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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조명] 400번째 명예 학위 받은 이케다 다이사쿠 국제창가학회(SGI) 회장 

‘세계시민’ 교육에 헌신해온 반세기 노정(路程)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4월 28일, 충북대에서 명예교육학박사 학위 수여식 열려
가치창조 교육 이념으로 개인과 사회의 교류와 연대 강조


▎이케다 다이사쿠 국제창가학회(SGI) 회장은 세계시민 육성을 위해 교육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스스로도 청년들과 어울려 대화하길 즐겼다. / 사진:한국SGI
지난 4월 28일 충북 청주시 서원구에 있는 충북대학교 개신문화관 대공연장. 350여 명이 객석을 가득 메운 가운데 특별한 학위 수여식이 열렸다. 주인공은 일본 소카(創價)대학교를 창립한 이케다 다이사쿠(池田大作) 박사였다. 김수갑 충북대 총장이 이케다 박사에 대한 명예교육학 박사 학위를 직접 수여했다. 94세의 이케다 박사 대신 스즈키 마사시 소카대 총장이 학위기(學位記)를 받았다. 김수갑 총장은 “이케다 다이사쿠 박사님은 세계 각지에 교육기관을 설립해 학생들에게 세계 시민 윤리 함양, 인류 사회 헌신의 책임감 고양을 목표로 인재 육성을 위해 노력하셨다”고 설명했다.

이날 충북대에서 받은 명예박사 학위는 이케다 다이사쿠 박사가 세계 각국 대학에서 받은 명예학술 칭호 중 400번째다. 국제창가학회(SGI)를 창설한 이케다 박사는 ‘세계 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하는 인재 육성’을 모토로 국경을 초월한 인간 교육에 헌신해왔다. 1968년 소카중·고등학교 설립을 시작으로 유치원부터 대학교(일본·미국 소카대)까지 다양한 교육기관을 설립했다. 이케다 박사는 이날 스즈키 소카대 총장이 대독한 답사에서 “참된 교육이란 젊은 한 사람 한 사람이 자기다운 가치창조의 힘을 끊임없이 길러 행복한 인생을 자유자재로 열어가는 것”이라며 “코로나19, 전쟁, 기후변화 등 인류 위기를 타개하고 돌파하기 위해 젊은 인재의 대하를 만들고, 이를 위해 더욱 열린 대화와 상호간 공경하는 문화, 그리고 교육의 교류를 펼쳐가야 한다”고 했다.

지구촌 각지에 교육기관 세워 ‘세계시민’ 육성


▎충북대학교(총장 김수갑)는 4월 28일 이케다 다이사쿠 국제창가학회(SGI) 회장에게 교육학박사 학위를 수여했다. 이케다 회장의 명예학술칭호는 400번째에 이른다. / 사진:한국SGI
이케다 다이사쿠 박사가 일생을 바친 활동 영역은 비단 교육에만 그치지 않는다. 철학자이자 작가, 때로는 교육자와 평화운동가, 불교운동 지도자 등 한 인간의 업적치고는 실로 방대하다. 그가 걸어온 활동의 뿌리에는 각각의 생명이 가진 가능성에 대한 강한 믿음이 있다. 그는 “교육은 인간에 대한 믿음, 인간에게 내재된 풍부한 가능성에 대한 믿음, 그리고 이 가능성을 끄집어내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또한 인류의 평화가 궁극적으로 개인의 번영과 행복으로부터 분리될 수 없다는 확신을 가졌다. 이런 신념을 바탕으로 종교를 초월해 ‘인류의 행복과 평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인간주의에 기초한 교육운동에 매진해왔는데, 그 결정체가 바로 ‘창가교육’이다.

창가(創價)는 ‘가치창조’의 줄임말이다. 창가학회 초대 회장인 마키구치 쓰네사부로가 주창한 개념으로, ‘행복이란 곧 가치를 창조하는 일이고, 행복이야말로 교육의 목적이요, 인생의 목적’이라는 믿음에서 출발한다. 이케다 박사는 마키구치의 사상을 이어받았다. 창가 교육의 목적은 ‘자기 존재의 의미를 찾아내고, 능력을 강화해 어떤 상황에서도 타인의 행복을 위해 공헌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인간을 길러내는 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는 창가학회 운동의 핵심이다.

마키구치의 인간주의 교육관이 태동한 건 1930년 대였다. 당시 일본 사회는 군국주의가 팽배했다. 교육체계와 사회시스템은 집단, 국가를 위해 개인의 희생을 강요하는 게 당연시되던 시절이었다. 마키구치는 군국주의에 반대하며 교육제도를 비판하다 사상범으로 체포돼 옥중에서 숨을 거뒀다.

창가학회 3대 회장에 오른 이케다 박사는 마키구치의 교육사상을 받들어 창가 교육 시스템을 정립했다. 1966년에 소카학원을 설립한 데 이어 1971년 4월 소카대학교를 설립했다. 소카대는 2014년 일본 문부과학성이 주관한 ‘슈퍼 글로벌 대학 창성 지원사업’에 선정되고, 2018년과 2021년 두 차례 중간 평가에서 최고 등급(S)을 따내는 등 빠르게 명문사학의 기틀을 갖췄다.

