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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A의 핫피플 & 아트(2)] 기업 경영에 예술을 접목한 최성규 ILT 대표 

사진으로 사람과 사람을 잇는 ‘포토그래퍼 CEO’ 

사진으로 깨달은 예술의 매력을 직원·고객들과 나누려 창의적 시도
삭막한 작업장·상업공간이 전시·공연 어우러진 예술공간으로 탈바꿈


▎최성규 ILT 대표이사는 ‘사진찍는 CEO’로 유명하다. 그는 예술을 경영에 접목해 직원과 고객이 만족하는 행복 경영을 추구한다.
최성규 대표는 직원들 사이에서 ‘사진 찍는 CEO’, ‘예술을 사랑하는 CEO’로 통한다. 매년 직원들 사진으로 달력을 만들어 선물 하는 것으로 유명하고, 아이엘티(ILT)와 벨라시타(BELLACITTA) 등을 운영하면서 오래전부터 기업 경영에 예술을 접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0년, ILT에서 알루미늄 기반 제조 사업을 시작할 당시만 해도 여느 제조 현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취임 후, 자칫 삭막하게 느껴질 수 있는 제조업 특성을 고려해 분위기 개선에 주력했다. 유명인의 예술 작품을 걸거나, 최 대표가 직접 찍은 직원들 사진과 풍경 사진들을 걸었다. 뿐만 아니라 유럽에서 공수해온 엔티크 가구를 곳곳에 배치해 흡사 전시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인테리어도 신경을 썼다. 단순히 일하는 환경이 아니라, 함께 교감하며 오래 머물고 싶은 환경을 조성했는데 예술을 접목한 경영철학이 사내에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왔다.

그가 사진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프랑스에서 유학할 때다. 사진의 종주국인 만큼 접할 기회가 많았다. ‘결정적 찰나’를 포착한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Henri Cartier Bresson, 1908~2004)의 흑백사진과 다큐멘터리 사진에 매료되어, 흑백 암실을 만들고 필름 현상과 인화를 하면서 유학 생활의 외로움을 달랬다. 그렇게 갈고 닦은 실력으로 직원들 사진을 찍었다. 반응이 좋았을 것 같지만 처음에는 반감도 많았다. 오랜 기간 사진을 찍게 되면서 친밀도가 높아졌고, 점차 호응이 좋아 2008년에 시작한 달력 제작은 지금까지 하고 있다. 예술의 가장 큰 가치가 ‘나눔’이듯, 기업 경영 또한 다를 바 없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지속할 생각이다.

직원들 사진 외에도 시간이 날 때마다 유럽과 인도, 네팔, 몽골 등을 다니며 인물사진을 찍는다. 얼굴 표정에서 그 사람의 내면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인데 그 다양성이 좋고, 사람에게 나오는 ‘특유의 에너지’가 좋아서다. 또한 경영인으로써 사람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도 하나의 이유다.

최 대표는 히말라야를 찍기 위해 3번이나 다녀올 정도로 풍경 사진도 좋아한다. 같은 풍경은 단 하루도 없다는 몽골의 고비사막 역시 그가 즐겨 찾는 곳이다. 밤하늘의 별을 찍기 위해 수 없이 다녀왔다. 세계 곳곳을 누비며 풍경사진을 찍는 것은 자연만이 줄 수 있는 평화로운 위로 때문이다. 주말이면 자건거를 타고, 카누를 즐기는 것 역시 자연과의 교감을 통해 재충전의 시간을 갖기 위함이다. 가끔 전시도 한다. 이 또한 ‘나눔’에 대한 확고함 때문이다.

직원들 사진으로 달력 만들어 자긍심 고취


▎최성규 대표가 매년 직원들 사진으로 만든 달력 중 하나.
최성규 대표의 탁월한 예술적 감각을 경영에 접목시킨 대표적인 예가 ‘벨라시타’이다. 2016년 오픈한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의 쇼핑문화시설인 ‘벨라시타’는 그가 20년 동안 꿈꿔왔던 예술 경영의 결정체다. 그런 까닭에 ‘자신의 분신’이라고 말할 정도로 애정이 깊다. 이탈리아 베로나 도시를 모티브로 한 건물 외관을 비롯해 구석구석 이국적인 분위기가 넘친다. 프랑스에서 경제학 박사학위 공부를 하면서 경험했던 유럽식 ‘오픈 광장’을 상업시설에 벤치마킹한 것이다.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사례로 일산 지역의 핫플레이스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야외광장에서 다양한 체험형 이벤트를 진행하는데, 와인과 클래식 공연을 페어링한 ‘와인 피에스타’와 매년 여름에 진행 되는 젊은 감성의 ‘비어뮤직 피에스타’ 등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외에도 2020년에 새롭게 만들어진 300평 규모의 문화공간에서는 한국미술협회와 협업한 ‘고양아트페어’와 다양한 장르의 전시회, 음악회, 독립영화 상영, 문화예술포럼 등이 개최 된다. 매년 이색적인 문화 예술 활동을 지원하며 지역 사회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

최성규 대표는 예술을 통한 치유적 소통이 자신의 삶에 변화를 가져왔듯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도 살아가는 모습을 조금은 다르게 변화 시킬 수 있다고 믿고 그 변화에 일조하려 한다. 독일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는 “예술이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했다. 지금 당장 변화의 크기를 가늠하기 어렵지만,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을 저버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지 않겠는가. 최성규 대표를 일산 벨라시타의 잔디광장에서 만났다.

