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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OM UP] 6년 만에 열린 프로복싱 신인왕 선발전 현장 

생애 단 한 번의 기회를 향해 어퍼컷! 

정준희 기자
16일 MBC 프로복싱 전국 신인왕전에 60여 명 출전
7체급에서 신인왕 탄생… 내일의 챔피언 위해 구슬땀


▎16일 서울 중구구민회관에서 열린 프로복싱 신인왕전 라이트급 결승전에서 심판이 우승자인 한영준(왼쪽 첫째) 선수의 팔을 들어 올리고 있다.
불끈 쥔 주먹은 인류 최초의 무기이면서 최후의 저항 수단이다. 두 주먹만으로 겨루는 복싱은 그런 원초의 욕망을 자극한다. 그 어느 격투기보다 특별한 매력이 있지만, 요즘엔 종합격투기 등에 밀려 인기가 시들하다. 선수들의 기량을 확인할 수 있는 크고 작은 대회조차 맥이 끊길 위기에 처했다. 이런 어려움 속에 세계 챔피언 등용문인 MBC 프로복싱 전국 신인왕전이 6년 만에 열려 지난 16일 결승전까지 마쳤다. 대회를 기다렸던 선수 60여 명이 출전해 모두 7체급에서 경기를 치렀고 각 체급 신인왕이 탄생했다.

“…파이트!” 링 위에서 물러설 곳은 없다. 두 선수가 주저 없이 서로를 향해 달려든다. 코치와 가족, 친구의 응원이 메아리가 돼 경기장을 가득 메운다. 잽, 스트레이트, 훅! 선수들이 격렬하게 주먹을 날릴 때마다 땀과 피가 링에 흩뿌려진다. 어느새 6라운드가 끝나고 승패가 결정되는 순간이다. 심판이 승자의 손을 번쩍 들어올린다. 라이트급의 한영준(19) 선수다.

“챔피언은 몇 번이고 도전할 수 있지만, 신인왕은 인생에서 단 한 번만 받을 수 있는 상이잖아요. 그래서 더 따고 싶은 타이틀이었어요.” 올해 성인이 된 한 선수는 고등학생 때 프로에 데뷔해 이미 4전을 치렀다. 그는 신인왕 타이틀을 위해 ‘스무 살의 특권’을 포기했다. 성인이 된 친구들이 자유를 만끽할 때 더 깊게 복싱에 파고들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일과 운동을 병행했지만 불평하지 않았다. 퇴근하면 체육관으로 직행해 구슬땀을 흘렸다.

세계 무대를 꿈꾸는 미들급 신인왕 박찬규(22) 선수는 경남 거제에 있는 체육관 소속이다. 신인왕전이 열리는 서울까지 5시간 거리를 달려와 세 번의 경기를 치렀다. 결승전에서 안와부상을 입어 두 눈이 퉁퉁 부은 채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이 경기장에 간절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하지만 조금이라도 더 간절한 사람이 결국 이깁니다.” 그는 이번에 실패하면 전업 선수를 그만둘 각오였다고 했다. 신인왕이 된 박 선수는 여전히 매일 새벽과 오전, 오후 세 차례 훈련하며 다음 경기를 준비하고 있다.

극한의 훈련과 혹독한 체중 감량, 치명적인 부상 위험까지 감수해야 하는 복싱. 예전처럼 부와 명예가 보장되지도 않지만, 신인왕들은 오직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싸운다. “정말 지친 순간에 한 번 더 주먹을 뻗으려고 안간힘을 써요. 그 순간에 다른 누군가가 아닌 스스로에게 인정받는 것 같아요.” 오늘의 신인왕도 언젠가 그가 쓰러트렸던 선수처럼 패배를 맛볼지 모른다. 사각 링은 모두에게 공평하기 때문이다. 노력하는 모두가 내일의 승자다.


▎라이트급 결승전 마지막 라운드에서 한영준(오른쪽) 선수가 김송준 선수에게 스트레이트를 적중시키는 순간.



▎프로복싱 신인왕전 결승전의 첫 번째 경기인 플라이급 대진이 시작된 16일 오후 서울 중구구민회관.



▎결승을 사흘 앞둔 13일 저녁 인천 부평구에 있는 한 체육관에서 한영준 선수가 줄넘기를 하고 있다.



▎박찬규 선수가 미들급 결승 경기 전 선수 대기실에서 주먹에 붕대와 반창고를 감고 있다.



▎스파링을 마친 한영준 선수가 샌드백 훈련을 하고 있다.



▎복싱 링의 바닥 매트에 선수들이 흘린 피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상대방의 박치기에 안와부상을 입은 채 우승 트로피를 받고 있는 박찬규 선수.
- 사진·글 정준희 기자 jeong.junhee@joongang.co.kr

202206호 (2022.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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