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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복거일 소설 ‘이승만’ | 물로 씌여진 이름 (제1부 광복) 

제21장 얄타 (15) 

1950년 2월 9일 웨스트버지니아의 휠링에서 조지프 매카시 상원의원이 한 연설은 심각하고 극적이었다. 국무부에 57명의 공산주의자가 근무하고 있다는 폭로는 심각한 정치적 행위였으니, 그것은 의회에서 나올 법한 얘기였지 작은 광산 도시의 여성 공화당원들 앞에서 한 연설에 나올 만한 내용은 아니었다. 그런 폭로가 아무런 예고 없이 나왔고 이내 거센 논란을 불렀다는 점에서 그것은 극적이었다.
매카시의 연설은 우발적 사건이 아니었다. 그것은 여러 해 동안 미국 사회에서 형성된 정치적 지형과 기류들이 어울려서 일어난 현상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공산주의 세력의 거센 확산에 자유주의 국가들이 잇달아 무너지는 위기를 맞았는데, 트루먼 정권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인식이 널리 퍼졌다. 매카시는 트루먼 정권이 그렇게 실책을 거듭하는 이유를 간명하게 설명했다. “적은 우리 내부에 있다.” 당연히 그의 설명은 폭발적 호응을 얻었다. 사정이 그러하므로, 1950년대 전반에 미국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정치가들 가운데 한 사람인 매카시가 혜성처럼 나타나게 된 과정을 살피려면, 여러 해를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전략사무국(OSS)의 분석관 케네스 웰스(Kenneth Wells)는 1945년 1월 26일자 [아메라시아]에 실린 글 한 편이 자신이 1944년에 타이에 관해서 쓴 보고서와 거의 동일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OSS 요원들은 [아메라시아] 발행인 필립 재프(Philip Jaffe)의 뉴욕 사무실에 몰래 들어가서 살폈다. 그들은 그곳에서 수백 건의 미국 정부 문서들을 발견했는데 다수는 ‘비밀’이나 ‘대외비’ 도장이 찍힌 것들이었다. 게다가 그곳엔 정교한 촬영 장치가 있었다. [아메라시아]는 사진을 싣지 않는 잡지였으므로, 이것은 시사하는 바가 있었다. OSS 수사 요원들은 이 문서들이 여러 부서에서 작성되었지만, 대부분은 국무부를 거쳤다는 것을 밝혀냈다. 그래서 OSS는 국무부에 이 사건을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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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호 (2022.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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