예술을 기업 경영에 접목한 CEO다.

“ILT 제조 사업을 시작할 때, 수동적으로 일하는 직원들 모습이 전혀 행복해 보이지 않았고, 현장 분위기 역시 삭막했다. 기업 경영 방식에 변화의 필요성을 느꼈다. 직원들의 사진을 찍어 매년 달력을 제작하는 등, 적극적이고 진정성 있는 소통으로 ‘예술’을 접목한 창조혁신 경영으로 방향을 잡았고,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또한 일산의 벨라시타는 고객의 가치를 반영한 예술 경영으로, 사람들이 소소한 일상을 즐기며 살아가는 데 조금이나마 기여하고자 했다. 21세기는 ‘문화 예술의 시대’로 상업공간과 예술의 만남을 통해 우리의 삶도 변화를 가져 올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일조하기 위해 각종 문화, 예술 관련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다.”

프랑스 유학 시절 외로움 달래려 사진에 심취


▎프랑스 유학시절 암실을 만들어 직접 필름을 현상한 흑백사진. 그는 사람의 초상사진을 통해 인간을 깊이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 사진:최성규
ILT 회사 곳곳에 직원들 초상사진과 풍경사진 뿐 아니라 벨라시타 쇼룸에 필요한 인테리어용 사진 역시, 유럽에 직접 가서 촬영해서 걸었는데 어떤 점들이 좋은가?

“사실, 회사의 주인은 바로 우리 직원들이다. 사내에 걸린 직원들 초상사진은 자주의식과 공동체의식을 보다 갖게 하는 것 같다. 무엇보다 사진을 찍게 되면, 내가 몰랐던 직원들의 모습을 보게 되는 것도 좋고, 경영인으로써 알아야 할 것을 좀 더 편안한 상태에서 대화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벨라시타 곳곳에 내가 해외에서 찍은 사진들을 많이 사용했다. 유럽에 와 있는 듯 현장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한 것인데 힘은 들지만, 목적에 부합한 사진을 만들 수 있어 좋고, 무엇보다 자연에서 스스로 많은 위안을 받는다.”

사진하는 CEO를 만나게 되어 반갑다. 사진을 처음 시작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20대 프랑스 유학 시절, 외로움을 달래줄 수단으로 사진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프랑스가 사진 예술의 본고장이기도 하여 정통으로 제대로 배우고 싶어 집에 암실을 만들어 놓고 독학으로 6~7년 동안 심취했다. 그 때 브레송 등 많은 작가들의 작품들을 봤고 존시스템 등을 이해하게 되었다. 아직도 사진의 묘미는 흑백사진이라고 생각하지만, 컬러가 주는 느낌도 좋아한다.”

현장 직원들 모습을 10여 년 동안 사진을 찍어 매년 새해 달력을 만들었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앞서 언급했듯이 기업 경영 방식의 변화를 느껴 예술을 접목하여 진정성 있는 ‘소통’과 ‘ 나눔’을 통한 ‘상생’을 실천하고 싶었다. 한해를 마무리하고, 내년 한해를 다짐하게 되는 새해 달력을 통해 ‘주인의식’과 ‘자긍심’을 만들어 주고, ‘올해 참 고생한 당신들입니다. 내년에도 파이팅 합시다’라는 말을 건네고 싶었달까?”

사진을 찍고, 찍히는 과정에서 직원들과 친밀도가 높아졌다고 했다. 이런 과정들이 회사의 성장으로도 이어졌는가?

“물론이다. 사실, 살아오면서 우리 모두 본인 스스로 업무에 집중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지 않다. 스스로 집중하는 자신의 사진을 보면 아무래도 업무에 대한 책임감이 높아지고 애사심도 커진다고 생각한다. 그 과정이 반복되니, 사진을 찍고 찍히는 데 스스럼이 없어지면서 직원들과 더욱 친밀감이 생긴 것도 회사 전체의 분위기가 밝아지는 것에 일조한 것도 사실이다.”

직원들의 ‘초상사진’으로 가나포럼스페이스 ‘CEO 사진전’에 참여한 것을 비롯해 인사동과 벨라시타 등에서 개인전과 그룹전을 몇 차례 참여했었다. 이런 예술 활동이 기업을 경영하는 데 어떤 도움을 주나?

