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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지방선거 르포] 선거상황실서 지켜본 김동연의 막판 대역전극 

 

이승훈 월간중앙 기자
■ 출구조사 0.6%p 열세에 캠프 내 탄식 흘러나와…이재명 우세엔 환호성
■ 김동연, 2만7000표 열세 속 막판 스퍼트…김은혜 측, 역전 당할까 ‘불안’
■ 0.14%p 차로 ‘당선 확실’…“도와 도민의 발전과 삶의 질 향상 위해 헌신”


▎김동연(왼쪽에서 2번째) 경기도지사 당선인과 정우영(오른쪽에서 3번째) 여사가 당선을 확정 짓고 캠프 관계자들과 맞잡은 손을 들어 올려 보이고 있다. 중앙포토
6·1 전국동시 지방선거 최대 분수령이 된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대접전 끝에 0.15%, 8913표 차로 승리를 거뒀다. 개표율 99%까지 우위를 가늠할 수 없었던 상황 속에서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를 추격했던 김동연 후보는 오전 7시 4분경 승리를 결정지었다. 10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백중지세였던 경기지사 선거를 양당 선거상황실을 오가며 현장 취재했다.

“10! 9! 8!…”

6월 1일 19시 30분, 경기도 지역구 의원들은 수원시 팔달구에 위치한 김동연 후보 선거캠프에 모여 출구조사 발표 카운트다운을 셌다. 출구조사 결과는 지상파 3사 ‘김은혜 49.4%·김동연 48.8%’, JTBC ‘김은혜 49.6%·김동연 48.5%’로 각각 발표됐다. KBS에 따르면 해당 출구조사 결과는 본 투표일 진행된 조사와 사전투표 표본 3만여 명을 대상으로 한 ARS 여론조사를 반영했다고 밝혔다.

결과 발표 순간, 김동연 캠프 내에서는 긴 탄식이 흘러나왔다. 경기도는 물론 대전·세종에서 경합 열세였기 때문이다. 김동연 후보는 김은혜 후보에게 0.6%p 차로 지는 결과가 나왔다.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승리가 점쳐지자 박수와 환호가 나오기도 했지만, 선거 전체 판도는 지는 모양새였다. 이를 두고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이재명이 민주당 다 죽이고 혼자 산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김포공항 이전 발언 등으로 전국단위 선거에 악영향을 끼친 데 대한 비판이었다.

밤 11시, 캠프 관계자들이 잠시 자리를 비웠을 때, 두 후보의 차이는 2%p에서 점차 좁혀 들기 시작했다. 이후 새벽 2시 김동연 후보가 0.8%p 차까지 따라붙었지만, 역전은 이뤄지지 않았다.

김은혜, 새벽녘 표차 벌리며 ‘당선유력’ 뜨기도


▎6월 2일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가 선거상황실에 도착해 경기도지사 선거 패배 승복 선언을 하고 있다. 경기도사진공동취재단
2일 새벽 2시 40분경, 김동연 후보의 추격 속도가 주춤해지고 더는 득표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었다. 수원시 장안구 김은혜 후보 캠프에서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성이 터져 나왔다. MBC가 김은혜 후보의 ‘당선 유력’을 발표한 것이다. 두 후보 간의 격차는 2만1000표까지 줄어들었다가 김은혜 후보가 다시 한번 차이를 벌리기 시작했다.

4시 9분, 현장의 취재진도 서서히 눈꺼풀이 감기기 시작할 무렵. 김은혜 후보가 2만7000표 차이로 우세한 가운데 김동연 후보는 다시 한번 강력하게 스퍼트를 걸기 시작했다. 적게는 수백에서 크게는 천 표 단위로 큼직하게 간격을 좁혀가는 김동연 후보의 추격세에 김은혜 캠프는 개표방송을 보며 김은혜 후보가 조금이라도 표를 더 많이 획득하면 큰 함성과 박수로 응수했다. 혹여라도 역전당할까 불안함을 떨쳐내려는 듯한 모습이었다.

4시 55분, MBC 선거 방송에서 김은혜 후보의 ‘유력’ 표시가 사라졌다. ‘당선 유력’은 당선 확률 95%일 때 붙는 만큼 격차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김동연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은 아니었다. 김은혜 캠프 관계자는 현재 개표 상황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두고 봐야 안다”며 말을 아꼈다. 반면 김동연 캠프는 분위기가 점차 고조되고 있었다. 한 캠프 관계자는 “아직 개표가 많이 진행되지 않은 부천에서 (김동연 후보가) 유리한데, 여기서 역전이 나올 거라 믿고 있다”고 했다. 실제 마지막까지 개표가 활발하게 진행된 시흥·화성·부천시에서 김동연 후보가 김은혜 후보를 큰 격차로 이겼다. 세 도시 모두 다른 시·군 대비 인구수가 많은 곳이었다. 특히 부천은 맹추격의 발판이 됐다. 남은 표차는 8000여 표로 좁혀졌다.

표차 289표, 개표율 96.6% 넘어 김동연 첫 역전


▎새벽 5시 32분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를 처음으로 역전하자 김 후보와 선거캠프 관계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중앙포토
5시 32분, 개표가 96.6% 진행된 가운데 김동연 후보가 김은혜 후보를 처음으로 역전했다. 표차는 단 ‘289표’. 개표 시작 후 단 한 번도 우위를 놓치지 않았던 김은혜 후보가 2위로 밀려나는 순간이었다. 김동연 캠프는 에어컨도 무용지물이 될 만큼 달아오른 분위기 속에서 김동연 이름 석 자를 연호하며 후보를 캠프로 불렀다.

5시 40분, 김동연 후보가 캠프 상황실을 찾았다. 들뜬 분위기 속에서 김 후보 부부는 차분하게 앉아 개표 방송을 시청하며 상황을 관망했다. 이에 덩달아 캠프 관계자들도 자세를 고쳐잡는 모습을 보였다.

6시 45분, 김동연 후보 이름 석 자 옆에 유력 마크가 찍혔다. 개표가 99.2% 진행된 가운데 김동연 후보는 49.1% 득표, 0.2%p 차로 김은혜 후보를 따돌렸다. 이후 개표기가 고장 나며 수개표로 진행돼 상당한 시간이 지연되기도 했다. 김동연 후보는 ‘당선 확실’ 발표까지 차분히 기다렸다가 당선 소감을 발표하기로 했다.

7시 4분, 8000여표 0.14%p 차로 김동연 후보의 ‘당선 확실’이 발표됐다. 김동연 후보는 “오늘의 승리는 저 김동연 개인의 승리가 아니다”라며 “오로지 경기도와 경기도민의 발전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헌신하고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은혜 후보는 이보다 약간 앞선 시간, 먼저 승복 선언을 했다. 접전 끝에 패한 그는 “최선을 다했지만 부족함으로 승리하지 못했다”며 “김동연 후보에 축하 인사를 드린다. 도 발전에는 여야 없이, 윤석열 정부와 협치해 좋은 도정으로 도민께 보답해 드리길 부탁한다”고 밝혔다.

김동연 경기지사 당선인은 선거캠프를 돌며 동지들과 포옹하고 기쁨의 눈물을 나누며 당선을 만끽했다. 이후 10시경, 김동연 경기지사 당선인은 수원 인계동에 위치한 현충탑을 참배하며 당선자로서 첫 일정을 시작했다.

- 이승훈 월간중앙 기자 lee.seungho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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