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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에 선 암호화폐... 바닥이 어딜까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 美 연준 ‘자이언트 스텝’에 비트코인 심리 저항선 2만 달러 붕괴
■ “추가 하락 불가피” 신중론 우세 속 “바닥 손바뀜” 낙관 전망도


▎비트코인이 19일 한때 1만7622달러까지 추락했다.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의 비트코인 차트. 바이낸스
암호화폐가 연일 곤두박질치면서 투자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역대 최장 기록인 12일 연속 하락세를 멈추고 반등에 성공했지만, 시장 상황은 여전히 하락 추세를 가리키고 있다.

암호화폐 대장 격인 비트코인은 20일 오전 9시 기준 세계 최대 거래소인 바이낸스에서 2만500달러대에 거래되고 있다. 전날에는 1만7622달러까지 추락했다. 이는 2020년 12월 수준으로 돌아간 가격이다. 심리적 지지선인 2만 달러와 1만8000달러가 무너지자 투매 물량이 쏟아졌다. 암호화폐 시가총액 2위인 이더리움도 주말에 1000달러가 무너지며 880달러대까지 밀렸다가 19일 1120달러대로 회복했다.

공교롭게도 비트코인이 1년 6개월 만에 최저점을 기록한 이 날 미국 증시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다우지수는 3만 달러 선이 붕괴했다. 이는 2020년 12월 6일 처음 3만 달러를 돌파했던 때로 돌아간 것을 의미한다. 다만 당시는 상승장이었지만, 이번엔 하락장이란 게 다른 점이다.

전문가들은 세계 경제 상황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강력한 금리정책을 암호화폐 하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다. 연준은 지난 15일 기준금리를 0.75% 인상해 1.5~1.75%포인트 수준으로 올렸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7월에도 0.75%포인트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인상이 시장의 유동성을 축소하면서 실물로서 가치가 거의 없는 과잉자산으로 분류되는 암호화폐가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한 암호화폐 전문가는 “시장에 유동성이 넘쳤던 지난해 11월 비트코인이 사상 최고점(7만 달러)을 찍었던 것을 떠올리면 유동성 회수가 끝나기 전까지 반등을 기대하는 건 기적을 바라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루나 사태로 탈중앙화금융(Defi) 신뢰 무너져

또 다른 이유로는 루나(LUNA)·테라(UST) 사태가 촉발한 탈중앙화금융(Defi)의 구조적 결함을 꼽는다. 디파이는 기존의 제도권 금융시스템을 벗어나 제삼자가 개입하지 않고 블록체인 기술로 구현되는 금융 서비스를 말한다. 제도권 금융 시스템에선 환율 변동과 자산 가격 변동, 물가 변동 등의 상황에 은행과 기관 등이 시장에 개입하지만, 디파이는 정해진 룰과 시스템에 따라 자동으로 거래가 이뤄질 뿐 인위적 조정을 하지 않는 게 특징이다. 루나 사태는 예상을 뛰어넘는 시장 변동에도 인위적 통제가 불가능하다 보니 악순환이 반복된 사례다. 달러와 가치를 연동한 스테이블 코인의 안정성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서 다른 디파이 프로젝트와 대형 투자사들로 위기가 번졌다.

대표적으로는 루나 사태 이후 파산 위험까지 이르른 셀시우스 사태가 있다. 암호화폐 대출플랫폼인 셀시우스는 시장의 불안감이 확산하면서 대규모 예금인출(뱅크런) 사태가 빚어졌다. 셀시우스는 플랫폼 붕괴를 막기 위해 인출과 계좌거래 중단이란 극약처방을 내렸다. 이는 다시 공포를 키웠고, 더 큰 패닉 셀로 이어졌다.

암호화폐업계의 큰 손인 마이크로스트래티지도 비트코인이 2만 달러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마진콜(증거금 추가 납부 요청) 위험에 도달했다. 나스닥 상장사인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2020년부터 비트코인을 적극적으로 투자해왔다.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13일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비트코인 투자 손실액이 1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투자 규모는 39억7000만 달러에 달한다. 지난 1분기 기준 이 회사의 비트코인 평균 투자 단가는 개당 3만700달러다. 암호화폐 헤지펀드인 쓰리애로우캐피털(3AC)도 큰 손실을 기록하면서 자산 매각이나 회사 매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바닥 쳤다” 반등 기대감도 솔솔


▎일론 머스크는 암호화폐가 일제히 하락한 19일 “나는 여전히 도지코인을 지지한다”는 트윗을 올렸다. 이후 도지코인은 22% 급등했다. 일론 머스크 트위터
희망적인 전망도 있다. 지난 15일과 19일 모처럼 강한 매수세가 유입된 것을 바닥 확인의 신호로 보는 분석가들이 많아졌다.

암호화폐온체인데이터분석 기업인 글래스노드는 트위터에 올린 시장 분석에서 최근 3일간 비트코인 역사상 가장 규모가 큰 73억2500만 달러의 손절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또 같은 기간 55만5000개의 비트코인이 1만8000~2만3000달러 사이에서 거래되면서 손바뀜이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장기 보유자와 채굴자들이 손실을 견디지 못해 패닉 셀에 나서면서 새로운 투자자들이 물량을 받아가고 있다고 봤다. 글래스노드는 “어제(19일) 비트코인이 1만7700달러까지 하락했을 때 여전히 수익권인 물량은 전체 공급 물량의 49%”라며 “역사적으로 하락장의 바닥은 공급 물량의 40~50%만 수익을 낼 때”라고 밝혔다. 과거 데이터에 비춰 바닥에 근접했다는 신호라는 분석이다.

미국의 헤지펀드 판테라캐피털의 파트너인 폴 베라디타킷도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이 기관 투자자들이 매수 기회를 보는 바닥 근처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알트코인인 도지(DOGE)를 지지하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도 19일 오후 자신의 트윗을 통해 “나는 도지코인을 계속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의 트윗 이후 도지코인은 전날보다 22% 폭등했다.

다만 시장 상황에 대해선 여전히 신중론이 우세하다. 미국의 암호화폐 전문 매체 [코인데스크]는 19일의 반등을 두고 “베어마켓 랠리(하락장에서 일시적인 상승 현상)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 매체는 연준이 다음 달 추가로 금리를 인상할 경우 암호화폐가 다시 폭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코인데스크가 분석한 비트코인 지지선은 1차 1만7000달러, 2차 1만2000달러다.

-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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