“피사체가 직원들인 인물 사진전의 경우, 제조업이라는 거친 환경에서 예술을 접목한 활동으로 사람 간의 관계와 사내 분위기, 개개인의 마음가짐까지 유연해지는 효과가 있다. 그리고 인물사진과 풍경사진전을 통해 사진 속 주인공 뿐 아니라 많은 관람객과의 ‘교감’과 ‘나눔’으로 재충전의 시간을 갖게 됨으로써 경영인으로써 필요한 활력을 찾게 된다.”

“사진은 인간을 이해하는 새로운 경험”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동에 있는 벨라시타는 그가 심혈을 기울인 문화예술 공간이기도 하다. / 사진:최성규
직원들 뿐 아니라 인도, 네팔 등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 ‘초상사진’을 많이 찍었다. 사진 장르 중 가장 어렵다고들 하는데 인물사진을 좋아하는 이유가 있나?

“사진을 찍어주고, 또 찍히면서 인종과 나라를 뛰어넘은 인간 대 인간의 이해심이 생겨난다. 사진이라는 게 ‘찰칵’하는 순간으로 완성되는 단순한 행위가 아니지 않나. 사진을 찍기 전 상대와 감정교류가 필요하다. 어렵고 쉽고를 차치하고, 인물사진을 찍으면서 사람들과 감정교류를 통한 공감형성을 넘어, 인간을 이해하는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어 좋다.”

세계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자연풍경’ 사진도 많이 찍었다. 어떤 점들이 좋았는지? 가장 인상깊은 장면은?

“어려운 질문이다. 자연은 단 한순간도 멈춰있지 않는다. 인간이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을 주는 존재랄까. 사진 속 자연의 모습은 유일한 것이 된다. 그래서 세계 각국의 자연을 담는 것이 모두가 좋았다. 굳이 꼽는다면, 히말라야 산 속, 달빛 어스름한 새벽녘에 하늘에 쏟아지는 별들을 마주한 순간의 감동이 떠오른다.”

벨라시타 쇼핑센터는 야외광장을 활용해 문화, 예술을 체험하는 다양한 이벤트를 많이 한다. 적극적으로 예술을 기업 경영에 접목시킨 보기 드문 사례다. 특별히 이루고 싶은 바가 있는가?

“일산에 벨라시타를 오픈하면서 새로운 예술, 문화행사를 선보여 지역 주민들이 경험하지 못했던 신선한 즐거움을 공유하고 싶었다. 선구자로써, 예술경영의 시초라고 한다면, 또 다른 CEO들이 등장해 지역주민과 문화 예술적 교감을 꾀하는 사례가 많아졌으면 한다.”

지역 주민·회사 직원들과 예술적 교감 시도


▎몽골 고비사막의 낮과 밤. 최성규 대표는 세계를 여행하며 변화무쌍한 자연의 찰나를 포착하곤 한다. / 사진:최성규
이러한 활동은 타 쇼핑센터에 비해 방문객이나 참여하는 예술가 모두에게 긍정적인 시너지를 줄 것 같다. 예술과 관련해서는 어떤 프로그램들이 있는가?

“장르에 국한되지 않으려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예를 들어 공간과 음악이 함께 조화를 이뤄 열기를 뿜어내는 비어뮤직 피에스타, 와인과 클래식 공연을 페어링한 와인 피에스타가 있었고, 한국미술협회와 협업한 고양아트페어 전시 행사, 영화라는 콘텐트와 공간을 접목시켰던 DMZ국제다큐멘터리 영화제등이 대표적이다.”

평소 카누, 라이딩, 등산을 즐겨한다고 들었다. 경영에 어떤 시너지가 되나?

“자연과 함께 하는 시간을 스스로에게 내어주면서 그야말로 ‘충전’이 된다. 요즘말로 ‘힐링’과 같다. ILT부터 벨라시타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좀 더 진취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기동력의 원천이다. 좋아하는 자연 속에 동화되어 좋은 풍경을 눈으로, 자연이 주는 좋은 향기를 코로 느끼고, 좋은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 내 삶의 원동력이 된다.”

성공한 CEO란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나?

“직원에게 행복한 직장생활을 제공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구성원들이 직장생활을 하며 느낄 수 있는 행복의 원천은 ‘성취’를 통한 ‘보람’이 아닐까. 큰 이익을 성취하고 혁신적인 모델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편하게 근무할 수 있는 직장 분위기를 구현하는 것을 우선시 한다. 성취의 보람을 느끼는 구성원들의 얼굴을 볼 수 있을 때 비로소 성공한 CEO가 아닐까? 이것이 궁극적인 CEO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 JOA(조정화) - 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하고, 순수사진으로 석사 학위를, 조형예술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몇 차례 개인전을 열고, 광주비엔날레 등 다수 국내외 그룹전에 참여했다. 단국대, 상명대 등에서 20여 년간 강의하면서 [포토닷], [디지털카메라매거진], [미술세계], [월간중앙] 등에 예술 관련 연재와 기고 글을 써오고 있다. 저서로는 [그래서 특별한 사진 읽기](2020년)가 있다.

202207호 (2022.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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