부동산, 자산운용, 채권, 기업금융에 이르기까지 전 분야에서 최고의 인재가 오고 싶어 하는 증권사로 자리를 잡았다”며 “아무도 주목하지 않아 우수 인력 채용에 어려움을 겪던 과거에 비하면 엄청난 변화”라고 말했다.

한양증권이 증권업계 인재 블랙홀로 떠오른 데는 임 사장의 기업문화 혁신 노력도 큰 역할을 했다. 임 사장은 2018년 취임과 동시에 임직원과의 소통 강화를 위해 외부 강사를 초청해 이야기를 듣는 ‘브라운백 미팅’과 전 직원이 하나 되는 볼링대회를 진행했다. 본격적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한 건 이듬해부터다. 임 사장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한양증권 기업문화 혁신 태스크포스(TF) ‘파워플랜트’를 가동하면서다.


임직원이 유기적으로 소통하는 기업 문화를 만들기 위해 고민하던 임 사장은 대학 재학 시절 발전소로 불리던 파워플랜트 건물을 떠올렸다. 발전소에서 착안한 한양증권 파워플랜트는 ‘비둘기 우체국’ 등의 프로젝트를 바탕으로 사내 소통을 활성화했다. 비둘기 우체국은 임직원이 선후배와 동료에 릴레이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프로그램이다. 1년 9개월여를 거쳐 2021년 봄에는 비둘기 편지 총 333통이 두 권의 도서 [One Team Magic]으로 출간되기도 했다. 이 책에는 그간 말로 전하지 못했던 응원·감사·위로 등 임직원들의 따뜻한 이야기가 담겼다.

“임직원이 가장 행복한 증권사를 목표로”


▎임재택(가운데) 한양증권 사장과 임직원들이 2019년 3월 4일 새 CI 선포식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 / 사진:임재택(가운데) 한양증권 사장과 임직원들이 2019년 3월 4일 새 CI 선포식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
2020년부터는 신규 입사자의 편지를 일컫는 ‘동행편지’가 배달되기 시작했다. 동행편지는 신규 입사자가 소중한 사람에 대한 감사의 마음과 포부 등을 담아 작성한 편지로, 사내 인트라넷 게시판을 통해 공개되고 있다. 게시된 편지에는 임직원의 환영과 응원의 댓글이 달린다. 아날로그의 역습이라고도 볼 수 있는 한양증권만의 자발적 소통 문화다.

비둘기 우체국과 동행편지로 시작된 한양증권의 소통 문화는 지난해 ‘S.M.I.L.E 캠페인’을 통해 정점에 도달했다. ‘Small Motion Invent Large Evolution(작은 움직임이 이끄는 큰 변화)’의 약어를 담은 S.M.I.L.E 캠페인은 한양증권만의 기업문화로 자리 잡았다. S.M.I.L.E 캠페인의 첫째 역작은 임직원 개인의 고유한 문구를 담은 ‘펜던트’다. 사원증과 출입증을 겸하는 용도의 목걸이인 펜던트는 임직원 간 소통의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한양증권의 모든 임직원은 회사 안팎에서 펜던트를 착용한 채 서로를 식별한다. 펜던트 안에 담긴 개인의 닉네임 문구를 바탕으로 대화를 이어가기도 한다. 임 사장의 펜던트 문구는 ‘행복배달꾼’이다. 한양증권을 ‘임직원이 가장 행복한 회사’로 만들겠다는 뜻을 담았다.

둘째는 ‘스마일러닝’과 ‘인사이트H’로 대변되는 한양증권만의 독특한 글쓰기 문화다. 스마일러닝은 ‘나를 미소 짓게 하는 것들’을 주제로 임직원이 자유롭게 글을 쓰고 다음 주자에게 차례를 넘겨주는 릴레이 형식의 에세이 공유 문화다. 현재까지 에세이 50편이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임직원에게 공유되고 있다. 임직원들은 자신을 미소 짓게 하는 대상이나 경험을 공유하고 상호 간 댓글을 통해 또 다른 소통의 릴레이를 이어가기도 한다. 스마일러닝이 정해진 주제와 ‘배턴 터치’ 형식의 릴레이를 이어가는 것이라면 인사이트H는 자유로운 주제로, 임직원 5명으로 구성된 집필진이 자신의 아이디어와 경험을 공유하는 한양증권만의 생각 공유 플랫폼이다. 집필진은 ‘시작의 기술’, ‘같은 파도는 절대 다시 오지 않는다’, ‘김 부장은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 등 다양한 주제로 자신의 생각을 임직원과 자유롭게 공유한다. 칼럼 총 49편으로 시즌1을 마친 인사이트H는 시즌2도 새롭게 기획될 만큼 임직원의 호응을 얻고 있다.

임 사장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증권사는 아니지만 임직원이 가장 행복한 증권사를 만들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며 “한양증권이 강소 증권사를 넘어 ‘초일류 증권사’로 도약할 수 있도록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 최은석 월간중앙 기자 choi.eunseok@joongang.co.kr

202206호 (2022.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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