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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뉴스가 전하지 못하는 전쟁의 진실이 여기 담겼다 

 

이민준 월간중앙 인턴기자

2월 24일 새벽, 대기를 찢는 폭음과 함께 모든 일상이 무너졌다. 러시아가 “나치즘으로부터 해방하고 정화한다”는 명목을 내세워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무슨 일인지를 채 깨닫기도 전에 피난을 준비하던 우크라이나의 어머니들이 처음 한 것은 아이들의 흰 팔에 이름, 생년월일과 전화번호를 적는 것이었다.

아이의 팔을 붙잡은 것은 작가인 올가 그레벤니크도 마찬가지였다. 폭격 전날 남편과 장난꾸러기 아홉 살 아들, 네 살배기 딸과 함께 수제버거를 배불리 먹고 달콤한 꿈에 빠졌던 그는 환상적인 그림체와 아름다운 색감으로 수만 명의 SNS 팔로워를 매혹시킨, 촉망받는 그림책 작가였다.

전쟁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자 마침내 작가는 우크라이나를 떠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계엄령으로 출국할 수 없는 남편, 외조부모를 모셔야 하는 어머니를 조국에 남겨둔 채였다.

그때 작가의 손에 들린 연필과 노트가 불안감과 공포, 슬픔과 죄책감을 풀어낼 수 있는 유일한 세상이었다. 작가는 연필만으로 그려낸 거친 스케치와 함께 피난민들이 겪는 참상을 그대로 전해왔다. 방공호에서 도시가 무너지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피난민들, 어렵사리 구한 분필로 벽화를 그리는 아이들의 모습이 작가의 손을 통해 우리나라로 도착했다.

폴란드를 거쳐 불가리아에 난민 자격으로 머무는 작가는 오늘도 고향 하르키우의 소식을 기다린다. 우크라이나 현지에서 긴박하게 전해져 온 메시지를 읽고 싶다면 일독을 권한다.

- 이민준 월간중앙 인턴기자

202206호 (2022.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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