이케다 박사는 기회가 닿는 대로 학생들과 교류하며 창가 교육의 이념이 학생들에게 올바로 전달되길 바랐다. 그는 “사람은 사람에 의해 만들어진다. ‘진지한 생명과 생명의 교류와 촉발’ 없이 진정한 교육은 있을 수 없다”는 교육 철학이 현장에서 꽃피우는 모습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려고 수시로 학교를 찾았다. 학생들과 만나 우정·예술·인권·문학·사랑·진로 등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나누곤 했다.

창가 교육 철학은 이내 세계로 뻗어 나갔다. 2001년 8월 미국 캘리포니아에 미국소카대학교(SUA)가 문을 열었다. SUA는 현재 학생 수 7500명에 경제학·경영학·법학·간호학·이공계·교양학·문학·교육학 등 8개 학부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제2외국어 습득과 해외연수 프로그램 이수를 의무화하는 등 SUA의 교육과정에는 ‘세계평화와 번영을 진심으로 고민하는 교육’이라는 이케다 박사의 교육 이념이 녹아 있다.

어린이 교육에도 남다른 관심을 보였다. 아이들이 세계 시민으로서 가장 행복한 삶을 영위해갈 수 있도록 하는 교육운동의 일환으로 행복유치원을 건립했다. 국내에선 일본·홍콩·말레이시아·싱가포르·브라질 등에 이어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2008년 서울 동작구에 개원했다.

이케다 박사가 교육운동에 각별히 열정을 쏟아온 건 세계 평화를 건설하는 데 있어 교육 개혁이 가장 밑바탕이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교육은 단지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재능을 개발하기 위해서도 아닙니다. 교육은 인간 정신성의 충만함을 꾸준히, 그리고 확실하게 전달하는 매우 중요한 사업입니다. 교육은 바로 완전한 인간이 되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이 같은 이케다 박사의 말은 이념을 초월해 교육의 사회적 사명을 압축적으로 정의한다.

한·일 우호와 한반도 평화 정착 위한 노력

이케다 박사의 교육운동은 창가교육기관 설립에 국한되지 않았다. 전 지구적 인간주의 교육을 증진하기 위해 그는 세계의 수많은 교육자, 사상가들을 만나 대화하며 끊임없이 진리를 탐구하고자 했다. 1974년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LA캠퍼스에서 시작한 그의 강연은 지금까지 32회에 걸쳐 각국의 주요 대학교와 학술기관에서 전개됐다.

엄혹한 냉전의 시대에도 그는 사상을 구별하지 않고 각국을 돌며 자신의 신념을 전파했다. 1999년 말 이수성 전 국무총리가 회고한 이케다 박사에 대한 일화는 그의 강인한 신념의 단면을 보여준다. “이케다 선생님이 처음 중국에 가셨을 때 여러 방해를 받으셨습니다. 그러나 그때 선생님은 ‘그곳에는 인간이 있다. 그래서 나는 간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진실한 마음’이 없는 사람은 그런 말을 할 수가 없습니다.”

이케다 박사는 1975년 러시아(당시 소련) 모스크바대학교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은 것을 시작으로 반세기에 걸쳐 세계 50여 나라의 유수 대학에서 그에게 수여한 400개의 명예학술칭호는 이케다 박사의 사상과 활동의 영향력을 보여준다. 국내에서도 충북대 외에 경남대, 북학대학원대학교, 국립부경대, 충주대(국립한국교통대), 국립한국해양대, 동아대, 국립창원대, 국립제주대, 경희대 등 19개 대학에서 이케다 박사를 명예박사 또는 명예석좌교수로 예우했다.

한·일 양국 우호에 대한 관심도 각별했다. 이케다 박사는 한국을 ‘문화대은(文化大恩)의 나라’이자 ‘형님의 나라’, ‘스승의 나라’라고 여러 번 말할 정도로 한국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다. 이케다 박사의 역사관은 군국주의 교육에 반대했던 창가교육의 뿌리와 연결된다. 그는 일본이 가진 문제를 확고한 철학의 부재와 국가주의라는 왜곡된 교육에서 원인을 찾았다. 한·일 간 올바른 역사관 정립과 한반도 평화 실현 방안, 재일(在日) 한국인 참정권 부여를 주장했다.

이케다 박사는 국제창가학회(SGI) 결성일을 기념해 1983년부터 매년 평화제언을 발표해오고 있다. 그중에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방향과 해법도 여러 번 있었다. 남북정상회담 개최(1985년), 상호불가침 및 부전(不戰) 서약(1986년),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1986년), 이산가족을 위한 재회교류센터개설(1994년), 남북을 잇는 철도·도로 개설 등 사업 추진에 의한 신뢰관계 구축(1995년), 한·중·일 우호 청년 교육교류 추진(2005년), 6자회담을 통한 북핵 문제 해결과 동북아 비핵지대 설치(2008년), 한·중·일 환경 협약제도 마련(2016년) 등이 주요 제언들이다. 그중 일부는 훗날 현실화하기도 했다. 이케다 박사의 예지(叡智)와 선각(先覺)이 구호에 그치지 않음을 보여주는 증표가 아닐까.

-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202206호 (2022.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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